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우리는 '바다'에 관한 시를 쓸줄 모르외다"...
2018년 06월 11일 21시 29분  조회:2353  추천:0  작성자: 죽림

<바다에 관한 시 모음> 

+ 한 송이 바다 

한 송이 바다 
바다 한 송이를 
애기동백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붉고 붉고 
수없이 붉어도 
이상하리만큼 무력하다 
한 송이 바다 앞에서는. 
(정현종·시인, 1939-) 


+ 바다에 오는 이유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는 부자 
하늘도 가지고 
배도 가지고 
갈매기도 가지고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날마다 칭얼거리니 
(이생진·시인, 1929-) 


+ 멸치가 먼저다 

삶은 멸치 말리는데 
빗방울이 후드득. 

마루에서 젖 먹이던 엄마 
아기 떼어 내려놓고 

허리 아파 보건소 가던 할머니 
되돌아 줄달음치고 

멸치 다 걷고 나서야 
엄마는 젖 다시 물리고 
할머니는 보건소 길 다시 간다. 

바닷가에서는 
사람보다 
멸치가 먼저다. 
(최종득·시인, 1973-) 


+ 동해바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경림·시인, 1936-) 


+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의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정호승·시인, 1950-) 


+ 언덕 위의 집 

이 집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문을 낮게 낸 것일까 
무심코 열고 들어서다 
이마받이하고 눈물이 핑 돌다 
낮게 더 낮게 
키를 낮춰 변기에 앉으니 
수평선이 눈썹에 와 걸린다 
한때 김명수 시인이 내려와 산 적이 있다는 
포항 바닷가 해돋이 마을 
물이 들면 언제고 떠나갈 
한 척의 배 같은 
하얀 집 
내가 처음 이 바다 앞에 섰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눈썹에 걸린 수평선이 
출렁거릴 따름이었다 
이 집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여기다 창을 낸 것일까 
머물다 기약 없이 가야 할 자들이 
엉덩이 까고 몸 낮춰 앉아 
진득이 세상을 내다보게 함일까 
(정희성·시인, 1945-) 


+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해를 보면 해를 닮고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신현림·시인, 1961-)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70 "우리집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데 아홉해나 걸렸다"... 2018-02-28 0 2178
969 편복 / 리육사 2018-02-28 0 2484
968 어린이의 인생을 지옥으로 연출해내면 엄마가 아니다... 2018-02-26 0 2030
967 詩 = 詩人 = 詩 2018-02-25 0 2302
966 "연변문학은 '고립된 섬'에서 해탈해야 '지옥'에 안간다"... 2018-02-21 0 2208
965 詩가 "잠꼬대 하기", "눈물코물 쥐여짜기" "자화상"되지말기 2018-02-21 0 2406
964 시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며 직설이 아니라 우설이다... 2018-02-21 0 7550
963 우리 詩가 때벗이 해야 할 리유,- "그리지 않고 그리기" 2018-02-20 0 2473
962 한시 모음 2018-02-20 0 2827
961 <고향> 시모음 2018-02-20 0 2763
960 헝가리 민중시인 - 아틸라 요제프 2018-02-19 0 3931
959 윤동주, 헝가리의 밤하늘가에 샛별로 처음 뜨다... 2018-02-19 0 2286
958 세계문학사 유례없는 20대 천재 시인 - 윤동주 2018-02-18 0 2163
957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2018-02-14 0 2097
956 <숟가락> 시모음 2018-02-11 0 2176
955 <삶=사람=삶> 시모음 2018-02-09 0 2487
954 <삶> 시모음 2018-02-07 0 3146
953 <민들레> 시모음 2018-02-06 0 2157
952 <자연> 시모음 2018-02-06 0 2129
951 배금주의와 향락주의 작품은 실패작 2018-02-03 0 2193
950 <이사> 시모음 2018-02-03 0 3608
949 {쟁명} - 단편 시가 영 詩맛 안나는데 시라 해ㅠ... 2018-02-03 0 2314
948 "공부벌레"는 담장을 뚫고 날아오를수가 있다... 2018-02-03 0 1785
947 <신발> 시모음 2018-02-02 0 2458
946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요즘, 시를 감상하기.. 2018-02-02 0 2223
945 "한알은 날짐승 주고, 또 한알은 들짐승 먹고 남은 한알은..." 2018-02-01 0 2251
944 <새> 시모음 2018-02-01 0 3402
943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2018-01-30 0 2156
942 과연 당신만의 "십자가"를 짊어질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2018-01-30 0 1952
941 윤동주 친구, 문익환 다시 알기... 2018-01-29 0 3396
940 <할아버지> 시모음 2018-01-27 0 2404
939 <할머니> 시모음 2018-01-27 0 2226
938 <술> 시모음 2018-01-25 0 2273
937 "자본가는 돼지가 되고 시인은 공룡이 된다"... 2018-01-25 0 2373
936 <개> 시모음 2018-01-23 0 2463
935 무소유와 삶과 죽음과 그리고... 2018-01-23 0 2607
934 "나는 그냥 나 자신이면 됩니다"... 2018-01-19 0 2075
933 인류의 가장 위대한 노래 - 아리랑 2018-01-10 0 3837
932 노래 "아리랑"속에 말못할 "비밀"이 없다?... 있다!... 2018-01-10 0 2389
931 보르헤스 시학 / 한편의 시가 여려편의 번역 시 비교 2018-01-10 0 2674
‹처음  이전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