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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경영칼럼

느림보
2007년 10월 20일 15시 40분  조회:4379  추천:57  작성자: 심춘화

여유로운듯 한 주말, 그러나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주말이어서 일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 이왕 늦은거, 뭐 어때, 지각인생도 인생, 오늘 하루 확실한 느림보가 되어버리자.

그래요, 우리는 가끔 너무 서두르고 급급해하면서 자신을 채직질하가면서 산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지요. 그것이 열심히 사는거 일수도, 여유가 없이 목표없이 사는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들 어떻습니까, 오늘 하루 거부기같은 느림보로 여유를 가져봅시다.
가을도 막 다가고 있네요. 조금 남은 길가의 꽃 한번 더 눈길돌려 보아주고, 눈이 오면 덮어져버릴 흙 한번, 돌 하나 더 눈여겨 보고, 아니면 청아한 하늘 한번 더 쳐다봅시다.

가끔 너무 급하게 가다보면 돌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가끔 앞만 보고 가다보면 숨이 차고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빨리 가다보면 당황한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때면 해답이 안보입니다.

그러면 잠간 발걸음 멈추고 느림보가 되어보세요. 천천히~ 매우 천천히 걸으면서 돌이켜 보기도 하고, 눈길을 멀리에 두고 앞을 바라보세요.  다 잊고 하늘을 보던 찰나, 혹은 길가의 지는 꽃을 아쉬워하며 만지던 찰나,  문득 답이 떠오를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손놓고 있는듯 하지만 우리의 무의식속에는 문제의 끈을 안놓고 있기때문이랍니다. 그러니 가끔 느림보가 되어본들 안될것도 없습니다.

한 주동안 회사일로, 학교일로, 가정일로 복잡하고 지쳤던 머리를 오늘 하루 느림보가 되어 쉬워봅시다...

오늘과 같은 기분에 딱 어울리는 글 한편 떠오르는군요. 전에 읽었던 한국 MBC 시선집중의 사회자이며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입-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언론가 손석희씨가 쓴 "지각인생" , 다시 한번 음미하면서 읽어봅니다. 오늘같은 날 참으로 동감이 가는 글입니다.....

방송인 손석희의 지각인생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 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 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손석희

출생 :
1956년 6월 20일
소속 :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학력 :
미네소타대학교대학원 저널리즘 석사
데뷔 :
1984년 MBC 앵커
수상 :
2007년 제3회 한국참언론인대상 (시사토론부문)
경력 :
2006년 3월 성신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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