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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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에서 마방의 흔적을 더듬어(3)
2014년 08월 30일 08시 50분  조회:2107  추천:0  작성자: 오지훈
 2013-03-22
 
운남 곤명을 다녀오다

새벽에 아침을 대충 요기하고 대리시에서 관광뻐스에 올라 려강(麗江)시로 출발하였다. 대리시의 명산 창산너머로 붉게 타오르는 동녘해를 뒤로 하고 한시간쯤 더 달려 굽인도로에 들어서자 지금 달리는 이 길이 중외에 유명한 차마고도(茶馬古道)라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그 순간 저도모르게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하였다.

수년전 한국 KBS의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기때문이다. 중국 서남부에서 가파른 협곡에 난 길을 따라 차(茶)를 운반하는 마방(이 길을 따라 물건을 교역하던 상인조직을 호칭하는 말)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담은 기록편이다.


        마방들이 쓰던 마구들

차마고도는 실크로드보다 2천년 앞서 만들어진 인류의 가장 오랜 교역로로 중국 서남부의 운남성, 사천성에서 서장을 넘어 인도까지 이어지는 륙상무역로이다. 운남성, 사천성의 차와 서장의 말을 교환하였다고 하여 차마고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나라 이전의 기원전시기에 중국 서남부 운남성과 사천성에서 생산되는 차와 서장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형성되였고 당송시대를 거쳐 번성하였으며 네팔, 인도, 유럽까지 련결됐다. 1천년전 서장 불교가 서장의 주도인 라싸를 통해 운남과 사천 지역으로 전래되기도 했다.

차마고도는 길이가 약 5천킬로메터에 이르며 평균 해발고도가 4천메터 이상 높고 험준한 길이지만 눈에 덮인 5천메터 이상의 설산들과 금사강, 란창강, 노강이 수천킬로메터의 아찔한 협곡을 이루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이 세 강이 이루는 삼강병류협곡은 2003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였다.


        속하고성의 미식거리

도중 우리는 창녕현에 위치한 운남룡윤다업그룹유한회사에 들렸다. 회사의 홀 한가운데는 당년 마방들이 쓰던 말안장이며 여러가지 차제작도구들이 진렬되여있었다. 중국 유명 브랜드 “일품(壹品)”차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전문 보이차를 가공, 생산,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이 보이차체험관은 곤명체험관과 함께 세계의 첫 전문 보이차체험관이란다. 보이차는 전국 최대 차생산지인 보이시[普耳市, 원래의 사모(思茅)시가 보이시로 개명, 차마고도의 주요 역참이였다]에서 생산되는데 보이차가 마방들에 의해 험난한 길을 따라 서장으로 운반되였다 한다. 체험관에서 팡진메이(磅金妹, 나시족처녀들의 호칭)가 따라주는 보이차를 시음하며 차잎이 차병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둥글거나 옛날 옆전 등 여러가지 형태의 차로 제작되고 저장되는 전반 과정을 료해하였다.

마방들의 흔적은 또 려강 속하고성(束河古城)에서 볼수 있었다. 속하고성은 려강평원에서 온전하게 보존된 역참으로서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였다. 웅장한 돌대문을 지나 상가들이 촘촘히 늘어선 마을길을 걷노라니 돌다리와 석판로(石板路), 상마석, 마과두의 정원이 눈에 띄였고 룡천사에는 명대벽화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도로 한켠의 도랑으로 물이 흐르고있어 속하고성은 한결 아늑하고 청신한 느낌이다. 마을 한복판에 이르니 이곳이 마방들이 려장을 풀고 쉬면서 물건을 교역하는 사방가(四方街)라고 한다. 가로세로 30메터가 될가말가한 사방가는 사명팔방으로 다섯갈래의 길이 뻗어있었고 물도랑이 주변을 둘러싸고있었다. 그 뒤의 건축에는 “팔방청음(八方聽音)”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빨리 와봐요. 여기가 마방들의 장터래요.” 뒤를 돌아보니 배낭을 짊어지고 문득 나타난 한국류학생들의 즐거운 비명이다. 한국인들이나 서양인들은 말타고 꽃구경하듯 가이드를 졸졸 따라 빠듯한 스케줄에 쫓기는 중국인들과 달리 직접 배낭을 메고 관광지를 답사하고 려인숙에 투숙하면서 당년 마방들의 생활을 체험하고 그 숨결을 느끼는데 려행의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한다.

사방가는 려강에서 가장 오랜 장터였는데  밤에는 야시장이 펼쳐져 팔고 사고 먹고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아 사방가의 야경은 “속하8경”의 하나이기도 하였다. 속하고성을 유유히 거니는 유람객들도 많았지만 말을 타고 도로 한가운데를 힘있게 달리는 어른, 애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재미있는듯 즐거운 표정이다. 말을 타고 속하고성을 한바퀴 도는데 50원에서 100원, 부르는게 값이였다.

운남에서 생산되는 보이차를 서장으로 운반하기 위해, 또 세계 어느 민족보다 차를 즐겨마시는 서장인들이 있었기에 차마고도가 생겨났다. 과거에는 이 지역 사람들의 생계의 길, 죽음의 길이였지만 오늘은 황금알을 낳는 세계 유명 관광지로 되여 수많은 려행자들의 로망으로 떠오르고있다.

천길 낭떠러지와 고산협곡에 그제날의 가파롭고 비탈진 차마고도는 직접 보지 못하였지만 이번 려행에서 차마고도와 마방들의 흔적과 숨결을 느낄수 있어 몸은 비록 고달팠지만 려행은 즐거웠다.            오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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