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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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학습필기-7
2019년 10월 11일 17시 48분  조회:1900  추천:0  작성자: 박문희
원리 2. 이질성원리.

여기서 연결접속의 원리(원리 1)와 이질성의 원리(원리 2)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해도 된다. 그런 고로 <천개의 고원>에서도 여섯 가지 원리를 설명할 때 원리 1과 원리 2를 하나로 묶어서 설명했다.
 
여기서 리좀적인 접속은 어떠한 동질성도 전제하지 않으며 그것은 비일비재 다양한 종류의 이질성과 접속함으로써 새로운 것, 새로운 이질성을 창출하게 된다.
 
“리좀 체계내의 어떤 점이든 다른 점과 연결될 수 있고 또한 연결되어야 한다.”
 
리좀이론을 폄에 있어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수목(樹木)과 뿌리줄기(리좀)를 대비시켜 설명한다. 수목이 중심적, 위계(位階)적, 배타적이라면 그와 대비되는 리좀은 이질적인 것들을 만나 변화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증식시킨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나무와 리좀을 고정불변의 두가지 범주로 아주 고착시켜버린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나무와 리좀간 상호변환이 가능한 것으로 보았으며 이질성 속에 동질성을 내포할 수도 있으며 동질성속에 이질성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이질성 속에서 동질성을 발견하거나, 동질성 속에서 이질성과 다른 점을 발견하고, 혹은 생각지도 못했던 조합을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발견인 것이요 기존의 도식과 암호나 기호를 파기하고 새로운 도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탈영토화’이자 끊임없이 새로운 ‘도주선’을 찾아 도주하는 것인데, 이른 바의 도주란 바로 창조적 행위를 지칭함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것은 또한 고정관념이나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는 과정이기도 하고, 꽉 막힌 체제에 바람구멍을 뚫는 일이기도 하다.
 
리좀은 구조상 반위계적(反位階的)이다. 어느 것이 먼저고 어느 것이 나중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떤 점은 다른 어떤 점과만 연결되어야 한다고도 말할 수 없다. 모든 점들은 연결되어 있고 또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연결은 이질적인 것들 간의 연결이고, 이질적인 것과의 연결은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하이퍼텍스트가 만들어놓은 공간을 통과하는 모든 독자들은 새로운 경로를 찾는 탐험가, 미개의 땅을 찾아가는 모험가, 미지의 것에 대한 예언가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하이퍼시 이미지들의 연결도 이와 같은 효과를 위한 것이다.

먼저 시와 관련되는 문제, 언어의 결합문제를 보자.
 
돌과 사람은 이질적인 존재다. 접속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돌사람. 이런 식으로 벼락신, 불얼음, 풀태양...과 같은 접속도 가능하다. 명사화된 이질적 이미지간의 자유로운 접속들(예컨대 빛과 가루, 너구리와 밭, 얼음과 가죽...)이 접속결과 아주 엉뚱한 이질적인 ‘신형의 사물(빛가루, 너구리밭, 얼음가죽...)’을 낳기도 한다.
 
이질적 이미지단위들간의 접속도 모종의 효과를 유발할 수가 있을 것이다.

졸시 한수를 예로 든다.

약탕관에 오가잡탕 정히 달인다
해와 달의 폭포수에 약주 달인다

공룡의 비늘 기린의 뿔 삼족오의 발톱에
가스통 바슐라르와 아리스토 텔레스
그리고 문덕수의 시론에
류협의 《문심조룡》도 털어넣고 달인다
조리로 거르고 사포로 쥐어짠다
 
한가위의 눈부신 은쟁반 위에서
봉황새 한 마리 포르르 춤춘다
 
-- <봉황새> 전문

이 시에서 ‘공룡의 비늘 기린의 뿔 삼족오의 발톱’ ‘가스통 바슐라르와 아리스토 텔레스’ ‘문덕수 시론’ ‘류협의 문심조룡’은 이질적인 여러개 이미지 단위들 간의 접속이다. 접속한 결과(모조리 털어넣고 달인 결과) 느닷없이 봉황새 한 마리가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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