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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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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 竹林 반쪽 삶 티끌萬事詩(14)
2017년 05월 17일 23시 09분  조회:1291  추천:0  작성자: 죽림

73

 

 

그끄저께와 엊그제,-

놋쇠며 철붙이며 널판자며로

뚝딱 뚝딱 섣부르게 몽환정원 만들다

꽃들이 강강수래 쾌지나칭칭 피여나고

나비며 꿀벌이며 흐드러지게 날아예다

시내물도 도리돌돌 흐르고

모래무치며 돌쫑개며 내노라 헴치다

…어느 날, 문득,

모든 관문

주먹통 자물쇠와 벗되다

 

열려라 참깨―

열려라 참깨―

 

맘의 벽에 부딪친 메아리

피투성이 되여

한숨으로 처절히 돌아올뿐…

 

 

 

 

 

또,

뚝딱 뚝딱 섣부르게 허물고 짓는,-

놋쇠며 철붙이며 널판자며로

요지음 이러구러 새 몽환정원 들볶다

새소리 이 산 저 산 옮아가다

날바다 파도소리도 정겹게 들리다

들개들도 콩콩 왕왕 짖으며 달려오다

죽림(竹林)의 록색 설레임도 누벼가다

 

오호라,―

제발 열려라 참깨!

맘속 벽이여!―

 

 

 

 

 

 

 

 

 

74

 

 

(1)

 

빨간 옷 입은 씨름군과

파란 옷 입은 씨름군이

십자로에서 앞치락뒤치락

황소 없는 씨름판 끝없고…

온종일 티각태각해도 무승부-

노란 옷 입은 심판원

심판서다 못해

아픈 눈만 껌벅껌벅…

 

(2)

 

빨간 갑문이 닫힌다

노란 자물쇠 철그덩,

노란 열쇠 찰카당,

파란 갑문이 열린다

 

 

 

 

 

 

(3)

 

정전이예요

아이쿠, 서 동 칠색 바람들

갈팡질팡…

 

(4)

 

산수문제를 1, 2, 3, …

다아 - 셈공부

풀지 못한 끝없이 외워도

나머지공부 십자가공부

키 키

다 다

리 리

애 애

 

(5)

하아얀 나라에서

까아만 나라에서

365날… 사시절…

빨강, 노랑, 파랑 꿈- 딱, 셋점.

 

 

 

 

75

 

 

1초,

60분,

삼시절(3时节)

 

눈을 열다 빠금히

눈을 펼쳤다 푸르통통

눈을 비볐다 빠비작뺘비작

눈에 피멍울 맺혔다 빨긋빨긋

 

ㄱ ㄴ ㄷ ㄹ…

ㅏ ㅑ ㅓ ㅕ…

 

시험 끝마친 아이들이

눈물 떨군다 빨강빨강…

 

 

 

 

 

 

76

 

 

오늘,

저 마을 아이들이

모두 다 미쳐나보다

 

(기윽)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읏) (이응) (지읒)

(치읓) (키읔) (티을)

(피읖) (히읗) (쌍기윽)

(쌍디귿) (쌍비읍) (쌍지읒)―

시허연 서리꽃 옮은

18현(弦)을 지깨물며

쾅쾅 켜고 켜대는…

 

(꽝과리) (징) (북) (장구)―

누우런 이끼 묻어나는

사물(四物)을 짓씹으며

어절씨구 두드려대는…

 

 

 

 

 

 

 

오늘,

저 산

저 강

재너머 아이들도

덩달아

박바가지장단 짓부셔뜨리며

쌍초롱불 들고 우야…

우등불가로

불쑥불쑥 달려나오는…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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