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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도심 곳곳에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가 자리해 '분수의 도시'로도 불리는 이탈리아 로마가 엄격한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분수에 몸을 담그고 추태를 부리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은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일간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지난 19일 오후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국보급 유적 '조국의 제단' 분수에 옷을 벗고 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음료수를 마시는가 하면, 걸치고 있던 속옷마저 내려 성기를 노출하는 등 마구잡이로 행동한 남성 관광객들과 이들의 일행을 공개 수배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하고, 이들이 영어로 대화했다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로마 주재 외국 공관들에 "불법적이고, 충격적인 행동"을 적발하는 데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일부 언론은 이들이 영국인들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공개 수배된 두 청년이 추태를 부리는 모습은 당시 인근에 있던 러시아인 관광 가이드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소셜미디어에도 급속히 퍼졌다.
이 러시아 가이드는 "이들이 10분가량 분수에 들어가 있는 동안,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현장에 온 경찰이나 시 당국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로마 시민들은 로마에서 가장 경건한 곳으로 여겨지는 '조국의 제단'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에 분노하고 있다.
'조국의 제단'은 '통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사보이 왕가의 왕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에 헌정하기 위해 건설된 공간이자, 1차 대전 등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무명용사들이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국이 분수에 들어가거나, 신체의 일부를 담그고, 문화재에 낙서를 하거나 주변에서 음식을 먹는 등의 행위에 수백 유로의 벌금을 매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과 같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자 벌금만으로는 관광객의 무질서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로마 시 당국은 문화재 주변에 CCTV 설치를 확대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차단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 메사제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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