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작곡가 그리고 교향시...
▲ 해군 사관후보생 림스키 코르사코프 ▲ 일리야 레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초상’ (1893년, 캔버스에 유채, 125×89.5cm, 러시아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군인에서 작곡가로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죠?
참 신기하게도 마흔이 넘으면 사람의 내면이 감춰지질 않으니 말입니다.
위의 인물을 한번 보세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선택한 음악 ‘세헤라자데’의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입니다.
군인과 작곡가, 세월이 흘렀다 해도 동일 인물이라고 보기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그는 서열 강한 군인 세계에서 자유로운 예술가로, 어떻게 제 2의 인생을 살게 됐을까요?
관리의 아들이었던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이 있었지만,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장교가 됐습니다. 하지만, 군에서도 틈틈이 혼자 음악공부를 하며 실력을 쌓았어요. 정규교육이 아닌,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하다보니 그의 관현악법에는 남다른 개성이 살아 숨 쉽니다. 특히 관악기와 타악기를 활용한 색채감은 단연코 돋보이죠.
▲ 일리야 레핀 ‘수중왕국의 사드코’ (1876년, 캔버스에 유채. 323×230cm, 러시아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배워서 아는 것과 스스로 알게 된 것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스물한 살에 첫 번째 교향곡을 써서 성공을 거두었고, 제대 후에는 무소르그스키, 보로딘 같은 러시아의 유명 작곡가들과 교류하며 음악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곡을 붙인 ‘세헤라자데’와 더불어 교향시 ‘사드코’ 역시 유명한데, 러시아 사실주의 화가 일리야 레핀이 그린 ‘수중왕국에 있는 사드코’를 보면 어떤 내용인지 감이 옵니다. 러시아 음유시인 사드코를 태운 배가 바다에서 멈추자 선원들은 사드코를 제물로 바치고, 바다에 가라앉은 사드코는 바다 신의 딸과 결혼해 큰 부자가 된다는 모험담입니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그림 속 분위기처럼 음악 역시 이국적인 선율이 넘실대죠. 서사적 이야기를 관현악으로 표현하는 교향시는 ‘관현악법의 대가’라고 불린 림스키 코르사코프에게 매력적인 분야였을 거예요.
“관현악법이란 창조될 뿐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세상에는 배워서 되는 것보다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훨씬 많을 지도 모릅니다.
해군장교에서 작곡가로 제 2의 인생을 산 림스키 코르사코프.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은 즐거우면서 남이 따라할 수 없는 경쟁력까지 갖춘 거겠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좋아서 절로 하는 것. 여러분에게는 어떤 것이 있나요?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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