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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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오리바람 댓글:  조회:1331  추천:0  2019-12-31
회오리바람 우리 동네에 회오리가 한 줄금 휘젓고 지나갔다.   김 첨지가 창립한 독채의 이층 양옥 박 도감이 기록한 불멸의 ‘10대 기적’ 남산더기에 깔아 놓은 ‘세기의 낙원’   개발포 오 포장 님 간밤에 바람 맞고 반신불수로 편치 않지만 그래도 정신은 살아 개잡은 포수   휘젓고 간 돌개바람 꽁지에서 새털 한 대 낙하산 타며 매체에 전한다. “오 포장 씨 회오리 타고 미지의 낙원으로 출장 중……”   깃털이 전한 기별에 그만 눈 까집고 혼절했는데 무의식만 살아남아 이렇게 놀고 있다. 
38    등 산 댓글:  조회:1348  추천:0  2019-12-31
등 산 전설 닮은 탑 허리에 칠색비단 휘휘 두르고 짚신감발의 출발 꿈꾼다. 고즈넉한 수풀 만고의 벼랑 가 거기서 경건히 마른 낚시를 한다. 팔딱거리는 잉어 한 마리 낚아 올린다.   별안간 위챗이 영각을 한다. 침묵이 강변(強辯)을 경청한다. 안개 자욱한 허공의 발치에 옛말처럼 생겨난 작은 폭포 새우가 재롱 떠는 물줄기 숨결 퐁퐁 솟는 박동 눈부시다.   
37    생 명 댓글:  조회:1118  추천:0  2019-12-31
생 명 남산 너머 꽃동네 고추 달린 초립동 하나 달개비 한 포기 뽑아 반석 위에 알몸 채로 눕혀 놓는다. 머리 위에선 땡볕이 지진다.   별안간 북녘 하늘에 한가롭던 하얀 구름떼 먹장구름으로 돌변하여 우르르릉 합창하며 달려온다. 불 태양 한입에 꿀꺽 삼킨다.   대로한 불덩이 시커먼 우물 속에 천둥으로 터지자 반석 위에서 재 되어 가던 뿌연 달개비 새파랗게 살아나며 해쭉 웃는다. 
36    아득한 편지 댓글:  조회:1324  추천:0  2019-12-31
제1부 풍구의 바퀴가 서면 수펄은 죽는다  아득한 편지 허공을 정처 없이 맴도는 왕잠자리 까맣게 탄 기다림에 날갯짓 짙붉다.   팔매질에 수면을 뛰어가는 조약돌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간다.   이제 바람의 등에 실려 온 낙엽 창턱에 살포시 쪽잠이 든다.   발밑으로 맨발 밑으로 보랏빛 그리움이 한길 반 높이로 쌓였는데 왜가리 유리병 깡마른 꽃가지 초리 끝에 가녀린 상념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35    자서(自序) 댓글:  조회:1034  추천:1  2019-12-31
자서(自序)        정년 후 서예라든가 다른 뭔가는 할 생각이 있었으나 시를 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한데 작년 이맘때 우연이랄까 우리 문단의 하이퍼시 주창자 최룡관 시인과 나 사이엔 시와 관련 두 차례의 진지한 토론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 토론은 자연적으로 흘러나온 것이었고 두번째 토론은 나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바이지만 토론 끝에 나의 시흥은 유발되었고 종당에는 시 창작을 시작하여 첫 시집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돌이켜 보면 시초 시에 대한 나의 이른바의 견해(시를 배운 적도 없는 나지만 여러 면으로 받은 기성관념의 영향은 퍽이나 심각했던 모양이다.)는 최 시인과 상당히 어긋났던 고로 근 네 시간 지속되었던 첫번째 토론은 가끔 치열한 논쟁 양상을 띠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나는 상대방 견해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이 기존의 이론을 무기 삼아 대방의 이론을 쉽게 혹은 무작정 부정해 버리는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았다는 점, 그 결과로 시의 본질 나아가 시 창작의 본연에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음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잘못된 것이 가득 들어찬 속을 다소나마 비워냄이 없이 현자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딴에는 뭔가 안다고 착각하면서 자신의 어설픈 생각을 고집했더라면 나는 오늘까지 시 창작은커녕 시의 진실이 뭔지도 몰랐을 게 뻔하다. 그 이상 남을 웃기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아무튼 지난 일 년 간 시 공부를 하면서 시어의 자유결합, 작품 속 사물의 자유전이, 나아가 시 형식의 중요성 등 주요 관심 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가질 수 있었음에 안도한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시를 시작한다니 내 머리에 열이 심한 것 같다며 이마를 짚어 보는 친구가 있었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나는 늦깎이임에 틀림없는 바에야 더 이상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현재를 시점으로 시 인생을 한번 살아보는 것도 살맛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시심을 깨워 준 최룡관 시인에게 감사한다.   2017년 초봄 박문희
34    [시] 낙 조 (落照) 댓글:  조회:2504  추천:0  2019-12-04
낙 조(落照)   □박문희   저무는 해 바위뿌리에 비끄러매고 황야에 엉겨붙은 풀벌레울음 달래며 허공의 설레임을 아슴하게 물들인 출렁이는 옹기 물컹한 꿈그릇   말뚝이 뽑힌다 송두리째 굵은 밧줄 동강났다 하얀 피 토하며 지는 해 따라 둥글이 서산아래 나가떨어지고 난바다에 휘영청 은접시 뜬다   터질듯 부푼 노을의 세포줄기에 각본에 없는 공중누각 쌓아올리고 사시나무 떨어대는 무풍지대 언덕에 봉두난발의 빛살 한 묶음 배달한다   《송화강》잡지 2019년 제6기
33    [시] 돌의 언어 댓글:  조회:2825  추천:0  2019-10-22
돌의 언어 ▢박문희 불에서 태어나 혼돈과 암흑의 비바람 먹고 티끌의 숨결에 태산으로 우거진다. 천둥이 운다. 두다리 썩둑 잘라 기우는 하늘 떠받치고 뻥 뚫린 구멍 혼신 불살라 틀어막는다. 산들바람 조약돌 기암괴석 실안개 물방울 속삭이면 몸 열어 반겨주고 애고사리 손 저으면 징검다리 놓아준다. (2019: 《중국조선족시선집》)
32    야생달빛의 내음(외 1수) 댓글:  조회:2860  추천:0  2019-10-20
야생달빛의 내음(외 1수) □박문희   샛눈 뜬 퉁소소리 바지랑대 타고 쥐굴로 스며들어 하얀 벽에 얼어붙은 까만 어둠 추방한다   등굽은 능선아래 모로 누운 착한 촛불 치맛폭에 쓸어담은 부스럭 바람에 휘청인다 앞버덕 찬 빗소리 불러 뒷동산 따가운 별빛에 요리한다   눈물 아롱진 현악기 등줄기 기별쪽지 한 되박 쏟을 때 봄 캐는 아지랑이 가슴에 뭉클한 안부 흥건하다     로 봇   방울새 만발한 버들가지 맨발로 달려와 칭칭 감기고 영롱한 베아링 껌으로 씹어 시들지 않는 나팔꽃 피운다   고양이 혀 내두른 날씬한 허리 다람쥐 보조개 닮은 해쭉 미소   가공의 불구름 소나기로 튀던 밤 봉황치마 뒤집어쓰고 눈부신 발레댄스 추며 설설 쇳물 끓는 함정속에 불사조로 뛰어들던 꽃다운 갸륵 천사!   나팔꽃이 웃자 소나기 멎었다 (《도라지》잡지 2019년 5기)  
31    맛있는 시 <기억이 나를 본다> 댓글:  조회:2232  추천:0  2019-05-17
맛있는 시                                                              박문희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시집 에서 란 시를 뽑아 여러번 읽어보았다. 읽을수록 맛이 나는것이 신기했다. 아래 독후의 감상을 적어본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 전문               짧은 시에 시간과 공간, 시각과 청각, 색깔과 소리,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을 동반한 여러 가지 이미지와 감각이 빈틈없이 짜여 녹음으로 새소리 숨소리로 흐른 흐름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1련: 초여름 아침의 빛. 잠과 깨어남의 경계.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어찌 보면 일상에 평범하게 쓰일수도 있는 언어인듯 싶지만 그러나 시 전체의 연계속에서 보나 첫련의 시맛으로 보나 잠과 깨어남의 경계에 대한 사색의 실머리를 던져주는 범상치 않은 시어로서 그속에는 철학적인 의미도 다분히 깔려있다.    제2련: 중심이미지의 하나에 속하는 “녹음(綠陰)”이 등장한다. “기억”은 관념어지만 여기서는 녹음을 무성하게 만들며 눈뜨고 따라오는 이미지로 체화되어있다. 말하자면 기억은 “나”의 머릿속에 묻혀있는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나”의 밖에서 “나”를 따라다니며 "나"를 지켜보는 행위의 주체로 되어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제3련: “녹음”에 이어 “카멜레온”이란 또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가 탄생한다. 여기서 녹음은 배경으로 되며 눈뜨고 따라오던 기억은 배경속에 녹아들어 완벽하게 변신을 한 카멜레온으로 탈바꿈한다.    이상의 제2련과 3련은 시각적 감각을 표현하고있다. 그중 2련에서 무성한 녹음으로 피어나 “눈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역시 시각적 이미지로 장치가 돼있다. 시각적 이미지에는 물론 녹음과 카멜레온을 통한 색깔의 감각도 포함된다.    제4련: 두가지 소리가 등장한다. 새소리와 기억의 숨소리. 의인화된 기억에 숨소리를 부여하고 그것을 귀로 듣게 한다. 새 우짖는 소리가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요란하게 울리지만 숨 쉬는 소리를 들을수 있을만큼 기억이 내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이 련은 청각적 감각을 그려내고 있다.     요컨대 “내가 기억하는 과거”는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숨기면서까지 시간과 상관없이 계속 고집스레 따라다니며 “나”를 지켜본다. 이렇게 되어 자연스레 튀어나온 시제목이 인 것이다.    이처럼 이 시는 시 전체의 시간과 공간, 시각과 청각, 정적(靜的)인 것과 동적(動的)인 것, 색깔과 소리가 어울어진 풍만한 입체적 광경을 통해 기억(추억이나 그리움 등을 포함해서)이란 사람의 일생에 관통되는 생명현상을 관념이나 추상어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속에서 항상 접하는 사물과 직접 살아가는 삶 자체의 세부로 보여준다. 잠, 깨어남, 바깥출입, 녹음, 눈뜨고 따라오는 무성한 기억, 보임과 보이지 않음, 녹음속에 녹아드는 무성한 기억, 카멜레온, 귀먹게 할 지경의 새소리,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그 속에서도 들리는 기억의 숨소리. 아주 짧은 시속에 이 모든 생생한 이미지와 감각이 녹아든 풍성한 심상(心象)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무지 놀랍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집 의 영문본을 한국어로 옮긴 이경수선생은 “무척이나 광대하고 무변”한 시적 공간에 있어서 “잠과 깨어남, 꿈과 현실, 혹은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 탐구가 트란스트뢰메르 시의 주요 영역이 되고 있”으며 “그런 시의 지배적인 이미지 주변에는 또한 불의 이미지, 물의 이미지, 녹음의 이미지 등 수다한 군소(群小) 이미지들이 밀집되어 있다”면서 이런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트란스트뢰메르가 이미지 구사의 귀재, 혹은 비유적 언어구사의 마술사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경수선생의 말에 전적으로 수긍이 간다. 시 를 통해서도 우리는 트란스트뢰메르가 “이미지 구사의 귀재, 혹은 비유적 언어구사의 마술사”임을 확실하게, 그리고 충분히 보아낼수 있지 않는가.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문고 (4) 2016.10  
30    [시평] <련결고리>와 련결고리 댓글:  조회:1437  추천:0  2019-03-04
⦁시 평⦁ 와 련결고리 --정두민의 하이퍼시 를 읽고나서 □박문희 1. 앞머리에 정두민 시인의 는 다질적인 변형, 이질적인 접속과 그것에 의해 련쇄적으로 탄생한 새롭고 다양한 이미지로 씌여진 하이퍼시다. 하이퍼시란 새로운 류형의 시가 탄생한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고 우리한테는 창작기법이나 감상, 평론에 아직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리론,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씌여진 시를 논평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하이퍼시를 배우는 일개인으로서 새 리론 공부는 피치 못할 사안이라 생각되여 결국 시험적으로나마 평론을 쓰기에 이르렀다. 논의의 방법상 들뢰즈와 가타리의 명저 에서 고원 전체를 아우르고 통솔하는 기본고리격인 리좀리론에 기대고자 한다. 왜냐하면 정두민 시인이 하이퍼시 를 창작함에 있어서 리좀리론의 련결접속의 원리, 다질성의 원리, 다양체의 원리 등 여러 가지 원리를 두루 적용하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리좀의 특성에 있어서 련결접속의 원리는 제1원리에 속하는 것으로서 다질성 원리, 다양체 원리 등 기타 원리를 거느리는 핵심원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글의 제목을《〈련결고리〉와 련결고리》라고 달았다. 2. 심하게 충돌되는 시어들을 자유롭게 이어보기 형식상 이 시는 또 로 련을 나누지 않은 시다. 그러나 내적 측면에서 보면 6개 이미지단위로 나뉘여져 있다. 하여 논의의 편의상 시 전문을 6개 이미지단위로 나누어 토론코자 한다. 1. 려명의 피를 뽑은 안테나 맑은 날씨를 예보한다 2. 펌프로 길어 올린 흑토의 숨결로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바람 3. 날짐승 깃소리 진렬대 세우려고 종달새목청을 대패질하던 계곡은 하프 튕기며 흐름의 선률을 편집한다 4. 꽃사슴에서 탈출한 흰점의 집합들 한쪼박 북극성꿈의 장기를 따먹고는 천수관음의 천궁을 유람한다 5. 미인계 왕관을 딴 진달래꽃 지키는 피뢰침에 줄행랑 놓는 말은 번개의 웨침 6. 변성수술을 거절한 마련화향기가 담벽을 허물어 하늘을 늘군다 이 시를 보면 매 이미지단위마다에 이미지주체를 하나씩, 도합 6개의 주체(안테나, 바람, 계곡, 흰점무리, 피뢰침, 마련화향기)를 등장시켰다. 그 매 하나의 주체는 또 적어도 2개 지어 그 이상(3개 혹은 4개)의 행위의 대상을 거느리고 있다. 안테나--행위대상은 ‘려명의 피’와 ‘맑은 날씨’ (2개) 바람---대상은 ‘펌프’, ‘움튼 라체의 기저귀’ (2개) 계곡--대상은 ‘날짐승 깃소리’, ‘종달새 목청’, ‘하프’, ‘흐름의 선률’ (4개) 흰점무리--대상은 ‘꽃사슴의 몸체’, ‘북극성꿈의 장기’와 ‘천수관음의 천궁’ (3개) 피뢰침--대상은 ‘진달래꽃’, ‘말(=번개의 웨침)’ (2개) 마련화향기--대상은 ‘변성수술’, ‘담벽’과 ‘하늘’ (3개) 여기서 6개의 행위주체는 서로 아무런 련관성도 없는 동떨어진 이미지들이다. 그리고 주체와 행위대상의 관계를 보면 매 하나의 주체가 가지는 행위대상 역시 동질적이 아닌 이질적인 것들이다. 례컨대 ‘흰점무리’의 행위대상은 ‘꽃사슴의 몸체’, ‘북극성꿈의 장기’와 ‘천수관음의 천궁’인데 돼지밭에 감자 뛰여다닌다는 식으로 아주 뚱딴지같은 사물들의 집합이다. 이 시를 시어자체의 본의에 따라 의미를 풀면, 행위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표출된 주체들의 동작은 다음과 같다---- 1. 안테나가 려명의 피를 뽑아, 날씨를 예보하며 (2가지 동작), 2. 바람이 펌프로 흑토의 숨결을 (녹은 땅속에서) 길어 올린 다음, (그 숨결을 가지고)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2가지 동작), 3. 계곡이 날짐승의 깃소리를 진렬대에 (진렬해)세우려 하며, (그러기 위해서) 계곡이 종달새의 목청을 대패질하며, (나아가) 계곡은 하프를 튕기면서, 흐름의 선률을 편집하며(4가지 동작), 4. 흰점무리들이 꽃사슴 몸에서 탈출하며, (탈출로 자유를 얻은 후에는) 북극성꿈 한 쪼박을 따먹으며, (따먹고 난 뒤) 천수관음의 천궁을 유람하며(3가지 동작), 5. 피뢰침이 미인계시합에서 왕관을 따낸 진달래꽃을 지켜주며, (그런 창날 같은 피뢰침이) 말(=번개의 웨침)을 위협해 줄행랑을 놓게 하며(2가지 동작) 6. 마련화의 향기가 변성수술을 거부하며, (거부 후에는) 담벽을 허물어, 하늘을 늘군다(3가지 동작). 이 의미풀이의 결과를 보면 6개 주체이미지의 동작은 행위대상의 개수와 맞먹는다. 한개 대상에 한가지 행위만을 취한 셈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한개 대상에 여러 가지 행위도 가능할 것이다. 례하면 “담벽을 허물어 하늘을 늘군” 동작은 “담벽을 허물어 짓밟아 뭉개고 하늘을 늘여서 물어뜯”는 행위로도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3. 엉뚱한 접속으로 새 이미지 창출하기 아래 6개 이미지단위를 하나하나 분석해보도록 하자. [제1 이미지단위] 려명의 피를 뽑은 안테나 맑은 날씨를 예보한다 “려명의 피”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침노을이다. 왜냐하면 노을은 피처럼 빨갛기 때문이다. 또 피를 뽑는다 하면 련상되는 것이 주사바늘이다. 멀리서 보는 안테나는 주사바늘이나 수액관을 닮은 데가 있다. 주사바늘을 닮은 안테나가 주사로 피를 뽑듯 아침노을을 빨아들이는데, 참 근사한 상상이다. 여기서 안테나는 전파를 보내거나 받기 위하여 설치하는 도선으로 방송국 통신장비의 대명사로도 쓰일 수 있다. 주사침이나 수액관을 직유할 수 있을 뿐더러 천기예보를 하는 아나운서를 은유할 수도 있다. 안테나는 전파를 받거나 보낸다는 의미에서는 피를 뽑거나 수혈하는 주사바늘과 통하는 데가 있다. 한편 려명과 피와 안테나는 아주 이질적이며 서로 동떨어진 객관적 상관물들이다. 일반 론리에 따르면 “려명”은 “빛” 등과의 직접적인 접속이나 “지는 해 피와 같아라”는 식으로 “피”와의 간접적 접속은 가능하지만 “려명의 피”처럼 “피”와의 직접적 접속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리좀리론에는 그 모든 것이 허용된다. 왜냐 하면 리좀의 “련결접속의 원리”나 “다질성의 원리”에 따르면 “리좀은 매우 잡다한 모든 양태들에 대해 새로운 접속가능성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다양체의 원리와도 상통한다. 두 항이 등가적으로 만나서 제3의 것, 새로운 무언가를 생성한다. 려명과 피, 이질적인 두개 이미지의 접속. 그것은 “려명”도 아니고 “피”도 아닌 다른 무엇이다. 노을일 수도 있고 불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물의 까만 뼈, 구름의 쌍날개, 바위의 도끼눈, 번개의 새끼발가락. 오솔길의 긴 꼬리, 모두가 가능하다. 이 이미지단위의 “려명”, “안테나”, “맑은 날씨”, “예보” 등 시어는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계절, 날씨, 시간 등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 [제2 이미지단위] 펌프로 길어 올린 흑토의 숨결로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바람   합리적 론리사유로는 에너지를 리용해 액체를 끌어올리거나 압축하는 장치로서의 펌프는 샘물이나 기름 따위만 길어 올릴 수 있게 돼 있으므로 “흑토의 숨결”, “움튼 라체”와 같은 언어와의 결합은 불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펌프가 흑토의 숨결을 길어올리”는 행위와 “바람이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행위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리좀의 사유에서는 그것이 허용될 뿐만 아니라 그런 이질성 혹은 다질성 사물간의 상호접속은 필수적인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여기서 펌프가 흑토의 숨결을 길어올린다는 묘사는 해동을 의미하며, 바람이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준다는 묘사는 움튼 라목의 신진대사를 암시한다. 요컨대 제2 이미지단위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해토무렵 검은 땅이 숨결을 가다듬을 때 땅을 깨우는 봄의 산들바람이 움튼 라목을 어루만지는 모습이다. 여기서는 바람이 주체다. 무슨 바람인가? 두말할 것 없이 봄바람이다. 봄바람이 모처럼 펌프로 길어올린 흑토의 숨결을 모셔다가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주게 하는 것이다.   [제3 이미지단위] 날짐승 깃소리 진렬대 세우려고 종달새 목청을 대패질하던 계곡은 하프 튕기며 흐름의 선률을 편집한다 계곡 하면 떠올려지는 것이 항상 촐랑이는 산간 벽계수다. 종달새 지종 하면 역시 농사철이 시작되는 봄날을 련상시킨다. 화창한 봄날 가뜩이나 고운 종달새의 노래소리를 더 이쁘게 대패질해서 전하는 계곡은 오현금을 튕기며 벽계수의 촐랑이는 흐름의 선률을 편집한다. 이 제3 이미지단위에서 주체이미지인 계곡이 세가지 동작을 하는데 이 세가지 동작 간에는 아무런 련관성도 없다. 첫행에서는 “날짐승의 깃소리를 진렬대에 세우려 하”지만 다음 행들에서 하는 짓을 보면 생뚱맞게도 “종달새의 목청을 대패질하”지 않으면 “하프를 튕기”거나 무슨 “흐름의 선률” 같은 것을 “편집”한다. 어떤 합리성으로 주어진 선에서의 계곡, 산과 산 사이에 좁고 길게 움푹 패여들어간 곳으로서 골짜기라고도 불리는 계곡은 워낙 흐르는 물이나 계절이나 지역과 관련되는 언어와 련결되는 것이 상례다. 그리고 종달새의 목청은 맑고 구성진 노래 따위와 련결되여야 한다. 그러나 이 단위에 등장하는 모든 이미지는 전부 그런 주어진 선과 연을 끊고 그 선들에서 벗어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이미지들이 주어진 어떤 선과 연을 끊고 그 선들에서 벗어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새로운 이미지들과 접속하여 또 다른 무엇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제4 이미지단위] 꽃사슴에서 탈출한 흰점의 집합들 한쪼박 북극성꿈의 장기를 따먹고는 천수관음의 천궁을 유람한다 이 단위의 주체이미지는 꽃사슴도 아니고 꽃사슴의 몸에서 탈출한 흰점무리다. 흰점의 집합들이 꽃사슴의 몸에서 탈출하며 한쪼박 북극성꿈의 장기를 따먹는다. 참으로 근사한 상상력의 발현이다. “북극성의 꿈”은 “북극성”과 “꿈”이란 한쌍의 이질적 이미지의 접속이다. 이질적이미지의 접속으로 “북극성꿈”이란 새로운 사물이 탄생했다. 꿈이란 원래 생명현상인데, 여기서는 “북극성꿈”과 “장기”란 또 다른 한 쌍의 이질적 이미지의 새로운 접속을 통해 “북극성꿈”은 “장기(례컨대 심장)”를 가진 또 하나의 특이한 생명체 “북극성꿈의 장기”를 생성했다. 이는 리좀적 다양체원리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는 어떤 하나의 척도, 하나의 원리로 환원되지 않는 이질적인 것의 집합이고, 따라서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 전체의 의미를 크게 다르게 만드는 그런 다양체이다. 흰점무리가 별꿈의 장기를 따먹고는 천수관음의 천궁을 유람하는데, 천수관음이라 하면 중국장애인예술단의 청각을 잃은 장애인들이 눈부신 무대를 배경으로 펼친 황홀한 무용 “천수관음(千手觀音)”을 떠올리게 한다. 꽃사슴의 몸에 난 흰점들이 나비 날듯 날아올라 천궁을 유람하는 상상속의 광경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의 황홀경을 련상시키기에 족하다.   [제5 이미지단위] 미인계 왕관을 딴 진달래꽃 지키는 피뢰침에 줄행랑 놓는 말은 번개의 웨침 ▲진달래꽃이 미인계왕관을 따다. 피뢰침이 진달래꽃 지키다--역시 이질적 이미지의 접속으로 어떤 주어진 선과 연을 끊는 것이고, 그 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나의 이미지는 그 어떤 주어진 선과 연을 끊고 그 선에서 벗어나야 이질적인 다른 이미지와의 접속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말이 피뢰침(의 진공)에 (놀라) 줄행랑 놓다. (피뢰침에 줄행랑 놓는) 말은 (번개의) 웨침--말을 혼비백산케 한 피뢰침은 창이나 칼과 같은 존재다. 피뢰침은 높은 건축물 등을 벼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설치한 장치로서 피뢰침의 돌침에 번개가 맞으면 번개의 전류를 도선으로 유도해서 접지전극을 통해 땅으로 흘려보내는데, 피뢰침과 번개의 겨룸에서 피뢰침은 자연 승자(勝者)이고 땅속으로 버려진(혹은 도망간) 번개는 당연히 패자(敗者)다. 피뢰침의 보호를 받는 진달래꽃은 두말할 것 없이 피뢰침과 더불어 승자가 된다. 그것은 또한 봄의 상징이기도 하다. “번개의 웨침”은 겨울의 잔영(殘影) 혹은 비명(悲鳴)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말은 네굽 날려 줄행랑 놓는 패자의 랑패상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된 이미지다. 말하자면 “말의 줄행랑”과 “번개의 비명” 이란 두 항이 등가적으로 만나서 제3의 것 즉 “패자의 랑패상”을 생성한 것이다.   [제6 이미지단위] 변성수술을 거절한 마련화향기가 담벽을 허물어 하늘을 늘군다 ‘마련화향기’와 ‘변성수술’ 역시 접속의 원리에 의한 이질적인 언어의 결합이다. ○향기가 코를 찌른다(주체의 주동형). 향기가 봄바람에 실려 온다(주체의 피동형). 이런 것은 합리적 론리사유에 의한 묘사이다. 하지만 하이퍼시는 이런 묘사를 거부한다. ○마련화 향기가 손을 뻗어 담벽을 허물어 하늘을 늘군다. 향기가 지팽이를 휘둘러 꽃사슴을 쫓는다. 우주공간에 물길을 빼고 은하수를 에워 온다. 이런 것들은 합리적 론리를 깬 서술, 자유로운 상상력의 발현으로 하이퍼시가 지향하는 묘사기법이다. 이 련에서 마련화의 향기는 역시 봄과의 련관성을 내포하고 있다. 4. 창작기법 몇가지로 귀납해보기 이상에서 시의 각 련에 나타난 다양한 이미지와 그 다양한 이미지간의 다질성 접속 등 기본기법에 대해 초보적으로 살펴보았다. 초보적 분석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를 귀납해 낼 수 있을 것이다. (1) 구태로부터의 탈피와 불련속적 상상의 가지치기 하이퍼시는 기존의 인과적, 순차적, 론리적, 선형적 전개에서 탈피하여 비인과적, 비순차적, 비론리적, 비선형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불련속적 상상의 가지치기 또는 이미지의 집합으로 완성되는, 따라서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무한히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문학형태이다. 이 문학형태는 연결접속의 원리, 다질성의 원리, 다양체의 원리, 탈기표 작용적인 단절의 원리 등을 근간으로 하는 리좀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정두민 시인의 시 는 하이퍼시가 갖추어야 할 기본요소를 두루 갖춘 시라고 생각되며 창작방법에 있어서는 들뢰즈, 가타리의 리좀리론에 많이 기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례컨대 내재적으로 나뉜 6개의 이미지단위는 그 주체이미지로 보나 그 주체이미지와 관련을 지으면서 뻗어나간 이미지들의 결합으로 보나 서로 간에 아무런 련관도 없이 단절되여 있으며 각 이미지단위 안에서도 기성의 론리를 깨는 이질적 련결접속이 교차적으로 전개되면서 시 때 없이 마찰의 불꽃을 튕긴다. 이처럼 펌프로 흑토의 숨결을 길어 올리고,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종달새 목청을 대패질하고, 북극성꿈의 장기를 따 먹고, 담벽을 허물어 하늘을 늘구고 하는 이런 서로 동이 닿지 않는 이미지의 움직임들을 하나의 작품 속에 모두 배렬하고 전체적으로 계절의 어느 한 부분을 표현해내는 이런 특이한 구성은 아마 하이퍼시만의 작시기법이 아닐가 싶다. (2) 삶의 현실과 시적 상상력의 조화 하이퍼시 창작에 있어서 삶의 현실과 시적 상상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자못 중요하다. 자유로운 상상과 현실의 조화로 태여난 시라야 싱싱한 감각을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시 의 시구를 례로 들어보자. “피를 뽑는다”는 삶의 현실이다. 그러나 “안테나가 려명의 피를 뽑는다” 하면 이것은 상상의 현실이며 삶의 현실과 시적 상상력의 조화인 것이다. “펌프로 흑토의 숨결을 길어올린다” , “바람이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준다” , “계곡이 종달새목청을 대패질 한다” 등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상상력의 현실이며  삶의 현실과 시적상상력의 조화의 산물인 것이다. 이처럼 삶의 현실과 시적상상력이 조화를 이루면 의외의 명구생성도 가능해진다. 그리하여 이미지들이 허상으로 혹은 가상으로 시적 이미지의 새로움과 시인의 새로운 창조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꽃사슴에서 탈출한 흰점의 집합들” ‘보기 드문 명창’이라고 할 만한 구절이다. “꽃사슴에서 탈출한 흰점의 집합들”, 흰점배기 꽃사슴의 몸에서 흰나비 같은 흰점무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개를 파득이며 훨훨 무리쳐 날아오르는 모습, 그리고 흰점들이 떠나가 버려 조금은 이상해진 꽃사슴의 몸뚱이를 상상해 보라. 참으로 근사하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상상의 신선함, 다양함과 자유분방함이다. 순간적으로 자유분방하게 튀여나오는 새롭고 다양한 이미지들에서 우리는 모종 정서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데 그런 매력으로는 언어적 유희, 발랄한 상상, 재빠른 이미지의 전환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리좀은 출발점도 끝도 없는 시내물이며, 량쪽 둑을 갉아내고 중간에서 속도를 낸다”는 리좀리론의 명제처럼 하이퍼시는 첫 시어의 이미지와 뒤이어지는 이미지가 단절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단절은 다른 연결고리와 접속하면서 거기서 속도를 내는 그런 단절이다.   펌프로 길어 올린 흑토의 숨결로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바람 이 례문을 보면 첫 이미지(펌프)와 뒤에 따라오는 이미지들(흑토의 숨결, 움튼 라체의 기저귀, 바람)이 의미적으로 단절되어 있다. 그러나 좌충우돌하는 듯한 생뚱같은 이미지들은 기실 단절된 것이 아니라 앞뒤와의 다른 연결고리를 통해 교차접속되면서 더욱 탄탄한 의미를 형성하고 있으며 또 다양한 이미지간의 충돌을 통해 첫 시행에서 출발한 사유가 새로 만나는 사물들은 제마끔 새로운 관념과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3) 내면 의식의 흐름 파악하기 일반적으로 '의식의 흐름'이라 하면 이것은 지금까지의 현대시 창작론에서 흔히 써온 말이다. 그러나 하이퍼시 창작론에서는 의식의 흐름을 강조하지 않고 '무의식의 흐름'이나 '무의식의 반복충동'을 강조한다. 하이퍼시 창작에서 중요한 것은 내면 무의식의 흐름에 대한 파악이다. 이런 무의식의 흐름을 ‘하이퍼시의 맥락’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시의 맥락은 하이퍼텍스트시의 구성에서 중심역할을 한다. 하이퍼시의 시어들은 시인의 무의식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 앉으면서도 하이퍼시가 지닌 정보의 수평적 결합처럼 내면적 질서를 갖추고 있다. 정두민의 시 전반을 보면 거의 모든 주체이미지와 그것의 움직임이 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려명의 피, 흑토의 숨결, 움튼 라체, 종달새 목청, 꽃사슴에서 탈출한 흰점들, 천궁 유람, 진달래꽃, 마련화향기 등 다양한 이미지와 안테나, 바람, 계곡, 천궁, 피뢰침, 담벽 등의 다각적인 시각으로 봄 기상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직설적이 아니라 철저히 암시적이며 은폐적이다. (4) 시어의 선택차원에서 문제점 꼬집기   ◎려명의 피를 뽑는 안테나 맑은 날씨를 예보한다 앞뒤구절의 련관속에서 바라볼 때 뒤구절인 “맑은 날씨를 예보한다”는 너무 직설적이며 새롭지 않고 평범하여 앞 구절에서 떠올린 상상력의 맛을 뒤구절에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소지가 있다. 물론 그 어떤 경우나를 막론하고 새로운 이미지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아니다. 한개 이미지단위 내의 지나치게 많은 이미지 창출이 이 시의 매력과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의 경우 두번째 행에 대한 수정은 가능해 보인다. 혹시 두번째 구절을 앞구절에 걸맞게 “동녁하늘에 잠자리떼 날린다” 이런 식으로 바꾼다면 어느 정도 직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펌프로 길어 올린 흑토의 숨결로 움튼 라체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바람 ▶여기서 “움튼 라체”는 도대체 무슨 라체인지 알 수 없다. 상상에 맡길 수도 있겠으나 밝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례컨대 ‘움튼 바위’ 혹은 ‘움튼 라목(裸木)’이라 하면 이미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종달새 목청을 대패질하던 계곡은 하프 튕기며 흐름의 선률을 편집한다. “흐름의 선률을 편집한다”도 전부 추상어로 구성이 되었는데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인다.   ◎꽃사슴에서 탈출한 흰점의 집합들 ▶여기서 “꽃사슴에서 탈출”은 어페이다. “꽃사슴의 몸에서 탈출”로 돼야 한다. 5. 마치면서 이상에서 정두민 시인의 시 를 창작기법의 몇가지 측면에서 풀이해 보았다. 잘못된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하며 회원들의 기탄없는 지적을 바란다. 요컨대 정시인은 리좀리론을 하이퍼시 창작에 활용함에서 성과를 올렸으며 동인들에게 좋은 본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정시인이 계속 하이퍼시 창작에 정진하면서 보다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펴내기를 기대한다. 2017.11.30 -----------------------------------------------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문고(7)《비비(飛飛)》2019.2  
29    [시] 이 슬 (외 2수) 댓글:  조회:1426  추천:0  2019-03-04
 이 슬 (외 2수) 거쿨진 탑위 홰치는 은쟁반 튀는 장대비 서슬에 깨어 껍질 부수고 기지개 켠다 일월 휘어잡아 조리돌림 시킨다. 촛불 몰고 가는 초침 그림자 시침위에서 재주 뽐낸다. 빨간 딸기 캐는 분침의 춤사위 분침에 다하는 초침의 충성! 문밖의 별꽃 이파리 모아 하늘에 새긴 축제의 깃발 영롱한 구슬 우거진 풀잎 위에 물 맑은 새벽 모셔 올린다. 석 양 빛의 포물선 익는 소리 부채살에 매달리고 풍화된 폭포의 화석 백발의 비단 잉태하네 노을을 등에 지고 곤두박질하는 저녁 해 신들린 빨간 꼬리로 까만 영상 구워내네 달빛에 찍힌 나뭇잎들 밀어 주고받는 사이 바람이 가라앉은 호수 영마루 넘어가네 소나기 빨간국화로 볶은 봉두난발 사방백리에 불꽃 튕길 때 삼바 추는 길가의 초병들 억만 팔 치켜들어 창공 찌른다 뜨락에 명멸하는 풍진조화 폭서 따돌리며 어우렁그네 뛴다 바위숲 거친 솔바람 먹고 맨살의 물보라로 쏟아진다 산자락병풍에 얼룩진 젊은 불씨 태풍의 등 너머로 휘청인다 노을 쓰고 방황하던 십년 꿈 깨니 흥건히 꽃핀 기억 한시도 마를 길 없어 -------------------------------------------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문고(7)《비비(飛飛)》2019.2
28    비가 내린다 댓글:  조회:1325  추천:0  2018-12-29
비가 내린다 □박문희 비가 내린다. 꽃나무 잎새에 스민 작은 놀이터 굵은 가지에 터진 따가운 새순 산새 몇 마리 정교한 날개 접으니 늙은 우물위에 옛말이 뜬다. 허물 벗는 마파람에 목을 축이고 물이끼 뒤집어쓴 개구리 꽈리를 불면 버들잎에 매달린 털보송충이 꽃배암의 포로가 된다. 비가 내린다. 모래, 자갈, 해란강반 솟대, 석탑, 천불지산 잿빛 뽀얀 머루덩굴 태무심한 안개 젖은 땅에 스미는 다복솔의 다발꿈 암장에 패인 된바람 발톱에 젊은 층암이 흔들리면 백두연봉 눈 시린 나신에 단김이 솟는다. 비가 내린다. 방울눈 부엉이 농익은 울음소리 보리저녁 깊은 꿈에서 깨어날 때 츠렁바위에 깃 내린 개암나무 잎과 뿌리 빨간 밀어를 주고받는다. 두 손을 오그려 복숭아 그리면 달그림자 줄기세포에 맥박이 뛰고 뚫려있는 고운 가슴에 불별이 앉는다. ------------------- 《연변문학》2018.12 ‘두만강여울소리’시탐구회 특집
27    자화상(외 4수) 댓글:  조회:1427  추천:0  2018-11-29
자화상(외 4수)   □박문희   귀염 물고 덮쳐오는 물결 하얀 줄낚시에 촘촘히 걸렸다 달빛에 살짝 터진 방울꽃 구름 우로 날아오른다   심심산천에 곱게 찢긴 청초한 바람 주어 담는다 흰구름 발치에서 재롱부리는 살인 애교 발버둥질 어르고 달래며   물밑으로 질정 없이 흔들리는 조각달 잔가지에 마파람 무성한데 저기 무지개다리 아래 령롱한 꿈만 턱없이 웃자라 있구나     예 술   구겨진 발자국에도 바위의 신뢰 쌓으며  돌내음의 속살 조심스레 펼쳐본다   천년 묵은 소나무 갈지자로 비뚤어도 룡의 상 곧은 대 속은 비여도 우주의 소리 퉁기노라     외로운 넋   밤별 비늘에 간신히 걸린   그리움의 작은 모서리 재가 된 발자국 소리 한웅큼 모아 마가을 여는 바람초리에 바른다   먼 산 긴 그림자 홀로 놀던 자리 발등 찍는 외로움 덮어버리고 가랑잎에 매달린 앞내의 긴 팔 얇다란 바위숨결에도 허우적거린다   석간수 비낀 부엉이 매서운 눈길 수풀 속에 불청객으로 잠깐 머물고 늙은 자갈밭 잠 못 드는 시절 괜시리 갈대숲만 지꿎게 설레인다     용우물   풀피리 소리 한무더기 잘라 초모자댕기에 삐뚜름히 꽂고 코노래 징겅징겅 밟으며 륙도하 여울 세벌 네벌 벗긴다   뿔비녀 새김질에 감질난 새벽녁 이슬밭 구슬 한되박 선바위 때린 고즈넉한 메아리 하얀 룡비늘 눈보라 날린다   청징한 거울에 얼굴 잠그고 샘줄기 밑굽으로 들어간다 까만 동자 눈 낚시 덥석 물고 아리숭한 옛말 속으로     우수(憂愁)   쥐여짜는 꿈자리 기름 없는 초롱불 털갈이하는 구름 우에 이른봄 꽃집 차린다   애환에 멍든 부나비 불타는 조약돌 감싸안으며 가슴벽에 문양 새긴다 날개에 잔물결 피워올린다   깊이 박힌 모기가시에 피맺힌 통증 흘리며 눈뜬 호수 십리바닥에 잔잔한 주름살 감춘다   (《연변문학》2018.11)
26    소나기 댓글:  조회:1357  추천:0  2018-11-20
소나기 ▢박문희      빨간 국화로 볶은 봉두난발 사방 백리에 불꽃 튕길 때 삼바 추는 길가의 초병들 억만 팔 치켜들어 창공 찌른다   뜨락에 명멸하는 풍진조화 폭서 따돌리며 어우렁그네 뛴다 바위숲 솔바람 먹고 맨살의 물보라로 쏟아진다   산자락 병풍에 얼룩진 젊은 불씨 태풍의 등 너머로 휘청인다 벙거지 쓰고 방황하던 십년 꿈 깨니 흥건히 꽃핀 기억 한시도 마를 길 없어       --잡지 2018년 제6기
25    제4회 윤동주 문학상 대상 당선소감 댓글:  조회:1562  추천:0  2018-06-19
제4회 윤동주 문학상 대상 당선소감   우주의 방언   □박문희   상오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피후(皮候)의 정곡(正鵠)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분해 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 복제된 개기월식이다.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올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린 도리깨의 어깨 죽지는 호수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그림자다. 아울러 그것이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다.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한 방울새의 발에는 장수(長壽)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食水)가 시계추로 매달렸다. 홀의 문턱과 한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홀장의 환영연에 초대된 방울새일행의 귀환보고서에 따르면 생명폭포의 질주속도는 제백석이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당선소감]  솔직히 여태 살아오면서 저는 무슨 상을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상을 받은 적이 있기는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확실히 무슨 상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인지 모호하지만 무슨 상을 받아본 그런 기억이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고 확실합니다.   소싯적부터 문학 지망생이었으나 본연의 문학영역에서 여타의 제반 여건상 진실한 의미에서의 창작을 실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시를 쓰겠다는 생각이나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더군다나 꼬물만큼도 해본 적이 없는 제가 불가사의하게도 시를 쓰게 되고 오늘 느닷없이 문학상수상대에까지 오르게 되었음은 저로 말하면 분명 인생의 첫 상을 누리는 영광입니다.   중국에서 하이퍼시란 거친 텃밭에 첫 보습 날을 박은 최룡관 선생이 있어서 하이퍼시에 매료됐고 짜장 하이퍼시가 있어서 결국은 내 인생도 바뀌게 된 셈입니다. 이 감각을 십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물론 앳된 종달새들처럼 짹짹거리며 날아다닐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시간마다 우주방언의 눈금을 새김칼로 깎아 지팡이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감각마비 일보직전인 뼈마디로나마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전자 말이 질주하는 새빨간 광야의 저 거미줄매듭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땅 밑의 리좀 건너 화산석과 공룡화석이 우거진 수풀 속에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어슬렁거릴 것입니다. 별똥그림자가 어슴푸레 비낀 곰 바위 아래, 저 꽃뱀처럼 머리 들린 사래 긴 오솔길을 겨울잠에서 깬 굼벵이처럼 조금은 부지런히 꿈틀거릴 것입니다. 그러노라면 혹시 나의 머리 위쪽에 삐쭉하니 내밴 흰털의 일부분이 언젠가는 블랙홀에 함몰하는 깜장염소의 파란 수염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하고 다욕한 생각이 갑자기 드는 건 또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르쳐주신 선생이 고마웁고 나를 담아준 우리협회와 그리고 늘 함께 하는 따뜻한 문우들이 고맙습니다. 더욱이 석련화 회장님을 비롯한 윤동주문학상 제정위원회 선생님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드리구요,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고개 숙여 다함없는 고마움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09.14​ 감사의 말씀  ‘박문희 하이퍼시집 출간 세미나’에서 한 답사 □ 박문희   선배님들, 그리고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의 시작에 격려, 편달과 조언의 말씀을 주신 여러 분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리며 우리 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와 회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 선배시인님들과 동인여러분에게도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연구회에서 늦깎이로 시를 시작한 저에게 모처럼 격려의 모임을 마련해준데 대해 매우 부끄럽지만 한편 벅찬 영광을 느끼며 큰 고무를 받았음을 고백합니다. 몇몇 분들께서 제가 시를 시작해서 일 년 만에 시집 한권을 낸데 대해서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는데, 물론 너무 고맙지만 그러나 그것이 자칫 큰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어 몇 마디 피루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거의 평생을 신문보도사업에 종사해 왔지만 실상 애초에 꿈은 문학이었습니다. 신문을 하는 내내 이 꿈을 포기한 적이 없었고 해서 과외로 소설, 시, 평론 등 읽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읽을 때마다 창작과 연계를 시키면서 가끔 뭔가를 끄적거려 보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 문학도답게 시종 정열을 불사르며 끈질기게 창작에 달라붙지를 못했으며, 쓴다고 해도 감히 쓸 수 없는 것도 있었거니와 설령 썼다 해도 마음에 내키는 것조차 없어 결국 한생이 다하도록 발표한 작품 한편 없게 된 것입니다. 이건 누가 봐도 기막힌 일이 아니겠습니까. 너무나 한심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장기간에 걸쳐 ‘문학 꿈의 부스러기’가 무의식중 나의 몸속 어딘가에 축적이 될 수 있었고 결국 그것이 어떤 기회를 만나자 모종의 자극을 받고 튀어나와 이 늦깎이의 창작을 밀어준 것이지요. 말하자면 저의 시집이 짧은 시간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지금 와서 천만 다행으로 생각되는 것은, 제 몸속에 웅크리고 있었던 그 ‘문학 꿈의 부스러기’들이 비록 유용한 것이었다 해도 만약 돌연히 찾아온 내적 혹은 외적인 자극의 깨움이 없었다면, 그것은 그냥 별 볼일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했을 뿐, 저 자신은 그런 내막을 까맣게 모르고 허망하게 지나치고 말았을 거란 사실입니다. 나 자신으로 말하면 진짜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하지만 그런 와중에 두 차례의 진지한 논쟁을 거쳐 저의 잠자던 시심을 두드려 깨워준 이가 바로 최룡관 선생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항상 간직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최룡관 선생은 시문학에 깊은 애정을 갖고 오랜 기간 탐구의 험로를 헤쳐 오면서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중국 땅에서 조선족 시단을 위해 하이퍼시란 참신한 꽃밭 한 뙈기를 일구어낸 분입니다. 최선생의 치열한 시인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한편 지난 수십 년간 여러 시인님들 특히 선배시인님들과 기타 중견시인님들께서 보석 같은 작품으로 저의 문학 꿈에 자양분을 얹어주셨고 이런 은연중의 영향과 감화가 오늘 저의 시 창작을 가능케 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이 늙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시를 써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럴 것이라고 믿으면서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조금씩이나마 부지런히 시 쓰기에 시간을 던져보겠습니다. 오늘 존경하는 여러분과 좋은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4월 29일  
24    [시평] A 와 B 의 구조로 환상적 이미지 생성/강시나 댓글:  조회:1481  추천:0  2018-06-17
A 와 B 의 구조로 환상적 이미지 생성 --박문희시인의 하이퍼 산문시 을 읽고서 □ 강시나 하이퍼시는 “탈 관념의 사물과 상상의 이미지를 연결한 시로써 탈 관념의 사물을 한 단위로 보고 상상의 이미지를 한 단위로 본다면 모든 하이퍼시는 A단위와 B단위의 두 단위의 구조를 이룬다. 하이퍼시 구조는 탈 관념의 사물과 상상의 이미지 두 단위의 초월 관계를 연결하여 완성한다.” (문덕수《현실과 초월》165페이지) 관념이란 한자의 뜻으로 풀이해보면 ‘관’(观)은 ‘눈을 크게 뜨고 사물을 자세하고 똑똑하게 본다’이고 ‘념’(念)은 ‘생각하여 마음속에 굳게 간직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로보아 ‘관념을 벗는다’고 하면 그것은 낡은 관념의 옷을 벗어 던진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탈 관념의 시 쓰기는 기존의 관념을 배제하고 사물 또는 물체를 중시한다로 받아주면 되겠습니다. 또한 상상이란 사물들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관계와 사물의 조응과 유사함을, 직관으로 먼저 감지하는 능력을 바로 상상력이라 하고 직관이란 추리, 사고, 경험에 의거하지 않고 보는 순간 사물을 파악하는 것을 가르켜 직관이라 하며, 초월한다는 것은 현실을 넘어선다는 뜻이고, ‘초 현실’은 현실을 부정하고 그 부정을 매개로 하여 새로운 현실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물관계를 발견하는 내재적 원리이며,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는 뜻으로 됩니다. 하이퍼시 구조원리가 이렇다보니 표현기법에 있어서는 관념설명보다는 암시적 묘사를 더 중요시합니다. 이렇게 하이퍼시는 보이는 사물 그대로의 벌거숭이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미지로 그려진 한 폭의 수수께끼이며 변형된 지도로서 작가의 내재적 심상으로 엮어져 의미가 이미지 속에 숨겨져 있는 초 현실 그림입니다. 즉 한 사물로 하이퍼시 탈 관념의 A 를 만들어 내고, 그 다음 작자의 상상세계의 이미지로 B단위를 만들고 두 단위 틈새에서 초월로 건너뛰기를 반복합니다. 2017년 윤동주 문학상 수상작인 박문희 시인의 시 이 바로 A와 B구조로 사물의 생성을 촉구한 하이퍼시라 생각합니다. 그럼 시 원문을 보기로 합시다. 상오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피후의 정곡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 분해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 복제된 개기월식이다.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 올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린 도리깨의 귀와 발과 어깻죽지는 호수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 그림자, 아울러 달의 그림자가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다.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하는 방울새의 발에는 장수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가 시계추로 매달렸다. 홀의 문턱과 한 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두령의 환영연에 초대된 방울새 일행의 귀환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폭포의 질주 속도는 제백석이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아래에 을 나름대로 풀어보려 합니다. 먼저 제목 부터 보겠습니다. 이는 우주에 여러 가지 소리 즉 여러 가지 방언이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시속의 언어는 언어이자 사물이고 사물이자 언어입니다. 여러 가지 언어가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물이 있다는 말로 되겠습니다. 하늘의 해와 달, 별과 구름도 다 언어가 되겠고 지구에 있는 각종의 사물도 모두 언어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시문학 창작에선 사물 세계가 언어와 단어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미지로 된 언어와 단어들이 새로운 사물세계를 창조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박문희 시인은 우주는 여러 가지 방언 즉 여러 가지 사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말들을 해석한다면-- 1연: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A)/ 피후의 정곡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 분해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B)/는 사물인 화살로부터 태양이라는 새 사물을 생성시키면서 공기와 바람으로 인해 뭉치고 흩어지는 구름들의 조화를 암시적으로 끌어냈으며 기온이 고도로 상승된 12시 정각이지만 여전히 빛을 강하게 발사하는 태양의 본능을 덧붙여 사물의 자기 운동속도와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뉴턴의 제1운동법칙-관성법칙을 도입시킨 것 같습니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A)/ 복제된 개기월식이다’(B)/ 이 행에서 작가는 탈관념 이미지와 상상이미지를 연결하여 해가 뜨고 지는 자연맥락을 이어 놓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유사성을 비친 것 같고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 올수 없다고들 하지만(A)/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B) 여기에선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후회와 한탄, 그리고 이미 발설한 말들도 다시 걷어 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태양의 빛과 시위 떠난 화살의 유사성으로 비유한 것 같습니다. 2연: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린 도리깨의 귀와 발과 어깻죽지는(B)/ 호수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 그림자”(A)/ 여기서 상상 이지미지 B는 비약적인 시대발전에 무작정 뛰어드는 인간들의 무지를 새로운 사물로 생성시키기 위한 상상이미지이며 ‘달의 그림자가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A)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B)/ 이 행은 모든 신생사물은 막을 수 없는 시대조류라는 뜻이고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A)/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다”(B)/ 이는 아직도 낡아 빠진 묵은 관념들이 뒤꽁무니를 붙잡고 늘어져있는 경향을 잠꼬대에 비유하면서 전진과 발전은 자연의 필연적 법칙이라는 점을 암시적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연: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하는 방울새의 발에는(A)/ 장수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가 시계추로 매달렸다’(B)/ 여기선 계절을 몰고 온 봄의 햇빛이 만물을 생성시킴을 말하고 봄 에너지를 가리켜 뼈와 살 만드는 식수(食水)라 변형시키고 또 태양의 빛을 다시 식수(食水)의 시계추로 거듭 탈영토화 시키면서 상상이미지로 또 다른 계절을 끌어내기 위한 이질적 연결이고. “홀의 문턱과 한 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A)/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두령의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B)/는 계절과 계절 잇기를 ‘블랙홀’ 과 ‘정거장’으로 변형시키면서 바뀌는 역마다 초대된 방울새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환기를 재치 있게 그려 냅니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A)/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있다’(B)/ 끝으로 시인은 가을날의 풍요로움으로부터 겨울의 백색풍경을 새롭게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시인은 우주에서 생존하고 있는 모든 사물들의 말소리를 인간이 알아듣지 못하는 방언 즉 지방사투리로 비유했습니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물질과 어울려 화살로 되었다가, 안장형의 긴 하품 되였다가,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 되었다가,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의 두령이 되기도 하는 등 하늘아래로부터 우주의 무한한 공간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무수한 오아시스를 펼쳐놓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전반 시 흐름을 보면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작가의 목적성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그 어떤 고전 ‘관념’이란 찾아 볼 수 없으며 사물 자체를 상상적으로 관찰하여 의식하였으며 이질적인 이미지로 우주의 자연생태를 음양학으로 잘 풀어 나간 것 같은 양상을 보입니다. 그 골격들을 종합해 본다면-- 1연은 태양의 절주를, 2연은 달빛의 교묘함을, 3연에선 사계절변화를 그려내면서 화살이라는 사물의 유사점, 직유와 인접성을 틀어쥐고 자연사물로부터 밤/낮, 강함/약함, 빛/어둠, 높고/낮음, 유/무, 현실/상상을 대조시키면서 자연이 인류에 주는 혜택을 하나의 ‘방언’으로 친절하게 다가오게 했으며 인간과 자연의 생태변화를 초월적인 심상으로 지혜롭게 이어 놓았고 각 연과의 틈새- 초월의 공간에서 작자는 단절과 분열, 뛰기와 통합으로 우주목소리를 한수의 시 속에 묶어 넣고 시간과 속도의 장단을 복합적 네트워크로 잘 연결해 놓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이 시는 단락과 편폭이 좀 늘여져 있는 것 같고 시어가 조금 더 소박하게 안겨 왔으면 더 친근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됩니다. 2018년 4월 29일 《송화강》잡지 2018년 제3기
23    [시평] 리좀의 원리가 잘 녹아내린 시/방순애 댓글:  조회:1459  추천:0  2018-06-17
리좀의 원리가 잘 녹아내린 시 --박문희 시 를 읽고서 □ 방순애 하이퍼시 쓰기는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모든 것에 대한 새로운 접속 가능성을 열어젖히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리좀적 사유의 글쓰기입니다. 이른 바의 리좀(Rhizome)은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저 《천 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은유적 용어 혹은 철학 용어로서 원래의 리좀은 지하경을 의미합니다. 철학용어로서의 리좀은 이항 대립적이고 위계적인 현실 관계 구조의 이면을 이루는, 자유롭고 유동적인 접속이 가능한 잠재성의 차원으로, 관계 맺기의 한 유형입니다. 질 들뢰즈에 따르면 리좀은 시작도 끝도 갖지 않고 언제나 중간을 가지며 중간을 통해 자라고 넘쳐나면서 어떤 지점이건 다른 어떤 지점과도 연결 접속될 수 있고 또 연결 접속되어야만 합니다. 언제나 많은 입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탈영토화의 운동들과 재영토화의 과정들이 끝없이 가지를 쳐 나가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끌어내고 교대하며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갈 수 있게 합니다. 이런 리좀의 원리를 적용하여 아래 박문희 시인의 시 을 분석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처마 밑에 숨어든 달빛 소나타 문틈으로 샌 부나비 작은 불빛 잔등에 걸터앉아 부항 든 가슴의 낭만을 앵금으로 떨어낸다 바람과 다툰 노을 기와의 귀에 아픔을 호소하고 음달 안고 자던 꿈에서 깨며 풀벌레 넋은 밤 노래 열창한다 뽕잎 포식한 밤 누에 하현달 흘린 미음 베고 잠들고 세월에 비틀린 고목 달빛 잔해로 허기 달랜다 -- 전문 이 시는 3연으로 되었는데 각각 다른 상상력의 조합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상력 공간의 이동이라 할 수 있고 지하경(뿌리줄기)에서 횡적으로 열매달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럼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1연: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처마 밑에 숨어든 달빛 소나타 문틈으로 샌 부나비 작은 불빛 잔등에 걸터앉아 부항 든 가슴의 낭만을 앵금으로 떨어낸다 1연 6행입니다. 1행에서 ‘다사한 허공’을 등장시킵니다. 시인은 상상의 공간에 ‘말뚝을 박’는다는 현재 시점을 끌어들입니다. 시가 동적으로 되여 있기에 한 장면의 영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2행, ‘처마 밑에 숨어든 소나타’ --1행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다른 이미지입니다. 끝도 시작도 없이 중간으로 시작된 이미지를 시각화시켰습니다. 3~4행 ‘문틈으로 샌 부나비/작은 불빛 잔등에 걸터앉아’가 한 이미지이고 5~6행 ‘부항 든 가슴의 낭만을/앵금으로 떨어낸다’가 또 다른 이미지입니다. 부나비가 두개의 이미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탈영토화에서 영토화하고 재령토화에서 다시 탈영토화를 시도합니다. 이러한 것을 통해 초월적인 변형에서 무의식 속에 은폐되어있는 환영을 만들어 냅니다. 1련의 정적 단어는 ‘말뚝-소나타-부나비-불빛-가슴의 랑만’이고 동적 단어는 ‘박고-숨어든다-걸터앉아-떨어낸다’입니다. 이 두 가지 단어들이 한데 어울려 시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영상화로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뿌리줄기에 횡적으로 달린 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낙화생이 뿌리줄기에 달린 것처럼. 2련: 바람과 다툰 노을 기와의 귀에 아픔을 호소하고 음달 안고 자던 꿈에서 깨며 풀벌레 넋은 밤 노래 열창한다 2련은 두개의 이미지입니다. ‘노을’이 ‘아픔을 호소’하고 ‘자던 꿈에서 깨며’가 한 이미지이고 ‘풀벌레 넋’이 ‘밤 노래 열창한다’가 다른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노을’과 ‘풀벌레 넋’은 정적 언어이고 ‘호소’, ‘깬다’, ‘열창한다’가 동적 언어입니다. 이런 동적 언어로 하여 그림 같은 시각성을 보여줍니다. 탈영토화의 선에 의해 한 가지 다양체가 다른 다양체와 연결접속을 하였습니다. 납득이 잘 안 되는 것 같지만 지면을 따라 모든 방향으로 갈라지는 확장에서 구근과 덩이줄기 갈래 길에서 응고에 이르는 리좀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3연: 뽕잎 포식한 밤 누에 하현달 흘린 미음 베고 잠들고 세월에 비틀린 고목 달빛 잔해로 허기 달랜다 3련은 4행입니다. 한연에 두 가지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뽕잎 폭식한 밤 누에/하현달 흘린 미음 베고 잠들고’인데 여기서 ‘하현달 흘린 미음’은 환유적 표현을 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세월에 비틀린 고목/달빛 잔해로 허기 달랜다’입니다. 한 줄기에 두개의 열매가 접속되어 달려있습니다. ‘밤 누에’, ‘비틀린 고목’ 이 성질이 다른 언어를 한 개 연에 구사하여 수평적 건너뛰기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징은 방사형으로 확장할 수 있는 횡적 연접의 기법이 아닌가 필자는 생각합니다. 총적으로 박문희 시 는 3개 연에 7개의 이미지들이 횡적으로 연결접속을 하여 자기들만의 그림들을 영상화에로 이끌어갔습니다. 사물들의 공감대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사물들의 연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시인은 시를 통하여 시속의 사물들이 서로 공감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려 하였습니다. 이 사물들은 이 시의 자연을 대표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감대’란 매개물을 통하여 자연물의 조화를 노래한 것 같습니다. 이들 이미지들은 어느 것도 시의 중심이 되지 않습니다. 무중심 이미지들이 중간에서 연결접속 되었습니다. 중심 이미지가 없는 시, 나름대로 나타내는 이미지로 된 하이퍼시라 하겠습니다. 박문희 시인님의 시 는 리좀의 원리가 잘 녹아내린 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시는 새로운 이미지의 생성을 강조하고 현실과 초월의 선에서 넘나들며 새로운 탐색을 요구합니다. 또한 사고의 확장과 무한한 연결 가능성을 통해 다양체를 추구하고 탈관념을 실현합니다. 구체적으로 단선구조의 틀을 깨고 다선구조의 틀을 새로 구축함으로써 시인의 상상을 객관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정적 이미지를 동적 이미지로 변환시켰습니다. 이처럼 문장을 구성할 때 가급적 추상적인 것을 극복하고 명사구와 동사구를 잘 응용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단 하나의 상징이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때도 있는데 한수의 시 안에 여러 가지 참신한 이미지들이 접속되어 있다면 경우에 따라 그 아름다움은 몇 곱절 커질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런 형식으로 무수히 많은 다양체들이 접속점을 찾아 이미지로 연결된다면 시 속에 무한한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2018.4.29 《송화강》잡지 2018년 제3기
22    판타지의 세계에서 종횡무진하는 시 댓글:  조회:2621  추천:1  2018-05-01
판타지의 세계에서 종횡무진하는 시   ㅡ박문희 시세계, 겸하여 하이퍼시를 말하다   1. 창작과 리론을 병진하는 시인   여기, 한 시인이 있다. 바로 고희를 앞두고 첫 하이퍼시집을 내놓은 오늘의 출간기념식 주인공 박문희 시인이다. 나는 박문희 시인이 문학공부 일년만에 하이퍼시집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거야말로 대서특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퍼시를 시를 쓰고 있는 대부분의 시인들은 이전부터 동시도 쓰고 성인시도 써왔던, 이른바 기성시인들이였다. 그런데 박문희 시인은 아예 하이퍼시로부터 발자국을 뗐다. 우리가 시집의 출간을 두고 경이로와 하는 까닭은 바로 이런 점이다. 필자는 박문희 시인과는 안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해서부터 알게 되였다. 그는 자신은 하이퍼시에 흥취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가끔 자기가 쓴 시들을 보여주었고 조언을 바랐다. 그의 시심을 깨워준 사람이 최룡관 시인이다. 필자는 그가 시집을 펴내기 전에 이미 원고를 보았다. 나는 그의 시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나이치고는 너무나 아방가르드적인 사유를 갖고 있는 분이였기 때문이다. 시집 원고《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이하 략칭《이야기》)를 보고서는 더욱 놀랐다. 시 공부 일년만에 시집 한권을 내놓다니......이것은 우리 시단의 축복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경이로움을 두 번 맛보았다. 다른 한분은 고희를 눈앞에 두고 문학을 시작했던 방산옥 시인이다. 그분 역시 최룡관 시인의 계발과 지도를 받고 등단한 시인이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유능한 제자를 배양한  최룡관 시인에게 감사를 드린다. 또 하나 필자가 박문희 시인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시인이 시 창작 초기부터 리론과 창작을 병진시키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데 있다. 이것은 엄청난 일이다. 우리 시단에서 시 리론과 시 창작을 함께 하고 있는 시인이 과연 몇이 되는가. 고 한춘 시인과 고 김파 시인, 그리고 최룡관 시인이 리론과 창작을 병진하는 시인들이였고 그 외에는 별로 없었다. 헌데 문득 시단에 깜짝 초입한 박문희 시인이 언감생심 리론과 창작의 병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에 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 , , , , 시 창작 원천으로서의 무의식에 대한 인식작업>, , , , , 등으로 나누어 무의식과 하이퍼시의 창작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 한 구절만 인용해보기로 한다.   “무의식의 발견은 당시에, 인간이 모든 행동을 자신의 의지와 의식하에 하여야 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여지없이 깨버려 철학의 기반 전체를 흔들어버렸다. 특히 우리의 의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대개의 모든 상념과 기억들은 저 깊은 바닷물속의 빙산처럼 무의 식속에 깊이깊이 내장되여 있으며 그러나‘무의식’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인간의 의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일상사례를 통해 증명되였을 때 그것이 서방 철학계와 기타 모든 학술계에 가져다 준 충격은 과시 원자탄 폭격에 못지않은 것이였다.” (박문희, ) 이 글을 읽어보면 본인의 리론보다는 주요하게는 칼 융 등의 무의식리론을 소개하는 쪽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한가지 부언할 것이 있다. 한국의 하이퍼시인들 중에 리론과 창작을 병진하는 시인들이 많다. 그들은 자기 리론의 신빙성과 정당성 내지 확고성을 목적으로 어떤 리론을 제기할 때 그 론거로 자신의 창작한 시를 례로 든다. 례하면 문덕수, 심상운, 오지현, 최지현, 이선, 이영지 등이다. 이것은 우리가 따라배워야 할 바라고 생각한다. 하이퍼시는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한창 진행중에 있다. 그러므로 하이퍼시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여야 한다. 이런 연고로 한국의 하이퍼시인들은 어떻게 하면 하이퍼시를 더 잘 쓸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승인을 받겠는가에 신경을 돋구고 새로운 리론의 탐구에 전력하고 있다. 그리고 하이퍼시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부동한 의견을 가지고 론쟁을 벌리기도 한다. 론쟁이 없이 이미 주어진 코스ㅡ탈관념, 무의미, 초월, 낯설기화, 다선구조, 이미지집합, 횡적구성 등으로만 나아간다면 시들 사이의 변별성이 없어지고 모든 시가 십시일반으로 비슷한 몰골이 될 우려가 있다. 우리의 하이퍼시들을 보면 별로 론쟁도 없고 자기의 리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유감스럽다. 이런 현상에 비해 자기 나름대로의 리론을 세워가면서 하이퍼시를 쓰고 싶어하는 박문희 시인의 거동이야말로 참으로 소중하고 따라서 하이퍼시를 쓰는 시인들뿐 아니라 우리 모든 시인들의 귀감으로 되지 않을가고 생각해본다. 《이야기》세계를 잠간 들여다보기로 한다. 《이야기》의 서평 에서 최룡관 시인이 박문희 시가 갖고 있는 특성과 가치를 아주 깔끔하고 치밀하게 개괄하고 분석하였기에 사실은 할 말이 크게 없다. 본고에서는 다만 보충작업으로 주로 판타지와 디자인문제를 가지고 박문희 시에 관해 옅은 견해를 피력하고저 한다. 2.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   심상운은 2016년 최근에 《하이퍼시 3》발간사에서 “상상은 類推의 끈을 매달고 있지만 공상은 류추의 끈을 끊어버리고 무한한 미지의 령역으로 시인과 독자를 안내한다. (밑줄은 필자의 것) 그래서 하이퍼시는 현실적인 공간의 질서에서 해방된 상상과 공상의 세계를 시에 담아보려는 언어작업의 예술적 산물이다. 따라서 그 새로운 이미지의 공간은 현실과의 만남에서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자률적이고 창의적인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시로서의 가치(밑줄은 필자의 것)를 지닌다”고 말하였다.   《이야기》의 세계가 바로 상상이나 공상에서 비롯된, 창의적인 세계이며 아주 환상적인 가상현실이다. 심상운은 여기서 아주 분명하게 하이퍼시를 현대시의 류개념이 아니라 종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하이퍼시는 현대시의 우에 군림하는 존재인 것이 아니라 현대시의 새로운 한 갈래인 것이다. 적지 않은 하이퍼시인들이 하이퍼시를 현대시의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야기》에 들어가 보면 거개가 거대한 판타지로 되여있다. 판타지는 상상력의 확장을 떠나서 있을 수 없다. 하이퍼시에서 상상력의 확장을 주창한 사람이 이선이다. 그는 상상력의 확장을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 상상력의 순간이동으로 나누고 있다. 판타지가 상상력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상상력의 확장도 판타지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판타지와 상상, 이들 둘의 관계는 서로가 대방을 산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결과로 되는 관계로서 상상을 통해 판타지가 생기고 판타지를 통해 상상이 생긴다. 다른 점은 상상은 류추의 끈이 있지만 판타지는 류추의 끈이 없다는데 있다. 하이퍼시의 특성의 하나가 상상력의 확장이 되겠지만 박문희 시에서 특히 환타지가 시의 기본수법으로 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우선 시제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부터 공상적이고 환상적이다. 이 시제에는 세가지 뜻이 담겨져 있다. 1. ‘강천여행’에는 무한히 광활한 공간이 제시되여 있고 2. ‘떠난’에는 상상력의 공간 이동이 암시되여 있으며 3. ‘바람이야기’에는 황당성과 과장이 앉아있다.   몇수 살펴보기로 한다.     보름달을 뚝 따다 상우에 걸어 놓고 녹쓸지 않은 개구리 합창 들으며 손주놈 도화지에 그림 그린다 세발 가진 예쁜 새 그린다    꼬맹이 고추 쳐들고 따발총 갈길 때 삼족의 새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온 동리가 횃불 되어 찾아 나섰다 우물 속에 빠졌나? 잔솔밭에 숨었나?   불현듯 저어기 밤하늘 쳐다보니 촐랑촐랑 흐르는 은하수 날으며 반짝이는 별들을 쪼아먹고 있었다 바구니에 큰 별을 주어 담고 있었다    ㅡ 이 이야기는 아주 환상적이고 동화적이고 황당하다. 하늘이라는 공간과 땅이라는 공간이 겹쳐지고 있으며 그 속에서 엉뚱한 이미지들이 탄생한다. 1련에서는 그림으로서의 새가 만들어지고 2련에서는 살아있는 새가 만들어지고 3련에서는 땅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별을 쪼아먹고 큰 별을 줏는 새로 만들어진다. 순식간에 집으로부터 하늘로 공간이 확장되면서 미묘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 동네에 호수가 숱해 생겼다 호수에는 잉어, 붕어, 초어와 정의의 비수, 간교한 사기술 그리고 우주의 게임과 재밌는 현대신화들이 홀딱 벗고 자맥질한다 미니드론 타고 바다 자궁도 구경하고 은하수에 가서 낚시질도 한다   상냥한 상어 데리고 놀았다 코와 귀와 고추를 먹혔다 도망을 치다가 발가락을 뜯겼다 엉덩이 반쪽도 상납했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 구명대 하나 사 가지고 야반도주했다 쑤욱 시원히 빠져나왔다   ㅡ 전문 이 시는 의식의 흐름, 무의식에 뿌리를 둔 판타지이다. 이 시는 꿈처럼 만들어졌다. 핸드폰만이 현실적인 것이고 그 외는 다 환상적이고 공상적이다. ‘은하수에 가서 별 낚시’를 하고 ‘돌고래와 함께 헤염을 치고’, ‘상어한테 코와 귀와 고추와 엉덩이를 먹’히면서 갖은 고통을 겪다가 구명대 하나를 사 가지고 야반도주했다는 이야기는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미묘하고 사이비한 것이 꿈이고 따라서 답이 없고 말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꿈이다.    도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로 만들어진 시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환상과 과장의 수법으로 오염으로 인기된 자연의 피해, 황사의 페단을 고발하고 있다. 이 시는 우에 렬거한 시들보다 더 엄청난 환상의 세계이다. 이 시에서 가상현실인 에덴동산은 사실은 현실세계와 겹쳐지기도 한다. 오늘의 세계는 물질문명의 폭압으로 자연이 엄중히 파괴되고 있다. 수많은 물종이 사라지고 있으며 삼림의 란벌로 생태계가 강간을 당하여 오존과 황사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하여 시인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어제 이빨 좋으신 손님 한 분 찾아와 에덴동산을 잡수셨다 은빛 번뜩이는 귀중한 이빨로  앞동산 큰 키 나무숲과 뒤동산 작은 키 나무숲을  차례로 다 잡수시고  고소한 흑토 짭짤한 백사장은 복판으로 흐르는 강물에 말아 맛나게 잡수셨다. 이 구절은 환상과 아이러니와 과장이 어울려져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 얼마나 엄청난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이 시는 완전한 하이퍼시는 아니다. 하이퍼시에서는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병렬적인 라렬임에 반해 이 시에서는 련이어지는 이미지들이 모두 뒤따라 나오는 시구, 잡수셨다, 너무 많이 잡수셨기에 곰바위가 이빨에 끼였고 낀 것을 빼니 이빨에 구멍이 뚫렸으며 식객에 의해 에덴동산이 망했기 때문에 돌고래, 호랑나비와 고추잠자리네 가족이 개암나무에 목을 매게 되며 그리고 ‘파랑새부부’, ‘다람쥐네 형제’가 이사를 가게 된다. 다시 말하면 매개의 이미지들은 류추가 가능하고 인과적 관계를 맺고 있다. 판타지로 만들어진 박문희의 시들에는 아주 멋진 구절들이 적지 않다. 례하면 의 마지막 련 ‘깡마른 꽃가지 초리끝에/가녀린 상념이/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시집의 마지막 시 에서의 마지막 련 ‘구겨진 햇살 살며시 들고/종알대는 개울물 들여다보는데/사시 륜회의 동음이/치마폭 날리며 달려오누나’와 같은 시구들은 과시 명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하이퍼시에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 리유   우리의 대부분의 하이퍼시들은 너무나 탈관념, 뛰여넘기, 초월화, 무의식, 이질적인 이미지집합, 다선구조 등에 치우치다보니 몰골이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하이퍼시가 공식화, 도식화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술에는 정해진 공식이나 도식이 있어서는 안 되며 또 있을 수도 없다. 이런 연고로 한국의 하이퍼시클럽에서는 적지 않은 시인들이 하이퍼시에 새로운 디자인을 하여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물의에 오르고 있는 것이 탈관념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일정한 관념이입을 하자는 주장이고 사실상 그러한 주장이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례하면 리선의 시 (, 부제 )이다, 한구절만 보기로 하자. 나뭇잎은 하늘을 한입 베여물고 파랗게 멍든 입술로 벙긋거린다('후욱 불어버릴가?'ㅡ귀속말로) 이런 표현은 기막히게 좋아서 기막히게 칭찬해주고 싶다. 이 구절에는 분명하게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자는 작자의 의도가 설명이 아닌 감각으로 인지되고 있다. 이 시는 디자인을 바꾼 시이다. 시인은 새로운 형식의 하이퍼시를 창작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필자의 졸시 는 시의 디자인을 바꾸고자 고민한 시다. 하이퍼시가 무의미한 단어들의 조합이나 련과 련의 독립된 단절만 추구한다면 똑 같은 이미지와 형식의 시들이 량산될 것이다. 의미추구의 시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쉽게 쓸 수 있다. 아무렇게나 단어를 던지기만 하면 하이퍼시가 된다면 말이다. 개성을 추구하다가 비개성적인 작품들만 량산될 수 있다. 하이퍼시는 이름만 가리면 누구 시인지 모른다는  비난을 듣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이퍼시가 살아남기 우해서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리선) 필자가 생각하건대 ‘시스템의 변화’가 바로 새로운 디자인일 것이다. 필자는 박문희의 시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수놓은 시들을 두루 보아냈다. 는 시의 탄생을 환상적으로 그리면서도 디자인을 가미한 유정서적인 시가 아닐가고 생각해본다. 약탕관에 오가잡탕 정히 달인다 해와 달의 폭포수에 약주 달인다   공룡의 비늘, 기린의 뿔, 삼족어의 발톱에 가스통 바슐라르,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문덕수의 시론에  류협의 도 털어놓고 달인다   한가위 눈부신 은쟁반 위에서 봉황새 한 마리 포르르 춤춘다 하이퍼시에서는 이미지들이 이질적일수록 좋다. 해와 달에게 폭포수가 있다는 표현은 대단히 엉뚱한 표현이다. 시인은 옹군 우주를 약탕관에 밀어놓고 달인다. 약탕관 안에는 력사와 전설(공룡의 비늘, 기린의 뿔)이 있고 철학(가스통과 아리스토텔레스)이 있고 현대문학(문덕수시론)이 있고 고전문학(문심조룡)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달인 약을 먹으니 은쟁반에서 봉황새가 태여난다. 박문희 시인은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시를 제대로 쓰자면, 훌륭한 시를 쓰자면 력사도 알아야 되고 철학도 알아야 되고 현대리론도 알아야 하고 고전문학리론도 배워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두 련에는 새것의 탄생을 자축하는 시인의 기쁜 정서가 아련히 어려 있다. 심상문의 말대로 한다면 하면 지장수처럼 흐르는 관념이 체현되여 있다. 시인은 극력 탈관념, 무의식의 세계에 안주하려고 애썼으나 알게 모르게 자기의 감정이 체현된 것 같다. 현실이 비희고락으로 엉켜진 조합체의 덩어리이고 인간 자체가 육정칠욕을 가진 동물일진대 철저히 감정을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거나 지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고로 한국의 심상운, 리선, 이영지, 최지연 등 하이퍼 시인들은 비록 하이퍼시의 특징이 자유방임이고 애매모호함에 있지만 절대적인 탈관념을 반대하고 어느 정도의 관념을 주입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들 하고 있다. 박문희의 도 역시 감정이라는 색채가 묻어있는 시라고 보아진다. 개나리 화사한 선경대 벼랑 가에서 붓대 타고 계곡 내리다가 머루넝쿨에 걸렸다 머루 한알 따 먹고 잎 한잎 머리에 쓰고 넝쿨에 퍼더리고 앉아 주르륵 미끄럼질했다 빠알간 노을을 등에 업고 코스모스와 들국화 길섶에서 놀고 있었다   붓자루 마디에 빨간 잎이 생긋 피여난다 이 시는 한폭의 수채화를 방불케 한다. 상상을 통한 공간 이동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나중에 생뚱같이 ‘붓자루 마디에/빨간 잎이 생긋 피여난다’는 결미가 나타난다. 이 구절은 과시 명구이다. 독단일지 모르겠지만 시인은 표제를 라고 달았지만, 내용을 보면 선경대의 아름다움에 취해 시인이 저도 몰래 시상을 무르익히는 과정과 마침내 시를 완성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필자는 류협이 말하는 隱과 秀를  떠올렸다. “인간의 마음의 움직임은 지극히 먼 곳까지 닿아있고 문학적 정서의 변화는 지극히 깊은 곳을 드러내게 하는바 원천(源泉)이 심원(深遠)해야 지류가 생겨나고 뿌리가 깊고도 넓게 뻗어야 가지와 잎사귀들이 높고도 무성하게 자랄 수 있다. 그러므로 문학작품들 가운데서 정화(精華)라고 꼽힐만한 명작들에서는 모두 은(隱)과 수(秀)가 있기 마련이다. 은(隱)이란 글 밖에 있는 함축된‘말 밖의 뜻(言外之意)’을 지칭하며 수(秀)란 작품 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말을 의미한다.‘은’은 文面에 드러나지 않은 의미와 복잡함과 미묘함을 통해 그 섬세함을 획득하고,‘수’는 한 작품 안에서 여타 다른 부분들과 비교되는 특출함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획득한다. (류협, «문심조룡», 제40장 ) 모든 문학작품에 ‘은’과 ‘수’가 있어야겠지만 함축을 고도로 중시하는 시 작품일 경우 그것이 더더욱 중요한바 ‘은’과 ‘수’가 없는 시는 사실상 시가 아니다. 상술한 시에서 머루를 먹고 머루잎을 쓰고 머루넝쿨을 타고 골짜기를 내려올 올 때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노을을 등에 업고 놀고 있었다는 것은 글안의 내용일 것이고 시인의 진정한 의도가 착상과정이라는 것이 곧 ‘은’으로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두 구절이 ‘수’일 것이다. 마지막 두 구절에는 시의 완성에 희열을 느끼는 시인의 감정이 다소곳이 서있다. 즉 희열이라는 다자인이 자연스럽게 입혀진 것이다. 하이퍼시에 새로운 디자인을 주문하는 것은 시의 소통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하이퍼시의 코기러기라고 할 수 있는 심상운은 시의 소통을 가지고 무던히 고민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퍼시에서 기존관념의 해체와 단절은 시의 공간을 확대하고 시적 령감의 원천이 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하여도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서 극복하여야 할 과제가 남는다. 그래서 기존관념의 해체와 단절을 소통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기법으로 하이퍼시는 다선구조 속에‘현실과 초월의 결합’이라는 구조를 정립하였으며 서사적 이미지 속에 의식과 무의식의 자연스러운‘합성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하이퍼시가 의식의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 덩어리이지만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과 초월, 이질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들의 합성을 계기로 새로 열리는 의미의 공간은 기존의 시와 차별화를 이루는 바탕이 되고 독자들에게 즐거움도 안겨주는 시적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발간사, 심상운, 2016년 7월) 이 말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필자가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은 우리가 많이 사고해야 할 문제라고 의식된다. 하이퍼시는 하이퍼성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기법을 가지게 된다. 이런 여러가지 기법들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서로 얽혀있으며 또 어느 한 사람에 의해 규정된 것이 아니라 하이퍼시를 쓰는 시인들이 창작실험과정에서 점차 발견하고 보완한 것들의 총체적인 산물이다. 례하면 하이퍼시리론의 근본 바탕이 되는 초월과 뛰여넘기가 있기에 낯설기화나 탈관념, 다선구조, 이미지들의 병렬적 배합이나 횡적 구성, 이미지집합 가상현실,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이 가능해진다. 나는 하이퍼시의 한 독자로서 박문희 선생을 비롯하여 하퍼시에 정진하고 있는 분들께 다음과 같은 문제를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싶다. 우리 하이퍼시가 기본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탈관념, 낯설기화,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집합, 성질이 다른 이미지들의 횡렬적 배치, 그리고 련마다 생소한 이미지들이 있어야 하고 심지어 행마다 성질이 다른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놓여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결코 틀리는 말은 아니다. 다만 생산되여 나오는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과연 얼마만한 가치를 갖느냐 하는 약간한 의문의 덩어리가 생긴다. 수많은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창출한다 하여도 독자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한다면 그 시는 문자유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가 충분할 것이다. 하이퍼시의 특징이 자유방임과 애매모호함에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찰나적인 흥분이나 미묘한 감각, 아련한 그 무엇, 이상야릇함, 섬찍함 등과 같은 것이 번쩍이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감각적미의식이며 심상운이 말한 현실과 초월의 결합이나 의식과 무의식의 합성공간일지도 모른다. 심상운은 또 ‘독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안겨주는 시적 소통의 공간’이란 말을 했는데 그 리유는 하이퍼시가 의식의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의 덩어리지만 그것이 결국은 현실과의 관계에서만이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결국 하이퍼시도 가끔 상상을 통해 그 의미를 얼마간 짐작할 수 있는 류추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오늘 필자가 례든 박문희 선생의 하이퍼시들은 많은 면에서 류추의 여지가 있어 그 의미를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시들이다. 상상력의 공간이 있는 시만이 독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다. 박문희 시들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비록 무의식이라 하지만 어떤 시에서는 사물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크고 허망하여 공허한 감을 주고 있는 것 같고 또 어떤 시에서는 낯설음이 확연히 드러나 진지함보다는 경박함이나 들뜬 감이 나는 것 같다.  박문희 선생의 첫 하이퍼시집《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의 출간에 따뜻한 축하를 보낸다. 훌륭한 시집을 출간하여 우리 시단에 신선한 꽃떨기 한송이를 선물해주신 박문희 시인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8년 4월 5일 청명에 김몽이 쓰다
21    박문희: “나는 문학 늦깎이가 아니다” 댓글:  조회:1959  추천:1  2018-04-30
박문희: “나는 문학 늦깎이가 아니다”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4-30 12:43:42 ] 클릭: [ ] 연변대학을 졸업한후 1980년부터 줄곧 《연변일보》와 《길림신문》에서 기자, 편집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신문인 박문희(1950.9.7-)가 2016년 처녀작 를 발표하더니 일년만에 하이퍼시집 《강천 려행 떠난 바람이야기》를 펴내 조선족시문단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4월 29일 오전, 연길시 신라월드에서 진행된 ‘박문희 하이퍼시 출간 세미나’에서 박문희는 “나는 문학 늦깎이가 아니다. 어려서부터의 꿈이 문학이였고 수십년간 신문인으로 일하면서 문학작품 한편을 발표하지 못했지만 대량의 과외독서를 통해 문학지식을 넓혀왔다. 정년퇴직한후 무의식중에 남아있던 문학꿈의 부스레기가 다시 최룡관시인이라는 성냥에 의해 불씨로 살아났을 뿐이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선물하였다.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길림신문, 《도라지》잡지사, 《송화강》잡지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길림신문 부총편 한정일이 축사를, 김룡운평론가와 최룡관시인이 기조발언을, 허룡석, 최삼룡, 강어금, 김현순, 강려 등이 자유발언을 하였다. 답사하고 있는 박문희 시인. 한정일은 축사에서 “박문희선생은 길림신문을 창간하는 초창기 주요멤버이고 길림신문이 오늘날 중국의 대표적인 조선족언론으로 된데 중요한 기석을 마련한 분이다”고 하면서 퇴직후 서예작품을 들고 서예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가 하면 문학평론으로 문단에 등단하고 인젠 하이퍼시집까지 시인으로 정립한데 대해 축하를 드렸다. 김룡운평론가는 라는 제목의 평론에서 박문희시인은 창작과 리론을 병진하는 시인이라고 하면서 그의 시는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를 이루며 따라서 하이퍼시에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고 최룡관 시인은 박문희 시인의 시적 작업을 탑식 구성을 허물고 평행 라렬식 횡적 구성을 창도하였고 가상현실에 모를 박고 시에 새로움과 야릇함과 기이함과 아름다움을 부여하였으며 언어와 사물의 성역 깨기로 가상현실을 살찌우면서 쟁쟁한 시구를 창출하였다고 평가했다.   언론인으로부터 시인으로... 박문희 하이퍼시집 출간세미나 연길서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4월30일 11시29분    조회:325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종횡무진하는 시" "창작과 리론을 병진하는 시인"   "자유분방함속에 흥분과 아름다움이 더 번쩍이였으면..." ...   이는 지난 4월 29일, 연길 신라월드에 있은 박문희 하이퍼시집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이하 강천)"출간세미나에서 박문희와 그의 시에 대한 평가이다.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회장 방순애)에서는 《도라지》잡지사, 잡지사, 길림신문사와 함께 세미나를 개최, 세미나에는 문인 30여명이 참석해 박문희 하이퍼시집에 대한 평론 및 하이퍼시의 발전전망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저자 박문희(가운데) 길림신문사 전임 부주필 하이퍼시집 에는 82수의 시가 제1부-제4부와 장시에 나뉘여 수록되였다. 제1부는 〈풍구의 바퀴가 서면 수펄은 죽는다〉, 제2부 〈꿈지럭 꿈지럭 확대경 속으로〉, 제3부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제4부 〈하늘을 위하여 종이 울린다〉, 그 외 340행의 장시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로 시집을 마무리고 있다.  저자 박문희 시인은 길림신문사 전임 부주필로 2016년 《연변일보》에 처녀작 〈말똥거르기〉 를 발표, 지난해 시 〈우주의 방언〉 으로 제4회 윤동주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바 있다.   최룡관 시인 이날 최룡관 시인은 기조발언에서 박문희 시집에 대해 3가지로 평가했다, 첫째는 탐구성 허물기이고 둘째로는 라렬적 횡적구성이며 셋째로는 성엮깨기라면서 본 시집은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을 그렸다고 평했다.   김룡운 평론가 김룡운 평론가는 박문희 시인에 대해 '시창작과 리론을 병진하는 시인'이라고 평가했으며그의 시에 대해서는 '환상과 과장의 수법을 결합한 판타지수법을 재치있게 사용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하이퍼시도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면서 하이퍼시의 특징이 자유분방함에 있다지만 그 속에 찰나적인 흥분이나 미묘한 감각, 아련한 그 무엇, 이상야릇함, 섬찍함 등이 번쩍이야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방순애 회장 저자 박문희 시인은 "연구회에서 늦깎이로 시를 시작한 저에게 모처럼 격려의 모임을 마련해준데 대해 매우 부끄럽지만 한편 벅찬 영광을 느끼며 큰 고무를 받았다."며 " ‘문학꿈의 부스러기’가 무의식중 나의 몸속 어딘가에 축적이 될 수 있었고 결국 그것이 어떤 기회를 만나자 모종의 자극을 받고 튀어나와 이 늦깎이의 창작을 밀어준 것. 말하자면 저의 시집이 짧은 시간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이 늙지 않는다고 들었다. 시를 써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확실히 그럴 것이라고 믿으면서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조금씩이나마 부지런히 시 쓰기에 시간을 던져보겠다."고 덧붙였다.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방순애 회장은 페회사에서 "금번 세미나는 시의 본연으로부터 시를 평한 자리였다"며 "동북아문화예술연구회는 7년동안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회원들은 애로를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면서 하이퍼시를 창작하고 연구해왔다. 지금까지 박문희 시인의 시집까지 총 5권의 하이퍼시집을 출간했으며 해마다 윤동주문학상과 리상화문학상을 운영해왔다.'며 "금번 세미나를 통해 시를 쓰는 시인들이 시를 평하는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조글로미디어 문야  http://www.zoglo.net/board/read/m_wenxue/352425/0/0
20    [장시]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 댓글:  조회:1848  추천:0  2018-03-17
[장시]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         초장 무지개 우거진 이 땅 위에   억겁 묵은 바람 등에 우주가 실려 간다. 해토머리 채운 편대 넘고 있는 수림 건너 설산이 막아도 날아 넘었던 곳 양떼가 흘러가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을까? 노루, 사슴 뛰놀던 곳 멸종된 지도 까마득한 태곳적 공룡, 공룡 꿈속 후예가 갑자기 들이닥쳤나? 이 땅 산허리에 감도는 구름 가지 잡아타고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       제1장 아리랑의 향연           가슴 뛰는 고향 빨간 상처 아릿한 꽃으로 피어오를 때 강바닥에 묻어 두었던 그리움 쓰린 발자국 지우면서 머나먼 길 굽이돌아 이곳까지 애련한 슬픔으로 파랗게 돋아났다네. 나뭇잎 자는 뿌리마다에 태를 묻은 언덕 꼬리표 달려 있었고 모래알 하나하나에는 꽃들이며 곤충이며 그 이름들 또렷이 새겨져 있었네.   마가을 날 풀메뚜기 이른 봄날 개불알꽃 앞산 동대 개살구 뒷산 마루 멧돼지 흰 자갈밭 꽃배암 노들강수 버들치   ……   열린 거미발에 스며든 가냘픈 명주실 바람 타고 구름 타고 수륙만리 배부른 아지랑이 만나면 노래 한 곡에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굶은 벼락 만나면 꼬리 베어 주고 젖가슴 건졌네. 이 세상 개미와 꿀벌들 머리와 손과 발과 꼬리와 볏과 부리와 날개로 꿀물 흐르는 큰 나무 보듬어 키우고 있었네.    ——용이 날아올랐다는 우물에선 다발 꿈 보여주더군요. 열두 색 꿈 사 가지고 실컷 놀다 왔지요.    ——정수리 빠개고 보세요. 할아버지 발자취와 숨결 두개골 안쪽에 넓적 글로 새겨져 있죠? 보이죠? 정수리 위로 항상 기회의 태양 빛나고 있잖아요?   ——방금 전 바람이 풍향기에 전하더군요. 시간, 공간 고루 쪼개서 한 잎은 산과 물 등에 얹어 주고 한 잎은 제비 부리에 물려 주고 한 잎은 개미 허리에 동여매 주고 한 잎은 붕어 꼬리에 달아 주고 한 잎은 나리꽃 머리에 꽂아 주라고요.    머릿속에 잠자던 해맑은 사색 잣송이 색동별로 빛나는 아침 강변 자갈밭에는 마흔 가지 색 쓴 기역, 니은, 디귿 옥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네. 모래 속으로부터 삐어진 돌 하나 홀연 날개 돋치더니 하늘로 솟구치며 날아올랐네. 궁전 기둥 석순으로 솟고 아치는 사슴뿔로 퍼져 올랐네. 아리랑 명창으로 아롱진 두루미 상모 돌리는 해와 달 사랑에 취했는데 눈부신 진달래 요정 조각달에 걸터앉아 유유히 거문고를 타고 있었네.   잔디밭 상공에 걸린 야명주 노려 호랑이와 독수리 벌인 피비린 전쟁. 휘몰아치는 발톱과 깃털 즐거운 비명 속에 교향악 연주할 때 백산 호랑이 청산 독수리 한쪽 날개 꺾어 활활 저으며 가파른 태산 위로 뗏목 저어 가고 있었네.    누에는 거룩한 입으로 시상 깃든 색실 뽑아 내며 햇빛 밝은 마을 짜기 시작했다네. 아침노을에 밤하늘 달빛 띄우고 바다의 하얀 파도 소리 북방의 눈꽃 진달래 내음도 두툼하게 따다 넣고 여름밤 반딧불 가을 새벽 찬이슬 노고지리 지저귀는 노들강변 봄노래 범바위 쿵쿵 찧는 폭포수꺼정 집어 넣고 왁자지껄 온 동네 웃음꽃 짜 넣었네.    하이퍼시 뒤질세라 목청을 세웠네. 엉덩이에 솟은 꼬랑이 ‘모험 여행’ 깃발 나부끼며 싱싱한 아치 쳐 가는 목청 맑은 우물에서 이파리 피우고 시어 길어 올렸네.   자 이제 타임머신 잡아타고 청룡이 쩌―억 입 벌린 까마아득한 옛 우주에로 불굴의 탐험 떠난다네. 블랙홀 할아버지 암흑 에너지 움켜쥐고 신비한 우주 서사시 캐러 가네.      제2장 물레방아와 부엉이의 대화   구름 꽃바람 타고 흐르던 날 기린 앞에서 얼굴이 가마우리해지면서 고래 보이지 않는 자기 목 자랑 늘어놨다네. ——당신과 꼭 같이 내 목뼈도 일곱 개라오.    왜가리 흐르는 내 밟고 서서 다리 없는 물고기 한 마리 잡아먹고 흰자위로 개구리 째려봤다네. 개구리 혀초리 기다랗게 쏘아 왜가리 콧등에 앉은 파리 귀뺨 후려쳤네. 머리 받쳐 주는 개구리 목 안에서 제1목뼈 뒷다리 도와 쉼 없이 도약 준비하고 있었네.    보이지 않는 목 안 웅숭깊은 터널 하늘땅 돌아가는 웅글진 소리들. 저 하늘에 떠도는 뿌리 없는 섬 바다에 뜬 별들 그림자 주무르며 눈에다 세계를 새겨 넣는 위대한 방랑. 이제 처음이자 마지막 전쟁은 먹장구름에서 뛰어내린 우박과 쑥대밭 대결이요 하늘가에 펼치는 오색구름 대안 두드리려는 질주라네. 미지의 선지자들 뇌까리는 대재앙 예언에 배에 오른 신자들 흰 토끼 따라 청림 도사 찾아가더라.    뿌리와 잎 달걀과 암탉 중심은 노상 주변 돌아치며 위와 아래 물과 불에 구멍을 빼고 쐐기 박는 일에 땀 동이 쏟았네.    ——뿌리는 이 세상 초석이요 뿌리가 없으면 하늘도 땅도 없노라.    빨간 벌레 선생 토하는 열변에 까만 벌레 선생 머리를 절레절레.    ——하늘 날면서 바다 안으면 우주 자궁 보이니라! 잎 한 방울로 녹음방초 깨워 하늘도 땅도 물들일 수 있거늘  임자는 어이하여 뿌리만 뿌리라 고집하는고? 바람 불어 바다 낳고 시간, 공간 부챗살로 휘저으면 손톱눈만한 씨 갈아 줄기세포에……    저 수평선과 지평선 경계에서 별안간 기린과 고래 길길이 날치며 서로 면상 치고 박고 야단법석. 기우뚱한 학술 논쟁 서까래 꽈배기로 비틀리며 증발하고 가람과 불 난투극에 하얀 피 꽃불처럼 터지며  바람벽은 한 폭의 수채화 되었네. 물과 불의 불행한 혼인 영원한 동거로 막을 열고 닫기를 거듭했다네.    숲의 깡마른 볼에 키스하며 블랙홀에 함몰하는 성좌의 손사래는 난바다에 뛰어드는 별찌의 유언! 출렁이는 젊음이 잔솔밭 샘물로 갈한 목 축일 때 그 위를 스치는 거친 바람에도 가지와 이파리는 피어올랐네.      제3장 추락하는 복숭아   불타는 집안에서 즐거운 공간 찾는 행복한 미소 윤회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짓궂은 퐁퐁 뜀으로 건너온 유년 그림자 긁어모아 저울판에 뭉뚱그려 올려 놓고 바람의 무게 떠 본다.    하늘 감싸고 돌아가는 바람 시대, 할아버지 손자 되고 손자가 할아버지 되다. 말쑥한 벽에 내쏜 침방울 막말덩이 돌아온 부메랑에 낯가죽이 벗겨져 엉덩이 오려다 기워 매는.    아 거미, 알 주머니에서 깨어난 아기 거미들에게 제 몸 찢어 먹이며 숨 꼴깍 넘기는 엄마 거미. 등때기에 암컷이 낳아 준 알집 멍에처럼 짊어지고 끝까지 가는 아빠 물자라!    천사 날갯짓에 악마의 심성 캡슐 먹인 메리야스 죽간과 붓 자루로 살가죽 찢고 기우며 혈관 속에 흐르는 금맥 찾아 오불꼬불 밤길 헤쳐 온 하얀 사포 천사.   아스라하니 깊은 심연으로 추락하는 세기 양심!   바다 위 빙산 뿌리 면사포 쪼르륵 찢어발기고 밑굽 나간 욕망 항아리에 꽃불 지펴 눈부시게 터뜨린다. 밤 언덕에서 굴러내린 저울추 종추(鐘錘) 되어 이 넓고 환한 개활지 천년 거목의 팔 받쳐든 눈 뜬 대문 탕탕 두드린다.       제4장 물욕의 계절   아직 개구리, 배암 통잠에 빠져 있을 무렵 파랗게 물 오른 물욕이 먼저 깨어나 꿈틀거리며 활화산으로 타오른다.   천도(天道)의 도마 위에 물고기와 지갑 몇 마리 비장하게 누워 있다. 잉어 배 짜개니 삭은 금덩이 쉰 소금 쏟아져 나오고 붕어 배 짜개니 남산더기 세기 낙원 굴러 나온다. 초어는 칼 대기도 전에 노을 동산 한 채 왈칵 게운다.   지하 세계 비쳐 주는 까만 신호등 메뚜기 대군 틈새로 쏟아지는 낯선 바람 쑥대밭으로 향한 표식 없는 길 어귀에서 갈팡질팡하는 송충이 무리 흐름 시간 비에 씻겨 색 바래진 입김 아픈 발자국에 주사바늘 꽂고 꿈 시궁창 빠져나온 겨울밤 날카로운 절벽 아래 혼불 빨간 혀 휘두른다.    감자 싹눈 거슴츠레 열고 혼돈의 지하 세계 내다보고 있다. 깊은 잠에서 깬 배암 두 가닥 혀로 이빨 감빨며 미소 짓는데 ‘첩자방범(諜者防犯)’ 네 글자 새겨진 시퍼런 두 발톱눈으로 두더지, 지렁이 꼬리마디 짚어 본다. 나무뿌리 건너 너럭바위 건너 진흙탕 건너 호수 밑에서 야명주 반짝인다. 호수와 핏줄 통하는 지하수 그 새까만 빛깔 읽어 낸다.    쿵―!     지상의 햇빛 밝은 도시 미래 그룹에 일대 소동 벌어졌다.    뻥―!     지도에 구멍 뚫리고 도시 하나 구멍 아가리로 사라졌다. 뼉다구도 지푸라기도 남기지 않고!    도시 실종에 대하여 착한 단풍은 계절이 흘린 바람쯤으로 착각하는가?       제5장 침묵하는 나팔꽃   나팔꽃 나팔소리 저당 잡히고 파리 씨 홍보에 나섰다. 황제 옷 걸친 알몸 마네킹들 몽환의 기억 풀어 개울물에 띄운다. 매미 그룹 구름 꽁무니에 밧줄 드리우고 뫼 허리 억겁 동굴에 새어들어 파르르 떨고 인공 지능 장착한 달변 두뇌는 겨울 서정 쪼아 먹기에 뇌즙 짜 붓더라.    완강한 침묵이 하품하는 틈에 집채 바위 여러 덩이 던졌건만 작은 물방울 하나 튕기지 아니하고 얄팍한 입술 통째로 뜯어다 생돌솥에 구겨 넣고 석 달 열흘 삶았어도 뜬김 한 오리 서리지 않더라. 그렇거나 말거나   침묵 속에 얼어붙은 둥지에서도 복숭아는 복숭아대로 만발하더라.     뿌―웅―     자기 부리 깔고 앉아 고약한 냄새 먹이는 엉덩이 횡포에도 옴폭한 보조개 가여운 홍조 띠우며 ‘무향은 호소식’이라 읊조리더라. 신종 곤충 챠챠족은 때묻은 ‘오늘 날씨 하하하’를 몽둥이 한매로 뒷간에 처넣고 ‘물불 결혼 챠챠챠’란 눈부신 신조어를 깃발에 새겨 높이높이 추켜들더라.   개척의 용사 스포트라이트(聚光灯) 아래 내세우고 꽃 달아 주며 짓패 준 논자들 새 이야기도 한창 구수하게 구워지고 있었더니라. 산불 무리 향해 오연히 나래치는 오동나무 잎사귀 발언에 솔개천 은하수 값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더라. 맑은 소리 달여서 약에 쓰고자 온 세상 휘저으며 소리 동냥 다녔거늘 얻은 것이란 고양이 짝짓기 울음소리뿐……    자 이제 꿈결의 지층에서 푸른 횃불 추켜들고 먼 하늘 깊은 지심 울리는 신비한 소리에 귀 기울이라. 그림 속에 갇혀 있는 토끼나무 가지에 조약돌도 깨물어 먹는 꿈을 피우라. 사품치며 불타는 장마철 강물에 저 썩은 언어를 가차 없이 띄워 보내라.      종장 봄은 가을 꼬리 물고 찾아온다   이른 아침 구름 넘어온 설산기슭에 하얀 양떼 흐른다. 동충하초 숨 쉬는 언덕 납작 엎드린 물안개 속을 뚫고 작은 산새들 이름 모를 풀잎 위로 찬이슬 맺힌 하루 시작을 지저귀누나.  구겨진 햇살 살며시 들고 종알대는 개울물 들여다보는데 사시 윤회의 동음이 치마폭 날리며 달려오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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