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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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식객
2020년 01월 09일 15시 14분  조회:1095  추천:0  작성자: 박문희
거룩한 식객


어제 이빨 좋으신
손님 한 분 찾아와
에덴동네를 잡수셨다.
은빛 번뜩이는 귀중한 이빨로
앞동산 큰 키 나무밭과
뒷동산 작은 키 나무밭을
차례로 다 잡수시고
고소한 흑토 짭짤한 백사장은
복판으로 흐르는 강물에 말아
맛나게 잡수셨다.

이마의 땀 훔치시며
소발굽산을 잡수실 때
곰바위가 이빨에 끼었다.
미인송 뿌리째 훌렁 뽑아 쑤시니
뻥! 이빨에 구멍 뚫렸다.
 
에덴동네 돌고래 호랑나비와
고추잠자리네 가족이 마른
개암나무에 목을 맸다.

개암나무가지가
황사바람에 곡을 하자
파랑새 부부가 멀리
알섬으로 날아갔다.
다람쥐 형제도 시월산으로
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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