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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날 소흥 소감
1
외로움과 쓸쓸함, 고향애를 달래려고 다녀온 유람이 소흥에서 서북으로 12킬로미터 떨어진 감호-가암풍경구이다. 귀로에 다시 603호 시내버스를 타고 도심의 금시대 호유뒤(好又多)에 들어서니 설명절 물건을 가득히 들고 나오는 소흥사람들로 북적인다.
“소흥사람들의 구매력이 상상밖이구만!”
“소흥출신의 월수대 여선생들이 얘기로는 여기 사람들은 평소에는 돈을 무척 아끼다가도 설만 되면 대범히 나오며 한번에 돈을 톡톡히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럴까?!”
나는 반신반의하면서 설명절 물건들을 푸짐히들 챙겨들고 귀가하는 구매자들을 진한 호기심으로 바라 보았다. 구매자들마다 물건 가득, 웃음 가득, 중국사람들 돈쓰기에 대한 나의 편견이 흔들리는 시각이다.
2
금시대 호유둬에서 나와서 35선 버스를 기다리는데 가족과 친인들로 보이는 한패의 소흥사람들이 사찰에 갖고갈 향대 등을 가득 들고 회계산 향오봉 쪽으로 달리는 2선버스에 오른다.
“불교도들인 모양인데 향로봉 아래 로봉선사에 섣달 그믐날 불교행사가 있는것 같소. 아니면 섣달 그믐날 밤에 사찰을 찾는 무슨 풍습이 있을테고.”
안해도 동감을 표시한다. 보매 사람마다 향대 등을 많이 들었는데 돈으로 따져도 적은 돈이 아니였다. 밤에 회계산 향로봉과 로봉선사와 마주하고 있는 우리 6층아빠트에서 보니 산과 산아래 줄줄이 환한 등불이 밤을 밝힌다. 명절 때나 불교행사가 있을 때만 보이는 희한한 가관이다.
여기 남방사람들의 불교신앙에 우리 북방사람들로서는 놀라지 않을수 없다. 소흥만 보더라도 회계산 하나 산에만도 불교사찰이 여러개에 이르고 곳곳에 불교사찰들인데 불교도들이 얼마인지 모른다. 교인들 거의가 불교를 믿는것 같다. 그만큼 불교가 대단히 성행함을 보이고 있다. 불교사찰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제한이 심한 우리 연변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다.
3
어스름이 깃들자 소흥시내 곳곳에서 명절을 즐기는 폭죽이 터져 오르고 꽃불들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내 고향 연변에서도 흔히 보는 명절놀이지만 소흥은 우리 연변과 많이 다른것 같다. 초저녁부터 밤중까지 몇시간 내내 폭죽이, 꽃불이 터져오른다.
내 고향 연변이라면 이다지도 온 시가지가 모두, 동시에 연속 몇시간씩 법적이는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우리 조선족들은 이렇게까지 엄청 돈을 들여가며 폭죽이나 꽃불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다. 꼭 행해야만 하는 무엇이 아니고, 사더라도 애들 성화에. 혹은 개인취미로 얼마씩 사서는 놀아볼 뿐이다. 그나마도 전체적이 아니고 장난놀이에 그친다. 연길시만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조선족인 우리 연길에서 이러하니 그 규모나 시간면에서 이곳 소흥과 같은 한족지구에 비기지 못한다.
소흥은 가담가담이 아니라 온 시가지가 동참되여 몇시간을 두고 끊임이 없다. 모두가 한족들이니 자기 풍습에 따르기 때문인데 한집에서 보통 1000원 이상, 수천원씩 팔아가며 폭죽놀이, 꽃불놀이에 신경을 쓴다니 힘들게 버는 적잖은 돈을 한순간에 날리는 풍습이 랑비로만 보이지만 그네들에게는 결코 랑비가 아닐것이다.
우선, 온시가지가 일어나는 폭죽, 꽃불 놀이는 설명절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주니 좋은것 같다. 그네들의 명절전통을 이어가는 흥나는 민속놀이가 아닌가. 다음 나라에 돈을 벌어주고 나라경제를 활성화시키니 좋고. 그다음 곳곳에서 잡귀를 쫓고 새해의 상서로움을 기원하며 묵은 해를 보내며 기쁘게 새해를 맞이하니 이 아니 좋을손가.
섣달 그믐날에 느끼는 소흥소감 몇가지. 이러구러 이번 겨울방학 연변에 귀가하지 못하고 강남땅에서 무자년의 한해를 마무리고 기축년의 새해를 맞이하게 되니 보고듣고 느끼는 점이 새롭기만 하다. 이것도 인생공부라면 공부인거지. 강남의 소흥과 북방의 연변이 다르고 한족과 조선족이 다른 섣달 그믐날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섣달 그믐날의 새로운 소감이 아닐까.
2009년 1월 25일 섣달 그믐날, 소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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