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강》잡지 시문학상 수상작 읽기
일전 할빈에서 열린 《송화강》잡지 시문학상(한춘문학상, 상상문학상)에 강어금, 방순애가 수상의 영예를 지녔다.
《송화강》이 흑룡강성의 유일한 조선어 순문학잡지로서 60여년간 조선족 문단의 풍향계로 자리잡고 흑룡강 나아가서 전국의 조선족 문인 양성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점을 착안할 때 이번 시상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모든 생각을 략하고, 수상작을 읽어본다---
“상상문학상”가작상 수상작
생의 걸음
▢방순애
구름의 책 번져진다
물의 종잇장에 쓰여진 바람 글씨
봄이 펼쳐놓은 추운 겨울 이야기
가지의 한숨이 새의 비늘 긁는다
바람 부는 날 구멍 난 모래자루는
육신의 껍질 한겹 한겹 벗어진다
까슬까슬하게 그을린 끝자락 삶
어둠속에 소설 쓴 고집불통 작가
빨간 침묵은
암반 타고 내려온다
자형나무 시간 틈에서 머리 든다
등허리에 띤 추억의 주머니 혈연의 푸른 띠 두른다
다음 “한춘문학상”대상 수상작 전문과 평어를 읽어본다---
바다의 농도
▢강어금(강시나)
기지개 펴는 물결 위에
찬란한 현들이 꼬리치고
이슬이 돌아눕는 새벽 초리에는
별들의 오줌자리 깃 털고 솟아난다
게임하던 숲의 세력들은
바람의 삿대질에 휘말려
싯누런 열변 토해내고
우주를 떠멘 수레는
거친 투우사들의 함성 메어다가
초속으로 퇴색하는 사투리에
하늘 옷 갈아입힌다
평어:
23년도 작품으로서 새벽의 바다를 시적대상으로 하여 자연의 생명력을 은유와 상징으로 다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시어의 선택이 기발하며 사물을 관조하고 그것을 이미지화하여 동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이 훌륭하다.
첫 련에서는 파도를 ‘기지개 편다, 꼬리치다’ 두 단어로 줄줄이 밀려와 철썩거리는 물결을 동사의 변형으로 표현하였다. 정지용의 시 ‘바다’에서는 “바다는 뿔뿔이 / 달아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같이/ 재재 발렸다/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라고 하였다.
이 시의 ‘꼬리친다’는 단어가 표현은 다르지만 꼬리로 형상한 것은 시인과 같은 감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련에서는 시적 상관물인 ‘이슬’, ‘새벽 초리’ ‘별들의 오줌자리’ 등 파편적인 언어를 강제 조합함으로써 거기에 걸맞게 변형시킨 ‘돌아눕다’, ‘깃을 털다’ 동사로 바다우의 새벽시간을 동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셋째 련에 가서는 상징과 은유의 수법으로 ‘게임하던 숲의 세력이/ 바람의 삿대질에 휘말려/ 싯누런 열변을 토해내고 ‘라고 하면서 어떤 분위기를 특정지어 주고 있다. 여기서 ‘숲의 세력’은 뭍을 규정지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융(Jung, Carl Gustav)에 의하면 “무성한 나무가 있는 령역”은 리성적 사고를 위협하는 무의식의 위기를 상징한다. ‘바람의 삿대질’은 바람은 능동적이고 격동하는 상태의 대기 운동으로 우주변화의 1차적 요소로 력동적이다. 이 시에서 바람은 변화를 강요하는 행위로 ‘게임’과 이미지가 엇물리고 있으며 ‘삿대질’은 쌍관어로 작용하고 있다. ‘싯누런 열변’은 바닷가 사장에 밀려왔다 밀려가는 미세기를 가지고 뭍과 물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설정하여 그 결과를 “싯누런 열변을 토하는 것’으로 파도소리를 시각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대개 ‘싯누런’ 색상은 사물의 분산과정을 시각화하여 상징한다.
마감 련에서는 해 솟는 바다의 장쾌한 정경을 과장과 대용을 써서 표현하였는바 ‘우주를 떠멘 수레(태양)’는 모양에 의한 대용이며 ‘투우사들의 함성(파도)’은 소리양상을 대용한 것이며 ‘초속으로 퇴색하는 사투리’는 첫 련의 ‘찬란한 현들이 꼬리치는’ 것에 호응하여 아침해살에 어리광치며 부서지며 사라지는 갈피갈피 물결을 ‘사투리’로 대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바다는 하늘빛에 따라 색갈이 달라진다. 여기서 사투리는 변화가 수요되는 상태인데 태양이 떠오르면서 이런 변화를 ‘하늘 옷 ‘으로 갈아입히고 있다면서 시를 마감하고 있다.
다시 모두어 말하면 이 시는 전통적인 기승전결의 구조에 현대시의 이미지 수법을 활용하여 력동적인 아침의 바다를 시인의 독특한 구사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인에게 기대의 말씀을 올린다면 시에서 좀더 자신의 개성이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관조적이고 객관적인 시를 쓴다고 해도 이미지시의 창작 역시 독특한 자기만의 개성을 점차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는 특히 시를 씀에 있어서 독자의 수용성도 생각해 보아야 하며 의식적으로 중화민족운명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하면서 더 밝고, 긍정적인 작품을 많이 창작하여야 한다.
2024. 10. 16. 상해삼달학원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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