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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나만의 스타일"로 쓰라...
2016년 12월 12일 00시 43분  조회:2456  추천:0  작성자: 죽림
9) 나만의 스타일로 쓴다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시를 배우는 사람들의 시를 보면 그 스승냄새를 물씬 풍긴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모방으로 시작하였더라도 끝내는 자기 자신만의 것을 내놓아야한다.
 
작가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시를 보고도 이건 누구 시다! 할 수 있도록 그런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야 시인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사람 머리 위에 똥을 싼다고
말 못하는 새한테 욕하지 마세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사람 머리 위에 똥을 누며 산다는 걸
새들도 이미 다 알고 있어요
 
신천희 동시 -『공중변소』전문
 
여자가
꽃 중에 꽃이라는
할머니가
방귀를 뽕 뀌었다
 
냄새가
아주 고약했다
 
시든 꽃에는
향기가 없다는 말
누가 했는지
순전히 거짓말이다
 
신천희 동시 -『시든 꽃에도 향기가 있다』전문
 
화장실에 갔는데 똥이
나올까말까 망설이는 거야
 
나온다고 했으면
후딱 나오지 미적대기는
 
내 성질에
그 꼴을 어떻게 보고 있어
 
나오든 말든 네
맘대로 해 하고 나와 버렸지
 
보나마나 지금쯤
똥이 후회하고 있을 거야
 
신천희 동시 -『네 맘대로 해』전문
 
이렇게 나는 똥을 소재로 한 시를 많이 빚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빚은 동시를 똥시라고 한다. 사람들도 나를 똥시인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내 똥시는 이름을 명시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천희의 시란 것을 안다. 이것도 내가 정해놓고 빚는 나만의 스타일이다.
 
 
10) 이론에 매이지 않는다
 
시에서는 직유든 은유든 비유가 많다. 그렇지만 나는 직유가 무언지 환유가 무언지 알면서도 잘 모른다. 시를 빚으면서 이론에 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국문학박사나 국어교사들 중에 시를 잘 빚는 사람이 드물다. 이론을 너무 잘 알아서 그 이론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치환을 해야 돼! 여기서는 직유를 해야지! 이렇게 이론을 내세워 의도적인 비유를 하는 까닭이이다.
 
그래서 시는 국문학박사가 빚는 것도 아니요, 국어교사가 빚는 것도 아니요, 시인이 빚는 것이라 한다. 시인이 시를 빚으면 굳이 이론을 따지지 않아도 자동으로 은유가 되고 치환이 되어 있다.
 
그리고 시 공간성 같은 이론을 따지며 짜인 틀에 갖다 넣으려고 하면 시는 건조해져 무말랭이처럼 말라비틀어지고 만다.
 
 
11)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는다
 
시는 나를 위해 빚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독자를 위해 빚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주관적이어서는 안 된다. 나의 이야기 또는 내가 경험한 것을 소재로 빚는다 하드라도 객관성을 회복해야 한다. 객관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자가당착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박성우 동시 -『삼학년』전문
 
이 시는 객관성을 회복하지 못해 자가당착에 빠진 시다. 미숫가루가 실컷 먹고 싶다고 미숫가루를 우물에 쏟아 붓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사카린이랑 슈가까지.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 시를 읽고 맞아! 그랬지! 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제목이 ‘삼학년’ 인 걸 보면 작가가 삼학년 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적이 있나보다. 그러니까 이 시는 작가가 자가당착에 빠져 빚은 시로 작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시다. 사건 자체가 객관성을 회복하기엔 너무 엄청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리 동네는
이장님이 마을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릴 때 쓰는
방송장치가 있으나마나다
 
어떤 소식이든
칠구네 할머니가 알면
이장님이 방송도 하기 전에
동네사람들이 다 안다
 
신천희 동시 -『동네방송』전문
 
위의 시 ‘삼학년’ 과 같이 어떤 사건을 주제로 한 시다. 작가가 겪은 사건을 시로 빚었지만 독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성을 회복했다. 그랬을 때 시가 성립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시인의 연인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두 발을 가지런히 했다고 치자. 그 시인이 연인과 함께 나누었었던 추억을 더듬어 시로 빚는다. 그 시인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줄줄 흘러나오도록 슬픈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아무리 읽어봐도 세상에 이 보다 더 슬픈 시는 없다.
 
그런데 어떤가? 연인이 멀쩡하게 살아 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아무 감흥도 못 느낀다. 자기의 감정에 치우쳐, 자기만이 가진 이야기를, 자기에게 늘어놓았는데 타인이 어떻게 그 감정에 이입되겠는가. 이런 것이 바로 자가당착이다.
 
 
12) 기승전결로 시를 전개해 나간다
 
13) 시제와 시점을 정확하게 한다
 
14) 탈고를 위한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시인은 말이 필요없다. 단지 작품으로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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