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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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변주의 미학 댓글:  조회:143  추천:0  2024-02-29
변주의 미학   ----강동한 시 단평    ▢박문희      한수의 시에 대한 단평에 이란 거창한 제목을 단다는 것이 과연 적절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모종의 그럴만한 리유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여 그대로 쓰기로 했다.   '변주'는 들뢰즈-가타리의 《천개의 고원》 중 제하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네이버사전에서는 '변주'를 '색갈이나 모양 또는 내용을 다르게 바꿈'으로 해석, 이를테면 한복들이 현대에 시류를 타 변화하는 것도 '변주'(중문으로 된 《천개의 고원》에서는 '流變'으로 번역되였음)로 표현한다. 한편 동음어인 음악의 '변주(變奏)'로도 통한다. 리듬이나 선률 또는 화성 등을 여러 가지로 바꾸고 꾸며서 연주함을 일컫는 말이다.   '변주'에 대한 들뢰즈-가타리의 말을 조금 따다 음미해보자.   "...변주의 련속체를 만듦으로써, 그리고 상수들을 조이고 변주들을 풀어주도록 변수들을 조작함으로써, 언어가 말을 더듬도록 하라. 또는 언어가 '삐약삐약 울게' 하라..., 언어 전체에, 심지어 문어에도 텐서(tensor/张量)들을 설치하라. 그리고 거기서 웨침, 아우성, 음높이, 지속, 음색, 억양, 강렬함을 끌어내라....바꿔 말하기에 대한 취향..." (《천개의 고원》중 , 201페이지)   '변주리론'에 대한 나의 리해를 한마디로 개괄하면 시어를 해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옷을 현대시류를 타 변화시키듯 색갈이나 모양 또는 내용을 다양하게 바꾸고 음악에서 리듬이나 선률 또는 화성 등을 여러 가지로 바꾸고 꾸며서 연주하듯 바꿔주면서 원래의 틀 안에서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 강동한 시인의 시 한수를 옮겨온다.   만경창파 건너온 너 나 자취 더듬어 몇 만리   떨리는 손으로 옷 벗겼을 제 꼬박꼬박 수놓은 터밭의 화원 하얗게 뜬 초가의 록비 해진 젖살 달래주는 토장의 손길   오랜 보뚝 터져 녹아내린 눈가의 고드름 얼음의 빈구석에서 울고 있는 개바자의 해바라기꽃   언젠간 단비 되여 말라 찢긴 가슴 적셔 주리라   ----시 전문   4개 련에 12행으로 씌여진 시로서 제목은 다.   누구나를 막론하고 우리는 읽고자 하는 시를 접할 때 우선 시 제목부터 보게 된다. 제목을 봐야 읽고자 하는 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시문을 여는 열쇠이자 시를 리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목은 또한 각 련과 행을 련결하는 하이퍼링크 기능의 주요담당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드시 전부의 담당자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제목-행-련’을 련결하는 구도를 갖는 링크기능은 각 련, 각 행, 지어 모든 시어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시 읽기와 시 쓰기에서 링크기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시제가 이니 내용도 편지와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칼로 자르듯 철저한 단절, 도주와 탈령토를 운운하면서 그것을 련결과는 아주 무관하게 취급하는 것을 하이퍼시의 한 개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 일도 있지만, 실상 분리탈주와 접속련결 및 탈영토와 재령토의 변증관계를 외면하고 도주, 분리와 단절만 강조하는 사고방법은 재고되여야 하지 않을가 생각한다. 제목과 내용의 관계처리도 그렇지만 련과 련, 행과 행과의 관계처리도 마찬가지이다.   만경창파 건너온 너 나 자취 더듬어 몇만리   시 의 첫 련이다. 시 제목이 이므로 첫 행의 '너'를 편지로 상정해볼 수 있다. 만경창파 수만리 먼 이역 땅에서 날아온 편지. 그러나 제목이 라 해서 내용이 반드시 편지라는 보장은 없다. 편지가 단지 상징물에 불과해 그것이 상징하는 대상이 다른 사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례컨대 막언의 장편소설 제목이 《풍유비둔(丰乳肥臀)》이라 해서 그 내용이 풍만한 가슴에 큼직한 엉덩이를 쓴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제2련:   떨리는 손으로 옷 벗겼을 제 꼬박꼬박 수놓은 터밭의 화원 하얗게 뜬 초가의 록비 해진 젖살 달래주는 토장의 손길   이 련은 '떨리는 손으로 옷 벗겼을 제'를 첫 행으로 시작된다.   의인화된 2인칭 '너'의 '옷'을 떨리는 손으로 벗기는 이미지는 경우에 따라서는 모종의 전률감을 줄 수 있는 시행이다. 여기서 '옷'은 편지봉투의 상징물이다. 하지만 '다르게 바뀐 내용물'로서의 '옷'은 필경 변주의 결과이며, 편지란 령토로부터의 탈주 혹은 탈령토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들뢰즈-가타리의 다음과 같은 말을 조금 긴대로 새겨볼 필요가 있다.   "...내용과 표현은 서로 결합되고 련계되고 서로 촉진되기도 하고 반대로 재령토화하며 안정화되기도 한다. 우리가 상황이나 변수라고 부르는 것들도 사실은 탈령토화의 정도들 자체이다. 한편으로 내용의 변수가 있는데 그것은 몸체의 혼합체 또는 몸체의 결집체 안에 있는 비률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표현의 변수가 있는데 그것은 언표행위 내부에 있는 요소들이다... 요컨대 표현은 내용을 발견하거나 표상함으로써 내용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다. 내용의 형식과 표현의 형식이 서로 소통하며 끼여들고 작용하는 것은 내용과 형식의 상대적 탈령토화의 량자들의 결합 때문이다." (《천개의 고원》 중 171페이지)   시 제목 와 시 첫련의 '너'와 2련 첫행의 '옷'을 내용과 표현을 언급한 들뢰즈-가타리의 말에 련계시켜 보면 '편지'는 내용에 속하고 '너'와 '옷'은 표현에 속한다. 내용과 표현은 서로 결합되고 련계되고 서로 촉진되기도 하고 반대로 재령토화하며 안정화되기도 한다. 그것은 부단히 진행되는 변주의 과정이기도 하다. 내용의 형식과 표현의 형식이 서로 소통하며 끼여들고 작용하면서 '편지'는 령토로부터 탈령토, 재령토로의 과정을 밟는데 그것은 내용과 형식이 상대적으로 탈령토화한 량자들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수놓은 터밭의 화원 하얗게 뜬 초가의 록비 해진 젖살 달래주는 토장의 손길   이것은 2련 첫행 뒤에 오는 3행의 시구다.   '너'의 '옷'을 벗긴 후에 나타난 경상은 눈처럼 희디흰 피부가 아니라 생뚱맞은 '수놓은 화원', '하얗게 뜬 녹비'와 '토장의 손길'이다. 이런 시어들의 조합은 일상론리에는 맞지 않으나 시적 론리에는 맞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행 '해진 젖살을 달래주는 익은 토장의 손길'은 '떨리는 손'에 대한 대응이면서 또한 이질적 언어의 무단 접속(례컨대 '해진 젖살', '토장의 손길')의 내포도 가진다. 이 시구들을 몇 번 음미해 보노라면 어머니의 손맛, 고향의 향기를 련상케 하는 전통 삶에 대한 회고의 의미도 지니지만 표현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다음 제3련을 보자.   오랜 보뚝 터져 녹아내린 눈가의 고드름 얼음의 빈구석에서 울고 있는 개바자의 해바라기꽃   느닷없이 오랜 보뚝이 터지고 눈가에 매달린 고드름이 녹아내리며 또 예고 없이 개바자의 해바라기꽃이 얼음의 빈구석에서 울어재낀다. 이 역시 변주이다. '리듬이나 선률 또는 화성 등을 여러 가지로 바꾸고 꾸며서 연주하는 변주(變奏)'이기도 하고 '색갈이나 모양 또는 내용을 다르게 바꾸'는 변주(流變)이기도 하다. 여기서 '오랜 보뚝' 과 '녹아내린 고드름'은 눈물샘과 눈물의 변주이며 '해바라기꽃'은 '나'의 화신이자 변주이다.   이제 마지막 련을 보자.   언젠간 단비 되여 말라 찢긴 가슴 적셔 주리라   여기서 '나'는 '해바라기꽃'에서 탈주하여 '단비'로 '재령토화' 된다. 마른 '가슴'을 적신다는 대목에서 그 '가슴'이 상정하는 의미는 상당히 다양할 수가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읽는 이들이 스스로 읽어내야 할 터이다.   이제 시 전문을 표현대상의 측면에서 귀납해 보자.   1련: 너, 나 2련: 화원, 록비, 손길 3련: 보뚝, 고드름, 해바라기꽃 4련: 단비, 가슴   보다싶이 각 련의 표현대상들은 분명 자립성과 독립성을 가지며 그것들 서로간에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례컨대 2련의 화원, 녹비, 손길과 3련의 보뚝, 고드름, 해바라기꽃은 각 련 안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서로간에 아무런 관계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란 제목의 링크기능에 의해 우리는 편지와 각 련이 분명 련결되고 있음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다. 오랜 보뚝의 터짐과 고드름의 녹아내림은 쏟아지는 눈물과 감정의 폭포일 터이고 얼음의 빈구석에서 울어 예는 해바라기꽃은 만경창파 수만리 이국타향에서 정든 고향을 그리는 화자의 화신일 터이다. 각 련과 행들에 새로 발생하는 이미지들은 변주의 소산에 다름 아니다. 바로 이러한 변주들이 시 전반에 미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을 이라 한 리유라면 리유겠다.   이상에서 우리는 시 를 한번 훑어보았다. 시 전반에 걸쳐 우리는 시어의 의미화에 대한 강동한 시인의 추구를 발견할 수 있으며 아울러 이미지의 활발한 변주와 확장도 맛보게 된다. '떨리는 손, 벗기는 옷, 해진 젖살, 울고 있는 해바라기꽃'과 같은 이미지의 변주와 확장된 이미지는 읽는 이의 마음과 눈을 시원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시어의 구사를 봐도 반 마디 설교도 없이 진지한 표현만 있을 뿐이며 내용은 진지하고 깊은데 반해 표현은 감각적이고 유연하다.   이런 점이 자못 중요하다고 본다. 이미지의 활발한 변주와 확장 및 시어의 의미화에 대한 의도적인 추구를 소홀이 한다면 우리의 시는 자칫 무의미한 언어유희에 빠지기 쉬울 것이다. 시어를 구사함에 있어서 유미주의적 감각을 충분히 살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시는 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 살려야 할 것이다. 상상력의 공간을 충분히 확장함과 동시에 감각적 미의식을 살리는 것은 우리 시인들에게 있어 필수과목이 아닐가고 생각해본다.   2023.5.28.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창작세미나에서)
95    방미화 시집 《나비의 사막》을 읽고 댓글:  조회:130  추천:0  2024-02-29
방미화 시집 《나비의 사막》을 읽고   □ 박문희     방미화시집 독후소감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시 을 읽어봅니다.   달팽이 입맞춤 하얀 심연 변주곡 울리고 나비가 드리운 사막의 날개 불타는 오아시스 되여 날아오른다 거대한 새싹이여 하늘을 보라 반짝이던 마지막 별 해 뜨는 시간 알린다   거위 눈물 밀물의 파란 아픔 다독이고 사막 흐느낌 갇혀버린 샘물 웨침소리 날린다 하얀 먼지 순간이여 순간이 되어버린 꽃망울 빨간 몸짓이여 유리벽 따라 흘러내리며 옥에 티 되어 반짝거리는 반쪽 잎새여   이상 시 전문입니다.   모두 2련 15행의 짧은 시인데, 사막의 날개, 불타는 오아시스, 거대한 새싹, 마지막 별, 반쪽 잎새 등 본 이미지가 15개 있고, 그 외 밀물, 유리벽, 옥에 티 등 본 이미지를 규정해주는 보조적 이미지도 여러 개 있습니다.   이 시의 언어구성을 보면, 하얀 심연 변주곡, 밀물의 파란 아픔, 갇혀버린 샘물 웨침소리, 순간이 되어버린 꽃망울 빨간 몸짓, 옥에 티 되어 반짝거리는 반쪽 잎새 등 이미지덩어리들이 자유자재로 ‘야합’을 하고 있습니다. 행과 행간을 둘러보아도 인과관계나 유기적 관련이 전혀 없는 사물들(나비, 거위, 밀물, 사막, 먼지, 유리벽, 샘물 등)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사라집니다.   이 시의 중심이미지는 제목에서 보다 싶이 ‘나비의 사막’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비, 새싹, 오아시스 등 이미지는 상징성을 띈 시어들입니다. ‘오아시스’란 사막에서 희귀하게 발견할 수 있는 물웅덩이를 지칭하는데, 사막에서의 죽을 맛인 갈증 속에서 휴식을 주는 존재인지라 비유적으로 안식처라는 의미로 통하겠지요.   또 ‘나비’를 보면, 흔히 나비는 인간성과 변화의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하죠. 여름 한 철 아름다운 날개짓을 하며 유유히 날아다니는 시각적 아름다움은 예술적 령감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하겠죠. 하지만 나비가 오랜 시간 애벌레 상태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가 부화하는 모습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띠기도 하죠. 그래서 나비는 현재까지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뒤에 오는 변화와 생명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가 봅니다.   나비의 상징성에 대한 이와 같은 이해를 이 시 전문에 대한 이해의 열쇠로 적용한다 할 때 우리는 나비가 드리운 ‘사막의 날개’를 통해 ‘불타는 오아시스’와 하늘로 솟는 ‘거대한 새싹’을 보게 되고 ‘사막의 흐느낌’과 ‘샘물의 웨침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 전혀 뜻밖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 시 95수로 묶여진 시집 전체를 단지 시어구사 측면에서 간단히 들여다본다면, 이 시집엔 동물, 식물과 기타 자연물들이 무수히 올라있는데요, 기중에서도 무지 흥미로운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물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돌뼈, 바람빛, 물바위, 바위눈, 모래쌀, 서리가슴, 바람심장, 천둥화살, 세월바퀴, 우주점액, 태양고막, 폭포수염, 념불비늘, 시간고름, 망각카텐, 계곡목덜미, 우주귀구멍, 우주휘파람, 려명면사포, 밀물생식기, 고통조미료, 모래껍데기, 시간찌꺼기 등 아무튼 저그만치 무려 70여개가 됩니다.   전부 이질적 언어들의 파격적 합성입니다. 이런 언어구성방법을 우리는 이미지 창조의 중요수단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시어의 구사법은 방미화 시집에서는 비단 단어구성에서 뿐 아니라 시의 련과 행에서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례컨대----   ‘포도넝쿨 넘어가는 파아란 행복소리’ (봄빛) ‘닫힌 길 여는 열쇠는/순간 잡는 몸의 움직임/그 기억 썩은 기둥 무너뜨린다’ (달) ‘공기가 부서지고/바람이 쪼각난다/우리의 분신이 잠에서 깨어나는 날/우리는 우리를 넘어서고 있다’ (집행자) ‘기쁨액즙, 고통조미료 넣어/욕망료리로 반죽된 기나긴 동면/삶과 죽음이 똑같은 시간 려행’ (물의 숨소리)   등등 아주 많습니다.   시어들의 자유로운 결합은 종종 아주 멋진 싯구를 낳기도 합니다.   례를 들면 ‘진주성찬에 굶주린 것들/백색 태양줄기 번뜩이고/왕관 쓴 노예들 서서히 움직인다’ (경계를 넘어)와 같은 것이 바로 그겁니다.   시어구사에서의 이와 같은 자유로운 합성은 시집 전체에 관통되여 있는데, 가령 기존 관념으로부터의 철저한 탈출과 해탈, 기성 틀에 얽매인, 이른 바의 합리적 사유로부터의 해방이 없다면 이런 과감한 결합, 합성은 감히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입니다. 시창작의 초기입문단계에 있어서 이점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최룡관시인의 많은 제자들이 무엇 때문에 완전 신출햇내기로부터 불과 몇년 안 되는 시간에 시단에 당당히 진출하여 시집도 내고 상도 받아안을 수 있는지를 보면 당연히 답이 나올 것입니다. 방미화시인이 근래 륙속 이룩한 일련의 시작성과들 역시 좋은 례로 손색이 없습니다.   시집 에서 보여주다 싶이 방미화시인은 하이퍼시 창작실천과 리좀이론 학습을 하면서 기존관념의 해체, 단절과 재구성, 이질적 이미지들의 자유로운 결합과 시적 언어의 자유분방한 구사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색다른 이미지 창조에서도 남다른 자질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토대위에서 방미화시인이 금후 시창작과 시론탐구에서 한층 높은 차원으로 정진하며 특히 그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이미지 창조에서 보다 큰 성과를 올릴 것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2022.7.29.   (연변대학 인문사회과학학원 주관,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주최로 진행된 방미화 시집 《나비의 사막》 출간식에서)  
94    【民調詩】풀벌레 향기 (외 6편) 댓글:  조회:357  추천:0  2023-04-02
【民調詩】   풀벌레 향기 (외 6편)   ▢박문희   아늑한 뒤안길에 풀벌레 울면 잦아진 향내 빨갛게 물든다.   보랏빛 참새꿈에 샘물 뿌리면 작은 날개 피어 하늘을 덮는다.     희망봉   미래세 첫새벽에 불끈 떠오른 애젊은 동자별!     폭군   이 세상 가는 세월 말없는 폭군 뜨는 달 반갑고 지는 해 섭섭해.     세상 구경   도착과 출발을 거듭하면 세상 떠도는 하늘 바다 땅 닫히고 열리지.   하늘을 날고날면 종달이와 싱갱이질 은하수꿈엔 목욕도 한다네.   바다에 잠수하면 돌고래 타고 용왕님 뵈러가.   땅속에 스며들면 두더지 타고 땅불 구경 나서.   어허라 상사디야 지화자 좋다 얼씨구 절씨구 어절씨구씨구!   덜기의 철학   오밤중 비바람에 말려가 버린 부질없는 신 맘   맘덜길 거듭하니 앓던 이 뺀 듯 시원섭섭해   늴 늴 늴리리야.     회포   옛샘터 가마솥에 씨암탉 끓네. 백년 옛친구 범잡던 이야기.     신생   지우개 머릿속을 기어다니며 권태를 지우네.     【시평】 중국교포시인 박문희씨가 민조시 7편을 보내왔다. 7편 다 장단 · 가락을 지키고 있고, 수준이 고르다. 품격 또한 높다. 민조시 '풀벌레 향기' 외 6편 모두 수준으로 보면 합격품이다. '풀벌레 울면 / 잦아진 향내 / 빨갛게 물든다.'는 청각과 후각과 시각을 잘 활용해 짜낸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둘째 수에는 '보랏빛 참새꿈에 / 샘물 뿌리면 / 작은 날개 피어 / 하늘을 덮는다.'는 표현이 그만이 아닌가...   (《自由文學》 2020년 겨울호)
93    룡두레우물 댓글:  조회:786  추천:0  2022-10-04
  룡두레우물     노란 수수깡에 팽글거리던 바람개비 옹알옹알 소싯적 허구 많은 사연 띄우고 이른 봄 피어난 연분홍 천지꽃 살진 록음綠蔭으로 달려와 삼복날 땡볕 언저리에 파랗게 안기네   산들바람 드나드는 동구밖에서 낯선 길손 위한 리정표 댕기 날리며 색동별 가득 박은 칠색무지개 맞아주네 수놓이 뜨개실에 올올이 피여난 종달이들 샘터발치 수양버들 아래 모였네 볼우물 살짝 패인 버들이파리 오구작작 귀맛 좋은 꿀 지저귐 까무룩 잊혀진 풍진세월 곤한 다리 하얀 구름 핀 하늘에 편히 뻗었네   시간덜미 잡아 큰 대자로 동여매고 샘우물에 덧앉은 세월이끼 걷어냈네 달그림자 잦아들어 시원한 하늘 두레박으로 푹 떠 마시네   별안간 금빛 왕방울 목에 두르고 눈부신 룡 한마리 고패 치며 날아오르네     《연변문학》2022년 제9기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돌 경축 특집  
92    신 념 댓글:  조회:500  추천:0  2022-07-24
  신 념   광풍 속에서도 관솔불은 날개 펄럭이며 나부낀다. 흔들리지 않는 몸가짐 신념 치켜든 앙가슴 보이지 않는 깃발 거침없는 질주 설마 바닷길 폭우가 송진 내음 피해간 것일까?   뼈마디 넋이 내민 주먹 뻔뻔스러운 파도 면상 강타할 때 느닷없이 솟아오른 암초 퍼렇게 멍든 팔뚝 감싸 안으며 무섭게 오열한다.   실개천 아지랑이 음해한 미친바람 내력 아는 관솔불 바람주소 품속에 찔러 넣고 이제 갈 길 시작되는 벼랑 가에 홀로 서서 소나무 옹이와 작별하고 있다.  
91    겨울바람 댓글:  조회:394  추천:0  2022-07-24
  겨울바람   번개 싹틔워 잎 뽑아내는 사이 세상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어둠에 짓눌린 구름 성화에 땅 위 여름풀들 숨 죽이지만 눈보라 앙칼진 노래 부르며 달려올 때 대지는 환희로 전율한다.   천년 고목 틈바구니에 숨어 버린 시동계획 가물가물한 꼬리 태초에 멈춰 버린 행진의 그림자와 시위 떠난 화살의 망설임 그리고 들불에 얼어 버린 꿈의 귀와 가람의 코는 임해설원 가슴 위를 달리는 뭇새들 환영(幻影) 뒤에 숨어 바야흐로 허공에서 너울너울 춤추고 있다.   이제 거친 광야 짓밟으며 달려온 겨울바람은 칼벼랑에 혼신 기대인 나무뿌리가 되어 쉬고 싶다.        
90    하이퍼시의 동음 댓글:  조회:383  추천:0  2022-07-24
  하이퍼시의 동음   나무 바위 바람 번개 휘파람 불며 다니는 길에 풀꽃 흐벅진 무지개 길 새로이 부설하는 거창한 작업 양자(量子) 껍질 부수고 튀어 우주 꼬리에 달려 있는 단추 6차원 공간 구멍에 꿰맞추고 블랙홀에 빠진 해의 귀 얼구어 남극의 온난화 먹어치운다. 공간과 시간 소리와 날빛 상존(常存)이란 씨실과 부재(不在)란 날실로 다시 짠다. 날개와 발 마찰음이 창조한 노래 난바다 가장 깊은 곳 날아옐 때 파랑새 플라스마* 귀에 걸고 천구(天球)의 음악 듣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플라스마(plasma)는 물질의 상태로 볼 때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상태.
89    바람의 비밀 댓글:  조회:366  추천:0  2022-07-24
바람의 비밀   웅숭깊은 바다 속을 날던 날 바다 꼬리에서 토네이도에 휘말려 별 모서리에 이마를 찧었다. 조개의 깊은 젖꼭지에 먹혀 껍질 속에서 소화되는 중 시커먼 우주에 배설물로 던져져 공간과 시간 사이에서 무주고혼이 되었을 때 속도 팔에 깎인 빛 그림자만이 유일한 지음(知音)으로 남아 있었다.   구름 뼈가 산화되어 증발하기 직전까지 투명한 구름 위에 소금이 쉬도록 머물러 길손들 신세 진 사실은 두개골에 생생한 영상으로 입력돼 있다.   하늘 바다 야합하는 수평선과 하늘땅 흘레붙는 지평선 심지로 꼬아 바다 밑 잠든 화산의 배꼽에 심는다. 생명 내쏘는 고래 등으로 쏜살같이 내리꽂히는 성난 날빛의 허리를 자르며 갈매기 편대가 해적선의 늑골과 청화 자기의 비밀을 바람의 얼굴에 붙여 놓는다.      
88    [시] 황금의 두만강삼각주 댓글:  조회:782  추천:0  2021-12-13
황금의 두만강삼각주 □ 박문희     장백의 하늘 아래 서기가 비꼈는가 폭포수 룡이 되여 날아내리네 가람이 룡이 되여 날아오르네   설레이는 향풍날개 노젓는 소리 천지가에 활짝 돋는 새파란 아침 군함산 건너 선경대 악단 파도치는 반주 천불지산 어깨 넘어 일광산 허리 휘휘 돌아 버들방천에 내려 사방 둘러보네 파랗고 빨간 융단 얼기설기 펼쳐지고 별무리 내려앉아 우쩍우쩍 자라네   새날 밝은 진달래산천 영렬들 혼백 서린 신전(神殿)에 하늘 우러러 두 팔 벌린 천년바위 신도시 풍경 가꾸는 꽃동네 뭇가슴에 들불 지피네   지저귀는 록음방초 거느리고 가람꼬리에 사뿐 내려앉은 봉황새 호함진 알 품은 동가슴 열어 눈부신 노란 자위 선보이네 젊은 별들 발끝에 뻗은 길목 노래가락 뽑는 화초군단과 춤추는 상모 환상의 짝궁 양달진 봄언덕 축복의 샴페인 터뜨리네   벼랑이 가로막아도 세월은 흐르며 눈부신 꽃노을 피워올리리.   《연변일보》해란강 부간  장백에서 방천까지 우리 시가 간다(6)     2021.11.10
87    가을련가 —숭선 인상 댓글:  조회:781  추천:0  2021-12-05
가을련가 —숭선 인상   □ 박문희     단풍이 익는 계절 마음도 익네   뼈대 튼실한 군함 푸른 갑옷 벗고 칠색 꽃바구니 두른 유람선으로 거듭났네   노루 사슴 토끼 다람쥐 동승하야 만수국 샐비어 빨갛게 타는 뼈와 피 바꾸고 오색구름으로 피여난 저 맑은 하늘에 꽃배를 띄워라   눈뿌리 시린 갑판 우 꿈틀대는 저 금물결 타오르는 벼랑 아래론 천길 폭포수 구천가에 아스라니 날아내리는데 갑판 아래 신난 계곡 우 얼기설기 얽힌 거미줄엔 채운이 드리워 눈부시고 이곳 저곳에 올망졸망 솟아있는 산더기들을 꽁꽁 밟아 납작하게 평지 만들고 호미로 휘익 금 그어 뺀 할아버지 그림자 비껴있는 저 강줄기 물갈기 우로 애되고 늘찬 제비들 옛이야기 담은 가죽배 산천구경에 여념이 없어라   실바람 간지러운 선녀호수 푸른 물 라일락 반기는 동구 밖 단풍 든 숲속 삼강이 귀바퀴에 서성거린다 방울새의 노래 늘씬한 맨발로 달려와 칭칭 감기네   마을 할머니 웃음소리 찰랑이는 백일홍 꽃밭에 선다 오매불망 그리던 강남 강북 해동 해서의 후손 마중하며 반가움에 눈시울 적시네   푸른 물결 타오르네 쭉쭉 빠진 길로 세상 싣고 나가고 들어오며 어제 오늘과 래일을 잇는 큰 배에 올라 옛꿈 이루려 바다건너 방황하며 밑바닥 없는 향수 달래던 출렁이는 고운 청춘들 오늘은 새로운 꿈바퀴 굴리며 달려오누나.   《연변일보》해란강 부간  장백에서 방천까지 우리 시가 간다(5)   2021.11.3 
86    귀향곡 (외 3수) 댓글:  조회:934  추천:0  2021-06-24
귀향곡 (외 3수) 박문희   넋 놓고 쳐다보는 노을의 꽃날개 바위숲 아래 북소리로 끓어 번지오 가는 구름 잡아 묶어 뱃놀이 하고 두 별 사이에 길 빼고 드론 날리오   배고픈 달구지냄새 노랗게 덥고 배부른 다리미숯불 빨갛게 맵소 땅속에 박힌 마당발 암초로 굳었지만 가지로 불거진 조막손 백년하늘 닮았소   살진 봄바람에 타들어가는 시간 취기어린 귀향시대 대문 두드리오 신들린 보석 풀어헤친 가슴 희대의 꽃무리로 타오르오       석 양   빛의 포물선 익는 소리 부채살에 매달리고 풍화된 폭포의 화석 백발의 비단 잉태하네   노을을 등에 지고 곤두박질하는 저녁 해 신들린 빨간 꼬리로 까만 영상 구워내네   달빛에 찍힌 나뭇잎들 밀어 주고받는 사이 바람이 가라앉은 호수 영마루 넘어가네       폭 서   피맺힌 가슴속에 눈시린 빙산 끓어번지고 불바람 우거진 바위 끝에 백년이끼 헐떡인다   시루에 찐 보석 바닥을 구르며 널뛰는 소리 산등성이에서 골물로 터져내리는 능구렁이 대군   투명한 날개 불사르며 달려와 꽃뱀으로 칭칭 감긴다 들숨날숨의 허리 잘라먹으며 빨간 세상 구워낸다       까만 눈동자   꽃샘추위 시작될 무렵 어디선가 기어 나온 애고사리에 잡혀 아렴풋한 그림 속으로 끌려들어갔네   산 너머 무연한 잔디밭 아지랑이 노는 곳에서 온 머리에 샛별눈 만발한 잠자리 엎어지며 달려오네 침묵이 다반사인 이파리지만 살집은 야무져 탐스럽네   살얼음 서걱서걱한 가슴벽위에 한껏 부푼 복수초로 피어났네 복수초로 피었다가 무지개로 사라졌네   착한 바람에 피곤한 눈 감고 흩어진 때깔조각 깁고 또 깁네 하얀 밤 빨간 양산 그늘  동그란 파문의 머리는 가고 한없이 예쁜 눈동자만 남았네   눈시울에 앉은 파랑새 놀랠세라 산간 벽수 안개비속에  소리 죽여 흐느끼네   《연변문학》 2021. 6
85    과 원 댓글:  조회:1061  추천:0  2021-02-01
과 원 파랑새 방울새 우짖음 하얀 구름산자락에서 풀색으로 피어날 때 별무리 흐르는 산정 호수 빨간 노을에 흠뻑 취해 둥그런 달덩이로 불끈 솟네. 쿵쿵 방아 찧는 천 길 폭포에 비단결 풍운조화 이네. 흘러가는 흰 구름에 쌍으로 드리운 칠색 무지개. 천실만실로 용두레 감싸 안은 수양버들 늘찬 가람으로 출렁이고 저 산허리 휘감은 꿀내음 너울너울 향무(香舞)를 추네. 
84    밤의 율동 댓글:  조회:955  추천:0  2021-01-15
밤의 율동 (1)     반딧불이 반짝이는 구름다리 위 명멸하는 거룻배의 전조등과 후미등이 호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별똥 무리를 추적할 때 풀잎에 깃든 이름 모를 작은 벌레와 벌레의 등을 타고 앉은 그윽한 달빛이 잠든 바람을 툭툭 건드리며 저녁노을 너머 지평선을 막 넘고 있는 석양의 꼬리를 깔끔하게 먹어 버린다.   시장을 강타한 춘하추동 사시상품에 이어 요즘은 테러 관광과 환각 여행 상품도 새로 개발되어 상점, 극장과 영화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테러와의 게임에 대비한 무기장비도 히트 치며 열매 중.   샨데리야 파벌 간의 박투 속에서 만신창이 된 나비 넥타이와 하이힐의 그림자는 밤의 복벽을 꿈꾸는 새벽 모살 계획을 바람에 새겨 병풍산으로 환생한 축복의 신전에 족자로 드리운다. 뙤창문 잠근 블랙홀에 갇힌 불의 화석은 물 위에 뜬 징검다리 업고 가는 오리 떼의 종적을 예의 주시한다.     (2)   거리의 밤하늘은 하늘 밖, 바다 밑과 지상, 지하의 뉴스 전하기에 드바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석유 전쟁의 깃발, 은하계 밖에서 날아온 편지……십분 근사한 화면, 흥분에 한껏 상기된 얼굴, 여자 아나운서 우물눈이 네거리의 밤하늘에 가득 찬다. 대형 홀 창문 밖에서 산책하던 청중들 백이면 백이 다 그 깊은 우물눈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구조대가 긴급 출동한다.   핵전쟁에 대처하기 위해 천리 평야에 백 개의 태산과 지하 도시를 신축했으니 태산 밑 지하 도시 규모는 지상을 능가하고 새 지하 하천의 폭과 길이는 나일강이다, 아마존강이다, 장강이다.   동녘 지평선에서 보이지 않는 까만 불덩이가 뜬다. 새로 태어난 태산무리 허리를 칠색 비단구름이 휘감는다. 그 위를 산책하는 천만 틀의 물레방아가 노란 하늘과 빨간 태산의 투명한 풍경을 배경으로 보랏빛 악장을 쿠웅―쿵 연주 중이다.
83    말똥 거르기 댓글:  조회:903  추천:0  2021-01-11
말똥 거르기 (1)   빗소리 나팔소리 휘파람 소리 횃소리 영각 소리 돼지 웃는 소리 벼랑 가에 쥐 탄 놈 노 젓는 소리 얼음에 튀긴 잡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기름진 엉덩이 두드려 주는 소리 가렵지 않은 넓적 배 긁어 주는 소리 찢어진 상처에 소금 치는 소리 소금 친 상처를 기워 매는 소리 고속철 맨드라미 기어가는 소리 인공위성 꽁지에 별빛 스치는 소리 고무줄 탄 소똥이 하품하는 소리 종이배 위 말똥(馬糞)이 잠꼬대하는 소리 (2)   귓구멍 안에서 뿌지직 뿌지직 말똥(語屎)이 서 말 닷 되 밀밀 나온다. 대나무 속대 얼궈 뽑은 새파란 숯불 얼음조각 구워 빚은 빨간 탕후루 모난 가루 묽은 돌 동글납작 빈대떡 짭짤한 들깨, 참깨 시고 떫은 산수유 우수수 쏟아져 고분처럼 쌓인다. 돌절구에 털어 넣고 쇠공이로 빻아서 까만 말총 얼개미로 대충대충 거른다. 말똥가루 한 잔에서 벼룩이 논다. 팔딱팔딱 곤두박질 재주넘는다.
82    우주의 방언 댓글:  조회:960  추천:0  2020-11-18
우주의 방언 상오 열한 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피후(皮候)의 정곡(正鵠)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 분해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 복제된 개기월식이다.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올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인 도리깨의 귀와 발과 어깻죽지는 호수 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 그림자, 아울러 달의 그림자가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 속의 돌꽃이다.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한 방울새의 발에는 장수(長壽)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食水)가 시계추로 매달렸다. 홀의 문턱과 한 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두령의 환영연에 초대된 방울새 일행의 귀환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폭포의 질주 속도는 제백석이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 있다.  
81    바람의 미궁 댓글:  조회:969  추천:0  2020-11-18
바람의 미궁 숲 가리마 덮은 호랑나비 느릅나무 몰고 온 갈까마귀 하얀 주둥이에 동전 한 잎 물고 강아지풀 잎 끝에 붙은 야산줄기 가로 탄다.   먼 바다에 피어난 수림은 살진 사막의 기슭에 닻을 내리고 바위틈에 텐트 친 오랑우탄1은 맨발벗은 계곡의 빙설 목놓아 부른다.   덜컹거리는 황사 진한 유혹에 눈멀어 호수에 송곳으로 꽂힌 말벌 둥지 그림자 주풍신에게 쫓겨 허둥지둥 굴러가는 허황한 몰락의 원혼(冤魂)을 노래한다. 이제 억겁의 하늘 등에 지고 먹구름 속으로 잦아드는 바람 유령의 미궁에서 걸어 나와 우박과 벼락의 고향을 향한 미로를 정처 없이 떠돈다. 1)오랑우탄: 동남아 보르네오 섬과 수마트라 섬의 밀림에서만 서식하는 성성잇과의 포유류로 ‘심각한 멸종 위기종’이다.  
80    불청객 (외 1수) 댓글:  조회:992  추천:0  2020-10-20
불청객 (외 1수)   □박문희   잠수복 걸친 좀벌레 한 마리 지옥의 창살문 부수고 기어나왔다 귀에는 불여우수염 치마로 두르고 코에는 살모사꼬리 깃발로 흔들며   수레바퀴는 허공에 정지하고 파란 생령 서로를 끌어안고 파들파들 떠는데 날개 달린 독즙 바퀴달린 송곳니 허공을 할퀴며 땅을 지진다   까치둥지에서 기어 나온 달빛 옹이 박힌 허깨비 흰소리 불태우고 고뿔에 끓는 인간해후의 단김 천수(天壽) 다한 신기루 왕따시킨다   삭풍이 스쳐가자 불별이 내린다 심지 타들어간 하늘 무지개로 튄다 막판 샅바싸움에 포석을 깔고 개미부대는 봄을 향해 출발한다    겨울날의 봄 서정   액자에 숨긴 봄자락에 진달래 타 번지고 거울에 비낀 천지마루에 안개비 뽀얗다   까만 하늘 파란 구름 바람에 날선 그믐달 민들레향 찰랑이는 창가에 별찌 빠져 허우적거린다   꿈속에 피어난 다람쥐 한마리 별빛에 젖은 꿀나무 초리 스치고 알알이 여문 세월 깨소금 되어 오동나무 발치에 내린다 내려쌓인다   ------------------------------ 《도라지》2020. 5기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하이퍼시 특집  
79    대한 날 들놀이 댓글:  조회:1485  추천:0  2020-07-20
대한 날 들놀이 친구 부쳐 온 봄 보자기에 싸들고 대한 날 들놀이 간다.   칼바람에 눈보라 설치는 펑퍼짐한 산허리에 진달래 흐드러진 수풀을 편다.   개나리, 두메양귀비 호랑이와 숨바꼭질하고 메뚜기, 고추잠자리 머루, 다래와 지저귄다.   다람쥐 아지랑이 이중창에 하얀 구름 꽃사슴 댄스를 춘다.
78    돌의 언어 댓글:  조회:1404  추천:0  2020-07-20
돌의 언어 불에서 태어나 혼돈과 암흑의 비바람 먹고 티끌의 숨결에 태산으로 우거진다.   천둥이 운다. 두 다리 썩둑 잘라 기우는 하늘 떠받치고 뻥 뚫린 구멍 혼신 불살라 틀어막는다.   산들바람 조약돌 기암괴석 실안개 물방울 속삭이면 몸 열어 반겨 주고 애고사리 손 저으면 징검다리 놓아 준다. 
77    천당의 문 댓글:  조회:1307  추천:0  2020-06-17
천당의 문     벼랑 한 꺼풀 뜯어내고 모래톱 한 장 벗겨 내고 번개 아지 한 대 잘라 내고 구름장 한 송이 꺾어 들고 화과산 수렴동에서 물 한 바가지 떠다가 하늘에 궁전 짓는다. 봉황이 예쁜 주둥이로 산호의 비취빛 보석 갈고 닦는다. 음양이 빙글빙글 도나니 풍진세월 꾸역꾸역 모여든다. 백마 탄 꿀벌 장미꽃 꼬나들고 보석 대청으로 돌진하다가 눈부신 벽에 수염 들이받는다. 오리산에서 고개 갸웃하며 구조주의자 수석제자 왈—— 영, 혼, 육이 온전한 모든 생령의 거처는 속이 비어야 실용 가능하거늘. 구조주의자 큰형 보완조로 가로되—— 속만 비면 약에 쓰나? 숨막혀 죽느니라. 물방울형, 라운드형, 다각형 빈 구멍을 벽에도 많이 뚫어야 하는 법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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