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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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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 竹林 반쪽 삶 티끌萬事詩(26)
2017년 06월 12일 23시 41분  조회:1391  추천:0  작성자: 죽림

 

 

 

 

 

122

 

 

―훈춘 동북범의 죽음에 화답함.

 

 

 

옹노에 걸렸다가

뛰쳐나왔다가

그 일을 저질렀다가

또 산등성이를 헤매다가

또 다른 그 일을 저질렀을까

 

혹은…

 

그 일을 저지른 뒤이다가

옹노에 걸렸다가

뛰쳐나왔다가

또 산등성이를 헤매다가

또 다른 그 일을 저질렀을까

. . .

. . .

. . .

휘음(諱音) 비탄(悲歎) 앙갚음

휘음… 비탄… 앙갚음…

천읍지애(天泣地哀)

부월부당(斧銭斧档)

복심지질(腹心之疾)

 

 

 

 

123

 

 

 

…그저

소(牛)란 놈은

“엄―마―”

하고

영각소리 낼 때에만

딱 소(쇠) 되고 싶어한다…

 

쇠 코뚤에다가

쇠뿔에 동여진 바줄에다가

쇠 멍에에다가

쇠 목바에다가

쇠 후걸이에다가

쇠…덜커당덜커당…쇠달구지…

 

쇠심떠깨까지에다가

쇠좆매까지에다가

쇠…쩝쩝쩝쩝…쇠똥구리…

 

“철쇠”가 “황소”를 먹고

“핵산”이 “화살”을 먹는 이때…

…"쇠(소)"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124

 

 

 

 

워낙 숭석(崇昔)엔

딱―

있을 것만 있었다우

 

그 둥그라미위에는―

 

워낙

숭석엔

딱―

없을 것은 없었다우

 

그 저편 위에는―

 

"―체" 따위란 놈은

잡동사니와 함께 늘어만 가고

향기 없는 둥치는 흐느끼며

엊그제 숲을 그리고…

 

―모두들 안녕하시우…

 

 

 

 

 

125

 

 

 

아침 느지막이

매일매일

엉뎅이에 운동장 벌리는 골목,

부시시 비벼대는 눈 눈…

파지 쥐고 달려갔다 되려 들어오는 골목골목,

여기 서남가 69번지 찾아 헤매 도는 골목골목,

허리와 엉뎅이 사이의 그 크나큰 골짜기

그 너머너머너머너머로

세기와 더불어

"21+눈높이"〓… 아지치는 골목골목,

 

하느님 맙시사 변소문 열쇠 열며 투덜투덜…

나무아미타불 변소문 열쇠 잠그며 투덜투덜…

하건만,

바자 굽에 제멋대로 난 해바라기와

줄당콩들이 한 졸가기와

새벽장 짓썰어 먹은 채 히히히…

또 여기저기에 높낮이로 가로세로

얼기설기 진을 치는

저기 저 거미떼들

시간 맞춰 여달음하는 이 보고 흐물흐물…

 

 

 

 

 

또 "21+눈높이"를 선도하는 우편함도

날마다 기쁨 "囍"자 버젓이 나붙은 대문

힐끔 쳐다보다 얼굴 해쓱 질리고

 

또 그 지겹고 그 질척이는

아득한 터널 건너건너

한 일자로 파란 하늘만 보이는

그 사이사이 봉긋한 두 고개

하냥 고독과 그리움만 짜내고―

 

오호라, 그 언제나 즐거웠던

동구밖 어구의 그리움은

지쳐지쳐 쉰 소리 내다내다

하얀 안개로 몸부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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