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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블로그
요지음 그 남자의 블로그에 접속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접속할 때는 때로 댓글도 달며 다녀간 흔적도 남겼지만 이 남자의 블로그에는 일절 댓글이라는걸 달지 않고 묵묵히 보고만 있는중이다.
오래동안 그 남자의 속내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이제 그 소원이 이루어진셈이다. 그 남자의 불로그에 접속하면서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것같은 느낌이 온몸에 번지면서 쾌감같은것이 느껴지는걸 어쩔수 없었다.
블로그란 인터넷일기로 한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볼수 있는 도경이기도 하다. 요지음 인터넷상의 새로운 유행인 블로그로 하여 그야말로 세계가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세계 각지의 블로거들은 마음만 먹으면 한동네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서로의 사는 얘기를 소상히 주고받을수 있다. 여기 북경에서 저기 미국에 있는 블로거와 수시로 대화를 나눌수 있다는 사실, 몇년전까지만해도 상상이나 했으랴.
천만명의 클릭수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스타불로거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의 블로그에 접속하여 살아가는 잔잔한 얘기를 보고 듣는것이 무엇보다 재미가 쏠쏠한것같다.
그 남자의 블로그는 우선 배경음악이 일품이다. 매양 순수하고 그윽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그 배경음악이 온 방안에 부드럽게 퍼질때면 나는 온몸에 전률같은것을 느끼면서 흥분속에서 그 남자의 블로그에 떠있는 문자 하나, 사진 한점 놓치지 않고 눈박아본다. 그러노라면 그 블로그주인과 늘 함께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면서 보내는 저녁 시간이 그렇게 즐거울수가 없다.
사실 그 남자의 블로그는 어느 우연한 기회에 접속하게 되였다. 맨 처음 보는 순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그 블로그에서 풍기는 분위기며 글들이 너무 기대이상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져있어 무척이나 놀랐었다.
내가 여태 알고있었던 그 남자에 대한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보내는 충격적인 글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풀어놓은 들말처럼 거침없는 사색의 흐름, 기발한 상상력과 넘치는 랑만,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사유, 탄탄한 문장력…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무엇보다도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그 문장력이 나를 놀라게 했다. “와! 이러다가 주인장, 시인이 되는게 아니냐, 문장력이 정말 놀랍다, 대단하다!”는 댓글들이 올라오는걸 보아도 내 생각은 무리가 아니였다.
내가 알고있는 그 남자는 미남이라고 할 정도로 잘 생긴건 아니지만 유머감각도 꽤있고 밝고 명랑하였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유치한 구석이 더러 보이고 자기주견이 별로 없어보이는 그런 남자였었다. 그런가 하면 또 걱정같은것도 끼치게 만드는 그런 남자…
그런데 이제 그 남자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안되였다. 몇년간 그 남자의 속내를 알수 없어 무던히도 속을 썩여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에서 그 남자의 속내를 읽을수 있다는것은 이외의 수확이였고 향수였다. 주인장의 기호와 습벽으로부터 일상중의 희로애락에 이르기까지, 생명에 대한 찬가와 꿈에 대한 열망 그리고 내심의 고뇌와 자칫 라태해지려는 자기에게 끊임없이 편달하며 진취적으로 살려는 그 진지한 자세가 돋보이면서 차츰 멋있는 남자로 다가왔다.
《나의 우상은 아버지》라는 말도 이외였지만 멋있는 자세로 골프를 치는 모습으로부터 여태까지 독파한 게임에 관한 기록에 이르기까지, 솔직하지만 예지가 번뜩이는 글들, 그리고 요지음 남자라면 모두가 열광하는 월드컵에 대한 단상들, 사나이의 눈으로 본 축구스타들에 대한 치열한 논평들이 내 마음을 끄당긴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 남자에게 여자가 생긴것이였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장문의 시로 적었다는데 그야말로 환장할 지경이였다. 이럴수가? 그런데 스스로도 이상한것은 은근히 시샘이 나면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림하는 그 사랑의 고백과 고뇌들이 오히려 감동을 주며 드라마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빠지듯 늘 하회가 기다려지는 그것이였다.…
그 남자 불로그에서 여러달 내내 주인과 더불어 울고 웃던 어느날,
《하하… 내 블로그 함부로 보면 안되는데…》
라는 소리가 뒤통수를 쳐왔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내 뒤에 구척장신의 아들녀석이 시물시물 웃으며 서있는것이 아닌가? 바로 그 문제의 블로그 주인―대학 1학년에 다니는 아들녀석이 어느덧 방학이 되여 돌아온것이였다.
그 넉넉한 웃음은 오히려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바라보는 너그러운 부모의 눈빛과 같은것이여서 더구나 몸둘바를 몰랐다.
《이…이 자식, 너희 친구들 보는건 되고 엄마가 보는건 안되냐?》
나는 괜히 생억지를 쓰며 어느새 성숙된 모습으로 서있는 아들녀석을 밉지 않은 눈으로 흘겨보았다. 이제 유치한 티를 많이 벗고 바야흐로 어른으로 커가는 녀석, 이제 더는 물가에 내놓는 식의 잔 걱정같은걸 하지 않아도 될법한 녀석이였다. 그동안 여자친구 사귀는데 대해서는 일절 찬반의 티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것들에 조금은 시름을 놓아도 될듯하였다.
문득 인생은 이래서 살맛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장성한 아들, 여태 잔소리와 푸념으로 닥달을 해왔던 아들을 그 사상 깊이에까지 알수 있는 시점에 와있다는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겉모습만 보고 주견이 없다고, 어리다고만 보아왔던 아들이 이제 저만치 장성하여 한 인간으로 서있다.
시대가 달라 자유분방한 요지음의 젊은이들과 딴에는 녀석또래들을 많이 알고있다고는 하나 그네들 눈에는 여전히 전통적이기만한 부모세대, 코드가 잘 들어맞지 않아 대화가 툭툭 끊겨나가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던만큼 이제 성인대 성인으로 인생이며 사랑이며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역시 살맛나는 일이 아닐수 없다. 때로는 능청을 떠는 녀석에게 은근 슬쩍 응석을 부리기도 하면서…
순간 나름대로의 주견과 사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아들이 의젓하게 느껴지면서 무어라 이름할수 없는 행복감이 한가슴 그들먹해온다. 《인생은 어느 나이고 살아볼만한 나이》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가?!…
아직 여리고 풋풋한 티를 채 벗지 못했지만 내 눈에 녀석은 분명 사나이였다. 그것도 멋진 블로그를 쓰는 멋진 사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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