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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5)
2017년 05월 06일 00시 20분  조회:2969  추천:0  작성자: 죽림

수필 쓰기의 벽 

 

                                                                                                 최원현

...
...
만일에 제가 안내했던 그 길대로 따라오지 않으신 분이 계시면 저를 따라오신 분보다는 훨씬 힘이 드실 것입니다. 냐하면 몇 번 말씀 드렸듯이 수필 쓰기는 이론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예를 하려는 사람
이 처음부터 글씨부터 쓰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획 긋기 연습을 한 후에야 쉬운 글씨부터 쓰기 시작하는 것처럼 수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지금까지 여러분이 느끼신 것은 어떻습니까. 수필 쓰기가 쉬워 보입니까, 어려워 보입니까? 또 실제 써 보니 쉽습니까, 어렵습니까? 또한 어렵다면 무엇이 어렵습니까? 틀림없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수필 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시나 소설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어려울까요? 그 까닭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성 수필가들의 고백도 한결같이 수필을 쓰면 쓸수록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걸 하나의 벽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산이라고 해도 좋고, 강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만 여하튼 수필 쓰기를 어렵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수필가요 평론가인 이유식 교수는 <수필의 벽과 그 극복의 길>에서 몇 개의 벽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창작 과정에서 만나는 수필의 벽에서 첫째 신변잡기로의 위험성, 둘째 소논문이나 논설문으로의 위험성, 셋째 참신한 주제 찾기의 어려움, 넷째 허구 도입의 망설임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이유식 교수가 지적한 대로 우리가 수필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그런 벽 때문일까요? 한 번 이유식의 <수필의 벽과 그 극복의 길> 중 '창작과정에서 만나는 수필의 벽'을 보면서 강의를 
이어가겠습니다.

* 창작과정에서 만나는 수필의 벽
수필가들이 직접 수필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벽이라면 첫째가 신변잡기 식 경향으로 빠지기 쉬운 점과 소 논문이나 논설문 식으로 둔갑되기 쉬운 취약점이라 
하겠다. 그 둘째의 벽은 참신한 주제를 찾는데 다른 어려움과 사실에만 충실하느냐 아니면 허구를 얼마쯤 도입해도 무방 하느냐에 따른 망설임일 것이다.

☞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수필은 신변에서 소재를 얻지만 신변잡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대부분의 수필을 써보려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글로 옮겨놓을 수 있는 이야기조차도 처음부터 수필답게 써보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한 줄도, 아니 시작도 제대로 못 해보고 만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그 신변잡기에서 벗어나는 길을 아주 쌈박한 주제를 찾아내겠다는 욕심을 내다보니 가장 잘 알고 
그래서 만만하게 가장 잘 쓸 수 있는 것들을 버려 두게 된다는 것입니다. 수필은 아주 특별한 소재, 아주 특별한 내용을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시간에 말씀 드렸듯이 '노변한담' 같이 편안하게 읽힐 수 있는 글이 좋은 수필이 될 수 있습니다. 

1. 경수필의 경우 - 신변잡기로의 위험성

수필을 관례대로 경수필과 중수필로 크게 분류해 놓고 보면 경수필의 경우는 소재론적 입장에서는 자연히 
신변수필이나 생활수필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특히 신변수필을 쓰다보면 자칫 신변잡기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신변잡기란 문자 그대로 자기나 자기주변의 이야기를 단순히 늘어놓는 식이라 하겠는데 이런 수필은 의미성이 거의 없다.  신변수필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변잡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체험이 고도의 예술적 여과를 거쳐 질서화 내지 의미화 된다면 거기서 우리는 인생의 어떤 보편적 진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감동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경수필을 쓰는 경우라면 신변수필이 신변잡기가 되지 않도록 각별한 조심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여기서 주의 할 것은 '신변수필 = 신변잡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좋은 글감, 좋은 
글을 놓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만의 체험인 소재에서 예술적 여과를 통해 철학적 또는 문학적 의미화를 가져오라는 것이지 그냥 신변사를 줄줄이 써놓기만 한다면 그건 문학이라 하기 어렵게 됩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수필 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수필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하여 수필을 오해함으로써 갖게 되는 잘못된 접근 때문인 것입니다. '신변수필'과 '신변잡기'를 혼동하게 됨에 따라 소재의 빈곤을 겪게 되고 그래서 수필 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2. 중수필의 경우 - 소 논문이나 논설문으로의 위험성
중수필을 쓰다보면 고도한 작법훈련이나 발상법이 없으면 무미건조한 소 논문 식이거나 논설문 식으로 끝날 
위험이 높다. 이런 함정을 극복하려면 첫째로 소재를 수필의 제재(題材)에 과부족이 없는 '단소경박'(短所輕薄) 형을 찾아내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어느 누가 '장대중후'(長大重厚) 형의 제재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십중팔구 소 논문 식이거나 논설문 식으로 끝나기 마련일 것이다.그런 만큼 중수필의 제재라면 가령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역사학. 심리학. 생활과학. 민속학. 문화인류학. 철학. 윤리학 등의 인문과학과 나아가 자연과학의 연구대상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물에서 빠져 나온 사금(砂金)과 같은 제재가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제재에 대해서는 정면접근을 피하고 오히려 측면이나 후면접근을 하는 것이 수필적 접근이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낙수'(落穗)요 '여적'(餘滴)의 성격으로 접근해야 된다는 뜻이다. 이런 형의 중수필에서 인생의 진실이나 어떤 이치를 깨닫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촌철살인(寸鐵殺人)적 수필다운 효과요, 그 멋과 맛이라 하겠다. 
중수필이라고 해서 '장대중후'한 큰 창문 식 제재를 통해 인간사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단순경박'한 제재 
즉 바늘구멍이나 열쇠구멍 또는 문구멍을 통해 인간사를 바라보는 것이 긴장과 짜릿함의 멋이 있다는 뜻이다. 또 이렇게 되어야 소 논문이나 논설문 식의 무미건조 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수필의 집은 대형 간판이 거창하게 붙은 '불고기 집'이나 '불 갈비 집'이 아니라 골목 어귀에 있음
직한 '꼬리 곰탕 집'이거나 '족발 집'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만약 여성의 남녀동등화 문제를 수필로 다룬다고 하자. '장대중후'한 제재를 피한다면 가령 여성의상을 통해서도 그런 주제를 얼마든지 형상화 할 수 있다. 아니 진정 '바늘구멍' 식 관찰이라면 의상에 부착된 단추나 지퍼의 위치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그런 해석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아시다시피 여권신장이 안 됐던 지난 시절에는 블라우스나 바지 그리고 스커트나 원피스의 단추나 지퍼가 불편스럽게도 뒤쪽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복고풍이 아닌 이상 남자복식과 마찬가지로 그 위치가 모두 앞에 와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 흔히들 중수필이라고 하면 논문식 글을 떠올리고, 또 무거운 주제이거나 양이 많아지면 중수필로 몰아 
버리는 예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거야말로 '수필'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입니다. 위에서 예로 든 '여성의 남녀동등화' 같은 주제도 여성 의상의 단추나 지퍼의 위치만 다루어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곧 무거운 주제가 주어지면 내용도 무거워야 하고, 가벼운 주제이면 내용도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쉽고 편하게 풀어갈 방향을 놓쳐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수필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엉킨 실 끝을 찾아내는 것처럼 접근해야 합니다. 
첫 문장부터 독자가 보고 반할 정도로 써보겠다고 하거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분명하게 전달 
하려는 의지가 앞서면 결국 시작은 했다 하더라도 몇 문장 나아가지 못하고 막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3. 참신한 주제 찾기의 어려움
소재에서 주제를 찾아내건, 주제를 정하고 그에 알맞는 소재를 찾건 수필창작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참신한 주제 찾기에 있다고 하겠다. 특히 경수필만 써 온 수필가라면 한두 권의 수필집을 내고 보면 소재나 주제의 고갈을 실감할 것이다. 비슷한 소재나 비슷한 주제에 스스로 싫증도 느낄 것이고, 때로는 참신한 주제가 없을까 많은 고심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발상법의 전환'이나 '착상법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점은 수필창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뒤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로 한다.

☞ 남이 찾아내지 못할 기발한 생각이나 소재를 찾아내면 기막힌 수필이 나오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밀가루'라는 재료로 우리는 열 가지도 넘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본 것, 보이는 것 그대로만 보기 때문에 쓸거리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하늘은 파랗다, 바닷물도 파랗다, 산의 나무들도 파랗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만일 그림으로 그린다면 그들은 하늘도 빨갛게 그리고, 나무도 노랗게 그릴 것입니다. 그들이 보았던 하늘 중 가장 강한 인상으로 남았던 저녁 노을진 하늘을 아이들은 그리는 것이고,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 쏟아지는 시간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나무를 본 강렬한 기억이 서슴없이 나무를 
노랗게 그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필 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도 보이는 대로 한 가지만 생각하고 보려하기 때문입니다. '발상법의 전환', '착상법의 전환'도 바로 이러한 바꿔 생각하기의 발전인 것입니다.

4. 허구도입(虛構導入)의 망설임 문제 
수필가라면 때로 허구의 도입이 허용되는지 안 되는지 꽤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필평론에 있어서도 이미 이런 점은 공개적으로 쟁점화 된 바 있다. 구성화 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사실 그대로여야 한다는 논리와 필요시엔 허구의 도입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맞서 있다. 허구를 일체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논자들의 논리는 수필이 '체험의 문학'이요, '사실의 문학'인 만큼 어디까지나 체험이나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필을 소설과 대비해서 본다면 우선 그 논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이 '허구의 문학'이라고 해서 일체의 어떤 사실이나 체험이 들어가서는 안 되고, 어디까지나 100% 허구이어야 한다고만 주장하면 그것은 개념적 정의에만 지나치게 속박시키는 폭력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필이 '사실의 문학'이라고 하여 허구가 조금이라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그것도 
'사실의 문학'이란 개념적 정의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경직된 논리라고 하겠다. 나는 무조건적인 허구의 도입은 인정하지 않지만 예술적 효과나 감동의 창출을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부분적 허구는 인정해야 된다고 본다. 가령 한 편의 수필에 있어서 뼈대가 되는 사건이나 사실 자체를 허구화시켜 사실인 양 내보여서는 안 되겠지만 지엽적이거나 구성적 동기부여라면 허용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수필가 이철호 씨가 '수필창작에 있어서의 구성과 그 전개'란 글에서 밝힌 바도 있는데 나도 상당부분 공감을 한 바 있다.
수필은 비록 '사실'에 충실한다 해도 100% 사실위주의 글이어야만 하는 일기문이나 르뽀르다쥬 그리고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만큼 '사실의 문학'이란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 '선의의 거짓말'이란 말이 있듯이 '선의의 허구'는 용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필가는 사실의 충실한 기록자가 아니며, 단순한 작문가도 아니라 수필이라는 집을 창조적으로 지어내는 예술가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수필이 자기의 체험적 이야기라 하여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니까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소설은 아예 '허구'라고 하여 출발을 하니가 그런 부담이 없지만 그렇다고 소설이 모두 '허구'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소설 또한 작가의 직.간접 체험을 바탕으로 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수필에서 너무 '허구'에 민감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수필은 자기의 이야기인데 자기의 이야기를 왜곡되게 쓰거나 또는 과장되게 쓴다면 결국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것이며, 그것은 이미 수필로서의 품격을 잃어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위 이유식 교수의 글에서 ' 수필가는 사실의 충실한 기록자가 아니며, 단순한 작문가도 아니라 수필이라는 집을 창조적으로 
 지어내는 예술가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처럼 수필도 창작문학이란 점을 인정할 때 창조적으로 집을 짓는데 풀향기를 내고 싶으면 흙속에 풀을 넣을 수도 있고, 색감을 넣을 수도 있는데 그걸 '허구'를 삽입한 것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우리가 수필 쓰기에 들어가면서 진실하게 솔직하게 수필을 쓴다는 점만 있지 않는다면 이 또한 크게 문제될 성질의 것이라 아니라 생각됩니다.
이상에서 수필쓰기에 대하여 벽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몇 가지 살펴보았습니다. 처음엔 쉬워 보이다가도 막상 해 보려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처음엔 어려워 보이다가도 
 막상 해보면 할만한 것도 있습니다. 수필쓰기도 그렇습니다. 무엇이 어려운가,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첫 단추부터 끼워야 함에도 그 첫 단추를 무시하고 건너 뛰어서 두번째 내지 세번째 단추부터 끼우려 하니 잘 안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쉬운 것, 하찮은 것 같아 보이는 것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우린 그걸 무시해 버리는 것이지요.
수필은 작은 것, 하찮아 보이는 것을 귀하고 아름답게 볼 수 있어야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그런 눈, 그런 마음, 그런 생각이 쑥쑥 자라나길 바라겠습니다.

수필의 구성 요소와 참신한 주제 찾기 (2)

우리는 흔히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작품)을 쓸 수 있는가란 질문을 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에 확실한 답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쓰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고, 또 같은 작품이라도 그 작품을 읽는 사람의 개인차에 
 따라서 평가도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쓴 글이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읽는 사람이 좋다고 느끼지 못하면 결코 좋은 글이라고 할순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객관적일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거나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그런 작품을 우리는 좋은 글, 좋은 작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필 쓰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면 될까요? 
수필은 너무 많은 이론에 매이다 보면 오히려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들이 구속의 요인이 된다면 그 글은 이미 순수한 의미에선 허구에 가담했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랜동안의 습작 또는 작품활동이라는 훈련을 거친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한 편의 글이 우러나오는 것은 그가 상당한 훈련을 통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의 경지를 이룩한 결과이며, 다른 사람들의 그러한 경험을 들으므로써 나의 작품 활동에도 큰 도움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강의부턴 수필 쓰기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런 1단계로 수필 쓰기를 어려워만 하지 않고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하여 먼저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수필의 구성 요소 

수필은 형식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아니 '형식이 없는 것이 수필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형식이 없는 그 형식이 수필의 형식이라면 어려운 말이 될까요? 일 정한 틀이나 요건만 갖추면 그것이 좋고 나쁜 차이는 있을지언정 형식면에서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제반 문학장르들인데 비해 수필에선 그런 형식을 주장하지 않다보니 그러한 장르로 잘 구분이 되지 않는 모든 부류를 수필류에 포함 시키는 것 같아 준 문학장르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결코 수필이 형식이 없는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형식을 중시하는 것이 수필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수필의 구성요소를 중시합니다. 구성요소를 충족치 못하면 수필다운 수필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필을 쓸 때 4가지의 구성요소를 말합니다.
바로 주제(主題)와 제재(題材)와 구성(構成)과 표현(表現/描寫)입니다. 즉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나타내려는 핵심적인 사상이나 중심적 의미인 主題, 그러한 사상이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선택하는 소재 또는 제재(題材), 이런 선택된 재료들을 치밀하게 얽어짜서 조화를 이루고 의미화 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인 構成,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생명력 있게 작품으로 잘 드러날 수 있게 하는 알맞고 효과적인 표현인 描寫, 이러한 일련의 유기적 관련의 작업이 전혀 꾸밈 없이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져 한 편의 글로 완성 되었을 때 우린 좋은 글이라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글을 있게 하는 주제와 소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2. 참신한 주제와 소재 찾기 

1) 좋은 수필의 첫째 요건은 무엇보다도 문장이 솔직하고 소박하여 진솔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저 아름다운 말로 꾸미려만 하다보면 진실과 멀어지기 마련이고 독자의 가슴을 파고들지 못하는 
허약한 내용, 겉치례로 넘치는 문장이 되어 진솔성을 저버리게 됩니다. 좋은 글, 좋은 수필이란 무엇보다도 독자를 감동 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글이 되는 표현 곧 문장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고,그 문장은 작자의 품격이 스며난 것으로서 아주 잘 익은 술처럼 은은한 향기로 작자의 사상과 감정이 넘쳐나게 하는 것입니다. 

2)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참신한 주제와 소재 찾기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대개의 작가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수필은 자기의 주장을 아주 강하게 말하는 것도, 또 너무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그렇다고 자기 독백처럼 
되어서도 아니되는 문학이기 때문입니다. 
해서 특출하게 한다고 해서 너무 기발하거나 괴벽스러운 것도 참신성을 잃기는 마찬가지고, 너무 
일상적이고 평범해도 그렇습니다. 결국 참신한 주제와 소재란 다른 사람은 겪지 못하는 나만의 독특한 체험일 것이고, 그것이 충격적으로 자신을 지배하는 것, 남보다 더 많은 생각과 주의 깊은 관찰 속에서 자기만의 것을 찾아낼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다시말해서 동일한 사건도 자기만의 눈, 자기만의 생각, 특유한 자기만의 체험이 될 수 있을 때 참신성이 돋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되며, 이러한 참신성이야말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맛이요 멋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수필의 주제는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식이 아니라 은근하게 시사만 해 주어서독자가 자기 수준에서 
깨닫게 해주어야 하며, 적당히 여백의 여유를 주어야 여운으로 오래 남게 되는 것이라고들합니다. 이야말로 우리가 꼭 새기고 있어야 할 사항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수필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주제와 소재 찾기의 어려움이요, 또 찾아내는 그러한 주제와 소재가 진부한 것들이 아닌 참신한 것들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수필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 수필 쓰기의 제1 관건은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와 무엇으로 쓸 것인가인데 그 또한 다른 사람들의 
많은 작품을 접하면서 나름대로의 생각 넓히기, 생각 깊이하기, 색다르게 생각해 보기 등을 해야만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원고량이 정해지는 경우 같으면 더욱 힘이 듭니다. 그냥 길이에 구애됨이 없이 쓰는 글도 쉽지 않은데 원고 매수에 맞춰야 할 때는 내용을 대폭 늘리거나 줄여야 하는 이중고,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제목을 붙이는 것,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은 한 편의 글을 완성할 때 맞이하는 아주 큰 어려움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마무리 한 문장을 만들지 못해 몇 달을 퇴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주제와 소재를 얻게 되면 수필 쓰기에 들어가는데 이 때 가장 주의 할 일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좋은 단어로만 나열하려 한다던가, 내가 읽었던 아주 아름다운 문장처럼 만들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벌써 진실하고 솔직한 글로 나아갈 길을 잃게 됩니다. 소박하게, 담백하게 얽어가서 시원함이 감돌고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감지되게 해야 좋습니다. 욕심을 버린다는 것,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글에 지나친 화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것도 같고, 안 한것도 같으면서 품위와 격조를 유지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 수필은 바로 그런 글입니다.
그러나 역시 그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원고 청탁을 받고 급하게 썼던 글이 한 편 있습니다. 그런데 원고량이 1천자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초고에서 1,800자가 되었습니다. 다시 줄이니 1,400자가 되었습니다. 결국 더 줄여서 1,100자 정도로 만들어 보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없는 버리기를 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버리기는 버리되 버려도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주제, 소재, 구성, 표현을 살펴보며 집이 무너지지 않게 서까래를 몇 개 빼내는 작업을 
해야 했던 것입니다.
여기서도 문제가 생깁니다. 조금 지나치게 너무 빼면 집이 무너져 버리는 것처럼, 너무 빼다 보면 처음에 내가 말하려 했던 핵심이 잘 
나타나지 않아서 좋은 글이 되지 못하는 위험을 낳게 됩니다.
그 예는 다음 강의에서 직접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하나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꾸준한 습작과 수련입니다. 그 습작과 수련에 대해서 윤오영의 <수필작법>에서 제시한 내용을 중심으로 습작과 수련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의 편의상 내용을 재구성합니다)

* 습작과 수련(3)
- 윤오영의 <수필작법>에서-

글은 거저 쓰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냥 한 편의 글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많은 글을 읽지도 않고 글을 쓰려는 것은 밑천도 들이지 않고 장사를 하려는 것과 같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읽어도 써 보지 아니하면 안고수비(眼高手卑)격이어서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목수(木手)나 석공이 되려면 먼저 끌 구멍을 파고 대패질을 하는 데, 징을 대고 망치질하는 데도 많은 수련을 쌓은 뒤라야 비로소 공예품이나 조각에 착수할 수 있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을 쓰려면 우선 많은 습작과 수련을 하라는 것입니다.
등단을 하려면 시나 소설은 보통 2회의 추천이나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장하게 됩니다. 추천제이건 신인상제이건 많은 수련을 거친 결과일 것입니다. 수필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필이라고 대번에 써서 될 리가 없습니다. 이것이 현재 수필다운 수필이 드문 이유의 하나입니다.
구양수는 단 다섯자를 쓰기 위해서 수십 매의 원고를 버렸고, 육방옹은 만 수천 수의 시를 쓴 시인이지만 8천 수가 넘은 뒤에야 남 앞에서 서슴지 않을 시를 쓸 수가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이태백이 쇠절구공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다시 들어가 공부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지 않습니까?
천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투른 글을 빨리 발표할 일이 아닙니다. 자기의 글이 처음 활자화됐을 때의 기쁨은 큽니다. 그러나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 수가 많습니다. 반드시 직업 문인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문단인과의 교유, 문학단체에 참가함으로써 문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분투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고독의 길을 가고, 스스로 자기를 키워나가는 길입니다. 원래 수필은 고독의 소산입니다. 이것이 싫다면 정치나 사회활동을 할 일입니다.
그러면 수필이란 현실도피의 문학인가 하고 반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야 참여문학일 수도 있고 비판, 투쟁, 혁명의 문학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예란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이란 연마가 필요합니다. 연마를 하는 데에는 또 일정한 기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혼자 대성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보면 오히려 두각을 나타낼 기회를 놓치게 된다.
우선 한 자리 뚫고 앉아서 정진해야 한다고. 그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당선작가나 출세한 작가들이 그 후에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예가 많고, 
기성 작가들도 얼마 안 가서 관록으로 한몫 보고 있는 예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 나라 때 시인 최호는 황학루(黃鶴樓) 시 한 편으로 이백을 압도하고 당나라 시단의 제 일인자로 후세에 
길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단 한 편이라도 걸작을 낼 수만 있다면 많이 발표하지 못한 것을 한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 문학수필다운 수필이 별로 없는 것도 오로지 기초적인 수련의 과정을 밟지 아니했다는데 중대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수필이 다른 문학보다 수준이 낮다고 할 것이니 이것도 소설이나 시나 평론을 쓰는 문학가가 그 여세를 빌어 쓴 것 외에 전문가가 드물다는 데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초적 수련을 잘 하여 출발한다면 일약 웅비하여 수필문학의 개척자로서의 영광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초심자들이 커다란 야망을 갖고 원대한 출발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글을 썼으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퇴고를 거듭해야 할 것입니다. 일사천리의 속필이 재주가 아닙니다. 한 자 한 자 쪼고 쪼아서 정밀하게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또 방망이를 못 맞은 글이란 자기만족에 그치고 때를 벗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소설이나 시는 평론가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수필은 평가하는 이가 드물기 때문에 항상 자기류에서 
만족하고 만다는 것도 수필이 발전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친구나 선배의 비평을 듣기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칭찬하는 이가 있으면 두 번 다시 찾아갈 필요가 없지만, 결함을 지적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고마워 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해서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헐뜯기는 것을 싫어하는 까닭에 이것이 항상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 글의 결함을 밝혀 주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꾸준한 자기와의 싸움으로 수련을 하고, 자기의 결함을 지적해 주는 사람을 찾아 그 결함을 시정하며,  정진해 갈 때 한 편의 좋은 수필을 써 낼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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