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군부 퇴진을 요구하며 벌어진 시위에서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병력을 맨몸으로 막아선 수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미얀마 주교회의 의장이자 양곤 대교구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시위 현장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이날은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군경의 발포로 18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친 ‘피의 일요일’이었다.

여러 사진 가운데, 헬멧을 쓴 채 곤봉과 플라스틱 방패를 든 수십 명의 경찰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수녀의 모습을 찍은 것도 있었다. 경찰 뒤편에는 군복을 입고 소총을 든 군인도 있다. 마웅 보 추기경은 “이 수녀는 자유와 인권을 위해 저항하는 민간인을 쏘지 말라고 경찰에 애원하고 있다”고 적었다.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사진 속 수녀는 미얀마의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교구 소속 앤 로사 누 따웅(45)이다. 이날 앤 수녀가 사는 미얀마 북부 미치나에서도 쿠데타 반대 시위대 수십 명이 모였다. 수녀들도 시민들과 연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교회와 수녀원 앞으로 나섰다. 군경이 시위대를 해산하고 체포하는 과정에서 수십 명의 시민들이 진압을 피하기 위해 수녀원으로 몰려들었다. 앤 수녀도 이 과정에서 다리와 가슴을 맞아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지난 달 28일 미얀마의 유혈 시위현장에서 온 몸으로 군경의 진압을 막아섰던 미얀마의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교구 소속 앤 로사 누 따웅수녀는 1일
 
지난 달 28일 미얀마의 유혈 시위현장에서 온 몸으로 군경의 진압을 막아섰던 미얀마의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교구 소속 앤 로사 누 따웅수녀는 1일 "“여정이 힘들고 더 많은 유혈 사태에 직면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내를 통해 우리의 목표를 달성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RVA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 따르면 앤 수녀는 총알과 최루탄 연기, 울음소리가 가득한 도로 한복판에 뛰어들어 무릎을 꿇고 외쳤다.

제발 쏘지 마세요.
죄 없는 사람을 죽이지 마세요.
원한다면 저를 쏘세요.

신도들이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앤 수녀는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진심어린 호소가 통했을까, 군경은 행군을 중단했고 진압을 멈췄다. 무장한 경찰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앤 수녀는 잠시 뒤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다시 수녀원으로 달려 들어갔다고 한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앤 수녀의 용기 덕분에 100명의 시위자들이 수녀원으로 피난했고, 40여명의 부상자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UCA뉴스에 “나는 가톨릭 수녀이지만, 미얀마 시민이기도 하다”며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이 험난하고 앞으로 더 많은 유혈 사태에 직면할지라도, 인내로써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