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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로 입대 결정되는 태국과 멕시코
면제 받기 위해 뽑아야하는 공은 두 나라 모두 '검은공'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그룹 갓세븐(GOT7) 멤버이자 태국인인 뱀뱀이 군면제를 받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비뽑기로 진행되는 태국의 '복권식 추첨징병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징병검사를 통해 신체상 이상이 없는 대상자는 무조건 입대해야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생소한 제도지만, 태국에서는 60년 넘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징병제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제도다.
태국의 추첨징병제는 지난 1954년부터 시행됐으며, 추첨 방법은 검은공과 빨간공 중 하나를 뽑아 검은공을 뽑으면 면제, 빨간공을 뽑으면 군대에 입대해야하는 제비뽑기 방식이다. 보통 검은공과 빨간공의 비율은 7대 3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병역법이 강화되면서 전통적으로 병역면제를 받던 승려들도 제비를 뽑아야하는 상황이 왔고, 트랜스젠더 역시 생식기까지 완벽하게 전환수술을 받지 않은 경우에는 공을 뽑아야한다. 그래서 태국 내에서는 징병시즌마다 스님 옆에 트랜스젠더가 앉아 추첨을 기다리는 매우 독특한 풍경이 그려진다고 한다.
추첨을 통해 빨간공을 뽑은 사람은 1년간 병역을 이행해야하며, 추첨 전에 자원입대를 한 경우에는 병역기간이 6개월로 줄어든다. 중도에 마음이 바뀌어서 가고 싶어도 검은공을 뽑은 사람은 무조건 면제이며, 다른 사람과 공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태국은 병사 봉급이나 대우가 좋은 편이라 예전에는 자원입대자가 많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남부 반군과 싸움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군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태국 청년들은 이 제비뽑기를 두려워한다고 한다. 특히 이 제비뽑기는 늦게하면 유리할수도 있고, 불리할수도 있다. 늦게할 경우에는 검은공 숫자가 줄어들어 빨간공을 뽑을 확률이 높아지는 반면, 빨간공을 먼저 뽑은 사람이 많아서 군의 목표 입대자 숫자가 채워지면 그 뒤에 대기자들은 전원 자동면제를 받기 때문에 먼저 뽑는다고 꼭 유리하지는 않다. 뱀뱀도 제비뽑기 전에 군의 목표 입대자 숫자가 모두 채워지면서 자동으로 면제됐다.
태국과 같이 이런 특이한 징병제도를 운영하는 또다른 나라가 멕시코다. 운영방식은 태국과 거의 비슷하며, 다만 공 색깔이 좀 다르다. 검은공, 빨간공인 태국과 달리 검은공, 흰공이다. 여기도 태국과 같이 검은공을 뽑으면 면제된다. 검은공과 흰공의 비율이 6대 4정도라 태국보다 검은공을 뽑을 확률이 좀 적은 편이다. 멕시코는 마약조직과의 실전을 방불케하는 진압작전이 펼쳐지기 때문에 실제 전투에 나서는 병력자원은 모병제로 운영되지만, 후방 지원이나 치안유지, 청소 등 잡역에 동원될 인원은 징병제로 충당한다. 우리나라처럼 강도높은 훈련을 받고 사회와 격리돼 지내야하는 징병제가 아니라고 전해진다.
===========덤으로 <자료> 더...
요약 종잇조각이나 나무 쪽을 필요한 숫자만큼 만들어 뽑아, 거기에 적힌 기호나 문구에 따라서 사람의 운명·길흉·승패·당락·우열·등급·차례 등을 결정짓는 놀이의 한 방법.
‘제비’는 ‘잡다’의 명사형인 ‘잡이·잽이’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는데, 한자로는 추첨(抽籤)이라고 한다. 제비뽑기는 점의 일종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객관적인 표적에 의해 운명을 미리 알려는 객관적·인위적 점복(占卜)의 형식이었다.
≪삼국유사≫ 권2 기이(紀異) 진성여대왕 거타지(眞聖女大王居陀知)조에 의하면, 신라 진성여왕 때 아찬 양패(良貝)가 당나라에 사신으로 가다가 풍랑을 만났다. 그런데 꿈에 한 노인의 현몽을 받고 나뭇조각[木簡] 50개에 수행한 군사들의 이름을 써서 바닷물에 띄웠다가 그 이름이 물에 잠긴 거타지(居陁知)를 섬에 남도록 결정하였다고 전한다. 바로 그러한 것이 제비뽑기의 예에 해당한다.
지금도 무속에서 오방기(五方旗)를 빼는 것, 점복가가 댓가지·산가지 또는 종이 등의 점괘를 빼는 것, 점복가가 돈이나 쌀을 던져 그 모습을 보고 점을 치는 척전점(擲錢占)이나 척미점(擲米占), 그리고 새점·물방개점 등도 모두 객관적·인위적 복점 형식의 제비뽑기에 해당한다.
제비뽑기는 처음에는 이와 같이 우연의 결정을 신의 뜻(神意)으로 받아들인다는 종교성을 띤 심각한 일이었는데, 뒤에는 사람들 사이의 어려운 분쟁을 단순히 시비 없이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 성격이 바뀌어갔다. 즉, 동서양을 막론하고 토지나 채초지(採草地) 또는 어장(漁場) 등의 분할·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제비뽑기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이와 아울러 오늘날 어린이들 사이에 널리 행해지는 ‘사닥다리타기’나 또는 ‘심지뽑기’ 같이 단순히 승부를 겨루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놀이로도 바뀌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제비뽑기는 학생의 학교 입학, 아파트 추첨, 복권 추첨 등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행하여지고 있다.
이 놀이는 사용하는 도구와 방법에 따라 흔듬제비·뽑음제비·구슬제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흔듬제비’는 표를 한 한개의 돌이나 동전 또는 윷이나 주사위 등을 던져서 그 결과를 보는 방식이다. ‘뽑음제비’는 글을 쓰거나 표를 한 제비를 접어놓거나 또는 화투짝이나 트럼프짝을 안이 보이지 않게 하여 놓고 그 결과를 보는 방식이다. ‘구슬제비’는 복잡한 길이 만들어진 통 속에 구슬을 넣어 그것이 굴러나오는 결과를 보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내용이 표시된 과녁에 화살을 쏘아 그 결과를 보는 방식도 있다. 이 놀이는 윷놀이·승경도놀이·화투·투전·주사위놀이 등과 같이 순전히 우연의 원리에 입각한 놀이이다. 상대에게 승리한다고 해도 놀이하는 사람의 힘과 아무 상관이 없다. 놀이하는 사람은 수동적이어서 기량이나 지성·훈련 등의 수단을 사용할 수가 없고, 다만 운명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놀이는 상대에게 이긴다고 하기보다 운에 이긴다고 하는 것이 보다 중요성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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