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어(詩語)는 없고 시의 언어만 있을 뿐...조탁언어(彫琢)를 쓰고 사어(死語)는 금물...
2017년 02월 02일 17시 24분  조회:3173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창작 강의-14(시를 쓰기 위한 준비 : 언어)  
김송배   


시창작 강의-

이번 주는 개인 사정에 의해서 좀 늦었네요.
항변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군요. 자, 오늘은 언어에 대해서 알아 봅시다.

4. 언어에 대하여

시는 '언어의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시는 아무리 좋은 발상과 동기와 주제가 명징하다 할지라도 표현할 수 잇는 언어가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이는 시에서 언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기보다는 시의 모든 문제가 언어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언어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일도 시인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책무이기도 합니다.
시는 일반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감동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무도 맛보지 못한 체험이나 일상적인 의식 그 밑에 깔려 있는감정 세계를 표현하자면 우리가 쓰고 있는 일상적인 언어 몇 마디로는 아무래도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시인은 언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총동원하여 깊이 이해하고 발휘시키면서 비로소 훌륭한 한 편의 시로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시의 내용이 알차고 여러 형태로 승화되었다 하더라도 언어의 기능이 모자란다면 시로서의 형상화는 부족하게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나라 시인들 중에서 시가 언어의 예술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시를 쓴 최초의 시인은 정지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사실을 되풀이하여 강조한 시인은 김기림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시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가 구별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일상어가 시의 언어도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새로운 시운동이 일어날 때마다 그 때 그 시대의 일상어가 시의 언어로 등장하는 경향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 워즈워드(w. wordworth)는 일상어로 시쓰기를 주장했고 1930년대 김기림도 일상어로 시쓰기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어가 그대로 시의 언어로 될 수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책상을 만드는데 그 재료(소재)는 목재이지만 그 목재가 그대로 책상이 될 수 없다는 점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목재를 자르고 대패로 밀고 다듬어서 서로 짜 맞추어야 설계대로의 형태 구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와같이 일상어가 시의 언어로 되기까지는 깎고 다듬어야 비로소 시의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읽어 봅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그렇습니다. 언어는 우리에게 존재를 보여주는 등불입니다. 존재의 영역은 존재가 언어를 통해서 나타나는 범위에 국한되는 것입니다. 캄캄한 밤에 성냥을 켯을 때 성냥불이 비춰주는 그 범위만 환하게 눈에 보일 것입니다. 이것은 암흑(또는 無) 속에 나타난 존재의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는 것처럼 언어가 적재적소에 놓여져야 시의 언어로서 빛을 내뿜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시의 언어는 또한 일상생활에서 단순히 의사를 전달하는 논리적 기능보다는 정서적 기능을 중시하는데 꽃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추함과의 知的으로 판별하는 이외의 언어가 갖는 음향(음질, 음량, 템포. 강약, 고저, 억양 등), 즉 음악적인 미묘한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서 신비하고도 오묘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의 언어는 시에다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그러나 그 언어를 에워싸고 있는 일상생활의 구어(口語), 그것이 시에 사용되는 언어인데 그것들을 한 단어씩 떼어내면 아무 색채도 없는 평범한 단어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언어가 어떻게 하면 시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요?

첫째, 언어의 조합에 의한다.
둘째, 그 조합 자체가 시인의 사물에 대한 인식, 시정신 그 발상에 의해서 정해진다.

시인은 단순한 현실의 상황을 그대로 말하며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을 기본으로 하여 어떤 창조상의 세계를 작품에서 보여주어야 합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낮설게 하기'라고.... 의미를 나타내는 언어, 이미지를 나타내는 언어, 그것들을 구사하고 서로 섞여져서 엉컬어지고 조합하면서 시인의 감동과 사유를 표현시키기 마련인데 이것들을 더욱 깊이 형용하거나 비유, 알레고리(풍유) 등의 방법으로 복잡한 내용을 단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입니다.
잘 알다싶이 일상어는 여러 가지 개념과 통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꽃과 같이 아름답다'고 하는 형용은 아름답다는 말 그대로 한 번의 개념을 줄뿐이지만 시인은 이 때묻은 표현을 깨뜨리고 자기가 느낀 아름다움의 본질을 나타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의 언어는 다양해서 부드러운 언어의 연결로 복잡한 내용을 나타낼 수도 있으며 또는 난해하게 생각되는 언어의 조합이 아니고는 시인의 이미지를 나타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결국 시의 언어는 시인이 마주한 진실에 대하여 거짓을 말할 수 없는 엄격한 시정신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쓰기에 사용되는 특별한 단어나 語句를 詩語(poetic diction)라고 하는데 이를테면 '바다'를 가리켜서 '고래의 길'이라고 하는 식의 표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뛰어난 시어는 그것이 명쾌한 것인 동시에 천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고 발레리도 아주 아름다운 문장에서는 구절이 떠올라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심정을 자동적으로 알 수 있으며 물체도 정신화되어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어는 어떤 틀에 매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서 말이 변화하듯이 시어도 역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너무나 많이 사용하여 낡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말을 死語(obsolete word)라고도 합니다.
현대 시인들은 대부분이 일상어를 간추려서 사용하고 있어서 엄격하게 말하면 시어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시학에서는 시어라는 개념보다는 비유를 시적인 표현의 본질로 생각하고 언어의 조탁(彫琢)에 보다 힘써야 할 것입니다. 시어는 없고 시의 언어만 있을 뿐입니다.
다음 중견 여성시인 구순희의 <봄밤>을 읽어보면 언어의 정제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밤에는 무논의 개구리
지천으로 깔려 울고

달빛 아래 물안개
전설같이 피어올라

자정에도 오히려 대낮인
열 여섯 풋가슴

혼자 뜰을 거닐던 달도
개구리들의 합창에 잠길 때

몇 번을 닦아도 닳지 않을
이름 하나 몰래 키우네.

이렇게 절제되고 함축된 언어(일상적인 언어)로 간결하게 '봄밤'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또...

============================================================================

 

 

늦여름 오후에
-홍신선(1944~ )


오랜만에 장마전선 물러나고 작달비들 멎고

늦여름 말매미 몇이 막 제재소 전기톱날로

둥근 오후 몇 토막을 켜 나간다

마침 몸피 큰 회화나무들 선들바람 편에나 실려 보낼 것인지
 

 

제 생각의 속잎들 피워서는

고만고만한 고리짝처럼 묶는

집 밖 남새밭에 나와

나는 보았다, 방동사니풀과 전에 보지 못한 유출된 토사 사이로

새롭게 터져 흐르는 건수(乾水) 투명한 도랑줄기를.

지난 한 세기의 담론들과 이데올로기 잔재들을 폭파하듯 쓸어 묻고는

천지팔황 망망하게

그러나 자유롭게 집중된 힘으로 넘쳐흐르는

마음 위 깊이 팬 생각 한 줄기 같은

물길이여

그렇게 반생애 살고도 앎의 높낮은 뭇 담장들 뜯어치우고는

범람해 흐르는 개굴창 하나를 새로 마련치 못했으니

다만 느리게 팔월을 흐르는 나여

꼴깍꼴깍 먹은 물 토악질한

닭의장풀꽃이

냄새 기막힌 비누칠로 옥빛 알몸 내놓고 목물 끼얹는

이 풍경의 먼 뒤꼍에는
 

 

두께 얇은 통판들로 초저녁 그늘 툭툭 쌓이는 소리. 

툭하면 쏟아지던 작달비들 멎은 긴 장마 뒤, 말매미 몇이 울어댄다. 흡사 제재소 전기톱날 돌아가는 소리, 모처럼의 ‘둥근 오후’를 토막토막 켜는 듯하다. 화자는 ‘집 밖 남새밭에 나와’ 있다. ‘몸피 큰 회화나무들’이 둘러서 있다. 그 옛날 과거를 보러 가거나 합격하면 집에 심었다는 회화나무는 학자수(學者樹), 혹은 선비나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유교 관련 유적지에서는 거의 회화나무가 있다는데, 퇴계 이황이 모델인 천 원짜리 지폐 뒷면의 도산서원을 둘러싼 무성한 나무도 회화나무란다. 화자는 학자를 많이 낸 집안 후손인가 보다. 화자는 남새밭 농부가 아니다. ‘제 생각의 속잎들 피워서는/고만고만한 고리짝처럼 묶는’ 회화나무는 지식노동자인 화자의 반영이다. 잦은 비에 씻겨 사위가 깨끗한 늦여름 오후, 방동사니 우거진 밭에 ‘건수 투명한 도랑줄기’ 졸졸 흐르는 걸 보며 화자는 ‘지난 한 세기의 담론들과 이데올로기 잔재들을 폭파하듯 쓸어 묻은’ 세상이며 ‘반생애 살고도 앎의 높낮은 뭇 담장들 뜯어치우고는/범람해 흐르는 개굴창 하나를 새로 마련치 못한’ 자신을 돌아본다. 이번 세기 초에 쓰였을 시다. 정치이념에서 비껴 살던 사람들도 충격이 없을 수 없었던 냉전 종식 이후, 세기가 바뀌는 ‘밀레니엄’ 여파로 벅차기도 하고 뒤숭숭하기도 했던 그때. 시대의 풍경 ‘먼 뒤꼍’을 기웃거리는 한 지식인의 내면이 장마 뒤 남새밭 풍경과 함께 ‘자유롭게 집중된 힘으로’ 그려졌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50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2) 2017-05-05 0 2990
449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 2017-05-05 0 2794
448 시인은 자국자국마다 시향을 흩날려야... 2017-05-05 0 3030
447 시의 파문이 느리게 오래 지속되는 시를 써야... 2017-05-05 0 2637
446 시인은 위대한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2017-05-05 0 2691
445 시는 자기 자신의 삶을 발견하는것이다... 2017-05-05 0 2324
444 [고향문단소식] - 시내물 흘러 흘러 강물이 되여 바다로 간다... 2017-05-04 0 2567
443 시인은 령혼이 없는 시, 5차원이 없는 시를 쓰지 말아야... 2017-05-04 0 2442
442 시인은 함께 하는 눈과 멀리 보는 눈이 있어야... 2017-05-04 0 2500
441 시인은 화폭같은 이미지를 잘 구사할줄 알아야... 2017-05-02 0 2841
440 시는 짧은 속에서 시인의 시력과 시야가 압축되여 있어야... 2017-05-01 0 2633
439 시인은 언어란 이 괴물을 쉽게 휘여잡을줄 알아야... 2017-05-01 0 2652
438 시인은 고독한 원을 긋으며 도망친다... 2017-05-01 0 2718
437 시란 잘 고양된 수학이다... 2017-05-01 0 3256
436 [시문학소사전] - "이미지스트"란?... 2017-05-01 0 3980
435 [시문학소사전] - "무운시"란?... 2017-05-01 0 3877
434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론으로 시창작에 림하면 행복하다... 2017-04-30 0 2143
433 시의 정신활동은 가장 중요하게 통찰력과 상상력 이다... 2017-04-30 0 2441
432 시를 배울 때 이전에 배운 지식들을 다 버리시ㅠ... 2017-04-30 0 2315
431 시를 공부하는 과정에는 "이미지"가 한 필수조건 이다... 2017-04-30 0 2452
430 시지기라는 눔에게 "치매 걸린 엄마"라도 있었으면... 2017-04-30 0 2343
429 시인은 고독을 줄기차게 친구 삼고 문제의식을 늘 가져라... 2017-04-30 0 2157
428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2017-04-24 0 3426
427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크릴로프의 우화를 읽게 해야... 2017-04-24 0 3293
426 시란 무경계 세상에서 희노애락의 꽃을 꽃피우는 행위이다... 2017-04-24 0 2636
425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를 찾아야 생명력이 있다... 2017-04-23 0 2128
424 "시인"이랍시고?-, 당신의 "구두"는 젖어보았는가... 2017-04-21 0 2488
423 윤동주 묘비의 각인을 살펴보다... 2017-04-21 0 3657
422 아프리카 세네갈 대통령 시인 - 상고르 2017-04-20 0 2779
421 시인은 시를 오랫동안 삭힐줄 알아야... 2017-04-20 0 2057
420 [쉼터] - "연변말"이 "마지막 수업"으로만 되지 말기만을... 2017-04-19 0 2546
419 아리랑은 영원한 아리랑이다... 2017-04-19 0 2366
418 시속에 무르녹아 있는 시어와의 만남을 류의하라... 2017-04-19 0 2672
417 [시문학소사전] - "산문시"란?... 2017-04-19 0 3203
416 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하나이다... 2017-04-19 0 2641
415 절대적으로 정신을 차려야 할 편집들께= "표절은 절대 금물" 2017-04-18 0 2902
414 그대들의 마음속엔 어떤 나무를 심었는가?!... 2017-04-18 0 2254
413 <화투> 잡설시 2017-04-18 0 2589
412 서사시는 敍事詩로서 장시(長詩)이다... 2017-04-18 0 2312
411 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서사시를 지은 시인 - 호메로스 2017-04-18 0 2681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