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들의 직업정신 / 리련화
취재통지가 오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주최측(主办单位), 주관측(承办单位)에 대한 정보이다.
그런데 행사에 가보면 프랑카드에 버젓이 주최측과 주관측을 바꿔 쓴 사례가 많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주최’란 “행사나 모임을 주장하고 기획하여 엶.”이고 ‘주관’은 “어떤 일을 책임을 지고 맡아 관리함.”이다.
굳이 간단한 비유를 하자면 아버지께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였고 손님접대, 음식준비는 어머니가 하였다고 하면 아버지는 주최측이 되고 어머니는 주관측이 된다.
우리 기자들도 헛갈릴 때가 많아서 ‘최관협’이라고 외우기도 한다.
행정사업을 하는 친구들은 가끔씩 회의 혹은 행사 프랑카드 번역을 나에게 물어보면서 페를 끼친다고 미안해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슴을 치며 “이런 번역은 나한테 맡겨!” 하고 오지랖 넓게 나선다. 내가 번역을 잘한다기보다는 《연변일보》 기자로서 알맞는 번역과 옳바른 표기법에 자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새로운 《조선말규범집》이 출판된 후 《연변일보》에서는 통일적인 학습시간을 갖고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그만큼 《연변일보》는 정통일간지로서 장기간 우리 말, 우리 글의 옳바른 표기법의 든든한 기치로 앞장서왔다.
가끔씩 일부 독자들이 전화가 와서 나의 글을 지적한다. 그런데 그 지적이 아무 근거가 없는, 자신만의 자대로 지적하는 것이라서 나는 당당히 반박한다. “저는 새로 나온 조선말규범집에 근거해서 쓴 겁니다. 그 책을 학습했으면 좋겠네요.”
《조선말규범집》은 약 23만자 분량이다. 책을 펼치노라면 새롭게 바뀐 규범들이 눈에 띈다. 특히 문장부호가 많이 바뀌였다.
례를 들어 도서, 신문잡지의 이름과 영화, 드라마 등은 《》부호이고 글제목, 그림이나 노래와 같은 예술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규정 등을 나타낼 때는 <>부호를 쓴다.
물론 언어문자는 사회적 속성을 띠였기 때문에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자주 변화한다. 우리의 언어도 10년 사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럴수록 우리에게는 언어규범이 더 필요하다.
조선어규범이 새롭게 바뀐 지도 3년이 다돼간다. 그럼에도 지금도 투고한 글을 받아보면 옛 기준 대로 쓴 작가들이 많다. 지어 옛 기준은커녕 틀린 철자가 수두룩한 문장도 많다.
아무리 훌륭한 문장이라 해도 틀린 철자를 보면 자연히 눈이 찌프러지기 마련이다. 문장의 가치도 자연히 감점이 된다.
가끔씩 문장부호 한곳 고칠 데 없이 물이 못나게 완성해서 보내온 글을 보면 그런 작가들에게는 존경심이 들고, 단정한 직업정신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자연히 그런 글들은 소중히 다루게 된다.
조선말규범을 지키는 일은 편집만의 일이 아니다. 무릇 글을 쓴다면, 아니 조선족이라면 다 학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들이 고심해서 쓰는 작품인데, 틈틈이 조선어규범을 학습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바람이다.
작가들이, 기자들이, 더 나아가서 우리 글을 가르치는 교원들이 조선말규범을 학습하고 지키는 것은 자기 직업에 대한 근엄한 태도이자 자기 작품, 자기 학생에 대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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