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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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調詩】풀벌레 향기 (외 6편)
2023년 04월 02일 14시 12분  조회:601  추천:0  작성자: 박문희
【民調詩】
 
풀벌레 향기 (외 6편)
 
▢박문희

 
아늑한 뒤안길에
풀벌레 울면
잦아진 향내
빨갛게 물든다.
 
보랏빛 참새꿈에
샘물 뿌리면
작은 날개 피어
하늘을 덮는다.
 
 
희망봉
 
미래세
첫새벽에
불끈 떠오른
애젊은 동자별!
 
 
폭군
 
이 세상
가는 세월
말없는 폭군
뜨는 달 반갑고
지는 해 섭섭해.
 
 
세상 구경
 
도착과 출발을 거듭하면
세상 떠도는 하늘 바다 땅
닫히고 열리지.
 
하늘을 날고날면
종달이와 싱갱이질
은하수꿈엔 목욕도 한다네.
 
바다에 잠수하면
돌고래 타고
용왕님 뵈러가.
 
땅속에 스며들면
두더지 타고
땅불 구경 나서.
 
어허라 상사디야 지화자 좋다
얼씨구 절씨구 어절씨구씨구!

 
덜기의 철학
 
오밤중 비바람에
말려가 버린
부질없는 신 맘
 
맘덜길 거듭하니
앓던 이 뺀 듯
시원섭섭해
 
늴 늴 늴리리야.
 
 
회포
 
옛샘터 가마솥에
씨암탉 끓네.
백년 옛친구
범잡던 이야기.
 
 
신생
 
지우개
머릿속을
기어다니며
권태를 지우네.
 
 

【시평】

중국교포시인 박문희씨가 민조시 7편을 보내왔다. 7편 다 장단 · 가락을 지키고 있고, 수준이 고르다. 품격 또한 높다. 민조시 '풀벌레 향기' 외 6편 모두 수준으로 보면 합격품이다. '풀벌레 울면 / 잦아진 향내 / 빨갛게 물든다.'는 청각과 후각과 시각을 잘 활용해 짜낸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둘째 수에는 '보랏빛 참새꿈에 / 샘물 뿌리면 / 작은 날개 피어 / 하늘을 덮는다.'는 표현이 그만이 아닌가...
 
(《自由文學》 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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