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영어에서 ‘레인메이커(rainmaker)’란 ‘행운을 부르는 사람’ 혹은 ‘특정 분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원래 레인메이커는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祈雨祭)를 드리는 아메리카 인디언 주술사를 부르는 말이었다. 레인메이커가 행운과 영향력의 상징이 된 이유는 이들이 드리는 기우제가 100%의 확률로 비를 부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이들은 한번 기우제를 시작하면 황당하게도 ‘비가 올 때까지’ 계속 드린다. 이들의 기우제가 100%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에 와서 레인메이커는 다른 뜻으로도 쓰인다. 비가 없는 하늘에 인공적으로 비를 만들어내는 인공강우 전문가를 레인메이커라고 부른다.
레인메이커들의 활약 덕분에 2007년 6월 중국 랴오닝성에 비가 내렸다. 56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을 해갈한 단비였다. 랴오닝성의 기상 당국자는 “인공강우용 로켓 1,500발을 발사해 2억 8,300만 톤의 비가 내리도록 했다”고 밝혔다. 1차 인공강우로 내린 비가 부족하자 기상 당국은 30일 2차 인공강우를 실시했다. 3대의 항공기를 동원하고 로켓 681발을 발사해 5억 2,500만 톤의 비가 내리도록 했다. 8억 톤이 넘는 이 인공강우 계획은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우리나라 경기도 전체에 50mm의 비가 내린 것과 맞먹는 양이다. 중국은 이미 50년 전부터 인공강우를 연구해 왔고 2,000개 현(縣) 단위 행정구역에 인공강우를 유도하는 장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강우가 최초로 성공한 것은 1946년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사 빈센트 섀퍼(Vincent Schaefer, 1906~1993) 박사는 안개로 가득 찬 냉장고에 드라이아이스 파편을 떨어뜨리자 작은 얼음결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에 착안한 그는 실제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면 눈(얼음결정)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1월 13일 그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바크처 산맥 4,000m 높이로 올라가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렸다. 그리고 5분 뒤 구름은 눈송이로 변해 땅으로 떨어졌다.
어떤 원리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을까. 먼저 자연 상태에서 비가 내리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구름은 아주 작은 물방울인 ‘구름입자’로 이뤄져 있다. 이들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보다 위로 띄우는 부력이 더 크기 때문에 구름입자는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구름입자가 땅으로 떨어지려면 중력이 부력보다 더 커야 한다. 보통 구름입자 100만 개 이상이 합쳐져 2mm의 빗방울이나 1~10cm의 눈송이가 되면 중력이 부력보다 커져 땅으로 떨어진다. 계산에 따르면 순수한 구름입자만으로 빗방울이나 눈송이가 되려면 습도가 400% 이상이어야 한다. 구름입자만으로 비가 내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나 습도 400%가 아니라 100%만 돼도 비가 내릴 수 있다. 구름입자가 서로 뭉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 구름 속에 들어 있으면 된다. 먼지, 연기, 배기가스 등 약 0.1mm 크기의 작은 입자들이 구름입자가 뭉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들 입자를 응결핵, 혹은 빙정핵이라고 부른다.
인공강우의 핵심 원리는 바로 응결핵과 빙정핵 역할을 하는 구름씨를 뿌려 구름이 비를 쉽게 내리도록 돕는 것이다. 구름씨를 뿌리기 위해 항공기나 로켓이 동원된다. 사용하는 구름씨는 구름의 종류와 대기 상태에 따라 다르다. 높은 구름은 꼭대기 부분의 구름입자가 얼음 상태로 존재한다. 이런 구름에는 요오드화은(아이오딘화은)과 드라이아이스를 많이 사용한다. 요오드화은을 태우면 작은 입자가 생기는데 이것이 영하 4~6℃의 구름에서 빙정핵의 역할을 한다. 드라이아이스 조각은 영하 10℃의 구름에서 구름입자를 빙결시켜 응결핵이 되도록 활성화한다.
낮은 구름은 다르다. 낮은 구름은 꼭대기의 구름입자도 얼어 있지 않다. 이때는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요소 같은 흡습성 물질을 사용한다. 이들이 뿌려지면 주변의 물방울이 달라붙는다. 한 번 커지기 시작한 물방울은 비탈길에 굴리는 눈덩이처럼 순식간에 커져 비가 된다.
인공강우에 성공했다고 비를 다스리게 된 것은 아니다. 인공강우는 수증기를 포함한 적절한 구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사막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말이다. 또 지금까지 통계자료를 보면 인공강우의 효과는 강우량을 10~20% 정도 증가시키는 정도에 그친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것에 비해 인공강우의 효과는 높은 편이 아니다.
기상연구소 원격탐사연구실의 장기호 연구원은 “실제 가뭄이 들었을 때는 날이 건조해 인공강우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이벤트 행사처럼 생각하는 것을 경계했다. 장 연구원은 “오히려 인공강우는 전선에서 실시해 내리는 비를 더 많이 내리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연중 댐 근처에 적절한 구름이 지나갈 때마다 시행해 물을 확보한다.
우습게도 인공강우 기술은 먹구름을 없애는 데 쓰인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전 중국 당국은 구름씨가 포함된 수십 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아예 비를 내리게 해서 먹구름을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올림픽 내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이유다.
앞으로 미래에는 전기장으로 구름이 없는 하늘에도 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 개발될 전망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대기에 떠 있는 수많은 입자들을 전기장으로 교란시켜 수증기를 끌어 모으는 방법으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비를 내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 레인메이커의 전설은 현대 과학의 도움을 받아 계속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구과학산책)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