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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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강》잡지 시문학상 수상작 읽기
2024년 11월 13일 14시 19분  조회:185  추천:0  작성자: 박문희


《송화강》잡지 시문학상 수상작 읽기
 

일전 할빈에서 열린 《송화강》잡지 시문학상(한춘문학상, 상상문학상)에 강어금, 방순애가 수상의 영예를 지녔다.
 
《송화강》이 흑룡강성의 유일한 조선어 순문학잡지로서 60여년간 조선족 문단의 풍향계로 자리잡고 흑룡강 나아가서 전국의 조선족 문인 양성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점을 착안할 때 이번 시상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모든 생각을 략하고, 수상작을 읽어본다---
 
“상상문학상”가작상 수상작
 
생의 걸음

▢방순애
 
구름의 책 번져진다
물의 종잇장에 쓰여진 바람 글씨
봄이 펼쳐놓은 추운 겨울 이야기
가지의 한숨이 새의 비늘 긁는다
 
바람 부는 날 구멍 난 모래자루는
육신의 껍질 한겹 한겹 벗어진다
까슬까슬하게 그을린 끝자락 삶
어둠속에 소설 쓴 고집불통 작가
 
빨간 침묵은
암반 타고 내려온다
자형나무 시간 틈에서 머리 든다
등허리에 띤 추억의 주머니 혈연의 푸른 띠 두른다
 
 
다음 “한춘문학상”대상 수상작 전문과 평어를 읽어본다---
 

바다의 농도

▢강어금(강시나)
 
기지개 펴는 물결 위에
찬란한 현들이 꼬리치고
 
이슬이 돌아눕는 새벽 초리에는
별들의 오줌자리 깃 털고 솟아난다
 
게임하던 숲의 세력들은
바람의 삿대질에 휘말려
싯누런 열변 토해내고
 
우주를 떠멘 수레는
거친 투우사들의 함성 메어다가
초속으로 퇴색하는 사투리에
하늘 옷 갈아입힌다
 
 
평어:

23년도 작품으로서 새벽의 바다를 시적대상으로 하여 자연의 생명력을 은유와 상징으로 다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시어의 선택이 기발하며 사물을 관조하고 그것을 이미지화하여 동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이 훌륭하다.
 
첫 련에서는 파도를 ‘기지개 편다, 꼬리치다’ 두 단어로 줄줄이 밀려와 철썩거리는 물결을 동사의 변형으로 표현하였다. 정지용의 시 ‘바다’에서는 “바다는 뿔뿔이 / 달아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같이/ 재재 발렸다/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라고 하였다.
 
이 시의 ‘꼬리친다’는 단어가 표현은 다르지만 꼬리로 형상한 것은 시인과 같은 감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련에서는 시적 상관물인 ‘이슬’, ‘새벽 초리’ ‘별들의 오줌자리’ 등 파편적인 언어를 강제 조합함으로써 거기에 걸맞게 변형시킨 ‘돌아눕다’, ‘깃을 털다’ 동사로 바다우의 새벽시간을 동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셋째 련에 가서는 상징과 은유의 수법으로 ‘게임하던 숲의 세력이/ 바람의 삿대질에 휘말려/ 싯누런 열변을 토해내고 ‘라고 하면서 어떤 분위기를 특정지어 주고 있다. 여기서 ‘숲의 세력’은 뭍을 규정지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융(Jung, Carl Gustav)에 의하면 “무성한 나무가 있는 령역”은 리성적 사고를 위협하는 무의식의 위기를 상징한다. ‘바람의 삿대질’은 바람은 능동적이고 격동하는 상태의 대기 운동으로 우주변화의 1차적 요소로 력동적이다. 이 시에서 바람은 변화를 강요하는 행위로 ‘게임’과 이미지가 엇물리고 있으며 ‘삿대질’은 쌍관어로 작용하고 있다. ‘싯누런 열변’은 바닷가 사장에 밀려왔다 밀려가는 미세기를 가지고 뭍과 물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설정하여 그 결과를 “싯누런 열변을 토하는 것’으로 파도소리를 시각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대개 ‘싯누런’ 색상은 사물의 분산과정을 시각화하여 상징한다.
 
마감 련에서는 해 솟는 바다의 장쾌한 정경을 과장과 대용을 써서 표현하였는바 ‘우주를 떠멘 수레(태양)’는 모양에 의한 대용이며 ‘투우사들의 함성(파도)’은 소리양상을 대용한 것이며 ‘초속으로 퇴색하는 사투리’는 첫 련의 ‘찬란한 현들이 꼬리치는’ 것에 호응하여 아침해살에 어리광치며 부서지며 사라지는 갈피갈피 물결을 ‘사투리’로 대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바다는 하늘빛에 따라 색갈이 달라진다. 여기서 사투리는 변화가 수요되는 상태인데 태양이 떠오르면서 이런 변화를 ‘하늘 옷 ‘으로 갈아입히고 있다면서 시를 마감하고 있다.
 
다시 모두어 말하면 이 시는 전통적인 기승전결의 구조에 현대시의 이미지 수법을 활용하여 력동적인 아침의 바다를 시인의 독특한 구사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인에게 기대의 말씀을 올린다면 시에서 좀더 자신의 개성이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관조적이고 객관적인 시를 쓴다고 해도 이미지시의 창작 역시 독특한 자기만의 개성을 점차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는 특히 시를 씀에 있어서 독자의 수용성도 생각해 보아야 하며 의식적으로 중화민족운명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하면서 더 밝고, 긍정적인 작품을 많이 창작하여야 한다.

2024. 10. 16. 상해삼달학원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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