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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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녕파사람, 연변 어머니, 그리고 집단집념
2007년 03월 12일 01시 26분  조회:5173  추천:132  작성자: 박문희

죽는 순간에도 장사를 한 상인이 있다.그에게는 소학교시절에 벌써 주어온 완구차를 고쳐서 한반 동창에게 반센트(100센트가 한 딸라임)에 팔아먹은 기록이 있다. 중학교 졸업후의 어느날에는 일본사람들이 물감에 얼룩이 진 젖은 비단필을 처리못해 쩔쩔 맬 때 그걸 가져다 특이한 옷을 만들어 팔았는데 그 일로 해서 그는 대번에 부자가 됐다. 남이 버리는 땅을 아주 헐값에 사서 몇년 후 2400여만 딸라에 팔아넘기는 놀라운 장사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77세 때 림종을 앞두고 한 그의 행동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걸작이였다.비서를 시켜 《본인이 며칠내로 승천을 하겠는데 이미 승천한 분들에게 건재중인 친인들의 문안과 기별을 전해드릴 용의가 있으며 기별을 전하는 대가로 사람당 100딸라씩 받겠다》는 내용의 글을 신문에 게재토록 했다. 죽은 사람에게 기별을 전해달라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아주 많아 상인은 병상에 누운채로 10만딸라를 벌었다. 수전노로 점찍힌 인물이지만 《상업에 대한 집념》이란 점에서는 그에게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상업분야에서 일개인의 집념도 이토록 무서운데 이런 집념을 한개 지역, 한개 집단 지어 한개 민족이 가지고있다면 그 힘이 어느 정도겠는가?

저 남쪽의 녕파사람들이 이런 집념의 집단소유자들이라면 틀리는 말이 아니다. 그들이 옷장사를 잘한다는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아편전쟁후 상해에서 항구를 개방하자 녕파사람들은 상해로 우르르 쓸어가 도구도 간단하고 원가도 별로 안 드는 재봉업을 해서 돈을 벌었는데 돈벌이가 잘되니까 친척, 친구 지어 마을사람들까지 불러다 옷을 만들어서는 서양사람들에게 팔아 국내외로 크게 소문놨었다. 개혁개방후 녕파사람들은 옛 조상들의 재간을 들춰내여 다시 복장업을 벌였다. 재창업 행정에 보여준 복장업에 대한 그들의 강한 집념은 사람들에게 지극히 심각한 인상을 주었다.

한 복장기업의 사장은 할머니인데 애초에 농촌녀성 몇명을 데리고 창업할 때 상해에 있는 녕파적(籍) 복장디자이너의 기술을 얻기 위해 수십차례 그 스승을 찾아갔었다. 그 스승은 내내 머리 반쪽도 내밀지 않았었는데 그러던 중 그 스승의 어머니가 중병으로 앓아눕게 되자 그녀는 인제 기회가 왔구나 하고 로환자를 다시 없는 정성으로 살틀히 보살펴드려 마침내 스승을 감동시키고야 만다. 그녀가 핵심기술을 얻게 된건 두말할 것 없다. 이런 집념을 가진 사람이 그 할머니 한사람뿐이 아니라 녕파사람들 다수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한테도 이런 집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긴 하다.문제는 아직 집단집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힘이 미약하다는것이다.다행히 구심점을 찾아 고군작전체나 침체집단을 큰 활력체로 묶고자 하는 노력들이 보여 자못 고무를 받는다.

일전 연변에 갔다가 《세계연변된장축제》를 기획하고있는 친구를 만났다. 《연변민들레생태문화마을》을 창설한 이 친구에 따르면 전통장에 수백종의 미생물이 서식하는데 그 많은 미생물을 기계로는 생산해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근근히 몇가지 미생물만 기계화생산에 들어간 상황이며 생산에 한계가 있는 전통장은 그 가격이 기계로 만든 장의 5배이상으로 비싸다고 한다.

그런데 연변은 콩의 주요산지이고 또 우리 가정들은 모두가 장생산의 과학을 가지고있기에 농가를 기업으로, 어머니들을 경영인으로 해서 연변을 장류생산단지로 부상시킬수 있으며 가가호호에서 생산해낸 장을 총집합시켜 재숙성 과정을 거치면 통일된 맛과 가격으로 유명브랜드를 창출할수 있다는 계산이였다. 한국을 수십차례 드나들면서 한시도 된장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작년부터 북경에 차린 사업은 원격지휘로 하면서 아예 연변에 몸을 푹 담그고있는 그는 《전통된장의 현대화생산조건은 유일하게 연변만 가지고있다》는 설을 도도히 폈다.이 말을 나는 믿는다.

한마디 부언할 것은 워낙 외지인이라면 웬간해서는 잘 인정해주질 않는 연변의 특이한 《인정세태》에서 흑룡강출신인 이 친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수년간 현지실험을 거쳐 무공해알곡 증산에 효능이 특출함이 이미 밝혀진 기능성비료 《제타》(이 비료로 생산한 입쌀은 지난해 한 근에 5원씩 팔려나갔다)를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연변에 도입, 대량 생산을 꿈꾸었지만 종당에는 성사 못하고 그 항목(비료공장)을 부득이 흑룡강에 옮길 수밖에 없었던 그다.하지만 가지고 있던 꿈을 접지 않고 생태연변건설을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집스레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를 주변의 여러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다.

아무커나 이제 《민들레마을》 사람들의 집념을 연변의 어머니들과 어머니가 아닌 사람들의 집념으로 바꾸는 어려운 작업이 필히 행해져야 한다. 이 작업 또한 강한 집념이 없인 결코 해낼수 없는 일이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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