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24일. 새벽 5시30분,
폭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 아이들과 우리의 배낭을 쌌다. (…) 내 그림들을 파일에 넣었다. 우리의 아늑한 집은 방공호가 되어버렸다. 창문과 문 위는 온통 십자가들이다.
*십자가: 폭격시 유리가 터지지 않도록 십자 모양으로 테이핑한 것
2월28일.
미사일이 옆집에 떨어졌다. 두려움은 아랫배를 쥐어짠다. 날이 갈수록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아진다.
3월1일.
지하 생활 6일 만에 우린 바퀴벌레가 되어버렸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폭파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개구멍을 파악하고 있다가, 곧장 기어들어간다. 음식은 가루 한 톨까지 다 먹어치운다.
3월3일.
전쟁 8일째 밤 이후 나는 도망가기로 결심했다. 누구와 그리고 어디로 떠날지도 정하지 않은 채. 그냥 핸드폰을 들고 택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학 동기들이 도와주었다.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택시 연락처를 주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택시기사는 나우치카에 있다고 했다. (…) 20분 후 우리는 기차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서서 가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아이들의 배낭을 버렸다.
전쟁 첫째 날 내 아이들의 팔에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내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팔에도 적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 무서운 사실이지만 그 생각으로 미리 적어두었다.
3월6일.
다음날 새벽 5시 우리는 바르샤바 시내에 위치한 Mercure 호텔에 도착했다. (…) 결국 겉옷만 벗은 채 쓰러져 잠들었다.
3월12일.
엄마는 우크라이나에 남기로 했다. 엄마는 하리코프(하르키우)에 외삼촌과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남았다. (…)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다 괜찮을 거야’라고 말할 뿐.
그리고 2022년 4월, 책 앞에 쓴 ‘작가의 말’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내가 이 일기를 적는 이유는 ‘전쟁 그만!’이라고 외치기 위해서다. 전쟁에는 승리자가 없다. 오로지 피, 파산, 그리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의 커다란 구멍만 남는다.”
/황예랑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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