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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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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풍성하게 하는 생선 = 明太
2016년 10월 12일 21시 29분  조회:5248  추천:0  작성자: 죽림


명태는 한류성(寒流性) 생선으로 등은 푸른 갈색, 배는 은빛의 흰색을 띤다. 지금 우리 바다에서는 잡히지 않는 어종(魚種)이 되었다. 엘니뇨 등 여러 이유가 따른다. 예전 겨울 동해안 고성의 거진항 등에서는 개도 명태를 물고 다녔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물고기에 대한 추억은 북쪽 먼 바다에서 잡혀온 명태가 있어 아직은 사위지 않았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노래 되고 시(詩)가 되고/
이야기 되고 안주 되고/
내가 되고 니가 되고/
그대 너무 아름다워요/
그대 너무 부드러워요/
그대 너무 맛이 있어요….” 

가수 강산에도 왕년에 일세(一世)를 풍미(風靡)했던 ‘그 노래’를 좋아했나 보다. 이런 노랫말의 강산에의 ‘명태’(2002년)는 오현명 ‘명태’(양명문 작사, 변훈 작곡)의 한 대목을 살짝 들려준 다음 경쾌하게 시작한다. 그리고는 “명태 명태라고/ 흠흐흐흐 쯔쯔쯔/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하고 그 노래 말미를 아예 빌려 끝을 맺는다. 다음은 그 노래 가사 일부다.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프트(이집트)의 왕처럼 미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이 몸은 없어질지라도…” 

명태덕장(건조장)의 풍경. 명태가 잘 마르면 홍삼처럼 귀한 황태가 되고 나머지는 먹태, 백태, 깡태가 된다. 
강원도 고성군 제공

 
오현명(1924∼2009)의 낙낙한 음색이 전쟁 통인 1950년대 초부터 밤낮없이 쇠주병 많이 자빠뜨렸다. 먹을 것 부족하던 그때, 북어는 인간 심성(心性)이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산물인 시의 재료도 됐던가 보다. 노가리나 코다리는 지금도 주안상(酒案床)의 주역(主役) 또는 중요한 조연(助演)이다. 첫 추위로 어깨 움츠리는 때면 으레 생태탕 그리워진다. 강원도 고성군은 해마다 이 무렵이면 명태잔치를 연다. 1999년에 처음 시작했다 한다. 명태가 이 바다에서 덜 잡히기 시작해 걱정이 커질 무렵부터 열린, 명태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은 이벤트였다. ‘다시 돌아오라’는 염원은 수산업계의 여러 노력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명태는 이름이 유달리 많다. 우리가 명태를 좋아했다는 증거다. 또 흔하도록 많이 잡혀 싸게 먹을 수 있었다. 먹는 방법이나 가공법이 다양했고, 너나없이 좋아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팔도의 제사상에도 안 빠졌다. 그 외에도 많다. 김희태 전라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은 손가락 여러 번 꼽으며 연신 그 이유를 설명한다. 가히 국민생선이라 할만하다. 

사물 즉 일(事)과 물건(物)의 이름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나 유래(由來)를 찾기 힘든 사물도 있지만, 실은 우리가 그 대목을 잊었기 때문이다. 이 낱낱의 이름은 역사의 흔적을 지닌다. 인간은 살아봐야 기껏 백년이나, 역사는 길다. 그 이름들은 마을 어귀 수백년 느티나무처럼 오래 인간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천년 넘은 이름도 흔하다. 

조선 말 문신 이유원(1814∼1888)은 ‘임하필기’(林下筆記)에서 ‘명천(明川)의 태(太)씨가 잡았다고 땅이름과 어부의 성을 따 명태라고 했다’고 적었다. 허나 이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길 것만은 아니다. 명태 간(肝)을 먹어 눈이 밝아진다고 해서, 또는 간의 기름으로 등불 밝혀 밝을 명(明)자 든 이름을 갖게 됐다는 얘기도 많다. 생것을 명태, 말린 것을 북어라 한다는 기록과 함께 ‘무태어(無泰魚)’나 ‘명태어’라는 이름도 나온다. 영어 이름은 ‘폴럭’(pollack)이다. 많이 잡히는 곳 이름을 넣어 ‘알래스카 폴럭’이라고도 부르는데 요즘 우리가 먹는 명태는 알래스카 바다에서 온 녀석들이 많단다. 

고성명태축제의 명태잡이소리 공연(위 사진)과 축제 행사장 모습. 매년 10월 중하순에 열리는 행사다. 
강원도 고성군 제공
모양이나 성질에 따라 생태(生太), 동태(凍太), 북어(北魚), 황태(黃太), 코다리 등으로 불린다. 싱싱한 녀석은 생태, 동태는 얼린 것, 북어(건태)는 말린 것이다. 황태는 한 겨울 큰 덕장(건조장)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해 노랗게 변한 북어다. 더덕 같다고 더덕북어라고도 한다. 코다리는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네다섯 마리를 한 코에 꿰어 꾸덕꾸덕 반쯤 말린 것이다. 어린 명태 즉 애기태가 주당들에게 친근한 이름 노가리다. 그물로 잡아 망태(網太), 낚시에 걸린 조태(釣太)라는 이름도 있다. 인삼으로 치면 홍삼 격인 귀한 황태로의 변신 과정에서 ‘낙오자’가 된 명태들에게도 이름이 있다. 푹한 날씨로 풀려버리면 먹태(흑태), 얼어서 하얗게 마르면 백태, 너무 딱딱하게 말라버리면 깡태다. 이밖에도 여러 이름들이 줄섰다. 우리말을 풍성하게 하는 생선이기도 한 것이다.  

머리 꼬리 살 내장 다 기찬 먹거리다. 살코기와 곤이(鯤鮞·물고기 배 속의 알)는 국이나 찌개, 알과 창자는 명란젓 창난젓이 된다. 생태찌개 생태매운탕 황태구이 황태찜 북엇국 북어무침 등이 모두 명태요리의 한 가족이다. 명태와 함께 넙치 돔 다랑어 상어 고래 대구 등의 간에서 얻은 간유(肝油)는 ‘눈의 보약’이다. 버리는 게 없어 인간에 널리 이롭다. 우리 마음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실천하는 물고기여서 우리 겨레와 더 기쁜 인연인가보다. 명태 복원 프로젝트의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강상헌 언론인·우리글진흥원 원장 

■사족(蛇足) 
 
밝을 명(明)자의 옛 (그림)글자 중 날 日자와 달 月의 합체인 글자(왼쪽)과 밝을 명(明)자의 옛 (그림)글자 중 창문 모양 경(冏)자와 달 月자의 합체인 글자.
밝을 명(明)자는 한자의 구성 원리 중 회의(會意)의 사례로 제시되는 글자다. 뜻(意)이 모인(會) 것이 회의다. 빛을 내는 해(日)와 달(月)이 모여 ‘밝다’는 뜻을 만들었다. 지금 글자도 그렇지만, 3000년 전의 갑골문을 봐도 해와 달이 모인 것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옛 문자 중에는 창문(窓門) 모양인 경(冏)자의 옛날 글자(그림)와 달 월(月)자의 합체로 보이는 그림(글자)도 많다. 지금 冏자는 明자처럼 ‘밝다’는 뜻으로 쓰인다. 창을 통해 바라보이는 달의 이미지에서 ‘밝다’는 뜻이 빚어졌을 것으로도 보는 것이다. 
 
日 月 冏 등 명(明)자의 바탕(뜻)을 이룬 글자들은 그림이다. 물체의 모양을 그린 상형(象形)인 것이다. 한자 구성의 다음 개념인 지사(指事)는 일(상태나 동작·事)을 가리키는(손가락 지·指) 그림이다. 태(太)처럼 큰 대(大) 자로 선 사람의 모습에다 점을 찍어 만든 ‘크다’는 뜻의 글자가 지사의 사례다. 이런 그림들이 모이거나 뜻이 확대되어 한자의 체계를 이룬다.
[ⓒ 세계일보 

명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산물로 가공방법, 
포획방법 등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얼리지 않은 것을 생태, 
말려서 수분이 말끔히 빠진 것을 북어, 
반쯤 말린 것을 코다리, 
겨울철에 잡아 얼린 것을 동태라고 부르며, 
산란기 중에 잡은 명태를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가공한 것을 황태라고 부른답니다. 
또한 명태의 새끼를 노가리라고 하며, 
명란젓을 만들 때 명태의 알을 사용한답니다.

명태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면...

우리나라에는 대구과 어류에 모두 4종이 알려져 있는데 대구와 명태가 여기에 속한다고 합니다. 대구는 명태와 달리 아래턱에 한 개의 긴 수염이 있으며, 가슴지느러미가 제1등지느러미 기저의 뒤끝에 달하지 못하며, 위턱이 머리의 앞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점에서 잘 구별된다고 합니다. 생김새는 대구와 비슷하지만 보다 홀쭉하고 길쭉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명태입니다. 몸 전체에 특이한 무늬가 덮여있고 머리가 큰 편입니다. 눈이 크고 아래턱은 위턱에 비해 앞으로 튀어나와 있습니다. 암컷과 수컷은 형태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수온이 10~12℃ 정도가 되는 북태평양 지역의 대륙사면 근처에서 살고 있으며 어린 명태는 보다 차가운 수온에도 견딜 수 있어서 온도가 1~6℃ 정도인 더 깊은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연령에 따라 서식 장소에도 다소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3~5살 사이에 무리를 지어 짝짓기를 시작하며 암컷이 알을 낳은 뒤에 수컷이 정자를 뿌려 수정시키는 체외수정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러한 산란과정은 90~200m 깊이의 바다에서 1년 중 한 달간 벌어진다고 합니다. 암컷은 약 10~100만 개의 알을 낳고, 이 알은 바닷물에 떠다니다 9~28일이 지난 뒤에 부화한다고 합니다. 치어기에는 주로 밤에 수면 위로 떠올라 플랑크톤을 먹고, 성체가 되면 작은 갑각류나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답니다. 무리를 지어서 이동하고 생활하며, 집단이 커진 경우에는 종종 서로를 잡아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수명은 약 12~16년 정도로, 가장 오래 산 경우 31년까지 살았다는 보고가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를 비롯한 일본, 우리나라에서 주요 수산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생태찌개, 생태매운탕, 황태구이, 황태찜, 북어국, 북어무침, 술안주로 좋은 마른 노가리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되는 생선입니다. 
단백질이 풍부하며, 알과 창자는 각각 명란젓, 창란젓으로 이용됩니다.

(백과사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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