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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 "생가문제"...
2019년 11월 24일 00시 36분  조회:2706  추천:0  작성자: 죽림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생가는 규모가 엄청나다. 인도 콜카타에 학교 규모로 세워진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생가와 비견될 정도다. 온 집안을 돈으로 칠갑해 놓은 것으로는 괴테 쪽이 단연 앞선다. 4층 건물에 20여개의 방이 있는 고딕 양식의 괴테 생가는 18세기 유복한 중산층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더욱 가치가 있다.

1층에는 당시의 조리대와 그릇장 등이 있는 부엌과 식당이 있고, 괴테가 태어난 2층에는 아버지의 서재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대형 골동품 시계가 있다. 시인의 방이라 불리는 3층 왼쪽의 방은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가 탄생한 곳이다. 괴테의 책상과 자필 원고가 전시돼 그의 문학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생가는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의 관광 제1 코스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의 생가는 소박함 그 자체로 괴테의 생가와 대비된다. 호찌민은 응에안성 호앙쭈 지역에 있는 외가의 방 5개짜리 초가집에서 태어나 5살까지 살았다. 그의 생가는 전쟁 때 폭격으로 사라질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지붕과 벽을 뜯어 보관했다가 나중에 복원했다고 한다. 호찌민을 향한 국민들의 존경심이 읽힌다. 이곳은 응에안성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중국의 국부 마오쩌둥이 태어난 후난성 사오산의 생가는 혁명 성지로 꼽힌다. 주말에는 10만명이 넘는 참배객이 줄을 잇는다. 중국인들이 일생에 한 번은 가고 싶어 하는 ‘최애’ 장소다. 덩샤오핑과 장쩌민, 후진타오 등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부주석 때인 2011년 3월 생가를 방문했다.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들도 이곳을 찾는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그제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 생가를 경찰서로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건물이 유럽 극우세력의 성지가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신나치주의자들은 매년 히틀러 생일인 4월20일이 되면 생가를 찾아 참배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600만여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독재자가 히틀러다. 그를 영웅으로 떠받드는 추종자들이 활개 치는 한 히틀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다. 홀로코스트 같은 인류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까 두렵다.

/김환기 논설위원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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