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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고 현대 음유시인 - 부라트 오쿠자바
2016년 12월 13일 23시 16분  조회:3966  추천:0  작성자: 죽림

오쿠자바의 노래시

[ Булат Ш. Окуджава Избранные песни ]
 
저자 불라트 오쿠자바(Булат Ш. Окуджава, 1924-1997)
국가 러시아
분야
해설자 조주관(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모스크바의 터주 노래꾼 오쿠자바

불라트 오쿠자바는 누구인가? 그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자작시를 낭송했던 현대 러시아 최고의 음유시인으로, 노래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러시아 문학과 음악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자작시로 노래하는 그의 독특한 창법은 절묘하다. 기타 연주와 노래는 직업 가수의 그것과는 달리 새로운 맛과 멋을 자아낸다. 이 음유시인이 읊조리는 어눌한 가락의 노래는 마치 시혼과의 대화를 듣는 것 같다. 영적인 교류 의식과도 같은 그의 노래시에는 청중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청중은 시인이 읊조리는 언어의 흐름에 따라 긴장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경이로운 음조와 풍부한 감정이 담긴 그의 노래시는 새롭게 창조된 예술 장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불라트 오쿠자바의 노래시에는 일관되고 통일된 테마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마도 특정한 이념이나 영웅주의를 싫어했던 시인이었기에 소비에트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자연스럽게 붙은 수사일 뿐이다. 그는 어느 누구의 신념이나 독선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다. 일생 동안 그의 관심을 끌었던 테마는 모스크바 거리, 전쟁 그리고 사랑이다. 이 세 가지가 그의 작품 속에 일관되게 나타난다.

첫째, 오쿠자바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 준다. 그의 많은 시들은 모스크바의 거리에 대한 노래다. 러시아인들에게 모스크바는 슬라브 민족의 전통이 살아 있는, 어머니 같은 도시다. 모스크바 거리에 대한 노래시 가운데 성공적인 작품으로는 <어린 시절>, <아르바트 거리의 노래>, <야간 전차>, <모스크바의 개미>, <아르바트 거리의 아이들>, <3월의 눈>, <모스크바의 밤 노래>, <지하철에 대한 노래>, <아르바트 거리의 로맨스> 등이 있다. 이러한 노래시 가운데 대표적인 <아르바트 거리의 노래>는 시인이 성장한 거리를 찬미하는 시다.

너의 낯선 이름과 너의 아스팔트는
강물처럼 흐르고 강물처럼 투명하다.
아, 아르바트 거리, 나의 아르바트 거리여,
너는 나의 부름이요,
너는 나의 기쁨이요, 나의 불행이다.

네 위를 걸어가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
그들의 구두 굽이 매일 너를 두드린다.
아, 아르바트 거리, 나의 아르바트 거리여,
너는 나의 종교요,
너의 길은 내 발아래 누워 있다.

4만 개의 다른 포장도로를 사랑할지라도
너의 사랑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구나.
아, 아르바트 거리, 나의 아르바트 거리여,
너는 나의 조국,
끝까지 너를 지키리라.

이 3연의 시 속에는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에 대한 시인의 사랑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아르바트 거리의 정경과 그곳에서 펼쳐지는 삶의 단편들이 선연하다. 아르바트 거리는 서울 인사동 거리와 대학로를 합쳐 놓은 듯한 분위기를 지닌 장소다. 과거에는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예술가의 거리였으며, 오늘날에는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아랍어에서 유래된 아르바트라는 이름이 낯설지만, 이 거리에는 모스크바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 있다. 모스크바 토박이들에게는 추억의 거리인 셈이다. 그러므로 근처에 큰 도로가 생겨나 도시의 옛 모습을 잃어버릴수록, 아르바트 거리는 보다 소중한 장소가 된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길을 걸으며 전통 민속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아르바트 거리뿐이다. 아르바트라는 특별한 장소에 바친 이 노래시는 은연중에 옛것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기억의 공간에 대한 믿음은 종교적인 수준까지 승화된다. 반면, 모스크바를 소재로 한 대다수의 다른 시들 속에는 도시의 군중 속에 묻혀 사는 익명의 개인, 과거가 주는 위안, 현재의 음울한 소음 등이 담겨 있다. 오쿠자바의 노래시들에는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추억과 조용한 우울이 침윤되어 있다.

둘째, 오쿠자바의 시에는 전쟁을 테마로 한 노래시가 많다. 우리로 하여금 종종 묵상에 잠기게 만드는 그의 전쟁시에는 강한 이념이나 영웅주의가 없다. 예를 들면 자신의 군대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에 참가한 최전방 병사의 하루를 다루는 식이다. 문학과 전쟁이라는 테마에 유별난 관심을 보인 오쿠자바는 청년기에 친구와 함께 집을 나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도 있었다. 이후 파시즘에 대항하는 세계대전에 실제로 참가했다. 일단 전쟁에 참전한 시인은 젊은 시절의 낭만주의적 성향을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그는 전쟁을 증오하게 된다. “전쟁은 우울과 아이러니로 나의 창작 활동을 성숙시켜 주었다.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인간은 종종 행복과 생명까지 앗아 가는 객관적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나는 전쟁에서 용서와 이해라는 위대한 예술을 배웠다. 전쟁은 나에게 군사 퍼레이드를 기뻐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전쟁 희생자들을 볼 수 있는 지금, 내게는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정치가들은 그들의 어려움을 전쟁으로 해결하지만, 전쟁은 삶의 안정을 파괴한다. 전쟁이 과거와 현재를 결합시키는 끈을 끊고 미래의 진보로 이어 주는 끈을 끊으려고 위협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종이 병정>, <이 일은 일어나리라>, <전쟁을 믿지 마>, <우리 시인들을 보호하시오>, <징조>, <군사 퍼레이드>, <아메리카 병사의 노래>, <나의 사랑, 나의 인생>, <병사들의 군화 소리>, <수많은 여명과 일몰을 보았다>, <내 영혼의 무선전신> 등이 있다. 전쟁에 대한 독특한 메시지는 <종이 병정>에 잘 나타나 있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그는 조용한 삶을 원하지 않고
계속 외쳤어. 발사, 발사!
그가 종이 병정이라는 걸 잊고서.

불 속으로? 좋다. 가자! 가야지?
어느 날 그는 앞으로 행군해 갔지.
거기서 그는 허망하게 죽어 버렸어
종이 병정이었기에.

셋째, 오쿠자바의 시에는 사랑이 등장한다. 그가 부른 사랑 노래의 매력은 그 순수함을 찬미하는 데에 있다. 시인은 사랑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명백히 밝힌다. “나의 노래시 가운데 많은 시들이 사랑의 테마를 다루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사랑에 대한 노래를 거의 부르지 못했다. 여성이라는 단어 속에는 의심스러운 무엇인가가 있었다. 이러한 잘못과 청교도적인 독실함에 대항해 나는 여러 해 동안 신성한 존재로서의 여성에게 처음으로 러시아어 찬송가를 불러 주고,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기어가기로 결심했다.” 사랑은 보다 행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시인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시는 그에게 정직한 욕망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다. 희망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을 노래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인간>, <아, 당신은 푸른 공>, <모든 땅>, <푸른 풍선의 노래>, <기적의 왈츠>, <아, 나쟈 나젠카>, <낡은 신사복>, <스몰렌스크로 가는 길>, <어떻게 그려야 하나>, <열린 문의 노래> 등이 있다. 그중 <푸른 풍선의 노래>는 사랑과 상실에 대한 테마를 독특하게 다룬다.

소녀가 울고 있네
풍선이 날아갔기에.
그녀를 달래 보려 하나
풍선은 날아갔네.

처녀가 울고 있네
아직도 구혼자가 없기에.
그녀를 달래 보려 하나
풍선은 날아갔네.

여인이 울고 있네
남편이 딴 여자에게 갔기에.
그녀를 달래 보려 하나
풍선은 날아갔네.

할머니가 울고 있네
인생이 너무 짧기에.
풍선이 푸른빛으로
돌아왔다네.

시인은 울고 있는 여성의 개인적 슬픔을 소녀가 할머니가 되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주 흥미 있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실의 아픔을 노래한다. 시구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흐르기 때문에 시인은 어떤 면에서 슬픔을 즐기는 듯하다. 그러다가 시의 마지막 행에 이르러 분위기가 갑자기 반전된다. 사랑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연민에서 한순간이나마 여성에게 행복한 꿈을 심어 주기 위해 푸른빛의 풍선을 돌려준다.

오쿠자바 노래시의 특성 가운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의 노래시에 나타나는 민요조의 음악성이다. 경쾌하고 유려한 음악성을 지닌 그의 노래시는 소박한 서정시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민요조의 리듬과 멜로디에 의해 주도된다. 섬광처럼 스치는 그의 노래시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쉬운 멜로디로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진다.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찾았고, 그 노래는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며 들불처럼 번져 갔다. 그리하여 오쿠자바의 노래시는 언제나 유익함과 감미로움을 어우른다. 그의 시는 거의가 평행 구조(병치법)와 반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민담 예술에서 흔한 특징이다. 그래서 오쿠자바의 노래시는 마치 마법적인 말이나 주문처럼 들린다. 옛 노래를 잃어 가는 이 시대에 오쿠자바는 지칠 줄 모르고 노래시를 불러 온 모스크바의 터주 노래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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