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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 고양이들이 전국에 100만 마리가 넘습니다. 각 지자체가 길고양이들 중성화 사업도 하고 함께 살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곤 있지만 허울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1일) 밀착카메라는 고양이들과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담벼락 곳곳에 고양이가 그려져있습니다.
골목 한귀퉁이나 담장 위처럼 실제로 고양이가 나올 법한 곳마다 그려 놓은 것인데요.
이곳은 강원도 춘천의 '고양이 마을'로 불리는 곳입니다.
길고양이가 많아지면서 주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아예 고양이 마을로 조성한 것입니다.
막상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고양이 마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합니다.
[임현정/대구 복현동 : 고양이들이 케어 받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을 정도로 그냥 방치되어 있는. 음식물 쓰레기 헤치고 있는 모습도 봤었고요. 왜 고양이 마을이라고 지정이 됐는지는 조금 의문스러웠어요.]
고양이들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곳이 고양이들이 지냈던 쉼터입니다.
빈집을 거처로 만든 것인데요.
입구 바닥을 보시면 그릇을 치우지 말아달라는 문구가 떨어져 있습니다.
집 위쪽으로 올라가 보면 빈 사료 캔과 그릇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고요.
집 안쪽으로 들어와보시면 먹다 남은 사료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곳곳에 남아있는 고양이 털만이 한때나마 이곳이 고양이들이 살았던 곳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죽은 고양이를 발견한 건 올초 부터입니다.
[차인규/강원 춘천시 효자동 : 다 죽었죠 뭐. 누가 쥐약을 타서. 거기에 8마리가 있었어요. (안 보여서) 어 이놈들이 떠나나 어디를, 아직 어린데. 나중에 보니 한 마리만 남은 거야.]
주민센터도 일부 주민 반발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주민 : 지금 파 심으려고 키우고 있는데. 저런 데 파고선 똥을 싼 다음에 묻어요. 파고선 똥을 놓고. 여기 똥 쌌잖아. 이게 똥 아냐? 봤어 안 봤어.]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지난달 아파트 단지 주변 6개 급식소에서 쥐약이 발견됐습니다.
[주민 : 사료는 전부 버려져 있고. 스팸과 멸치, 멸치가 담겨진 쥐약이 온 급식소에 다 되어 있었어요. 여섯 군데.]
이곳에서 사료를 먹다 죽은 고양이 사체에서도 쥐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주민 : 못 움직이고 몸은 위로 들릴 정도로 꿀렁꿀렁. 항문이 열려서 배변한 흔적들이 있었어요.]
길고양이가 다니는 곳에 무차별적으로 쥐약을 뿌린 지자체도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쥐를 잡겠다면서 3만개에 달하는 쥐약을 곳곳에 뿌렸습니다.
공개한 작업 지역 목록을 보시면 공원이나 풀숲, 그리고 주거지역 인근 등 총 30곳에 달하는 곳에 쥐약을 살포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항의가 심해지자 수거에 나섰고요.
이렇게 사과를 드린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었습니다.
[주민 : 웬 사탕 같은 게 떨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왜 사탕이 이렇게 많이 떨어져 있지 하고 만졌는데 부서지는 거예요.]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게 쥐약입니다. 파란 알사탕처럼 생겼는데요. 조금만 손에 힘을 주어도 이렇게 부스러집니다.
실제 지난 3월에만 3마리의 고양이가 죽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상록구 보건소 관계자 : 업무 미숙이죠 하다 보니까. 처음 해도 사실 이렇게 미스(실수)가 나면 안 되는 건데.]
경기도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위해 72억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중성화를 위해서는 고양이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급식소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일부 구청에서는 민원을 이유로 기존 급식소까지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길고양이는 1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에서는 중성화 사업 등 동물보호와 관련된 예산을 매년 추가하고 있는데요.
예산 확보 뿐 아니라, 일관된 정책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선화(lee.sunhwa@jtbc.co.kr) [영상취재: 이학진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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