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그것이 알고싶다] - "난 다 봤어요"...
2019년 11월 21일 23시 52분  조회:3228  추천:0  작성자: 죽림
신영균 남기고 싶은 이야기; - 

 내 영화의 뮤즈 최은희

최은희 “난 다 봤다” 두고두고 놀려
신 감독 북한서 네 차례 탈출 시도
수용소 갇혀 단식하다 간염 얻어
‘분단의 여배우’라 불리는 최은희씨와 나는 196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를 함께 누빈 환상의 콤비다. 연인으로, 부부로 호흡을 맞추면서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다. 지난해 봄 최씨가 세상을 떴을 때 가슴 한쪽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괴로웠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함께 고생을 많이 했는데, 말년에 몸이 아파 고생하다 돌아간 게 참 마음 아프다. 

“세월이 갈수록 더 보고 싶어요.” 최씨는 2006년 4월 남편 신상옥 감독을 먼저 떠나보내고 종종 이런 말을 했다. 1978년 1월 최씨가 홍콩에서 북한에 납치되자 신 감독은 2년 전 이혼한 전처를 찾겠다며 홍콩에 갔다가 그해 7월 똑같이 납북됐다. 최씨는 신 감독이 북한 수용소에 갇혀 있는 동안 병을 얻은 것 같다고 한탄하곤 했다. 술·담배도 안 하던 이가 북한을 다녀온 뒤 건강이 악화됐으니 말이다. 

“북한에서 네 번이나 탈출하려다 붙잡혀 정치범 수용소 같은 곳에 끌려갔어요. 거기서 단식을 하니까 강제로 영양제 주사를 맞았는데 그게 소독이 제대로 안 돼서 C형 간염균을 얻은 거예요. 숨지기 2년 전엔 간 이식 수술도 받았어요.” 

최은희 북 배우들 한복 지어 입혀 

영화 ‘강화도령’(1963)에서 복녀(최은희)가 원범(신영균)에게 찢어진 바지를 꿰매줄 테니 벗어달라며 자신의 치마를 빌려주고 있다. [영화 캡처]
신 감독이 타계한 후 최씨도 점점 쇠약해졌다. 2010년부터 척추협착증으로 휠체어 신세를 졌고, 말년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투석도 받았다. 그래도 바깥 활동을 할 때는 여배우의 품위를 지키겠다며 한껏 치장을 하고 씩씩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최은희씨와 종종 식사자리를 마련해 정담을 나눴다. 

최씨를 처음 만난 건 신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에서다. 김진규·최은희씨가 주연이고 나는 조연으로 그녀의 오빠 역을 맡았다. 신 감독은 이때 갓 데뷔한 나를 눈여겨본 모양이다. 우리 셋은 ‘상록수’(1961), ‘연산군’(1961), ‘열녀문’(1962), ‘강화도령’(1963), ‘빨간 마후라’(1964), ‘이조 여인 잔혹사’(1967) 등에서 손발을 맞췄다. 다른 감독 연출작까지 포함해 최씨와 나는 30여 편을 함께했다. 

300편 넘는 영화를 찍었지만 내 신체의 은밀한 부위까지 목격한 여배우는 최씨가 유일하다. ‘강화도령’ 촬영 때니 50년도 더 된 일이다. 나는 왕손인 줄도 모르고 강화도 갯벌에서 뛰놀며 살다가 하루아침에 철종으로 등극한 촌뜨기 ‘원범’, 최씨는 원범의 단짝 친구 같은 말괄량이 섬처녀 ‘복녀’로 나왔다. 원범이 산에서 칡뿌리를 뽑으려다 굴러 한 벌뿐인 옷이 찢어지자 복녀를 찾아가 꿰매 달라고 부탁한다. 복녀가 벗어준 한복치마를 입고 기다리는 장면을 찍는데 신상옥 감독이 이런 주문을 했다. 

“신영균씨, 이거 찍을 땐 ‘빤스’까지 다 벗어야 해.” 

“예? 농담이지요?” 

“아이 벗으라니까. 조선시대에 ‘빤스’가 어딨느냐 말이야.” 

신영균이 나무 뒤에 숨어 최은희의 치마를 두르고 바지를 벗어 던져준 후 드러난 속살을 감추고 있는 모습. [영화 캡처]
조선 말기에는 속옷이라고 해봐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흰 천이었다. 나는 결국 흰 천만 걸쳐 입고 치마를 둘렀다. 한창 촬영하다 강둑에 앉아 쉴 때였나 보다. 아래쪽에 있던 최씨가 나한테 손가락질하며 웃기 시작했다. 

“최은희씨, 갑자기 왜 그래?” 

“아유 난 몰라, 다리 쩍 벌리고 편히 앉으니 속이 다 들여다보이잖아요.” 

최씨는 이후 두고두고 나를 놀려댔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그때 다 봤다”며 깔깔 웃곤 했다. 마침 영화 속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최씨는 상대 배우를 참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영화계 선배였지만 나는 “최은희씨” 혹은 “최 여사”라고 불렀다. 영화밖에 모르는 남편, 신 감독 때문인지 최씨는 손재주가 좋고 생활력도 강했다. 밤 늦게까지 촬영이 이어질 때도 대기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법이 없었다(신 감독은 젊어서 못질 한 번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가정을 등한시했다). 

“최 여사, 가만히 쉬지 않고 뭘 그렇게 계속해요?” 

“바느질이든 뜨개질이든 뭘 해야 시간이 잘 가요.” 

탈북 후 미국 머물 때 찾아가 만나 

신영균과 최은희는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중앙포토]
나중에 최씨에게 들은 얘기지만 78년 신 감독과 함께 납북돼 북한 영화를 제작할 땐 배우들의 한복을 직접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북한 옷은 우리 전통 한복에 비해 볼품이 없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북한에서 ‘돌아오지 않는 밀사’ ‘사랑 사랑 내 사랑’ 등 영화 17편을 찍었다. 최씨는 북한 영화 ‘소금’으로 85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도 수상했다. 

두 사람은 86년 오스트리아에서 미국대사관을 통해 탈북에 성공했지만 간첩이 두려워 바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신 감독 부부가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 부부가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북한에서 영화 만들 때 신영균이 생각 많이 났어.” 

“그렇다고 날 불렀으면 큰일났겠네. 나도 납치당할 뻔했구먼.” 

이런 농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냉면도 먹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하늘나라로 간 최씨가 신 감독을 잘 만났는지 모르겠다. 나도 곧 따라갈 테니 먼저 가서 ‘신필름’ 같은 영화사를 만들고 있으라고, 같이 출연하자고 당부해 두었는데…. 

/정리=박정호 논설위원, 김경희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437 [연해문단] - 청도조선족문인들을 응원한다... 2018-08-24 0 3900
2436 [이런저런] - 시글벅적... 2018-08-24 0 4968
2435 [그것이 알고싶다] - "12간지(띠)" 유래?... 2018-08-23 0 5578
2434 [작문써클선생님께] - 아이들에게 설화와 추상화와 상상력과... 2018-08-23 0 3615
2433 [그것이 알고싶다] - "태풍 이름"과 순서?... 2018-08-23 0 5699
2432 [그것이 알고싶다] - "태풍의 이름"?... 2018-08-23 0 5155
2431 [이런저런] - 무서운 폭염으로 "72년전"이 드러나다... 2018-08-23 0 3571
2430 [이런저런] - 유언이 사실로... 2018-08-23 0 3765
2429 [록색평화주의者] - "리산가족상봉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22 0 4731
2428 [동네방네] - 로마에 가면 로마의 률을 따르라... 2018-08-21 0 4682
2427 [록색평화주의者] - 만남도 하루 빨리... 통일도 하루 빨리... 2018-08-21 0 4204
2426 [동네방네] - "세계, 국제 평화사절" 2018-08-21 0 3598
2425 [고향문단소식] - 두만강은 "꼬마시인"들을 부른다... 2018-08-21 0 3807
2424 [그것이 알고싶다] - 글쓰는 눔들의 "주의보"... 2018-08-21 0 3778
242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스포츠통일",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21 0 3503
2422 [그것이 알고싶다] - "기청제(祈晴祭)의 유래?... 2018-08-19 0 5365
2421 [그것이 알고싶다] - "기우제(祈雨祭)"의 유래?... 2018-08-19 0 6029
2420 [동네방네] - 고정관념을 깨버려야... 2018-08-13 0 4930
2419 [고향문단소식] - "문학상, 자체의 힘으로"... 2018-08-13 0 3232
2418 [이런저런] - "개보다 못하다"???와 "개보다 낫다"!!! 2018-08-13 0 5140
2417 [그것이 알고싶다] - "가리느냐 안 가리느냐"가 문제면 문제... 2018-08-11 0 5056
241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곰사육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10 0 4472
241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고래의 모성애",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10 0 4620
2414 "윤동주 이름에 먹칠 하지 말기를..." 2018-08-09 0 3921
2413 [문단소식] - 연변녀성문인협회에서 교감하다... 2018-08-08 0 3272
241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모성애",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08 0 4780
241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백두산연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08 0 3598
2410 [고향소식] - 장백산기름개구리야, 어서 빨리 나와 놀쟈... 2018-08-08 0 3581
2409 [그것이 알고싶다] - 백두산은 지금?... 2018-08-08 0 3568
2408 [고향소식] - "황소는 내가 탄다"... 2018-08-06 0 3723
240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동물들이 문제냐, 인간들이 문제냐" 2018-08-06 0 4870
2406 [동네방네] - 8세 천재소년 2018-08-06 0 3512
240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기후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06 0 4266
240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온실가스",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05 0 5309
2403 [록색평화주의者] - "백두산 호랑이 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04 0 4750
2402 [그것이 알고싶다] - 신비한 "얼음골" 2018-08-04 0 4776
240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동물들한테서 배우라... 2018-08-03 0 4820
2400 [동네방네] - 북방 연변 = "축구 고향" = 남방 매주 2018-08-02 0 3418
2399 [고향의 자랑] -연변 사과배 = 연변 사과배엿 2018-08-02 0 3037
239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백두산공동연구",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8-01 0 5135
‹처음  이전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