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지구는 하나님이 실수로 떨어뜨린 딱정벌레, 투명한 실로 짜인 하늘거미줄에 걸렸었지. 그 딱정벌레 체내에서 숱한 기생충들이 기생하고 번식하면서 살아왔는데, 그 중 가장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기생충이 생계를 위해 처음으로 하늘거미줄을 본뜬 고기잡이 어망을 만들어 쓰더니 언젠가 윤택하고 빛깔 곱던 딱정벌레 몸 위에 뾰족한 칼끝으로 가로세로 수십 개의 줄무늬를 그어놓았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만의 영역을 표시한다고 얼기설기 숱한 거미줄을 만들어놓았던 거야. 그만하면 숨통 막혀 질식할 법도 하건만… 아직도 그물 짜기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네. 얼마 전엔 또 하늘거미줄 뺨칠 만큼의 큰 거미줄을 새로 만들었다는군. 거미줄에 걸려있는 것만으로 성차지 않아 자신이 만든 거미줄에 옭매여 파삭파삭 말라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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