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활
http://www.zoglo.net/blog/wujihuo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포럼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개팔자 상팔자
2024년 03월 08일 14시 06분  조회:1003  추천:0  작성자: 오기활
도라지 뿌리는
절대로 산삼이 되지 못합니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이제는
도라지가 산삼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개천에서 용(龍)이 나오는 세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개(犬)’라는 동물은 지금이야말로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사람이 키우는 개는 분명 네발짐승인데,
사람이 받들어주는 대접을 받으니,
이놈은 용이 된 게 분명합니다.
 
걷기 싫다는 시늉을 하면,
달랑 안아 가슴에 품고 이놈을 대접합니다.
이놈을 발로 찼다간
‘학대했다’는 죄목으로,
벌을 받거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옛날에
이놈은 섬돌까지만 올라올 수 있었지,
마루까지 올랐다간 빗자루로 사정없이 얻어맞고, 
마루 밑이나 마당으로 내쫓겼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놈이 사람보다 먼저 방으로 들어가,
사람 자는 침대를 자기 잠자리로 차지하고,
안아주지 않으면 안달을 합니다.
 
이놈은 이제 반려동물이라고 하여
인권에 버금가는 법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놈은 무엇인가?
뽕밭이 상전벽해가 된다한들,
개라는 짐승은 분명 ‘네발 짐승’입니다.
 
닭은 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서 키웠고,
돼지는 시장에 내다팔거나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서 키웠으며,
소는 논밭갈이 시켜서 농사짓기 위하여 키웠습니다.
 
그리고 개는 집을 지키라고 키웠지만,
사실 놀고먹는 놈이었습니다.
그래서 개를 두고 ‘개 팔자 상팔자’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유난스레 대접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네발짐승이었고,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만 얻어 먹었습니다.
 
오죽하면,
‘개밥신세’라는 말이 생겼을까요?
이처럼, 집 짐승이었던 개가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대접을 한 몸에 받는 견공(犬公)이 되어,
그야말로 ‘개 팔자 상팔자’라는 말이 현실화되었습니다.
 
사람은 인권(人權)을 얻기 위하여 수백 년간 투쟁해 왔지만,
개는 네발 하나 까딱 않고 견권(犬權)을 확보한 셈이니,
그야말로 ‘개 팔자 상팔자’라는 옛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개 같은 놈’이니
‘개자식’이니,
이런 욕지거리는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옛날은 낱말 앞에
‘개’가 붙으면 나쁜 말이 되었습니다.
먹는 꽃이 참꽃이고,
못 먹는 꽃이면 개꽃이었습니다.
 
열매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살구는 못 먹는 살구였고,
못 먹는 버섯이면 개버섯이라 불렀습니다.
 
망신 중에도 제일가는 망신을 두고
‘개망신’이라 했습니다.
제일 못나고 나쁜 사람을
‘개자식’이라 했고,
못된 짓거리를 하면
‘개 같은 놈’이라는 욕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개의 신분이 높을 대로 높아져
‘사람이 개를 모시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똑똑’ ‘개이뻐’ ‘개쩔어’처럼,
‘개’자(字)마저도 좋은 뜻을 얻었으니,
노인의 귀를 어리둥절케 합니다.
 
아무튼,
‘개 팔자 상팔자’라는 옛말이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출처; 월간 에세이, 윤재근/한양대 명예교수)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28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68 '렴치없이 산다면 아직도 몇 십년은 문제없소' 2018-12-21 0 5154
267 <<우리 말로 말해라…>> 2018-12-09 0 4345
266 개 같은 훌륭한 인생 2018-12-01 0 4102
265 내가 나를 아는 것 2018-11-17 0 4157
264 항일가족 99세 할머니의 간절한 원망을 들어본다 2018-10-29 1 4099
263 날강도와 돌팔이 2018-10-16 0 4078
262 “조선족이 앵무샌가?” 2018-10-15 0 3499
261 <<통일의 론리는 간단하다, 친하면 된다>> 2018-10-10 2 4866
260 “조선족인”, “동아시아인”, 그리고 “조선족이였기 때문에…” 2018-09-17 0 4281
259 읽고 또 읽으면… 2018-09-12 0 5009
258 당신은 이에 자신이 있습니까? 2018-09-06 0 4250
257 백부님을 그리며 혼란의 력사를 반추해 본다 2018-08-12 0 4909
256 <<이웃절>>을 내오자 2018-07-31 0 3925
255 진찰의사들이 개소리를 하다니… 2018-07-27 0 3984
254 “헝그리정신” 만세! 2018-07-26 0 4551
253 사람 됨됨이의 순서 2018-05-29 1 4665
252 야합, 담합, 그리고 총명이란? 2018-05-18 0 4210
251 어머니의 마음 2018-05-13 0 4727
250 인재양성에 도움이 될 인터뷰 (1) 2018-05-10 0 4445
249 인재양성에 도움이 될 인터뷰 (2) 2018-05-10 0 4156
‹처음  이전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