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당신에게 감사패를 드리오리다
김영분
언제부터인가 남편 사무실 책상위에는 임명장과 감사패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적 직책이 커지면서 생겨나는 증표가 아닌가 싶다. 사무실을 정리하러 들어 갈 때 마다 임명장과 감사패를 하나하나 닦으면서 그 내용을 새겨본다.
혹자는 귀하를 모모협회 모모간부로 임명합니다.
혹자는 귀하께서는 물심양면으로 민족사업발전에 영원히 기록될 큰 업적을 남기셨기에 그 뜻을 높이 받들고 기념하기 위하여 감사패를 드립니다. 등등 내용이였다. 제일 오른쪽 밑에는 수여단체장의 성함도 듬직하게 박혀있었다.
큰 기여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작은 성의를 표시한 것 뿐인데 정중히 감사패까지 이쁘게 만들어서 주시다니 받은 사람은 정말로 인정받은 그 기분에 뿌듯한 마음이 흠뻑 든다.
이년전부터 남편은 고향협회의 회장직을 맡게 되였다. 성격이 조용한 남편은 극구 사양했지만 임명장까지 턱하니 받아쥔 마당에 울며 겨자먹기로 임할수 밖에 없었다. 완벽주의자 성격을 가진 남편 못지 않게 임명된 마당에 잘 해내야 한다는 고상한 신념에 첫 발자국부터 고향어르신방문에 양노원방문에 고향유명인사방문에 회원방문에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다니고 또 다녔다.
덕분에 고향분들을 많이 알게 되였다고 못내 기뻐하였다. 회사와 가정일은 뒷전이 되였다. 술자리도 많아졌다.
좋아하는 운동도 시간을 내여야만 할수 있게 되였다. 그래도 남편은 마냥 신이 난 모양이다. 고향어르신들 장례식이라든가 누가 아프다던가 결혼식이라든가 돐이라든가 하면 가차없이 달려갔다.
나는 결혼해서 여태까지 남편이 이렇게 진지하게 한가지 일을 해나가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도 이렇게 열심히 다니지는 않았었다. 항상 시간 여유가 있어야 운동하러 가곤 했다. 하지만 어디에든 고향분들의 회장님호출이 있으면 무조건 번개처럼 달려갔다.
이건 아마도 남편은 사무실에 모셔놓은 임명장과 감사패를 바라보면서 지녀야 할 책임을 마음속 깊이 새겨서 그렇지 않나 싶었다.
감사패의 매력이란 말인가.
올해는 고향송년회때 남편이 회장으로써 수고가 많은 고향분들에게 감사패를 수여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고향협회를 위하여 일선에서 뛰여 주시고 흥을 돋구어 주시는 몇몇 분들도 감사패를 받고서는 입이 함박만해졌다. 어루쓸고 또 어루쓰는 모습이였다. 자신의 봉사정신이 인정받았을때 얼마나 흐뭇했을가. 나는 감사패를 수여받은 분들의 마음을 알것 같았다.
아마도 내년에는 더 열심히 고향분들을 위해 헌신하고 뛰여 다닐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 우리 회사도 올해 년말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 왕년에는 큰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 먹고 선물을 나누어주고 노래와 춤을 좀 곁들이고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올해도 수고 했소 하는 신년사를 간단히 하고 직원들은 사장님 고맙습니다하면서 술을 권커니 작커니 하는 멘트였다.
하지만 올 해 나의 생각은 좀 달랐다. 십여년을 같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뛰여온 정말로 고생한 몇몇 직원들에게 나도 감사패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당신과 함께 걸어온 긴긴 여정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노력과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6.12.30. 모모회사.
수여하는 무대에서 12년을 같이 한 창고 보관원은 감격한 나머지 내가 오늘 금메달을 수상한 기분이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한마디 하였다. 우리도 이런 메달로 우리의 가치와 노동을 인정해야 한다고 . 위챗에 올린 직원 몇몇은 자기 위챗 동아리에서 감사패를 다 받았냐고 수많은 축복을 받았다고 한다. 집에 가져 갔더니 어린 자식들이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라는.
감사패의 매력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인정이 필요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
주는 사람은 줘서 인정받고 싶고 받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은 표현이라더니 우리는 자신이나 타인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면서 또 감사패와 같은 눈으로 볼수 있는 증표로 각인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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