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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성자의 大서사시, 감동은 오늘도 솟아 오른다...
2016년 11월 02일 22시 42분  조회:3975  추천:0  작성자: 죽림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여행객에게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다. 바르셀로나=최흥수기자 

습관적으로‘스페인 바르셀로나’라고 썼는데 왠지 어색하다. 노란색 바탕에 4개의 붉은 줄, 파란 삼각형에 하얀 별,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 내걸린 카탈루냐 깃발을 보고 나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2014년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에선 81%가 찬성표를 던졌다. 공식 표지판도 카탈루냐어-스페인어-영어 순이고, 국가 인터넷 도메인도 스페인(.es)이 아닌 카탈루냐(.cat)다. 이 정도면‘카탈루냐 바르셀로나’라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그 자부심의 중심에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가 있다. 7개의 작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린 이 위대한 건축가가 아니라면, 바르셀로나가 이렇게 익숙한 이름이 됐을 리 없다. 바르셀로나 여행은 기본적으로 가우디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바르셀로나 곳곳에 흩어진 가우디의 건축물을 개인적으로 찾아간다 해도 미술과 건축, 가우디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감동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현지가이드가 운영하는 하루짜리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가우디가 설계한 3개의 개인주택과 구엘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둘러보는 코스다.

가우디의 처녀작인 카사비센스. 흔히 알고 있는 가우디 작품의 특징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출발은 가우디의 처녀작 카사비센스(Casa Vicens). 카사는 스페인어로 집 혹은 주택이라는 뜻이니 카사비센스는 비센스가 의뢰한 집이라는 의미다. 지하철 폰타나역에서 가깝다. 흔히 알고 있는 가우디 작품의 특징-이를 테면 부드러운 곡선과 특이한 장식-이 없어 다소 의아하다. 녹색과 하얀 타일장식 외관이 언뜻 아랍 건축물을 보는 듯하다. 왕관처럼 보이는 지붕이 가장 눈에 띄지만, 주변환경과 조화를 중시한 가우디의 특징도 녹아 있다. 노란 꽃 장식 타일과 종려나무 잎 모양의 철제담장은 그곳에 자생하던 꽃과 나무를 형상화한 것이란다. 지금은 은행소유로 내부는 들어갈 수 없다.

카사바트요 창문 기둥. 뼈마디를 세워놓은 것처럼 괴기스럽다.

화려한 타일 장식이 한눈에도 '튀어'보인다.

다음은 카사바트요(Casa Batllo), 시내 중심부 그라시아 거리에 있다. 한눈에 봐도 ‘튀는’ 외관이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녹색과 청색 모자이크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1906년 개축한 건물인데 스테인드글라스는 크고 작은 컴팩트디스크로 장식한 듯 파격적이다. 해골과 뼈를 연상시키는 발코니와 창문 틀, 머리와 꼬리가 없는 용 형상의 지붕은 가우디의 개성이 한껏 드러난다. 그라시아 거리는 당시 부호들이 경쟁적으로 최고 건축물을 건설해 부를 과시하던 곳이다. 카사바트요와 잇닿은 건물들도 호화롭기 그지없지만 가우디의 작품에 비하면 평범하다. 입장료는 22.5유로로 비싼 편이지만 가우디가 설계한 실내장식과 가구까지 볼 수 있어 성수기에는 미리 예매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카사밀라 외벽은 특별한 장식 없이 유려한 곡선으로 파여 있어 채석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특이한 외형으로 공사과정에서 집주인과 많은 갈등을 겪었다.

카사바트요에서 약 500m 거리의 카사밀라(Casa Mila)는 물결치는 듯한 외관 곡선 덕분에 채석장(La Pedrera)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카탈루냐인들이 신성시하는 몬세라트 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옥상의 굴뚝장식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다음으로 가우디의 색깔이 잘 드러난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미역줄기를 연상시키는 괴기스런 발코니 등 특이한 디자인으로 공사과정에서는 집 주인과 불화를 겪었고, 나중에는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소송까지 해 가우디에게 꽤나 맘 고생을 안긴 건물이기도 하다. 주간 입장권은 20.5유로, 아름다운 조명에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야간 관람권은 37.5유로다.

구엘공원의 육교 산책로. 아기자기한 외형과 달리 위로는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정교하게 짜맞춘 돌기둥에 동화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테라스 기둥.

물결모양 타일의자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체공학적 설계로 편안함까지 갖췄다.

규모만으로 치면 여기까지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카르멜 언덕에 자리잡은 구엘공원은 가우디의 자연친화적인 건축 스타일이 돋보이는 명물이다. 곡선의 부드러움을 살리면서도 조각난 타일로 색채의 향연을 펼치는 트렌카디스 기법이 가장 잘 구현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애초에 전원주택단지로 구상됐다. 사업가이자 가우디의 열렬한 후원자인 구엘(1846~1918)은 도심과 떨어져 있어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이곳에 고급주택을 분양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가우디의 영감을 입힌다면 최고의 작품이 탄생할 터였다. 그러나 요즘에야 유행하는 ‘웰빙’ 개념을 1900년에 도입했으니 너무 앞서갔다. 교통도 불편하고 기본 인프라도 없는 민둥산 산꼭대기에 거금을 들여서 저택을 분양 받을 부자는 아무도 없었다. 60채 건설계획은 대 실패로 끝나고, 나중에 시에 매각된 부지는 공원으로 개방되었다. 결과적으로 구엘에게는 불행, 바르셀로나에게는 다행이었다.

전체 공원 중 유료 입장 구간은 일부다. 입장료(7유로)를 내기 전 먼저 봐야 할 것은 공원 윗부분의 육교, 차가 다닐 만큼 넓고 튼튼한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비스듬한 아치 모양의 돌기둥이다. 공사도중 나온 석재를 하나하나 모자이크처럼 쌓고 붙인 돌기둥은 아이스크림 장식처럼 빙빙 돌기도하고 흘러내리기도 한다. 육교 위로 솟은 부분은 새의 둥지 모양으로 장식했다. 경사진 언덕을 산책로로 활용한,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기교가 넘치는 작품이다.

구엘 공원에는 4곳의 매표소가 있다. 육교 방향에서 들어서면 바로 유명한 물결모양 테라스다. 수 십 명이 앉아 쉴 수 있는 타일 의자는 엉덩이를 끌어당기면 등 받침에 꼭 들어맞아 허리가 펴지는 인체공학적 설계까지 고려했다.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세계 최대 의자인 셈이다. 덕분에 공원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지지만, 테라스 아래도 가우디의 완벽주의로 꽉 차 있다. 테라스를 떠받치는 사선의 돌기둥을 일렬로 배치해 산책로를 만들었는데, 역시 돌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꿰어 맞췄다. 우유 빛 초콜릿이 흘러내리는 듯한 과자 집 모양의 정문을 나와서도 자꾸만 되돌아보게 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첨탑. 18개 중 현재 8개를 완공한 상태다.

일명 옥수수 첨탑 타워로 올라가면 좀 더 가까이서 외벽 장식물을 볼 수 있다.

야간조명이 들어오는 밤에 동편 공원에 가면 작은 연못에 비친 모습을 찍을 수 있다.

 

가우디 투어의 대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성당은 기본적으로 성경의 정신을 건축물로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언뜻 앞과 뒤의 파사드(외벽)가 대칭인 듯 보이지만, 예수의 탄생을 표현한 동편은 1935년 완공돼 가우디의 영향이 그대로 반영됐고, 수난을 표현한 서편은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가 1989년 완공한 작품이다. 탄생의 조각들이 사실적인데 비해 수난은 추상적이고 심플하다. 영광을 표현할 남측 파사드는 2002년에 공사에 들어갔다. 1882년부터 130년 넘게 이어지는 대공사는 2010년에야 전체 공정의 절반을 넘겼고, 가우디 사망 100주년이 되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자금을 전적으로 기부금과 입장료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성당의 상징인 옥수수 모양 첨탑은 18개 중 현재 8개가 완공된 상태, 예수를 상징하는 가장 높은 첨탑은 170m에 이를 예정이다. 가우디가 사망시까지 겨우 4분의 1도 완성하지 못했는데도 이 성당을 그의 대표작으로 여기는 것은 착공 이듬해부터 43년간 2대 건축가로서 그의 정신이 기본 설계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성당내부는 입장료(15유로, 타워까지는 오디오가이드를 포함해 29유로)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목이 젖혀질 만큼 긴 수많은 기둥을 따라 시선을 끌어올리면 거대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천장 장식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스며드는 자연조명도 웅장함과 화려함을 더한다.

타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첨탑 사이 좁은 통로를 이동해 나선형 계단을 돌아 내려온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원형 계단은 (그럴 리 없겠지만) 자칫 가운데 구멍으로 빠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타워관람은 포기해도 크게 아쉽지 않다. 동편 입구 작은 연못이 있는 공원에선 수면에 비친 성당을 함께 볼 수 있다. 밤이면 야간조명으로 더욱 신비한 성당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바르셀로나=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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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전망대에서 본 바르셀로나 도심. 노을이 붉게 물드는 저녁 무렵에 많이 찾는다.바르셀로나=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이곳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물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도시를 한눈에 파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다. 구엘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 걸어서 약 30분 거리의 산꼭대기 벙커전망대는 바르셀로나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대공포대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성벽이었던 곳이었다. 서울의 남산처럼 특별한 전망시설을 갖춘 것도 아니지만 지중해에서부터 산 아래까지 펼쳐지는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사랑 받는 곳이다.

특히 저녁 무렵이면 시가지 오른편에서 비스듬히 비추는 노을이 하늘과 바다, 도심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흰색 건물이 많은 바르셀로나의 오래된 도심은 카멜레온처럼 주변 빛에 반응한다. 파스텔 톤으로 발갛게 번지는 노을의 8할은 흡수하는 듯하다. 해안가로 현대적인 고층빌딩이 몇 채 눈에 들어올 뿐, 기본적으로 높은 건물이 없이 바둑판처럼 가지런한 블록도 평온함을 더한다. 그래서 정면으로 보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바로 앞에서 보다 이곳에서 더 크고 웅장하게 보인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본 카탈루냐 미술관. 미술관 뒤편이 몬주익 언덕이다.

카탈루냐 미술관에서 본 바르셀로나 시내 모습.

반대편에서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시내 서남부 에스파냐 광장에서 카탈루냐 미술관을 따라 올라가면 몬주익 언덕이다. 벙커전망대에서 보면 해안 끝자락 낮은 구릉이다. 정상에는 올림픽 주경기장과 원형고리로 창이 통과하는 듯한 형상의 커뮤니케이션 타워는 여전히 인상적이다. 별도의 절차 없이 주경기장 관중석까지 들어가 볼 수 있고, 도로 건너편엔 한국 마라톤에 새 역사를 쓴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선수의 부조와 발자국 프린트도 볼 수 있다. 경기도에서 세운 기념비의 한글도 반갑다.

바르셀로나는 도시 규모에 비해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다. 도심만 치면 160만 정도이니 대전과 비슷한데 11개의 지하철과 국철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고 있다. 10회를 사용할 수 있는 ‘T10 교통카드’(9,95유로)를 사면 1회용(2.15유로)보다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개찰구를 통과하기 전에 카드가 나오기 때문에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카탈루냐 광장, 에스파냐 광장을 중심으로 한 도심은 시간과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도보여행도 무난하다. 인도도 넓고 도로 사이에 공원형 산책로도 많아 도심을 걷는데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사실 이국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에는 도보여행이 제격이다.

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즈 등 세계적 축구 스타들이 뛰고 있는 FC바르셀로나 경기를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도 많다. 경기를 관람하려고 캄프노우 스타디움에 가는 축구 팬이라면 꼭 알아야 할 한 가지, 가방과 배낭은 절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보관함도 맡길 곳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가방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규모 관중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테러의 위험도 없애는 이중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FC바르셀로나 경기장은 대형 기념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념품을 살 계획이라면 여권은 꼭 챙겨가도록 하자. 여권이 있어야 면세혜택에 필요한 서류를 받을 수 있다.

바르셀로나=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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