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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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십견
2020년 07월 31일 15시 25분  조회:428  추천:0  작성자: 하얀 진주
수필
생각의 오십견
김영분

 
지인과 담소를 나누다가 재미있는 화제를 두고 옴니암니 쟁론하게 되였다. 말하자면 같은 동네에 있는 가게에서 콩나물국밥은 35원에 팔고 돼지국밥은 30원에 팔려 그 리유가 알 수 없다는 얘기였다. 얼핏 보기에는 돼지국밥에 고기가 많이 들어가니 당연히 고기국밥이 더 비싸야 맞는데 웬 일로 집에서 스스로 키워서 먹을 수도 있을 만큼 흔한 콩나물국이 더 비싸야 하는지 한참을 토론했다.

고기가 야채보다 비싸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온 터라 화두가 던져지니 제법 토론거리가 되였다. 당연히 흐지부지한 추측과 어정쩡한 계산으로 야무진 답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아마도 가게의 인테리어와 딸려나오는 밑반찬의 가지수 등이 원인이지 않을가 하면서 자기 생각대로 결론을 지었다.
어렸을 때 고기가 귀하고 비싼 환경에서 살아온 나는 고기가 야채보다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전에는 설날이 돼야 고기를 구경할 수 있었다. 먹고 싶으면 당장 먹어야 하는 본능으로 충만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냥 참아야 했다. 몸이 더디게 크는 내내 군이 뚝 떨어지게 고기를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고기는 비싸고 귀하다는 그림이 마음 깊은 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런데 고기 먹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은 푸드조리법이나 가게 인테리어 등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료리의 값이 결정된다. 건강식을 많이 찾는 현대인들의 콩류 음식에 대한 애착도 콩나물국밥의 몸값에 일조를 한다고 본다. 콩은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인만큼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리우니말이다. 그러다보니 야채료리도 고기료리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어디까지나 나만의 주관적 판단이다. 간판의 지명도나 브랜드의 가치 등 우리가 모르는 어떤 데이터가 또 있을 것이다. 잘 모르기에 아는 만큼 상상을 발휘하여 병주고 약주듯 혼자 그럴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말 못하는 콩나물국밥을 분석하고 평가했기에 주관이냐 객관이냐 나를 향해 따질 일은 없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주관적 판단이 주위사람이나 사물을 향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잘못되였다 하기보다는 알고 있는 만큼 편협할 수 있다. 그러면 평가를 마음대로 내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친구사이가 비틀어지거나 비난을 받아야 한다.
이런 도리를 알아차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번의 시행착오와 부딪침을 겪은 후나도 지극히 주관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주관은 말 그대로 자기의 견해나 관점을 기초로 사물을 본다는 말이다. 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일이나 살아왔던 경험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많은 일들을 대한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몸에 알레르기가 나는 것처럼 방어나 공격태세를 갖추게 된다. 왜 나를 리해해주려 하지 않는지 하는 원망까지 생긴다. 자신의 성격이 느리기에 급한 사람을 보면 숨이 차는 것 같아 불편하고 아울러 조용한 것을 좋아하기에 시끄러운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힘에 버거워서 여태 피하는 편이였다.
하지만 지내보니 성격이 급한 사람은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고 흥성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열정적이여서 남을 잘 도와주는 경우가 많았다.
마흔의 고개도 이제 다 지나갈 나이가 되여보니 생각지도 않은 오십견이 찾아와 왼쪽 어깨가 여간 아프지 않다. 뒤로 돌리거나 우로 쳐들기가 쉽지 않다.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도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잠을 자다가도 잘못 뒤치락거렸다가는 아픈 어깨 때문에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여날 때도 있다. 오십세 좌우에 나타나는 흔한 질병이라고 하는데 오랜 생활습관으로 인해 어깨관절이 유착되면서 염증을 일으켜 관절운동을 제한하고 통증을 유발한다.

우리의 몸에 배인 고유한 성격도 오랜 시간 주인과 밀착관계를 가진다. 생각이 경직되고 자기주관에 자주 빠져있다보면 생각근육에 유착이 생겨 염증이 생기기 쉽다. 그러다보면 자기생각을 고집하게 되고 시야가 좁아진다. 콩나물국밥은 왜 돼지국밥보다 비싸야 하지 하는 우스꽝스러운 자기만의 의문을 가지게 된다.
생각의 오십견이 온 것이다.
맏이 선호 사상을 가진 엄마가 있었는데 언니가 먼저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구들 모두 언니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갓 사회에 나온 녀동생은 이에 불만을 품고 여러 번 가족모임에서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밀어준 만큼 맏이가 로후를 책임지기 바라는 엄마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녀동생은 많은 면에서 언니에게 양보하거나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화목한 가정질서를 유지하기는 커녕 언니와 동생이 등을 돌리고 엄마도 그 사이에서 전전긍긍하게 되였다.

엄마는 자신의 부모세대의 교육방법을 그대로 답습을 했고 자신도 그렇게 행해 왔기에 그 생각이 무엇이 잘못되였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마인드가 많이 바뀐 자녀세대는 받아들일 수 없는 뜨거운 불덩이가 되였다.
이 시점에서 나도 많이 반성을 해본다. 나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애들에게 여러가지를 강요하고 그에 응하지 않을 때는 화도 많이 냈었다. 주위사람들을 바라볼 때 나와 다르면 다가서기를 주춤했고 협력관계도 주저없이 중지시켰던 적이 있었다. 한손가락이 남을 향할 때 네 손가락은 자기를 향했기 때문에 자신도 많은 손해를 본 것 같다.
오십견을 치료하기 위해 침구도 맞아봤고 약도 먹어봤다. 그래도 뚜렷하게 효험을 보지 못했다. 도리여 집에서 혼자 하는 맞춤 률동과 체조가 큰 도움이 되였다. 어깨를 들썩거려주기도 하고 앞뒤로 절주있게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중요한 팁이라면 매일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거였다. 체조를 하루만 열심히 하고 사흘 땡땡이를 칠 때는 간간이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또 아프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도 잠시 하는 것 보다는 꾸준히 지켜가다보면 생각근육의 유착도 풀리지 않을가 싶다. 다른 사람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나 자기관점을 강요하는 주관적동기도 썩둑 잘라 없어질 것이다. 더 느슨하고 객관적인 마인드로 거듭 날 것이다.
주관이란 다시 풀이해보면 내 것만 좋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 생각이 바뀌려면 알아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아차리면 절반은 개선된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면 상대방을 받아들이기도 쉽다.

몸에 찾아온 오십견은 꾸준한 체조를 통해 치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생각근육의 유착을 풀어주다 보면 나에게 찾아온 생각의 오십견 역시 스스로 교정되지 않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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