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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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기의 철학
2020년 01월 09일 15시 28분  조회:1177  추천:0  작성자: 박문희
덜기의 철학


등짝의 지게에
텅 빈 동굴 하나 비끌어 매고
괴춤에는 헌 메투리
헌 보선 헌 바지 잡동사니
허덕간 하나 둘둘 말아 차고
겨드랑이에는 부러진 날개와
무슨 젝트라고 하는 개인의
미래비전을 고전명작인 양 끼고
먼 길을 떠난다.

가물가물한 빨간 꿈속에서
새파란 병아리가 한창 샛노란
고래를 낳고 있다.

개화장을 짚고
일어서다가 눈 뜨니
등짝은 무지 버겁고
거시기는 여섯 시 반이다.
처분권장 신호가 가끔 뜨지만
당신이 전당포로 직행을 할지언정
문물급 보선은 버릴 수 없어.

봉황 깃털의 화석같은 침묵이
약 삼 년 간 흘렀다.
별안간 조막손이 앙가슴을
호쾌하게 탕탕 쳤다.
훌러덩 벗었다 동굴도 허덕간도!
온몸이 구름 되어 둥둥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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