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훈민정음 상주본 이대론 안된다' 토론회에서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씨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8년에 처음 공개된 이후 소유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돼 왔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배익기씨가 소장한 상주본은 한글의 원리가 소개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당초 훈민정음 해례본은 간송미술관 소장품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8년 배익기씨가 자신의 집을 수리하던 중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배씨는 "2015년 불이 나고 그러니 서로 파국이 일어나겠다 싶어 양보안을 내서 문화재청이 최소한 1조 이상이 간다고 하니 나는 10분의 1만큼이라도 주면 더 따지지 않고 끝내도록 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었다. 1조의 10분의 1정도 되면 한 1000억원 된다"라며 "10분의 1 정도도 쳐주지 않으면 완전히 억울하게 뺏긴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얘기를 한 거고 타당한 상황이 있어 더 주고 싶으면 더 줘도 관계없고"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상주본을 회수하는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상주본에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배씨뿐이고, 그의 입을 강제로 열 방법이 없어 상주본을 당장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2012년 국가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세상을 떠났다. 상주본의 소유권은 국가로 넘어갔다. 그러나 배씨가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갈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배씨는 민사 판결을 근거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2014년 대법원은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상주본을 회수하기 위해서 당장 강제집행을 할 계획은 없다"며 "배씨를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배씨를 다섯 차례 정도 만났지만, 큰 변화가 없다"며 "금전적 보상을 바라는 배씨의 입장이 바뀌지 않아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배씨는 최근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중재자가 국가 대신 돈을 내겠다고 했다면서 돈을 받게 될 경우 상주본을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씨는 "주운 돈도 5분의 1은 찾은 사람에게 준다"며 "상주본은 가치가 1조원 이상이기 때문에 10분의 1만 받아도 10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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