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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 "80에 청춘", 닐리리... 시인할매, 화가할매...
2019년 02월 16일 23시 25분  조회:3870  추천:0  작성자: 죽림
영화 <시인 할매>에서 할머니들이 마을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글과 그림을 배운 이야기가 영화가 되고 책이 되었다. 대부분이 여든을 넘긴 시골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각각 지난 2월 5일과 오는 27일이 개봉일인 다큐 영화 <시인 할매>와 <칠곡 가시나들>, 2월 1일 출간된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의 주인공들은 모두 ‘까막눈’이었던 할머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는 주인공으로 당당히 시사회나 전시회 자리에 서고 신문과 방송에 나와 인터뷰도 한다. 과거의 사연만 들으면 시장에 가서 간판을 보고 가게를 찾을 수 없고,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일상이 늘 버거웠던 인생의 굴곡이 느껴진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이제 글도 그림도 마음껏 쓸 수 있는 현재를 더 강조한다.

“기분이 너무나 좋아요. 근데 촌에서 살다봉게 나는 말을 헐 줄을 몰라 가지고 못허겄네. 이해하십쇼.”

<시인 할매>에 출연한 양양금 할머니(72)는 시사회에서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묻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말을 잘 못한다고 하지만 시를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해당화 싹이 졌다가/ 봄이 오면 새싹이 다시 펴서/ 꽃이 피건만/ 한 번 가신 부모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 달이 밝기도 하다/ 저기 저 달은 우리 부모님 계신 곳도/ 비춰 주겠지/ 우리 부모님 계신 곳에 해당화도/ 피어 있겠지.’

양 할머니가 쓴 ‘해당화’라는 시와 함께 윤금순 할머니(82)가 쓴 ‘눈’이라는 시도 <시인 할매>를 연출한 이종은 감독의 심금을 울렸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시로 표현한 할머니들의 감성과 그 배경이 된 인생역정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를 봐도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구구절절하게 가지 말자’고 생각했다. 시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라며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는 할머니들이 까막눈으로 살며 겪은 고충과 불편을 일일이 증언하게 하지 않는다. 다만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할머니들의 일상 자체가 시가 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김막동(84)·김점순(80)·박점례(72)·안기임(85)·최영자(87) 할머니 등 전남 곡성군 입면 탑동마을 할머니들은 2009년부터 마을의 ‘길작은 도서관’ 김선자 관장과 함께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은 시들은 2016년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책으로 나왔다. 할머니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일하고서도 늦은 밤에 도서관에서 수업을 받으며 2017년에는 그림책 <눈이 사뿐사뿐 오네>도 펴냈다. 이 감독에 따르면 영화 <시인 할매>는 영상으로 담긴 할머니들의 ‘인생 시집’ 후속편에 해당하는 셈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칠곡 가시나들> 역시 할머니 주연의 일상 다큐 영화라는 점은 <시인 할매>와 비슷하다. 굳이 구분하자면 <칠곡 가시나들>은 웃음이 배어나는 코미디에 가깝다. 두 편 모두 글 모르는 할머니들의 파란만장하고 기구한 인생을 신파조로 그려내는 대신 지나친 무거움을 피하며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전까지 <트루맛쇼>(2011년), <MB의 추억>(2012년) 등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김재환 감독은 “노년층에게도 현재의 욕망이 있고 설렘이 있는데 여러 작품이 노년층의 삶을 왜곡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어머니가 친구들과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을 하나만 하라고 했다”는 말로 기획 의도를 밝혔다.

‘내가 골(글) 쓰는 걸/ 영감한테 자랑하고 십다/ 여 함 보이소/ 내 이름 쓴 거 비지예(보이지요)/ 내 이름은 강금연/ 칼라카이 영감이 없네.’

경북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에서 한글을 배운 강금연 할머니(85)를 비롯해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박금분(89)·곽두조(88)·안윤선(82)·박월선(89)·김두선(86)·이원순(82)·박복형(87) 할머니들 역시 2015년 <시가 뭐고?> 2016년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 두 권의 시집에 이름을 올린 시인들이다. 모두 1930년대에 태어난 주인공 할머니들 중 짧게나마 학교에 다닌 이들도 있지만 일제강점기라 한글은 배우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고 한국전쟁이 터진 와중에 자식을 낳고 기르는 등 역사의 곡절을 버텨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에 출연한 할머니들과 교사./인디플러그

“지금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인 것 같다”

농사를 짓고 식구들을 먹여살리기 바쁜 와중에 세월은 흘러 글을 모른 채 노년을 맞았지만 글을 모른다고 웃음도 모를 리는 없다.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받아쓰기를 하면서 답안지에는 한글 대신 온갖 기호가 난무한다. 맞아도 틀려도 글 쓰고 배우는 일 자체가 재미있을 뿐이다. 전국노래자랑대회에 나간 할머니를 응원하러 마을 할머니 모두가 함께 몰려나가 춤을 추는 모습 역시 젊은 세대와 다르지 않은 우정과 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4년간 가르친 마을학교 주석희 교사는 “할머니들과 다 같이 영화를 보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를 할머니들과 같이 볼 수 있어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의 할머니 20명이 쓴 시와 일기를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펴낸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역시 고령화 시대 ‘나이듦’의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진 한국 사회의 현실을 돌이켜보게 한다. 여든 전후의 나이가 늦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할머니들은 그림책 작가와 함께 선을 긋고 동그라미와 네모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그림을 배운다.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역사적 사건들을 여러 차례 겪어온 그동안의 삶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시골의 풍경 모두가 그림과 글의 대상이 된다. 배우려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에 빠져 수업 후 집에 돌아가서도 수백 장의 그림을 그린 할머니들에게는 글과 그림이 그 자체로 ‘힐링’이 된 셈이다.

“공부를 하니 젊어졌다고 한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인 것 같다”는 김명남 할머니의 표현대로 책 출간 이후 ‘작가’ 할머니들은 더 다양한 활동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글과 그림을 배운 순천그림책도서관에서 출간기념 북콘서트를 여는 한편, 가족들과 함께 전국의 동네책방과 도서관을 중심으로 순회 북토크와 원화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오는 4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등 3개 도시에서도 순회전을 열기로 했다. 나옥현 순천그림책도서관장은 “항상 소외받고 낮은 곳에서 산다고 생각했던 할머니들이 작가가 돼 자존감도 높아지는 등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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