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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미국이 117년 전 필리핀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상징하는 성당 종(鐘)을 오는 14일 반환한다고 GMA 뉴스가 13일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14일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군 행사가 열린 뒤 발랑기가의 종들을 필리핀에 반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종들이 필리핀에 도착하는 정확한 날짜와 다른 상세한 내용은 14일 공식 행사 후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반환할 종들은 필리핀 사마르 섬 남부 발랑기가의 성당 종탑에 있던 것으로, 1899∼1902년 미국-필리핀 전쟁 중 미군이 가져갔다.
종 3개 가운데 1개는 1901년 9월 원주민 에밀리오 아키날도 사령관이 이끄는 반군이 현지에 주둔하던 미군 9연대 예하부대를 공격하는 신호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필리핀 반군 300여 명은 여성으로 변장해 무기가 들어 있던 목관을 성당으로 가져갔으며, 이튿날 아침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미군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미군 59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
미군 9연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원주민 수천 명을 학살한 뒤 시신을 불태웠고 마을에도 불을 질렀다.
이후 종들이 모두 사라졌고, 미군은 반군을 제압한 뒤 발랑기가를 떠날 때 원주민들로부터 종들을 선물로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영국인 작가 봅 쿠티는 발랑기가에서 벌어진 대학살극의 진상과 문제의 종들을 미국이 소유하게 된 과정을 조사한 뒤 이 종들을 전리품으로 묘사했다.
필리핀 정부는 그동안 지속해서 미국에 종 반환을 요구했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왔다.
이에 따라 매티스 장관은 지난 8월 미 의회에 종 반환계획을 보고했다.
미군은 종 3개 가운데 2개를 와이오밍 주에 있는 공군기지에 설치했고, 나머지 한 개는 이동박물관 형태로 한국에 주둔한 부대에 보관해왔다.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필리핀 정부는 발랑기가의 종 반환을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환영한다"면서도 "마지막 종이 필리핀에 도착할 때까지 더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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