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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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쟁이의 사랑
2017년 10월 11일 09시 38분  조회:1756  추천:1  작성자: 하얀 진주
두부쟁이의 사랑
 
나는 퇴근할 무렵이면 동네 앞 흥가마트에 들려서 반찬거리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흥가마트는 바로 퇴근길에 있어서 출근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퇴근길에 곁들여서  하는 일이라 시간도 절약하고 차도 얻어탈수 있어서 일석이조인셈이다. 몇년을 쭈욱 흥가마트에 들렸더니 이젠 내 생활에 지긋이 자리매김을 한 일상이 되여버렸다.

마트에 들어서면 가게 주인들이 부지런히 손놀림을 하고 있다. 흥성흥성한 시장의 분위기에 감염이 되면 나도 모르게 내 혼탁했던 의식도 바로 공기 불어넣은 풍선처럼 붕 떠오르는 행복 모드로 들어선다.
바로 들어서면 한국식품을 팔고 있는 가게로 부터 지글지글 중국식 튀김을 팔고 있는 가게도 있고 쌀가게 야채가게 양념가게도 있는가 하면 쑤욱 안으로 들어가면 해산물 가게도 있고 정육가게도 있다. 그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부장사를 하고 있는 동북 한족 언니가 있다. 동북사람 키골에 걸맞게 우뚝하고 펑퍼짐한 몸집에 피곤한듯 열정적인듯 항상 강렬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한결같은 언니이다.
가게진렬대는 3메터 남짓하고 두부 진열대를 뒤로 작은 칸이 하나 있는데 그기에서 뜨거운 김을 내뿜는 두부를 손수 만드는것이다. 새두부가 완성되면 이 언니는 두부김이 물물 나는 함지박만한 큰  쟁반을 거뜬히 들어올려 진렬대에 내려놓고는 흥겨운 소리로 <새 두부 됬소이다. 모두들 구경하시고 사서 드셔보세요. >하고는 칼로 보기좋게 두부모를 가로 세로 갈라놓는다.
새두부들은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처럼 하얀 김을 내뿜으며 이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콩하고 관련되는 콩나물 녹두나물 두유 건두부 등등 여러가지를 팔고 있는 만큼 손놀림이 빠르기로 예사롭지가 않다.

내가 볼때마다  언니는 항상 재빠르게 몸과 손을 뜨개바늘 하듯이 부지런히 놀리고 있었다. 나처럼 하루종일 책상머리 맞대고 앉아서 일을 하면서 일이 힘드니 어쩌니 하는 모습이 너무 대조가 된다.  하루종일 손수 두부를 만들어 파는 육체적 일을 하고 있는 이 언니도 몸으로는 얼마나 피곤할가 생각을 하면 힘들다고 생색을 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허니 이 언니만 보면 나도 모르게 맘이 편해진다. 그리하여 이 마트에 들릴때마다 저절로 이 가게로 발길이 돌려지고 여느때나 두부 한모를 사면서 안부를 전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살뜰한 웃음을 선보인다. 인심도 좋아 내가 가면 단골이라고 미역 한줌이라던가 땅콩 한줌이라던가 꼭 꼭 서비스로 주곤 했다. 몇년을 단골로 다니니 이젠 너무 익숙한 사이가 되여 친구가 된 느낌이다.

내가 은근슬쩍 이 언니를 좋아하는 리유중 하나는 인심이 좋은것도 있지만 소박한 언니의 형제사랑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언니에게는 다리를 약간 절고 있는  남동생이 한명 있었다. 혼자 두부장사를 하고 있던 언니 가게에 언제부턴가 남동생이 되여보이는 남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첨에는 짤뚝 거리며 누나를 도와서 매대에서 두부도 팔고 콩나물도 팔고 하면서 돈도 받아주고 허드레 잡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언니를 닮아 순박하면서 다소곳하며 또 마음이 후더워 손님들 손에 채소가 무거워 보이면 꼭꼭 불편한 다리로 차 있는 곳까지 같이 채소를 들어주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언니네 두부가게는 항상 흥성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더니 아릿다운 여자친구를 데려 와서 같이 두부를 팔고 있었다. 그 여자친구도 아주 착했다. 계산 또한 야무지게 잘해서 두부사고 땅콩 사고 미역사고 여러가지를 사면 포장해서 손에 쥐여주는 순간 척 하고 계산을 해낸다. 방실방실 웃으면서 맛있게 먹고 또 오세요 하면서 인사를 한다. 하여튼 힘들게 하루 일하고 채소사러 들리면 두부장사하고 있는 이 식구들 보면서 나도 몰래 긍정의 힘이 생겨났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고민꾸러기인 우리들에게 그야 말로 마음의 힐링 시간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그 뒤로 시간이 꽤 흐른 뒤였다.
하루는 채소사러 들렸다가 두부사고 돌아서려 하는데 두부쟁이 언니가 웃으면서 자기 남동생을 기억하냐고 한다. 그래서 그럼 기억하지 했더니 지금 그 남동생이 독립해서 바로 앞쪽에 있는 가게에서 야채를 팔고 있다고 했다. 내손에 야채를 가득 산걸 보더니 한번 가게자리를 알아놓고 담에는 남동생가게를 이용해달라고 열성스레 홍보를 하는거였다. 그러고 보니 남동생이 안보인지 시간이 퍼그나 지난것 같았다.

그 가게로 가보니 남동생은 갓난 아기를 안고 야채들을 곱게 진렬하고  있었고 여자친구 였던 그 아가씨가 부지런히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면서  야채를 팔고 있었다. 그사이 결혼을 하고 아기까지 낳은거 였다. 손님들이 많으니 채바퀴돌듯 입과 손이 놀새가 없었다. 머리도 팩팩 돌아가서 야채 여러가지를 다 사고 나면 큰 포리백에 마무리 해서 야채를 손님손에 쥐여주는 순간 채소값도 영낙없이 튕겨져나왔다. 채소를 좀 많이 산 손님한테는 생강 한토막이라도 더 쥐여주는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번엔 누나가 내손에 야채봉투를 낚아채서 기이이 문앞까지 배웅을 하는거 였다. 그러면서 동생 가게를 많이 이용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거였다.

다리가 불편한 남동생을 항상 도와주려는 누나의 마음이 흠뻑 젖어있었다.긴병에 효자 없다는 세월에 이 언니는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귀찮게 생각치 않고 어떻게든 도와서 장가도 보내주려고 했고 독립도 시키려고 두부쟁이의 그 능력안에서 최상의 노력을 했는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오픈한 야채가게지만 두부가게 손님들이 북적거려서 장사가 여간 흥성하지가 않다. 가진게 많아도 서로 시기하고 티각태각하는 사람들이 많고도 많은데 한낱 두부쟁이에 불과한 이 언니가 정말 위인처럼 숭고해보였다.

소박한 일상에 묻어나는 끈끈한 가족사랑이 아스팔트길에 그어놓은 흰 도로선처럼 선명하고 찐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두부가게와 야채 가게가 나날이 흥성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나는 문앞까지 배웅나온 두부쟁이 언니를 향해 감동의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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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성자 : 연이
날자:2017-10-11 15:23:30
항상 배우는 자세여야만 하는가 봅니다. 오늘도 이렇게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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