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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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율동
2021년 01월 15일 14시 17분  조회:1159  추천:0  작성자: 박문희



밤의 율동



(1)
 
 
반딧불이 반짝이는 구름다리 위 명멸하는 거룻배의 전조등과 후미등이 호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별똥 무리를 추적할 때 풀잎에 깃든 이름 모를 작은 벌레와 벌레의 등을 타고 앉은 그윽한 달빛이 잠든 바람을 툭툭 건드리며 저녁노을 너머 지평선을 막 넘고 있는 석양의 꼬리를 깔끔하게 먹어 버린다.
 
시장을 강타한 춘하추동 사시상품에 이어 요즘은 테러 관광과 환각 여행 상품도 새로 개발되어 상점, 극장과 영화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테러와의 게임에 대비한 무기장비도 히트 치며 열매 중.
 
샨데리야 파벌 간의 박투 속에서 만신창이 된 나비 넥타이와 하이힐의 그림자는 밤의 복벽을 꿈꾸는 새벽 모살 계획을 바람에 새겨 병풍산으로 환생한 축복의 신전에 족자로 드리운다. 뙤창문 잠근 블랙홀에 갇힌 불의 화석은 물 위에 뜬 징검다리 업고 가는 오리 떼의 종적을 예의 주시한다.
 
 
(2)
 
거리의 밤하늘은 하늘 밖, 바다 밑과 지상, 지하의 뉴스 전하기에 드바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석유 전쟁의 깃발, 은하계 밖에서 날아온 편지……십분 근사한 화면, 흥분에 한껏 상기된 얼굴, 여자 아나운서 우물눈이 네거리의 밤하늘에 가득 찬다. 대형 홀 창문 밖에서 산책하던 청중들 백이면 백이 다 그 깊은 우물눈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구조대가 긴급 출동한다.
 
핵전쟁에 대처하기 위해 천리 평야에 백 개의 태산과 지하 도시를 신축했으니 태산 밑 지하 도시 규모는 지상을 능가하고 새 지하 하천의 폭과 길이는 나일강이다, 아마존강이다, 장강이다.
 
동녘 지평선에서 보이지 않는 까만 불덩이가 뜬다. 새로 태어난 태산무리 허리를 칠색 비단구름이 휘감는다. 그 위를 산책하는 천만 틀의 물레방아가 노란 하늘과 빨간 태산의 투명한 풍경을 배경으로 보랏빛 악장을 쿠웅―쿵 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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