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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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시평]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 댓글:  조회:1752  추천:0  2018-03-16
[시평]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 ☐ 최 흔   필자는 박문희 시인과 일 년 동안 시를 함께 학습하였다. 그는 근 100수의 시를 썼는데 오늘 82수의 시로 시집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아래는 ≪강천≫으로 약칭)를 내놓는다. 이 시집은 우리 문단에서 나온 다섯 번째 하이퍼 시집이다. 한마디로 귀결해서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로 독자들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주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시적 작업을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방법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1. 탑식 구성을 허물고 평행 나열식 횡적 구성을 우린 수백 년 동안 탑식 구성의 시를 써 왔다. 인젠 탑식 구성에 찌들 대로 찌들어 있다. 그런 뾰족한 탑을 쌓는 종적 구성을 뿌리치고 평행 나열식 횡적 구성을 창도하고 있는 시집이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이다. 허공을 정처 없이 맴도는 왕잠자리 까맣게 탄 기다림에 날갯짓 짙붉다.   팔매질에 수면을 뛰어가는 조약돌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간다.   이제 바람의 등에 실려 온 낙엽 창턱에 살포시 쪽잠이 든다.   발밑으로 맨발 밑으로 보랏빛 그리움이 한길 반 높이로 쌓였는데 왜가리 유리병 깡마른 꽃가지 초리 끝에 가녀린 상념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 전문 는 시집의 첫 수이다. 네 개 연으로 되었는데 앞의 세 개 연이 각각 한 가지 내용이고 마지막 연은 두 가지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용이란 이미지 단위이다. 이 다섯 개의 이미지들은 각자 독립적인 존재이다. 그것들은 어느 것도 어느 것의 원인이나 결과가 아니다. 다시 말해 연관성이 없다. 이러한 이미지 나열은 ‘그러므로’나 ‘그래서’의 대답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나’나 ‘또 또’의 대답으로 되는 이미지들이다. 모두가 어떤 사물의 중간을 뽑아내어 쓴 것으로서 연과 연을 바꾸어 놓아도 무리가 없다. 이것이 하이퍼의 핵심적인 특성이다. 시인은 이 특점을 잘 살리고 있다 하겠다. 박문희 시인은 에서는 연과 연을 가지고 평행적 나열을 하였지만 에서는 줄과 줄을 가지고도 평행적 나열을 하고 있다. 빗소리 나팔소리 휘파람 소리 횃소리 영각 소리 돼지 웃는 소리 벼랑 가에 쥐 탄 놈 노 젓는 소리 얼음에 튀긴 잡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기름진 엉덩이 두드려 주는 소리 가렵지 않은 넓적 배 긁어 주는 소리 찢어진 상처에 소금 치는 소리 소금 친 상처를 기워 매는 소리 고속철 맨드라미 기어가는 소리 인공위성 꽁지에 별빛 스치는 소리 고무줄 탄 소똥이 하품하는 소리 종이배 위 말똥(馬糞)이 잠꼬대하는 소리   —— 전문 보는 바와 같이 시가 모두 열두 줄이다. 기본적으로 줄을 단위로 성질이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쌓아 가고 있는 셈이다. 왜 ‘셈’인가? 첫 두 줄은 명사들로 된 이미지 나열이고, 7, 8행은 중뿔나게 하나의 이미지이다. 시인은 성질이 다른 사물을 한 시에다 나열하고 있으면서 ‘소리’라는 언어를 반복하고 있다. 이 ‘소리’가 바로 링크(연결) 작용을 한다. 에는 이런 연결 작용을 하는 언어가 없다. 그런 시는 초(超)링크라고 하겠다. 행마다 다른 이미지를 쓰는 것은 연마다 다른 이미지를 쓰는 것보다 더 강렬하다고 하겠다. 박 시인은 때론 한 개 연 속에서 여러 가지 이미지의 나열을 하기도 한다. 산문적으로 쓴 시에서도, 운을 밟은 시에서도 그런 경향들이 보인다. 하이퍼시는 어떤 방법으로 이미지를 나열하든 관계가 없다. 그 방법이 여러 가지일수록 좋다 하겠다. 하이퍼시란 한 수의 시에 이질적인 이미지가 여러 개 모여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질적인 이미지란 성질이 다른 사물들의 운동이란 말이겠다.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은 어느 것이라도 똑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나무 하면 뿌리, 줄기, 가지, 잎, 꽃으로 구성되었고, 돌 하면 철, 불소, 불…… 등등에 의하여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고, 사람 하면 뼈, 피, 살, 똥으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사물들은 여러 가지 관계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풀은 흙과 개미와 뱀과 햇빛과 달빛과 짐승……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물들도 다 마찬가지다. 사물들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의 구성이 횡적으로 되는 것은 사물들의 구성에 순응하는 일이며, 자연계의 사물들 관계에 순응하는 일이라 하겠다.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에서 평행적 나열의 시들은 중심적인 이미지가 따로 없다. 모두가 밖이고 겉이고 곁이다. 그래서 시가 자연적으로 여러 가지 주제를 내포하게 되고 여러 가지 해석으로 풀이하게 될 것 같다. 색깔이 다르고 모양이 다른 이미지들이 한 수의 시에 있기에 이미지가 활기를 띠게 된다. 이런 시를 다선 시 혹은 다양체라고도 한다. 형상적으로 말하면 한 수의 시가 작은 강물이라면 거기에 여러 개의 징검돌이 놓여 있는 것과 같다. 이 징검돌들은 풀로 된 것도 있고, 돌로 된 것도 있고, 범으로 된 것도 있고, 나비로 된 것도 있고, 새로 된 것도 있고, 구름으로 된 것도 있다. 이 징검돌을 건너가는 녀석들은 지렁이도 있고, 진달래도 있고, 꽹과리도 있고, 귀뚜라미도 있고, 번개도 있다. 이러한 사물들은 모두가 변형되어 등장하고 운동한다.   2. 상상 속에서 환각 잡기 상상은 시를 쓰는 동력이다. 시가 어떠한가를 보는 기준의 주요한 한 가지는 상상이 어떠한가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시 짓기는 상상 속의 사물을 쓰는 작업이지 현실 사물을 쓰는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자고로 심상(영어로는 ‘image’, 한어로는 ‘意像’)이라고 하였다. 마음속의 사물이란 말이겠다. 시는 현실 사물을 직접 느끼는 감각이 아니라 상상 속에서 떠오르는 사물들의 환각이다. 이 환각은 순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인데 시인은 이 환각을 붙잡고 놓지 않으며 문자로 고정하여 영원을 기하려고 꿈꾸는 사람이다. 박문희 시인은 이런 시를 쓰기 위하여 심혈을 몰붓고 있는 것 같다.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 마지막 시에 이런 시구들이 있다. ① 배부른 아지랑이 만나면   ② 굶은 벼락을 만나면    꼬리 베어 주고 젖가슴 건졌네.   ③ 싱싱한 아치 쳐 가는 목청 맑은 우물에서    이파리 피우고 시어 길어 올렸네.   ④ 맑은 소리 달여서 약에 쓰고자   ⑤ 머릿속에 잠자던 해맑은 사색    잣송이 색동별로 빛나는 아침 ①에서는 ‘배부른 아지랑이’라고 하는데 아지랑이에겐 배가 없지만 배가 있다고 하고 그것도 무엇을 많이 먹은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은 현실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상상 속에서 환각 속에서 오는 것이라고 하겠다. ②에서는 ‘굶은 벼락’이라고 하는데 ①과는 반대다. 벼락이 굶었다고 하는 것은 현실로 보이는 벼락이 아니라 상상 속의 환각이겠다. ③에서는 ‘싱싱한 아치 쳐 가는 목청’은 ‘맑은 우물’이라며 그 우물에서 ‘이파리 피우고 시어 길어 올린다’고 한다. 어느 것이나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상상에서 오는 환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④에서는 ‘맑은 소리 달여서 약에 쓰고자’ 한다. 소리는 달일 수 있는 물이 아니다. 상상의 환각으로 떠올린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시구가 나오겠는가! ⑤에서도 그렇다. ‘해맑은 사색 잣송이 색동별로 빛난다’고 한다. 과히 명창이라 하겠다. 이것도 환각이라는 이름밖에 더 붙일 것이 없다. 환각! 시는 환각을 요구하고 환각은 새롭고도 참신한 이미지로 가상현실을 만들어 놓는다. 가상현실이란 상상으로 창출한 현실이라는 이름이겠다. 이런 가상현실이 시적 현실이며, 시적 현실이 없으면 좋은 시가 아니 되고, 이런 가상현실을 창출하는 사람이 곧 시인이라고 생각된다. 가상현실 창출에 매료되었을 때에는 시인 자신도 식별할 사이가 없고, 지각할 사이가 없게 되어 이미지가 주문처럼 흘러나오게 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그것들은 영혼 속에 떠오르는 환각 상태의 것이지 눈을 뜨고 바라보는 현실적인 사물들이 아니다. 박문희 시인의 시는 가상현실에 모를 박은 것이기에 시의 새로움과 야릇함과 기이함과 아름다움을 획득하고 있다고 하겠다.   3. 성역 깨기로 가상현실을 살찌웠다 위에서 환각으로 가상현실을 만들었다는 말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성역 깨기로 가상현실을 만든 박문희 시인의 작법을 보기로 하자. 박 시인의 성역 깨기는 주요하게 두 가지인 것 같다. 한 가지는 언어의 성역을 깨는 일이고, 다른 한 가지는 사물의 성역을 깨는 일인 것 같다. 언어의 성역 깨기와 사물의 성역 깨기는 갈라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동시에 진행된다고 하겠다. 언어의 성역 깨기는 사물의 성역 깨기이고 사물의 성역 깨기는 언어의 성역 깨기이다. 소위 성역 깨기란 것은 일상적인 사유의 규례를 타파하는 것으로서 언어들의 새로운 조합과 사물들의 새로운 전이를 야기하는 것이라 하겠다. 먼저 언어의 성역을 깬 실례들을 보자. ① 동그란 네모꼴과 네모난 동그라미      ——   ② 여우 그림자 둘둘 말아     ——   ③ 낮달 발뒤축에 매달린 오솔길    팔자걸음으로 걸어온다.     ——   ④ 공기 부스러기로 뜨개를 뜨고 있다.     ——   ⑤ 다년초 목에 두른 그린벨트    번개 날개 자르느라 분주하다.     ——   ⑥ 남새 방목 지켜본 시간의 뜨거운 이빨     ——   ⑦ 춤사위에 방울져 토실한 젖가슴    기름진 대지 고름 서서히 풀며     ——   ⑧ 티끌의 숨결에    태산으로 우거진다.     —— 상기한 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네모꼴이 동그라미가 되기도 하고, 여우의 그림자를 방석처럼 둘둘 말기도 하고, 낮달의 발뒤축에 오솔길이 매달려 팔자걸음을 걷기도 하고, 공기 부스러기로 뜨개를 뜨기도 하고, 그린벨트가 번개의 날개를 자르기도 하고, 시간의 뜨거운 이빨이 나타나기도 하고, 춤사위에 나타난 젖가슴이 대지의 고름을 풀기도 하고, 티끌의 숨결에 태산이 우거지기도 한다. 모두가 일상적인 언어(사물)들의 영역을 벗어나서 당치도 않은 언어(사물)들의 관계를 발생하며 서로 어울려 쟁쟁한 시구들로 사무쳐 오른다. 필자는 이런 수법들을 성역 깨기라 한다. 성역을 깨는 일은 시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겠다. 성역을 깨는 시구가 없으면 시는 고리타분하게 될 것이다. 언어들이 서로서로 성역을 깨며 이미지를 새롭게 돋보이게 하는 수법은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을 창출하는 핵심적인 시의 기교가 아닐 수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언어의 성역과 사물의 성역을 깨는 자체가 새로운 이미지 창출의 기본 경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성역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초롱 속에 갇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사물은 부단히 변화 발전하기에 시의 성역도 부단히 변화 발전하게 된다. 현실을 부단히 깨지 않으면 안 된다. 깬다는 것은 일상적인 관념으로 보면 맞지 않는 언어들을 맞추는 일이고 성질이 다른 사물들이 서로 전이한다는 말이겠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이런 조각상을 보았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사자 여자 조각상이 있었고, 범 남자 조각상도 있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의 바닷가에는 인어공주 조각상이 있었다. 이러한 조각상들은 사람과 짐승 및 물고기가 서로 전이되어 통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동물은 모두 머리에 눈, 코, 입, 귀가 있다. 시라는 것은 반짝하는 찰나의 상상 속에서 번개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사물의 형상에 착안하므로 범 남자, 사자 여자, 인어공주들은 모두 통하게 되는 것이다.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먹으며 산다고 할 수 있다. 잎이나 줄기나 가지나 다 햇빛과 달빛을 먹고 비를 먹고 바람을 먹고 산다고 할 수 있으며, 모두가 태어났다가 죽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물과 식물은 서로 통하는 점이 있게 된다. 황차 동물도 식물도 짝짓기를 하여 후대를 번식하고 있지 않는가! 세상 사물이 천만 가지여도 모두가 비슷한 점들이나 같은 점이 있고, 동일성과 통일성이 있어서 서로 통하게 되어 있고, 자유로운 전이를 할 수 있다. 세상의 언어들은 서로 자유로이 결합될 수 있는 기능이 있듯이. 시에서 사물을 쓴다는 것도 실제 사물인 것이 아니라 언어로 표현된 사물이며 사물의 상징이며 허상을 떠올리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언어이다. 실제 사물 자체가 서로 통하는데 언어야 더 말할 나위가 있으랴! 사물의 이러저러한 전이나 언어의 이러저러한 변화를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의식 공간이 너무 작다는 것을 표현할 뿐이라고 하겠다. 박문희 시인은 이러한 세계관으로 가상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하겠다. 박문희 시인의 시를 읽으면 어디서 오는 소리인지 모르는 생신한 소리가 들리고, 어디서 나타나는지 모르는 뜻밖의 사물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새로운 감각을 투영시키고 있다. 시의 언어들은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활발하고도 자유로이 뛰어다니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 부르기도 하면서 드라마를 공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질 들뢰즈와 필릭스 가타리가 ≪천개의 고원≫(784쪽)에서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번역(사물의 변화—필자 주)이 개념적으로 정당한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정당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어떠한 직관이 사라지느냐를 아는 것이다.”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에서 시들이 이미지가 참신하고 신비하고 돌연적이어서 독자들을 아찔하게 자극하기도 하고, 감탄하게도 하고, 탄복하게도 하는 것은 언어들의 자유로운 결합 때문이며, 사물들의 자유로운 결합 때문이라 하겠다. 이런 것들이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이 우리에게 주는 가상현실의 작용이라 할 것이다. 가상현실은 시의 주체이며 주제이다. 주체는 변하지 않지만 주제는 독자들 나름에 따라 ‘1+1=1’일 수도 있고, ‘1+1=5’일 수도 있다. 독자들 나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은 약점이 있기도 하다. 때론 큰소리로 말하여 언어의 섬세성이 약화되기도 하고, 고유어 살리기를 무시하고 한자어를 심하게 아끼기도 하고, ‘‒가, ‒이, ‒는, ‒은, ‒의, ‒을, ‒를’의 토들이 절제되지 못한 구석들도 보인다. 앞으로 초링크만 쓰지 말고 링크가 시 속에 직접 작용하는 시들을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
18    박문희 하이퍼시집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출간 댓글:  조회:1683  추천:2  2018-03-16
최근 연변대학출판사에서 박문희 하이퍼시집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를 펴냈다. 이 시집에는 82수의 시가 제1부-제4부와 장시에 나뉘여 수록되였다. 제1부는 〈풍구의 바퀴가 서면 수펄은 죽는다〉, 제2부 〈꿈지럭 꿈지럭 확대경 속으로〉, 제3부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제4부 〈하늘을 위하여 종이 울린다〉, 그 외 340행의 장시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로 시집을 마무리고 있다. 이 시집은 박시인이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시 창작을 시작해서 내놓은 첫 시집으로 본인은 자서(自序)에서 자신은 “우연한 기회에 우리 문단의 하이퍼시 주창자 최룡관 시인과 두차례의 진지한 토론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시흥이 유발되였고 종당에는 시 창작을 시작하여 첫 시집을 내기에 이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룡관 시인이 시집에 시평을 썼다. 그는 박문희 시인의 시적 작업을 ▲탑식 구성을 허물고 평행 라렬식 횡적 구성을 창도. ▲가상현실에 모를 박고 시에 새로움과 야릇함과 기이함과 아름다움을 부여. ▲ 언어와 사물의 성역 깨기로 가상현실을 살찌우면서 쟁쟁한 시구 창출 등 몇가지로 귀납하면서 시인이 창조해낸 시어들은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활발하고도 자유로이 뛰여다니면서 한편 또 한편의 드라마를 공연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길림신문사 정년퇴직 간부로 2016년 《연변일보》에 처녀작 〈말똥거르기〉 를 발표한 박시인은 지난해 시 〈우주의 방언〉 으로 제4회 윤동주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월 15일  길림신문 최화 기자  http://www.zoglo.net/board/read/m_shu/348895 http://kr.chinajilin.com.cn/sports/content/2018-03/15/content_199611.htm
17    폭풍취우(외 1수) 댓글:  조회:1675  추천:0  2018-02-07
폭풍취우   모기 고래의 분수구멍에 주둥이 박고 내장 몽땅 빨아먹은 사건이 터졌다. 오늘은 빈대가 토성에서 구워낸 황금 천오백 톤과 신도시를 꿀꺽 삼킨 일 드러나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납작한 빈대 대번에 명물이 됐다. 빈대가죽 비싼 값에 거래되면서 모기주둥이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빈대가죽 모기주둥이 연구소가 하룻밤 새 삼만 오천 개나 태어났다.    주식시장에 비바람 몰아친다. 도회지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리고 뫼 가람 타고 둥둥 떠내려 간다. 켜켜이 쌓인 주름살 무늬 위로 하얀 물보라 별빛으로 부서진다.    거룩한 식객   어제 이빨 좋으신 손님 한 분 찾아와 에덴동네를 잡수셨다. 은빛 번뜩이는 귀중한 이빨로 앞동산 큰키나무밭과 뒷동산 작은키나무밭을 차례로 다 잡수시고 고소한 흑토 짭짤한 백사장은 복판으로 흐르는 강물에 말아 맛나게 잡수셨다.    이마의 땀 훔치시며 소발굽산을 잡수실 때 곰바위가 이빨에 끼었다. 미인송 뿌리째 훌렁 뽑아 쑤시니 뻥! 이빨에 구멍 뚫렸다.   에덴동네 돌고래 호랑나비와 고추잠자리네 가족이 마른 개암나무에 목을 맸다.    개암나무가지가  황사바람에 곡을 하자 파랑새 부부가 멀리 알섬으로 날아갔다. 다람쥐 형제도 시월산으로 이사를 했다.    (《도라지》잡지 2017년 제6기)  
16    아득한 편지 (외 6수) 댓글:  조회:2005  추천:0  2018-01-24
  아득한 편지 (외 6수)   허공을 정처 없이 맴도는 왕잠자리 까맣게 탄 기다림에 날갯짓 짙붉다.   팔매질에 수면을 뛰어가는 조약돌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간다.   이제 바람의 등에 실려 온 낙엽 창턱에 살포시 쪽잠이 든다.   발밑으로 맨발 밑으로 보랏빛 그리움이 한길 반 높이로 쌓였는데 왜가리 유리병 깡마른 꽃가지 초리 끝에 가녀린 상념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중국화    개나리 화사한 선경대 벼랑 가에서 붓대 타고 계곡 내리다가 머루넝쿨에 걸렸다. 머루 한 알 따먹고 잎 한 잎 머리에 쓰고 넝쿨에 퍼더버리고 앉아 주르륵 미끄럼질 했다. 빠알간 노을을 등에 업고 코스모스와 들국화 길섶에서 놀고 있었다.   붓 자루 마디에 빨간 잎이 생긋 피어난다.     딸내미의 피아노   아기자기 울긋불긋한 꽃밭에서 백조 한 쌍 유유히 헤엄치며 사랑을 지저귀고 있다.   정답게 도란거리는 예쁜 침묵 불처럼 타오르는 빨간 다리야 귀맛 좋게 찰랑이는 꾀꼬리 나비춤 담장 기어오르는 나팔꽃 열띤 강연.   검푸른 바다 하얀 물 바래 딛고 꽃사슴이 바람 속을 질주한다. 정원에 흐드러진 향연에 천년폭포 왕림하여 은쟁반에 살포시 옥구슬 한잔 따른다.   하아얀 백조 한 쌍 천지간에 가로걸린 무지개 넘나들며 은빛 영롱한 무아의 경지를 주름잡는다.      천년의 위기   천년을 내처 걷던 강물이 걷지를 아니하다. 의족을 만들어 신겨주었지만 이제 걸으면 죽는다고 딱 버티다.   천년 잠잔 바위 여전히 깨지를 아니하다. 물로 잠그고 불로 지졌건만 꿀꿈 세월 좀 좋으냐고 잠에서 깰 염 않고 딱 버티다.   묘 자리 봐달라고 하다. 묘 자리가 좋으면 한걸음 걷겠다고 하다. 기념비 세워달라고 하다. 기념비 세워주면 하루만 깨겠다고 딱 버티다.   만년소나무에 매달린 풍경(風磬)이 울다.     아 침   강아지 품은 달걀에서 번개 태어나 기지개 켠다. 낮달 발뒤축에 매달린 오솔길 팔자걸음으로 걸어온다. 달걀껍질 구름을 몰고 다니며 번개 길이를 잰다.   구렁이 고슴도치 먹고 민들레 홀씨 날려 까맣게 하늘 칠하는 사이 냉장고에서 불에 구운 시간 꺼내 앞산 벼랑 젖꼭지에 양자우편으로 부친다.   창가에서 서성이던 오솔길 꼬리를 사리더니 슬쩍 구름위로 뛰어오른다.     세 상   삼베 무명 모시 명주 씨줄과 날실 강산을 짜고 우주 그물에 걸린 모루위에서 꺼이꺼이 함마가 운다.   살진 줄기에서 건진 지평선 멀리 흔들리는 작은 배 갑자기 가라앉은 바다 섬 선인장 가시에 나부끼는 빨간 피 소라나팔 되어 화톳불로 타오른다.   실북 뛰는 그물구멍에서 청룡이 웃으며 달려 나온다. 허리 잘록한 개미 태산을 밀고 간다.     천당의 문   벼랑 한 꺼풀 뜯어내고 모래톱 한 장 벗겨내고 번개 아지 한대 잘라내고 구름장 한 송이 꺾어들고 화과산 수렴동에서 물 한바가지 떠다가   하늘에 궁전 짓는다.   봉황이 예쁜 주둥이로 산호의 비취빛 보석 갈고 닦는다. 음양이 빙글빙글 도나니 풍진세월 꾸역꾸역 모여든다. 백마 탄 꿀벌 장미꽃 꼬나들고 보석 대청으로 돌진하다가 눈부신 벽에 수염 들이 받는다.   오리산에서 고개 갸웃하며 구조주의자 수석제자 왈--- 영, 혼, 육이 온전한 모든 생령의 거처는 속이 비어야 실용 가능하거늘.   구조주의자 큰 형 보완조로 가로되--- 속만 비면 약에 쓰나? 숨막혀 죽느니라. 물방울형, 라운드형, 다각형 빈 구멍을 벽에도 많이 뚫어야 하는 법이거늘......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문고(5) 2018.1           
15    무의식과 하이퍼시 창작 댓글:  조회:2365  추천:0  2017-08-13
무의식과 하이퍼시 창작   □박문희      "하이퍼시 창작론 간담회 및 하이퍼시 세미나"가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주최로 연길에서 열렸습니다. 최룡관선생의 은 에 이은 또 하나의 역작입니다. 현재 한국 지에서 연재중입니다.   최선생은 의 머리글에서“하이퍼시는 서양시문학의 최신 조류”이며 “하이퍼시를 하는것은 국제적인 시와 연변의 시를 접목하는 대사일 뿐만 아니라 또한 중국 시문학전통(중국시 문학전통은 우리 시 문학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대사”이기도 하다면서“21세기의 시문학은 무의식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것이며 시문학에서는 하이퍼시가 새로운 붐을 일으키며 시문학발전을 이끌고 나갈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나는 시 쓰기를 시작한 시간이 길지 않지만 공부를 하면서 최선생의 주장에 상당히 납득이 되었습니다. 시쓰기를 하면서 과 의 도움을 많이 받았음을 고백합니다.   최룡관선생은 에서“시는 무의식으로 쓴다. 하이퍼시는 무의식의 산물이고 무의식은 하이퍼시의 산모이다.”는 주장을 피력했습니다. 이 주장은 피뜩 보기에 리해가 잘 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의식”이란 개념으로부터 깊이 파고들면서 시창작 실천과 결부시켜 해득을 한 결과 이 주장에 도리가 있으며 실제 창작에서도 막대한 도움을 받을수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이퍼시 창작론 간담회 및 하이퍼시 세미나"에 참가하여 나의 학습체득을 발표했는데 원래 계획했던 학습을 잠시 뒤로 미루고 학습체득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학습속도가 매우 늦으므로 체득발표 시간간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 널리 양해 바라며 기탄없는 비평(부동한 견해 포함) 을 기대합니다. ------ 발문     시는 무의식으로 쓴다. 하이퍼시는 무의식의 산물이고 무의식은 하이퍼시의 산모이다.                                                 -----최룡관의 에서   무의식----깊은 바닷물속의 거대빙산   프로이트 이전의 서구적 사고방식은 의식중심으로 특히 이성(理性)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의식에서 벗어난 모든 요소는 망상이나 광기로서 비정상적 영역에 불과했고 연구 대상이기보다는 거의 전적으로 배제 대상이었다. 모든 인간 행위는 의식에 따른 계획적 성격을 지녀야 했다.   그러므로 무의식의 발견은 당시에, 인간이 모든 행동을 자신의 의지와 의식 하에 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여지없이 깨버려, 철학의 기반 자체를 흔들어버렸다. 특히 우리의 의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대개의 모든 상념과 기억들은 저 깊은 바닷물 속의 빙산처럼 무의식 속에 깊이깊이 내장되어 있으며 그러나 '무의식'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인간의 의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임상사례를 통해 증명되었을 때 그것이 서방철학계와 기타 모든 학술계에 가져다준 충격은 과시 원자탄 폭발에 못지않은 것이었다.   무의식이 의식과 갈등하면서 사고와 행위를 규정한다는 문제의식은 인간에게 접근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는바 철학을 비롯하여 학문 활동 전 영역에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됐고 또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표현 욕구와 표현 방법을 자극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너머의 미지의 정신세계   여기서 각별히 특기할 것은 무의식이 의식의 자아와는 다른, 자율성과 창조적 조정능력을 가진 완전한“객체정신”이라는 학설이 있는데, 이 학설의 제창은 수년간 프로이드와 함께 연구 활동을 하다가 프로이드와 결별하고 분석심리학의 이론을 체계화시킨 칼 융에게서 비롯되었으며, 융의 분석심리학의 가장 큰 특징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와 칼 융은 경험론자로서 다 같이 살아 있는 무의식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과 작용에 대하여 상당히 큰 견해 차이를 보였다.   무의식이란 융에 의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모르고 있는 우리의 정신의 모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너머의 미지의 정신세계 그것이 무의식이다.   융의 정신분석학에“무의식의 발견”이란 개념이 있는데, 뜻인즉 의식 속의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한 인식(즉 발견)이다.의식적인 나는 무의식의 나를 모르지만 무의식의 나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이 의식적 나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주체(나)가 의식적 주체와 무의식적 주체로 갈라진다는 사실자체가 인간은 분열적 존재임을 증명한다.   무의식의 두 가지 층----“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   융은 무의식에는 두 가지 층이 있다고 보았다.    그 하나는 그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겪은 개인 생활에서의 체험 내용 가운데서 무슨 이유에서든 잊어버린 것, 현실 세계의 도덕관이나 가치관 때문에 현실에 어울리지 않아 억압된 여러 가지 내용으로서 반드시 성적(性的)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 그것을 포함한 모든 그 밖의 심리적 경향, 희구, 생각들, 고의로 눌러버린 괴로운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의식에 도달하기에는 그 자극의 강도가 미약한 문턱 및 지각의 내용 등의 모든 것으로 구성된다. 이와 같이 태어난 이후 개인이 살아오면서 이루어진 무의식의 층들을 융은“개인적 무의식”이라 하였다.    융은 더 나아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마음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무의식의 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개인의 특수한 생활사에서 나온 무의식의 층과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갖추어져 있는 인간 고유의, 그리고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원초적인 무의식이 심층에 깔려있다는 것, 이것을 이름하여 융은“집단적 무의식”이라 했다.   의식의 뿌리, 정신생활의 원천, 창조의 샘   이 “두 가지 층의 무의식”에 언급하면서 융은, 무의식은 자율성을 가진 창조적 조정능력을 지녔으며 또한 인간의 원초적 행동유형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집단적 무의식”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의식의 뿌리를 이루는 정신생활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한마디로 무의식은 충동의 창고, 의식에서 쓸어낸 쓰레기장이거나 병적인 유아기 욕구로 가득 찬 웅덩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성숙케 하는 창조의 샘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여기서 프로이트의 학설을 말하는 마당에 주로 칼 융의 주장을 소개하는 것은 그의 주장에하이퍼시의 창작에 직접 관련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우리는 무의식이 개발되지 않은 무한한 창조의 원천임을 알았다. 그러한 무의식을 하이퍼시창작의 대상으로 하면, 우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체험할 수 없는 세계를 그려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성(理性), 도덕 등에 억눌린 욕망의 세계를 드러낼 수 있겠다는 자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맹목낙관을 가로막는 언덕   하지만 이점을 앎으로 해서 오는 맹목낙관은 절대 취할 바가 못 된다. 일단 창작과 연계시키면 수많은 실제 문제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선 무의식은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모르고 있는 우리 정신의 모든 것,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너머의 미지의 정신세계, 말하자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이라는 언덕이 금방 우리 앞을 가로 막는다. 당연히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창작에 이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앞에는 개발되지 않은 무한한 창조의 원천인 무의식을 창조에 도입하자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불가피하게 나서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말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1. 시창작의 원천으로서의 무의식에 대한 인식작업   우선 무의식은 창조의 샘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안 그러면 강대한 무의식의 지배 앞에서 시인은 피동에 처하게 되어 그것을 활용할 수가 없게 될 터이니.   무의식은 개인생활의 경험자료 뿐 아니라 인류의 태곳적부터 끝없이 반복되어 경험되는 일정한 인간적 체험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으며 그것은 수많은 신화적 상징으로 표현되고 경험된다. 이 모든 것은 무진장한 창조의 원천으로 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을 인지했을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인지하는 그 순간, 무의식은 바로 의식으로 전환되는 길 어구에 서게 된다. 이때 깨어난 무의식은 원동력으로 되어 모든 의식된 마음에 활력을 주고 그 기능을 조절하여 의식과 무의식의 통일을 완성하는 작업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지어준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뿐이지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2. 무의식 세계의 발굴 작업   바로 상기의 문제가 제기되는 까닭에 무의식이 의식으로 전환되는 길 어구에 서게 되었을 때, 시인은 반드시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발굴하는 작업에 착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평소에 무심코 나타나는 무의식의 바다”에서, 번뜩이는 계시를 의식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능력을 갖추고 그것을 꾸준히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발굴시의 무의식은 몽롱한 상태일 수가 있다. 이를 테면 영감(靈感) 같은 것이다.   ● 영감과 주의력   [영감]  영감(靈感)이란?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번득이는 착상이나 자극이며, 무의식중에 갑자기 일어난 신묘한 능력이다.   ▲영감은 초의식(超意識) 또는 무의식의 한 종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감이 자의식(自我意識)의 반대라는 것이다. -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  ▲영감은 완강한 노동으로 얻어진 포상이다.--바딤 레핀 ▲영감은 게으름뱅이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손님이다.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키  ▲영감은 무의식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으면, 영감의 기회는 적어진다. 자기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항상 의식하고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 모기 켄이치로   고로 영감은 의식적인 노력을 행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것으로서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피나는 수련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야 비로소 자기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생명의 소리”를 계시 받게 되는 것이다.   [주의력]  위에서 언급된 의식적인 노력이 바로 주의력이다.   하이퍼시의 창작은 실제로 봐서 영감과 주의력을 엄밀히 구분할 수는 없는 것, 이 두 가지가 혼연일체로 이루어져야 훌륭한 시를 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날마다 뜨고 지는 해와 달과 별에 대한 이러한 평범하고 세밀한 성찰에서 시작하여 마침내 모든 것에 미치는 '창조적 발견'을 할 수 있는 마음눈(心眼)과 신비한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 한다.   3. 무의식의 세계를 의식적 창작의 세계로 비약시키는 작업   하이퍼시의 중심에는 시종 의식의 흐름이 놓여 있다. 이 의식의 흐름은 “의식과 무의식의 뒤섞음”이 만들어내는 이중 삼중의 다차원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지어 시간의 질서도 바꾸어 놓는다. 하이퍼시는 의식의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의 덩어리지만 현실과의 관계 속에 생명력을 얻는다.   하이퍼시의 특성은, 상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의 불연속적 결합이며 상상력에 의한 시적 공간의 무한정한 확장이다. 논리적 인과관계가 없는 이미지들은 연과 연, 행과 행의 순서를 바꿔놓아도 상관없이 각기 독립성을 가지며 그런 이미지들은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드는 자유를 갖는다. 그러나 시인의 “의식 혹은 무의식의 흐름”이 시의 저변에 깔려 있어 하이퍼시의 전체적 통일성을 유지해준다.   하이퍼시의 에너지는 의식의 흐름, 탈 관념, 다선구조, 가상현실 등을 바탕으로 한 새롭고 다양한 감각과 상상의 무한한 확대에서 분출되는 것이다. 시인이 가상현실을 만들어 내지만, 가상현실은 “스스로의 내부에 갇혀 있는 무의식”을 복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성해 내고 창조한다.   상상력,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운동   “'영감'과 '주의력'이 협동하는 창조적 무의식”을 우리는 '상상력'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은 심상(心象)을 의식 위에 비추는 작용, 다시 말하면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기능”이다. 눈앞에 없는 사물의 이미지를 만드는 정신 능력, 즉 상상력은 하이퍼시를 창조하는 근원적 능력이다. 여기서 수동적 상상력이 능동적 상상력에 포섭되고 언어를 빌어 소생할 때 영감과 주의력은 일체를 이루고 상상력이 실현되어 우리는 비로소 한수의 하이퍼시를 잉태하게 되는 것이다.   이른 바의 합리적인 사고체계와 자아의식 범람의 거세 ​  이성(理性)과 자아의식의 범람을 막아야 시 창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의 머릿속에서 자아의식이 지나치게 살판 치면 그를 지배하는 뇌리 속에는 합리적인 사고체계 이외의 다른 어떤 특권도 들어앉을 수가 없게 된다. 이 경우 그가 관심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일 것이다.   --이 시는 의미가 있는 것인가, 혹은 없는 것인가? --이 시는 옳은가, 아니면 그른가? --이 시에 반영된 현상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 --이 시는 유익한 것인가, 해로운 것인가?   그러나 이런 질문에는 무슨 깊이라는 것이 없다.   “죽은 개가 짖어댔다.”   이른바 의식(意識), 이성(理性)의 눈빛으로 보면, 이런 묘사는 어처구니없는 병문(病文)일 것이다. 그 눈빛에 죽은 개는 죽은 개일 뿐일 것이다. 그런 고로 어떤 의식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는, 무의식이 갖는 자체내의 의미를 통해서 의식의 권한을 몰수해야만 하이퍼시 창작의 길은 비로소 트이게 되는 것이다. ♣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문고(5) 2018.1    
14    [시] 우주의 방언 댓글:  조회:4393  추천:0  2017-05-18
우주의 방언   □박문희   상오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피후(皮候)의 정곡(正鵠)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분해 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 복제된 개기월식이다.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올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린 도리깨의 어깨 죽지는 호수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 그림자, 아울러 그것이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 바람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다.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한 방울새의 발에는 장수(長壽)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食水)가 시계추로 매달렸다. 홀의 문턱과 한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홀장의 환영연에 초대된 방울새일행의 귀환보고서에 따르면 생명폭포의 질주속도는 제백석이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한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송화강》2017년 제2기  
13    [시] 고향 외 2수 댓글:  조회:2011  추천:0  2017-05-18
[시] 고향(외 2수)   ■박문희    4월을 머금은 살진 단비 비암산 너머로 달려가고 산허리를 칭칭 감은 안개 용드레우물가에  칠색무지개로 피여난다 세전이벌이 태동하기 시작한다   금슬 좋은 꿩부부 장끼 까투리 해란강 맑은 물에 하얀 쪽배 띄워놓고 허공에 비낀 멍든 락서를 비누물로 마알갛게 닦아내고 있다   새벽을 깨우는 닭울음소리 다독이며 반쯤 열린 삽작문을 두드리는 순간 잠옷 바람에 머리 엉성한 내가 문밖에 섰는 나를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다     과원   파랑새 방울새의 우짖음이 하얀 구름산자락에서 풀색으로 피여날 때 생생한 구름 한쪼각이 우주의 소리 맛 풍기는 아침빛 한줄기를 훔쳐먹고 빨간 노을에 흠뻑 취해 별무리 흐르는 산정호수의 시원 달콤한 달덩이로 불끈 떠오른다   천길 폭포에 풍운조화 인다 쏟아지는 서기(瑞氣)에 비단결로 가로걸린 쌍무지개 벼랑 탄 송학(松鶴)에 아리랑 명창으로 아롱진다 용드레 천하 소나무가지는 늘찬 가람으로 눕고 하늘과 땅 사이 두루미 날개는 만무과원으로 눕는다   소나무 두루미 너울너울 향무(香舞)를 춘다     춤노래 익는 마을   도라지뿌리에 매달린 초롱불이 밤의 까만 벼랑길을 톺는 하얀 두루미의 치정을 따갑게 비춰주고 있다   천지에서 미역 감고 상모 돌리는 해와 달의 사랑 꽃사슴의 머리 우에 타오르는 빨간 뿔을 아름다운 선녀가 널뛰는 바람결로 어루만져준다   꽃노을이 출렁이는 아침 쿵쿵 찧는 만화방초의 합창속에서 눈부신 진달래요정이 거문고를 탄다   [길림신문] 2017-05-18  
12    [시] 덜기의 철학 (외 4수) 댓글:  조회:2527  추천:1  2016-12-13
덜기의 철학 (외 4수) ■박문희   등짝의 지게에 텅빈 동굴 하나 비끌어매고 괴춤에는 헌 메투리 헌 보선 헌바지 잡동사니 허덕간 하나 둘둘 말아 차고 겨드랑이에는 부러진 날개와 무슨 젝트라고 하는 개인의 미래비젼을 고전명작인양 끼고 먼길을 떠난다.   가물가물한 빨간 꿈속에서 새파란 병아리가 한창 샛노란 고래를 낳고있다.   개화장을 짚고 일어서다가 눈을 뜨니 등짝은 무지 버겁고 거시기는 여섯시 반이다. 처분권장 신호가 가끔 뜨지만 당신이 전당포로 직행을 할지언정 문물급의 보선은 버릴수 없어.   봉황 깃털의 화석같은 침묵이 약 삼년간 흘렀다. 별안간 조막손이 앙가슴을 호쾌하게 탕탕 쳤다. 훌러덩 벗었다 동굴도 허덕간도! 온 몸이 구름 되여 둥둥 뜬다.     핸드폰    우리 동네에 호수가 숱해 생겼다 호수에는 잉어 붕어 초어와 정의의 비수, 간교한 사기술 그리고 우주의 게임과 재밌는 현대신화들이 홀딱 벗고 자맥질한다 미니드론 타고 바다의 자궁도 구경하고 은하수에 가서 별낚시도 한다   그만 호수에 풍덩 빠졌다 돌고래와 함께 헤엄을 쳤다 은하수에서 별도 줍고 삼족오하고 숨바꼭질도 했다   상냥한 상어를 데리고 놀았다 코와 귀와 고추를 먹혔다 도망을 치다가 발가락을 뜯겼다 엉덩이 반쪽을 상납했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 구명대 하나 사가지고 야반도주했다 쑤욱 시원히 빠져나왔다     수상한 그림자    해를 등지고 걷는 님의 앞에는 그림자가 항상 딱 붙어다녔다 그러던 그림자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 먼 발치에서 뒤태 어여쁜 여우 한 마리가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며 꼬랭이를 깃발처럼 나부끼며 섹시하게 걸어가고있다. 그 곁에 찰떡처럼 붙어가는 님을 딱 빼닮은 그림자가 길쭉하다   토성밖의 삼일장에 여우의 그림자를 둘둘말아 헐값에 팔아먹는 상인들이 두루 생겨났다     섹스    바이올린과 얼후가 쓰나미 춤추는 고공에서 얼싸안고 돌며 저공 행진을 한다.   무성한 수풀 속에 입을 꾹 다문 호랑이 누에가 뒷골목으로 빠지자 하얀 잠태(蚕蛻) 풀잎을 타고 까맣게 타버린 햇빛 속으로 숨어버린다.    물독에 쏟아 부은 아침 해가 벼린 깊은 뿌리에 꿈에 익은 저녁달 살진 줄기를 참빗질하고   휘파람 휙 불자 추억이 가득 묻은 구운 감자 참나무 옹이 숯 빨간 불속에서 화려하게 작열한다.     인간세상(2)    인터넷이 지구를 거미줄로 칭칭 동여맨다. 만리를 비행한 대형유도탄의 착지오차는 반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잔디밭 풀밑을 살금살금 기어가는 불개미간첩의 수염을 사정거리 팔만리의 유도탄으로 노랗게 구워버린다.   고로 전쟁발발의 위험은 사라지는 중이나 전쟁은 오늘밤 12시 정각에 터질수도 있다. 평화는 영원히 태양의 발톱에다 둥지를 틀고있다. 그래도 석양이 꼴깍 질 무렵이면 간드러진 악마의 시커먼 웃음이 간담을 찢을 때가 가끔 있다.   동두성에 따르면 방금 전 원자탄 수소탄 증폭핵분열탄은 물론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질자탄까지 제3차 세계대전 차비에 동원됐다고 한다. 천만다행으로 그것을 용케 제지한 이가 있었으니 기이하게도 유엔사무실에 잠복해있던 파리였다고. 해당문서에 똥을 한무더기 싸놓는 바람에 인터넷문서의 집행에 기묘한 오차가 생겼다는 것.   토성지방 조간신문의 톱자리에는 사흘이 멀다하게 “민주 자유”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실려나간다. 노란 좀벌레 만여마리가 새까만 백성 “민”자 하나를 갉아먹는데 이미 반년이란 시간을 허비했고 나머지 글자 몇개를 씹어먹는데도 십년이상 걸릴것이라 한다.   
11    [시] 말똥 거르기 댓글:  조회:2473  추천:0  2016-12-13
말똥 거르기   (1) 비소리 나팔소리 휘파람소리 홰소리 영각소리 돼지 웃는 소리 벼랑가에 쥐 탄 놈 노 젓는 소리 불에 튀긴 잡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기름진 엉덩이 두드려주는 소리 가렵지 않은 넓적 배 긁어주는 소리 찢어진 상처에 소금치는 소리 소금 친 상처를 기워매는 소리 고속철 맨드라미 기여가는 소리 인공위성 꽁지에 별빛 스치는 소리 고무줄 탄 소똥이 하품하는 소리 종이배위 말똥이 재채기하는 소리.   (2) 귀구멍안에서 뿌지직뿌지직 말똥(语屎)이 서말닷되 밀밀 나온다 대나무속대 얼궈 뽑은 새파란 숯불 얼음쪼각 구워빚은 빨간 탕후루 모난 가루 묽은 돌 동글납작 빈대떡 짭잘한 들깨참깨 시고 떫은 산수유 우수수 쏟아져 고분처럼 쌓인다 돌절구에 털어넣고 쇠공이로 빻아서 까만 말총얼개미로 대충대충 거른다 말똥가루 한잔에서 벼룩이 논다 팔딱팔딱 곤두박질 재주 넘는다. 연변일보(2016.9.22)
10    <수석송> ----노산 이은상의 시 댓글:  조회:3181  추천:0  2016-04-12
수석송    -노산 이은상의 시   太古를 숨 쉬는 너 風雨를 비웃는 너 다만 침묵 속에서 영원을 꿈꾸는 너 오늘은 너 앞에 서서 나도 수석이 된다.  
9    가을의 노래 댓글:  조회:5365  추천:10  2011-10-26
  [시끄러우시면 Esc를 누르시고]     가을의 노래     하늘이 아득히 높아지고 만물이 진한 화장을 했는데 작은 고기 노는 호수위에 물오리 몇 마리 도동실 떴네요   산정 가는 등반길에 낙엽이 뒹굴어도 눈맛 당기는 풍요로움을 지울 수는 없네요   물고기는 푸덕이고 낟알은 영글었는데 금방망이 더운 빛을 번뜩이며 고귀함을 자랑하고 조롱박은 넌출아래 미동도 없이  어느 결에 고즈넉함을 만끽하네요   머금은 교태로 넋 앗아가던 봄꽃은 기억 한 자락에 새록새록 한데 저기 다가온 가을꽃들 보소 어느새 추파를 던지느라 분주들 하네요   호숫가의 백일홍 반갑다고 손짓하는 중에 코스모스 들국화 화사하고 밥 짓는 냄새 구수한 툇마루 아래 다리아도 제법 호함지네요 겸손한 꽃맺이는 어느새 새 생명 잉태를 준비하네요   갈숲은 춤을 추고 단풍은 타오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활활 타는 산불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지를 아니하고 그냥 빠--알갛게 마음까지 물들입니다   한없이 너그러운 자연의 품 엄마 젖가슴처럼 포근하네요 그냥 그 속에 심신이 묻혀 살고 싶네요 자연의 은총에 감사하며 천고의 단풍을 읊조리며   이제 단풍이 다하여 질 때가 되면 소슬한 추풍이 따스한 눈꽃을 모셔오겠죠 따스한 눈송이 왕림하시어 단풍을 덮으면 단풍은 달콤한 꿈속에 깊이깊이 빠져 들겠죠   꿈은 꿈대로 그리움을 간직하고 바람은 바람대로 만고의 광야를 질주하겠죠   녹여줄듯 평화로운 황혼의 노을 속에서 가을은 스스로 여유로운 행보에 채찍을 가합니다   2006.10.13   
8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나 / [한국]이진명 댓글:  조회:6639  추천:56  2011-04-05
[시끄러우면 Esc를 누르시고]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나  ■이진명[한국]   우이동 삼각산 도선사 입구 귀퉁이 뻘건 플라스틱 동이에 몇 다발 꽃을 놓고 파는 데가 있다 산 오르려고 배낭에 도시락까지 싸오긴 했지만 오늘은 산도 싫다 예닐곱 시간씩 잘도 걷는 나지만 종점에서 예까지 삼십 분은 걸어왔으니 오늘 운동은 됐다 그만두자 산이라고 언제나 산인 것도 아니지 젠장 오늘은 산도 싫구나 산이 날 좋아한 것도 아니니 도선사나 한 바퀴 돌고 그냥 내려가자 그런 심보로 도선사 한 바퀴 돌고 내려왔는데 꽃 파는 데를 막 지나쳤는데 바닥에 지질러앉아 있던 꽃 파는 아줌마도 어디 갔는데 꽃, 꽃, 꽃이로구나 꽃이란 이름은 얼마나 꽃에 맞는 이름인가 꽃이란 이름 아니면 어떻게 꽃을 꽃이라 부를 수 있었겠는가 별안간 꽃이 사고 싶다 꽃을 안 사면 무엇을 산단 말인가 별안간 꽃이 사고 싶은 것, 그것이 꽃 아니겠는가 몸 돌려 꽃 파는 데로 다시 가 아줌마 아줌마 하며 꽃을 불렀다 흰 소국 노란 소국 자주 소국 흰 소국을 샀다 별 뜻은 없다 흰 소국이 지저분히 널린 집 안을 당겨줄 것 같았달까 집 안은 무슨, 지저분히 널린 엉터리 자기자신이나 좀 당기고 싶었겠지 당기긴 무슨, 맘이 맘이 아닌 이즈음의 자신이나 좀 위로코 싶었겠지. 자가 위로 잘났네, 자가 위로, 개살구에 뼉다귀 그리고 위로란 남이 해주는 게 아니냐, 어쨌든 흰색은 모든 색을 살려주는 색이라니까 살아보자고 색을 산 건 아니니까 색 갖고 힘쓰진 말자 그런데, 이 꽃 파는 데는 절 들어갈 때 사갖고 들어가 부처님 앞에 올리라고 꽃 팔고 있는 데 아닌가 부처님 앞엔 얼씬도 안 하고 내려와서 맘 같지도 않은 맘에게 안기려고 꽃을 다 산다고라 웃을 일, 하긴 부처님은 항상 빙그레 웃고 계시더라 부처님, 다 보이시죠, 꽃 사는 이 미물의 속 그렇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꽃이잖아요 부처님도 예뻐서 늘 무릎 앞에 놓고 계시는 그 꽃이요 헤헤, 오늘은 나한테 그 꽃을 내어주었다 생각하세요 맘이 맘이 아닌 중생을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생각하세요 부처님, 나 주신 꽃 들고 내려갑니다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다니, 덜 떨어진 꼭지여 비리구나 측은쿠나 비리구나 멀구나
7    향 수/정지용 시 댓글:  조회:6083  추천:68  2009-10-25
                                    향 수                  정지용 시              박인수, 이동원 노래     【이어폰 착용하면 노래감상 가능합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선 자라난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6    직녀에게[문병란 시/박문옥 작곡] 댓글:  조회:5680  추천:55  2009-02-05
                               직녀에게    (문병란 시/박문옥 작곡/백창우 편곡)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  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문병란 시집 에 담겨 있는 시*                                       
5    동천(冬天) / 未堂 서 정 주 댓글:  조회:4351  추천:113  2008-04-17
                 동천(冬天)             未堂 서 정 주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한국 서지월시인의 글에서                 ∵∵∵∵∵  
4    국화꽃 옆에서/미당 서정주 댓글:  조회:4350  추천:87  2008-01-19
  국화꽃 옆에서                미당  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3    별 보러 너는 간다! 댓글:  조회:5293  추천:82  2007-10-31
  별 보러 너는 간다!  --아름다운 상아에게   별세계!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힌  은빛 찬연하고  금빛 휘황한 길의 세계를 건너  칠백색 령롱한 별들이  하나처럼 어울려  눈부시게 반짝이는데  그것들 개개가  손에 잡힐듯 또렷하고  놓으면 사라질듯 아리숭하며  은하수처럼 몽롱하기도 하고  안드로메다 대성운처럼  아찔하게 묘연하기도 하다.  개개의 별들 그것들은  꽃구름인양 황홀하고  무지개인양 야릇하며  보름달인양 시원하고  신기루인양 신비하다.  폭발하는 별세계!   별세계의 폭발은  거룩하고 아름답다.  그 경상  홰불처럼 숭고하고  꽃불처럼 장관이다.  그 장관속에  너의 그윽한 눈길이 비쳐 있고  너의 아름다운 꿈이 묻혀 있다.  별무리! 그것은   너의 희망 너의 사랑  너의 힘 너의 꿈이다.  각성과 리겔은 너의 파란 꿈이요  씨리우스성과 카노프스성은 너의 노란꿈이요  아트크라스성과 알데바란성은 너의 보라빛꿈이요  베렐게우스성과 안타레스성은 너의 빨간 꿈이다.  별세계--그곳은   태공과 더불어 무한하며  해양과 더불어 웅숭깊다.  그속으로 너는 간다.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힌  길의 세계를 톺으며--  너는 힘겨웁게 하지만 즐거이  아니--  즐거웁기에 힘들어도  별을 바라고 너는 간다.  카페오피아 성좌와 에리다누스 성좌는  너의 시발점이요  케페우스 성좌와 어부 성좌는  너의 중간역이다.  개개의 별들은 모두다 거대한 자석이다.  자성없는 별은 별이 아니다.  너는 철광석 혹은 철강이다.  별의 유혹에 심장이 뛰지 아니하는 자는  철광석이 아니요 철강은 더욱 아니다.  하여 너는 간다.  칠백색 령롱한 별의 세계에로--  몽롱하고 신비하고 야릇하고 묘연한  그러나  황홀하고 거룩하고 또렷하고 아름다운  별의 세계에로--  별보러   너는 간다!   
2    마음이 마주 닿는 순간 / 박창해 (미국) 댓글:  조회:4775  추천:97  2007-07-09
마음이 마주 닿는 순간  박창해 (미국)      사람은 마음으로 사오 마음과 마음이 마주 닿는 순간순간 서로는 말이 없어도 대화는 이어만 가오 그 대화에서 정은 우러나는 거   백두천지에서 우러나는 샘처럼 억겁을 두고서 흘러내렸어도 상기도 압록 두만 가람을 이루듯 우리의 정성 어린 정은 흘러내리오 파란 천지같은 맑은 마음에서 말이오   천지에 고인 물은 화산속 밑바닥에서 끓어오른거 그러하기에 티 하나 없는 그냥 맑디 맑은 거라서 겨레가 좋아 나누어 마시는 거라오   겨레의 얼은 천지물 같은 거 화산같은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다 못해 겉으로 말이 되어 가람처럼 흘러내리오 억겁을 두고서 흘러내리면서 얼은 가람으로 바다가 되여 우릴 지키오   -(1986년)정초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있는 동지들에게 보내는 마음의 노래     싣는이 주: 여기 싣는 이 시는 1986년 2월 25일자 에 아래에 언급되는 편지와 함께 실린것으로, 박창해선생 (1986년 당시 69세)이 옛날 학생이였던 박두희(싣는이의 형님이며 당시 연변1중 교장으로 있었음, 1995년 1월 28일 별세)에게 보낸 시이다.    박창해 선생은 미국적 한국인으로 당시 미국한국어학원 원장이자 철학박사였다. 선생은 1939년도에 한국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마친 뒤 연길현(지금의 룡정시)에 들어 와 은진중학교 (지금의 룡정 1중)교원으로 사업했으며 그 후 미국에 가서 콜롬비아대학을 다녔었다.   왼쪽으로 세번째 분이 박창해선생이고 네번재 분이 싣는 이의 형님 박두희임. 1985년 여름 박창해선생은 연변에 다녀와 옛추억을 남겼던 룡정과 연길 등지에서 여러 동문과 제자들을 만나 회포도 풀고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라 민족의 정기를 혼신으로 느끼기도 했다.   박창해선생이 시를 담아 보낸 편지에서 그때 선생의 심경을 여실히 체감할수 있다.  아래는 편지의 주요 내용이다----   ......   몸은 늙어가고 있지만 마음과 정신은 젊어있는 모습들은 발전의 기상을 띤것으로 확신합니다. 여기 시 한수를 보냅니다. 천지에 올라서 입안으로 중얼거려 보던 것을 형식을 갖추어서 을 노래로 하였습니다. 룡정에 발을 내려 디디기 전 카나다 전사장에게 한 이야기에서 나는 박교장의 정을 마음껏 느꼈고 동창회 모임과 여러 동문들 틈에서 사제의 깊은 정을 다시 보면서 읊은 것이지요. 또 겨레의 동일성도 포함하였지요. 한번 읽어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기회 있으면 다른 분에게 공개하여주셔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 내외는 다시 룡정으로 가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교사와 교회 건물은 헐었어도 동문들의 두터운 정은 생생히 더하여 있음을 호흡하고 돌아 왔습니다. 이달 17일에는 카나다 토론토에 있는 동문들을 만나러 갑니다. 아마 두어 밤을 새우면서 룡정과 연변자치주의 발전상을 이야기 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동무들에게 문안하여 주십시오. 자주 연락이 있기를 바랍니다. 박창해 뉴욕에서   온 몸을 초불마냥 불태운 교육가의 일생 -- 박두희 교장을 회억하여   최승묵    박두희교장은 우리 민족의 우수한 교육가이며 오랜 스승이다. 그느 1978년 1월에 상급의 파견을 받고 연변제1중학교에 와 교장 겸 당서기 직무를 맡게 되였다.   박교장이 처음 연변제1중학교에 왔을 때는 학교의 그 어디나 문화대혁명의 파괴를 받은 흔적이 력력한 때였다. 그리하여 박교장은 부임하자부터 문화대혁명의 상처를 가시고 학교를 정돈하는 무거운 과업을 떠메고 불철주야로 일하지 않으면 안 되였다. 모든것을 새롭게 시작해야만 하였다. 연변제1중학교는 진흥의 새출발을 해야 하였다.   박교장은 웅대한 설계도를 무르익혀 나갔다. 1류의 지도부, 1류의 교원집단, 1류의 학생, 1류의 설비와 교수수단을 구비한 학교로 일떠세울 웅대한 목표아래 학교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우선 지도부를 조절하고 충실히 하였다. 조건이 부합되지 않은 교원들을 적당한 자리에 배치하고 전 주 각지에서 20명에 달하는 우수한 교원들을 뽑아다가 교원집단을 충실히 하였다. 오래동안 침체상태에 있던 실험실, 도서실은 다시 활기를 띠게 되였으며 연변에서 처음으로 되는 언어실험실을 세우고 시청각 교수수단(電敎)을 도입하였다. 박교장은 또 전 주 범위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할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하여 1978년 8월부터 상급의 비준을 거쳐 전 주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게 되였다. 몇년간의 정돈을 거쳐 학교는 원기를 회복하고 교육개혁의 새 기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나는 박두희교장의 신변에서 사업하면서 박교장은 개척형의 교장으로서 원견성이 있고 담력이 있는 분이라는 것을 심심히 느끼게 되였다. 이것은 박교장이 80년대 초에 제기한 구호로서 우리의 졸업생들이 우선 전국 각지의 대학들에 진학하며 나아가서 외국류학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호는 시대의 발전에 맞으며 현실적이며 원견성 있는 구호로서 지금 실현되여 가고 있다. 우리의 졸업생들은 지금 전국 100여개 소의 대학들에 널려 있으며 세계에로도 진출하고 있다.   박교장은 민족교육이 직면하게 될 여러가지 문제들을 통찰하고 고 명확히 제기하였다. 이로부터 박교장은 개혁을 돌파구로 하고 점차적으로 총체적 개혁을 할 구상을 내놓았다. 박교장은 우리 민족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고 고 말하였다.   이렇게 우리 학교에서는 박교장의 령도아래 교육개혁이 활발하게 진행되였는 바 한어과의 실험, 조선어문과의 , 초중에서 일어를 배운 학생들이 , 한어로 수업하는 학급설치 등이 그 구체적 실례로 된다. 박교장은 또 초중 4년제 실험반을 꾸리고 영어과를 설치하였으며 을 친히 틀어 쥐였다. 그때 적지 않은 교원들은 영어교원의 자질과 기타 원인으로 영어를 배우면 진학에 불리할가봐 근심하였다. 그러나 박교장은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시대를 따르자면 영어를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실로 박교장은 원견성 있는 교육가였다.   박두희교장은 끈기 있게 학문을 탐구하는 학식이 연박한 분이다. 지난 4월에 내가 박교장댁을 찾아갔던 일이 있었다. 그때 박교장은 한창 영문본 5권을 탐독하고 있었다. 옆에는 또 일어본 5권도 놓여 있었다. 중풍을 맞아 불구로 된 몸으로 한시도 책을 놓지 않고 있는 선생님을 보는 순간 나는 눈굽이 뜨거워지며 그제날의 일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박교장은 독서가였다. 밤이고 낮이고 명절이고 일요일이고 따로없이 틈만 있으면 책을 들었다. 박교장의 독서범위도 넓었다. 교육, 철학, 경제, 문학, 인물지 등 여러 방면이였다. 따라서 장악한 지식도 그만큼 범위가 넓었고 깊었다. 박교장은 영어, 일어, 로어, 독일어, 중어 등 몇가지 언어를 장악하였으며 영어, 수학, 물리, 한어 등 여러가지 과목을 교수하였다. 제일 즐기는 일이 무엇인가고 내가 물었을 때 박교장은 라고 대답하였으며 금후 타산을 물으니 역시 라고 하였다.   박두희교장은 자신에 대한 요구가 높고 생활이 매우 소박하였다. 1978년도에 연변제1중학교에 온 후 선후로 일곱번이나 이사를 하게 되였다. 식당 창고에도 들어 있었고 학생숙사에도 들어 있었지만 언제 한번 집때문에 불평을 말한적이 없었다. 이사할 적마다 언제나 웃으면서 이라고 통쾌하게 말하군 하였다.   박교장은 후배들의 성장에 깊은 관심을 돌리였다. 특히 나는 그의 신변에서 사업하면서 직접적인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내가 이런저런 일로 머리를 앓을 때 그는 나를 자기 집에까지 데리고 가 식사를 같이 하면서 따뜻이 일깨워 주었다. 실로 박교장은 나의 교육사업에서의 스승이였고 힘의 원천이였다. 나는 지금 부교장 사업을 하면서 늘 그의 숭고한 형상을 떠올리며 그로부터 고무를 받군 한다.   박두희교장은 한생을 고스란희 교육사업에 바치였다. 그는 1927년 3월 28일에 룡정시 월청향의 한 빈한한 농민의 가정에서 태여났다. 1947년 2월에 조직의 수요로 화룡현에 가 첫 교편을 잡게 되였다. 그때로부터 1989년 5월에 퇴직휴양 하기까지 장장 47년 남짓한 기간에 선후로 룡정고급중학교, 연변제1고급중학교, 조양천 제1중학교, 룡정시교육국, 룡정1중 등에서 사업하였다. 그 기간 그는 수학교연조 조장, 공청단서기, 부교무주임, 교무주임, 부교장, 교장, 당서기, 교육국장 등 직무를 맡고 자신의 심혈을 깡그리 바치였다.   박두희교장의 40여성상 교육생애는 초불마냥 자기 몸을 불태워 그 빛과 열을 인민교육사업에 깡그리 바친 생애이다. 우리 모두 박두희교장을 따라배워 당의 교육사업에서 초불로 되여 빛과 열을 다 하자.   1992.4.25                                          출처: https://gmdqn.tistory.com/entry/박두희-교장을-회억하여-최승묵 [거부기통신:티스토리]  
1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국)문정희 댓글:  조회:4387  추천:133  2007-03-04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국)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란이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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