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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자랑] - "중국의 주시경" - 최윤갑
2019년 11월 09일 23시 10분  조회:2857  추천:0  작성자: 죽림
90세를 바라보는
중국 조선어연구 선구자 최윤갑
(ZOGLO) 2019년7월25일 
인물이름 : 최윤갑

 

       최윤갑(崔允甲),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학창시절 때의 교재들, 책장에 꽂힌 우리말 도서, 신문잡지에서 본 문장, 대학입시때 작성한 답안지... 오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중국 조선어 표준문법의 기틀을 마련한 선배가 바로 최윤갑 연변대학 원로교수다. 그만큼 중국 조선족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90세를 바라보는 지금, 최윤갑 원로교수의 학문 연구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의 탐구 정신과 실사구시 정신은 젊은 세대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조선어 연구에 빠진 사나이

  1930년 2월 28일 룡정(현 연변주 룡정시)에서 태여난 최윤갑 원로교수는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1기 졸업생이다. 일본침략자 통치세월을 친히 겪었던 그에게 조선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였다. 조선어를 잘 배우는 것으로 민족의 력사를 제대로 지키겠다는 것도 당시 열혈 청년의 다짐이다.

  교수들로부터 학문연구의 옳바른 자세를 배운 그는 재학기간 교수와 부동한 견해를 단호하게 밝힐 수 있었으며 견해에 근거해 론문도 발표했다. 론문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는 교수들에게 자신의 학구적인 정신과 용기를 보여주었고 그후 발표한 론문 《의성의태어에서의 밝은 소리와 흐린 소리》는 전문가 수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문연구의 자세와 남다른 열정 때문에 그는 1952년에 졸업하고 바로 교원으로 학부에 남게 되였다.

  두각을 일찍 낸 그는 1956년에 조선의 저명한 언어학자 정렬모 교수로부터 “앞으로 대학자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날의 성과를 거둘 줄은 당시 누구도 모르는 미래일 뿐이였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그에게 뜻 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1970년경 연변대학에서 ‘문화대혁명’이 고조되면서 그는 학문연구의 권리를 빼앗기고 농촌에 내려가 2년반 동안 로동개조를 당했다.

  그래도 그의 생활 속에서는 우리 말 연구가 떠난 적 없었다. 늘 품사의 성질이나 특정된 쓰임새들을 생각하는 등 농사일을 하면서도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것이였다. 새로운 법칙을 깨닫거나 알 수 없는 구조가 확연히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될 때마다 그는 환희를 느꼈다. 뿐만 아니라 휴식의 틈을 빌려 학생들에게 조선어 문법리론을 가르치면서 학문을 담론하였다. 그 시절이 허송세월이 아니고 그에게는 아주 값진 연구의 시간이였다.

  1972년 농촌 로동개조를 마친 그는 대학 강단으로 돌아왔지만 학술자유는 여전히 박탈되던 때였다. 《훈민정음》 창제과정을 강의하던 중 세종대왕이 집현전의 학자들과 함께 한글을 창제하였다고 강의한 죄로 ‘불온학자’로 지목되여 로동자선전대의 감시와 문초를 수없이 당했다. “로동인민이 력사를 창조한 것이지 어찌 왕이 문자를 창조할 수 있느냐”는 식의 협박이 있었지만 그는 학자의 량심을 꺾지 않고 력사문헌에 따른 사실주의 원칙을 견지했다. 후날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의 실사구시 학문정신은 해내외 학자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중국조선어사정위원회 회의를 이끌고 있는 최윤갑 원로교수(자료사진)

  중국 조선어 표준문법 기틀 마련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조선족들의 민족언어 사용이 점차 줄어들고 중국 조선어가 한어식으로 동화되가는 혼란 상태에 빠져들었다.

  중국 조선어를 살리기 위해 조선어학계가 뭉치고 나섰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최윤갑 원로교수, 그는 중국조선어학회 부리사장(1981~1988), 중국조선어학회 리사장(1988~1993), 중국조선어사정위원회 주임(1986~1999) 등 직을 력임하며 근 20년 동안 조선어 연구와 중국조선어 규범화 사업을 주도했다.

  앞서 최윤갑 원로교수는 1957년 젊은 나이에 벌써 《중국에서의 조선어 규범화 문제》 문장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찍부터 중국 조선어 규범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임직기간 그는 중국조선어 표준문법(규범집)의 전범으로 평가받는 《조선어문법(연변인민출판사, 1983년)》 편찬을 주도했고 《조선어 규범집 해설(수정본, 1987년)》 편찬에도 직접 참여하면서 실사구시 정신으로 중국의 실정에 맞게 중국조선어 규범화 사업을 지도했다. 중국 조선어의 표준문법과 규범화 작업의 튼튼한 기틀을 마련해준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중국 조선어가 자기만의 문법체계를 갖게 되였으며 문화, 교육, 일상생활 등 제반 령역의 조선어 사용 혼란을 바로잡은 동시에 앞으로의 발전방향도 제시했다. 다른 측면에서 중국 조선족이라는 정체성 수립에도 큰 역할을 발휘한 것이다.

  중국 조선어 표준문법에 대한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규범화사업을 직접 주도하면서 《중국에서의 조선어 규범화와 조선어 사용 현황(1996년)》, 《중국에서의 조선어 규범화사업에 대한 회고와 현재 부딪친 문제(1997년)》, 《조선어 띄여쓰기의 변화로부터 생각되는 조선어 띄여쓰기 통일안(1997년)》 등 론저를 발표해 중국 조선어 표준문법을 완선화하기 위해 애썼다.

  특히 2012년에 82세의 고령으로 론문 《사잇소리표기에 대하여(2012년)》를 발표하고 사잇소리 표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학술회 때마다 강조했다.

  독보적인 기능주의 문법사상 등 학술성과 주렁

  최윤갑 원로교수는 자수성가의 대표적 인물이다. 어떠한 출국류학, 국내연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형편에서 개인만의 노력으로 조선어 연구의 권위학자로 성장해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중국 조선어를 살리고 지키기 위한 사명감에서 힘을 얻은 것이다.

  그는 1980년에 자신의 학술성과를 집대성한 리론문법서 《조선어문법(료녕인민출판사)》을 출간해 조선과 한국의 문법체계를 그대로 직수입하는 1970년대 이전의 연구풍토를 바꾸고 부동한 시각에서 조선어 연구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단어는 어휘적 의미와 문법적 의미를 동시에 갖춘 언어적 단위’라는 단어의 정립기준을 세웠고 전통문법의 한계를 넘어 유럽의 구조주의 언어학, 미국의 기술언어학 및 현대언어학 리론을 대담히 수용하여 남과 북의 학자들과 다른 독보적인 기능주의 문법사상을 수립하였다.

  특히 80세 고령에 출간한 《한국어문법 신강(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2009년)》을 통해 ‘결합가’ 리론을 ‘문법 지배’ 리론으로 한걸음 더 발전시켜 한국어 품사 하위분류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였다. 한국어의 동사, 형용사, 명사에 대한 하위분류법은 특히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음이 중국의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지금까지 최윤갑 원로교수는 《조선어문법(1980)》, 《한국어문법(2000)》, 《한국어문법 신강(2009)》 등 13부의 학술저서를 펴냈고 조선어연구 론문 60여편을 발표했다. 론문들은 고대조선어로부터 현대조선어에 이르기까지, 음운론으로부터 통사론에 이르기까지, 방언학으로부터 수사학에 이르기까지, 조선어본체론 연구로부터 대조언어학에 이르기까지 조선어 연구의 모든 분야를 망라했다.

  교재편찬, 인재양성 등 후대교육에 ‘한마지로’

  조선어 연구 뿐만 아니라 후대교육에서도 그는 상당한 공을 들였다. 연변대학 어문학부 교수,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과 학과장, 연변대학 언어문학대학 학장, 연변대학 초빙교수 등을 력임하면서 조선어(한국어) 전문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여러종의 대학교과서를 편찬하여 연변대학 국가중점학과 건설과 국내 대학 한국어학과 건설에 ‘한마지로’를 다했다.

  대학시절 교재없이 힘들게 공부한 경력이 교재편찬을 시작한 계기였다. 당시 교수가 우에서 강의를 하면 그는 밑에서 철필로 마분지에 죽기내기로 필사를 해야 했다. 불편한 그 시절을 겪은 그는 연변대학 교원으로 남게 되자 교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부터 가졌다.

  1957년에 그는 당시 쏘련이나 조선에서는 어음, 문법, 문장, 어휘를 배운다는 것을 참조해서 자신이 배우던 《조선어문법》에 이러한 내용들을 첨가하여 《현대조선어》로 고치고 교재를 집필하기 시작하였다. 어음론은 리세룡 교수, 어휘론은 김학련 교수, 문장론은 최윤갑 교수가 맡았다. 당시는 인쇄도 안되는 시기라 그들은 손으로 직접 적어서 등사하여 교재를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 착수한 과목이 고대조선어였다. 같은 해 연변대학에서 북경대학 학생들에게 조선어를 가르치는 ‘북대반’이 생기면서 그는 북경대학 류열 교수와 친분을 맺고 북경대학에 가서 《룡비어천가》, 《금강경언해》 등 자료들을 빌려올 수 있게 되였다. 그는 빌려온 자료들을 카드가 집에 넘치도록 필사를 하여 《고대조선문선집》 등사본 교재를 만들어냈고 중국 경내에서 최초로 《고대조선어강독》이란 과목을 개설하였다. 그후 조선어학강좌는 전 교의 모범강좌로 되였다.

  ‘문화대혁명’ 기간에 편찬한 《조선어어음론》과 《조선어문장론》도 줄곧 대학 교과서로 사용되였다. 1977년에 그는 교연실 동료들을 동원하여 《언어개론참고서》, 《조선어어음론참고서》, 《조선어형태론참고서》, 《조선어문장론참고서》, 《조선어어휘론참고서》, 《고대조선어참고서》 등을 인쇄본으로 출간하였다. 1984년에는 리세룡과 함께 《조선어학사전》을 집필하여 연변인민출판사를 통해 출간하였고 1987년에는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와 도서관에 련계를 취해 《훈민정음》(해례본), 《훈민정음》(언해본), 《룡비어천가》, 《동국정운》, 《석보상설》, 《월인석보》, 《구급방언해》 등 20여권의 고전저서들을 얻어다 비교연구를 깊이 한 기초 우에서 마침내 실용가치가 큰 24만자에 달하는 《중세조선어문법》을 출간하였다. 이러한 교재들은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과가 국가중점학과로 자리매김하고 조선언어문학전공과 조선어전공이 국가 특색전공으로 선정되는 데 중요한 포석으로 되였다.

  특히 중한 수교후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중국인 학습자들이 많아지면서 그는 70세에 《한국어문법(2000년)》을, 79세 고령에 《한국어문법 신강(2009년)》을 편찬했다. 이 책들은 중국내 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의 필독교과서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학교육의 울타리를 벗어나 전반 중국 조선족의 민족언어 교육 발전에 착안점을 두었다. 1987년에 《조선어문을 대학입학시험 과목에 넣지 말아야 하는가》를 시작으로 《중국 조선민족 산재지구에서의 아동들에 대한 조선어 교육(1991년)》, 《중국에서의 조선어 교육과 사용으로부터 본 조선어 통일의 필요성(1995년)》 등 론저를 통해 민족언어 교육 발전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고민을 토로했다.

  최윤갑 원로교수는 대학 재직 48년간 수만은 조선어(한국어) 인재를 양성했는데, 대부분 제자들은 국내 대학들에서 조선어(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부분 제자들은 훌륭한 언어학자로도 성장하였다. 류은종(연변대학), 최희수(연변대학), 전학석(연변대학), 강은국(복단대학), 강보유(복단대학), 렴광호(청도대학), 최순희(북경언어대학) 등은 중국의 대표적인 한국어 연구자로 맹활약하고 있으며 그중 류은종 박사는 2006년 한글날에, 강은국 박사는 2012년 한글날에, 강보유 박사는 2016년 한글날에 각각 한글발전 유공자로 한국정부로부터 ‘문화포상’을 받았다.

  최윤갑 원로교수는 일생의 심혈을 중국 조선어 발전과 한글 세계화에 기울였다. 이러한 학문업적을 기리여 김병민 전 연변대학 교장은 그를 우리 조선민족이 낳은 ‘중국의 주시경’이라고 평가했다. '구순 로인' 최윤갑 원로교수의 학문연구에는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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