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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끼를 몇 마리 입양한 비오리 같네요”
지난달 23일 미국인 아마추어 조류 사진가인 브렌트 시제크는 미네소타주 베미지 호수에서 촬영한 사진을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저 ‘몇 마리’가 아니었다. 어미 비오리 뒤에는 50마리 이상의 새끼 오리가 긴 줄을 이루어 헤엄치고 있었다. “멋진 사진”이라는 댓글과 함께 “엄마가 너무 힘들겠다”는 반응이 달렸다.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 17일 그는 인스타그램에 그 비오리 가족의 최근 사진을 올렸다. 새끼는 더 불어나 적어도 76마리나 됐다. 그는 “이제는 유명해진 비오리를 다시 찾았는데 입양한 새끼가 적어도 76마리였다. 이 사진이 전달하는 이야기가 좋다”라고 적었다.
비오리 어미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새끼를 가지게 됐을까. 비오리는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며, 나무구멍에 둥지를 틀고 8∼12개의 알을 낳는다. 많아야 17개 정도의 알을 낳을 뿐이다.
미국의 조류보호단체 오듀본협회의 켄 카우프만 필드 에디터는 이 단체의 온라인 뉴스에서 “비오리가 종종 다른 오리의 둥지에 알을 낳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둥지가 라쿤 등 포식자의 습격을 받아 새끼를 모조리 잃는 사태에 대한 일종의 ‘보험’으로 어미 비오리는 다른 비오리 둥지에 몇 개씩 자기 알을 낳아 놓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알을 부화시킨 데다 어미를 잃은 다른 비오리의 새끼들까지 떠안다 보니 이렇게 식구가 불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추어 조류 사진가인 윤순영 한국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비오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동강에서만 번식하지만 이렇게 많은 새끼를 데리고 있는 것은 못 봤다”며 “흰뺨검둥오리나 원앙이 많은 새끼를 키우는 대표적인 새이지만 기껏해야 15마리 정도”라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