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상상력의 무늬들은 새로운 세계와 세상의 풍경을 만든다...
2017년 07월 24일 04시 25분  조회:1953  추천:0  작성자: 죽림


5

아이가 물통을 들고와 죽은 나무에 물을 준다.

황량한 들판, 홀로 선 앙상한 나무에 물을 준다. 별다른 이유 없이 말을 할 줄 모르는 아이. 물은 준 아이가 나무 아래 눕는다.

기다리는 것이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희생}의 이 마지막 장면은 유명한 상징으로 알려져 있고, 강한 이미지로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 닿았다.

우리 현실 속 불안과 황무지와 상실의 이미지와, 그에 대한 희망과 기다림과 구원의 이미지가 강하게 맞물려 굵은 수레바퀴자국을 남겼다고나 할까.
아이는 기억한다. 매일 물을 주어 3년 후에 꽃이 온통 만발했다는 죽은 나무이야기를, 끝없이 노력하면 세상을 변하게 한다는 알렉산더의 이야기를 믿는다.

유일한 소통자는 말을 못하던 아들뿐이었던 알렉산더는 정신병원으로 끌려간 뒤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느니라"는 {희생}의 마지막 자막은 [안개 속 풍경]의 결말과 비슷하다.

이는 무엇을 암시하는 말일까. 새로운 소통? 새로운 희망?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장면들은 매우 시적이다.

이 영화에서 우체부인 오토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기다리죠. 무엇인가를." 알렉산더도 말한다.

"내 삶은 긴 기다림에 불과했지." 평생 기차역에 서서 기다리는 느낌, 그것이 인생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이미지의 마술사인 타르코프스키는 다양하게 변주되는 환상적인 영상 속에서 끊임없이 속삭인다.

 그 내밀한 언어는 절망 속의 희망일 터이다. {희생}은 불안과 단절이라는 구조 속에 있는, 소통과 희망의 한 길목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리라. 
황량한 길. 몸뚱이만 남은 나무들이 길을 만들고 있다.

그 길을 두 여인이 서로 기대어 걷는다. 고립되고 단절된 시간과 공간을 '함께' 걷는다.

그래서 사진은 전혀 황량하지 않다. 모순된 충동들 사이로 어떤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 작은 믿음을 만들고 있다.

소통은 내 안으로 난 길이고, 또한 함께 가는 길이다.

결국 우리가 찾고자 했던 것은 '함께 걸을 길'이었고, '함께 걸을 그대'였던가. 이렇게 이 사진의 은유는 우리에게 존재의 각성을 가져오고, 또 스스로 위로하는 법을 제시한다. 살아왔고, 살아갈 모든 이유는 '함께'라는 길이었던 것.
이처럼 세계는 카메라의 파인더 속에서 숨겨진 목소리를 낸다.

주변사물과 우리를 이어줌으로 형성되는 수많은 관계와 소통.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전달하고 전달받으며, 삶을 견디는 방법을 알게 된다.

시나 사진이나 영화에 관한 욕망은 바로 이런 은유의 세계를 통해 한 그리움에 닿고자하는 열망과도 같은 것.

이러한 강렬한 존재를 체험하고자 하는 의지가, 의식보다 원래 시적이라는 무의식의 세계를 통과해 이미지로 전개되는 것이리라. 
서정적이며 순수한 예술 영화로 우리가 잃어버린 원초적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들은 소박하면서도, 가슴 밑바닥을 뒤흔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199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체리 향기}는 일상의 사소한 풍경을 통해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접근한다. 영화 속의 절제된 영상과 단순한 서사구조는 근원적 울림으로 가득하다.

자살을 결심한 40대의 남자가 자신을 묻어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거리를 헤매는 과정 속에 불거지는 삶의 아름다움.

주인공은 수면제를 먹고 나무구덩이 속에 누워 있을 자신의 시신 위로 흙을 덮어줄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의 제의를 받아들인 사람은 세 번째에 만난, 박물관에서 박제를 만드는 노인이다.

제의를 받아들이면서도 노인은 자신이 본 다양한 삶의 아름다움과 살아 있음에 대한 축복을 가르쳐 준다. 노인은 늘 죽음 곁에 사람이라는 것도 하나의 은유이다.

주인공은 결국 삶을 선택한다. 고독과 방황과 기다림은 결국 인간에게 구원이라는 희망을 위하여 있다.

존재의 바닥을 탐구하려는 키아로스타미의 집요한 정신이 내는 커다란 울림. 일상에 숨겨진 삶의 신비를 드러내는 은유의 풀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오마르 카이얌의 4행시에서 더욱 향기로워진다.

인간이여
삶을 즐기려면
죽음이 뒤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리고 체리 향기를 맡아보아라


6

다시 상상한다. 씨앗 위에 흙을 덮는다.

솜털 투명한 떡잎, 줄기에서 벋어나는 가지, 가지에 부푸는 망울들, 경이에 눈을 치뜨는 꽃술, 잎새를 말갛게 통과하는 햇살, 꽃부리에 유희하는 바람, 다시 씨방 안에 맺히는 씨앗들, 그 씨앗을 받는 그대, 그대 앞에 놓인 길. 그리고 잎보라. 눈부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진실에 대한 어떤 가치와 순수. 무엇보다 우리는 우주 속에 있는 무한한 은유의 세계를 상실하고 있다.

부단히 반복되는 삶. 이제 어디에서 그 비밀의 세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모든 답은 '그대'이다. 그대는 '희망' 자체니까. 그대와의 소통이 삶의 이유이다.

모든 풍경의 이유이다. 시를 쓰는, 사진을 찍는, 영화를 보는, 아름다운 이유이다.
소통이 씨앗을 뿌리는 일이고 희망이 꽃을 피우는 일이라면 여기엔 기다림이 필요하다.

상상력은 기다림이라는 열에너지. 수많은 이미지가 피고 진다.

결론적으로 꿈이란 소통에의 의지. 그 꿈은 상상력으로 우리의 삶을 교직하고 채색한다.

이 상상력의 무늬들은 새로운 세계와 인식을 열면서 세상의 풍경을 만든다.

은유의 눈동자들이 만들어낸 이 무늬 속에 희망은 이미 예비되어 있을 것. 사람과 사람들이 이 길목에 선다. 그리고 기다린다. 
사유를 제시하는 어떤 이미지들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울림을 듣는다.

북소리 같은 울림이 아니라, 깊은 동굴 속 어둠 어디선가 떨어지고 있는 물방울 같은, 맑은 울림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50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2) 2017-05-05 0 2684
449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 2017-05-05 0 2432
448 시인은 자국자국마다 시향을 흩날려야... 2017-05-05 0 2688
447 시의 파문이 느리게 오래 지속되는 시를 써야... 2017-05-05 0 2320
446 시인은 위대한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2017-05-05 0 2322
445 시는 자기 자신의 삶을 발견하는것이다... 2017-05-05 0 2029
444 [고향문단소식] - 시내물 흘러 흘러 강물이 되여 바다로 간다... 2017-05-04 0 2279
443 시인은 령혼이 없는 시, 5차원이 없는 시를 쓰지 말아야... 2017-05-04 0 2146
442 시인은 함께 하는 눈과 멀리 보는 눈이 있어야... 2017-05-04 0 2188
441 시인은 화폭같은 이미지를 잘 구사할줄 알아야... 2017-05-02 0 2538
440 시는 짧은 속에서 시인의 시력과 시야가 압축되여 있어야... 2017-05-01 0 2175
439 시인은 언어란 이 괴물을 쉽게 휘여잡을줄 알아야... 2017-05-01 0 2206
438 시인은 고독한 원을 긋으며 도망친다... 2017-05-01 0 2231
437 시란 잘 고양된 수학이다... 2017-05-01 0 2782
436 [시문학소사전] - "이미지스트"란?... 2017-05-01 0 3497
435 [시문학소사전] - "무운시"란?... 2017-05-01 0 3417
434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론으로 시창작에 림하면 행복하다... 2017-04-30 0 1858
433 시의 정신활동은 가장 중요하게 통찰력과 상상력 이다... 2017-04-30 0 2117
432 시를 배울 때 이전에 배운 지식들을 다 버리시ㅠ... 2017-04-30 0 2003
431 시를 공부하는 과정에는 "이미지"가 한 필수조건 이다... 2017-04-30 0 2163
430 시지기라는 눔에게 "치매 걸린 엄마"라도 있었으면... 2017-04-30 0 2044
429 시인은 고독을 줄기차게 친구 삼고 문제의식을 늘 가져라... 2017-04-30 0 1851
428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2017-04-24 0 3050
427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크릴로프의 우화를 읽게 해야... 2017-04-24 0 2975
426 시란 무경계 세상에서 희노애락의 꽃을 꽃피우는 행위이다... 2017-04-24 0 2384
425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를 찾아야 생명력이 있다... 2017-04-23 0 1805
424 "시인"이랍시고?-, 당신의 "구두"는 젖어보았는가... 2017-04-21 0 2172
423 윤동주 묘비의 각인을 살펴보다... 2017-04-21 0 3310
422 아프리카 세네갈 대통령 시인 - 상고르 2017-04-20 0 2423
421 시인은 시를 오랫동안 삭힐줄 알아야... 2017-04-20 0 1799
420 [쉼터] - "연변말"이 "마지막 수업"으로만 되지 말기만을... 2017-04-19 0 2246
419 아리랑은 영원한 아리랑이다... 2017-04-19 0 2070
418 시속에 무르녹아 있는 시어와의 만남을 류의하라... 2017-04-19 0 2409
417 [시문학소사전] - "산문시"란?... 2017-04-19 0 2900
416 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하나이다... 2017-04-19 0 2308
415 절대적으로 정신을 차려야 할 편집들께= "표절은 절대 금물" 2017-04-18 0 2532
414 그대들의 마음속엔 어떤 나무를 심었는가?!... 2017-04-18 0 1980
413 <화투> 잡설시 2017-04-18 0 2324
412 서사시는 敍事詩로서 장시(長詩)이다... 2017-04-18 0 2018
411 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서사시를 지은 시인 - 호메로스 2017-04-18 0 2388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