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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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수
2021년 08월 24일 16시 31분  조회:222  추천:0  작성자: 하얀 진주

수필

뾰족한 수
김영분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온다.찬 기온에 두툼히 몸을 감싸며 몸매를 가리던 옷견지들이 맥없이 무장을 해제해야 하는 더운 계절이 우리 곁으로 서서히 찾아왔다. 움츠렸던 몸이 풀어져 어깨를 시원히 펴고 기지개를 쭉쭉 켜본다. 얇아진 의상에 숨을 곳이 없어 싱겁게 출렁이는 군살들을 보노라니 다이어트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쫑긋 머리를 치켜든다. 해마다 같은 시간이 되면 알람을 맞추어놓은 것 처럼 떠오르는 생각이다.

아무리 야위여도 본인은 뚱뚱해 보여 속상해하는, 체중만큼은 요구가 극히 높은 부류가 바로 녀자들이 아닌가 싶다. 엄마눈에는 포동포동하고 복스러운 살이 자기 눈에는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거추장스러워 당장이라도 시원히 떼여버리고 싶은 애물단지 혹이라도 되는 듯 하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별의별 시도를 다 해봤다. 아침을 과일로만 때워보고 저녁을 죽으로 대체도 해봤다가 쌀과 밀가루음식을 원쑤를 대하듯 피하기도 했다.걷기운동은 물론 두시간을 뛰고 나면 땀벌창이 되는 배드민턴 운동도 몇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주말이면 가끔 산을 오르면서 허벅지가 저릿저릿 아프도록 다리를 부지런히 놀리기도 했다.
헌데 수더분하게 늘어나는 나이만큼이나 체중도 가랑비에 내물이 넘치듯 어물쩍하게 불어났다. 나이살이라고 눈을 곱게 흘기며 위로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같이 머리를 까댁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약해지면 얼마나 좋겠냐는 환상은 지지리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해빛을 보면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화창한 날 외출을 다짐하고 나면 더더욱 그랬다.
살아온 세월만큼 긴 시간동안 한입한입 야무지게 먹어서 생긴 살집을 짧은 시간에 확 줄이려고 다급하게 서두른 적도 많았다. 뾰족한 수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자신의 입을 관리하는 의지는 믿지 못하더라도 세상이 이처럼 발전했는데 다이어트 하나 정복하지 못하겠는가 하는 의학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꽤 높았다.

령단묘약이라도 받아쥔 듯 다이어트 차를 꿀꺽꿀꺽 들이마시고는 저녁내내 끊어질 듯 아픈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출입을 하기도 하였다. 안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느긋이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한 날에는 몸에서 에네르기보충신호가 심하게 전해오자 야심한 밤이라는 것도 감감 잊은 채  과일을 허겁지겁 흡입하기도 하였다.

보나마나 여태 부르짖던 다이어트는 매일 떠오르는 해처럼 지지 않는 과제가 되여버렸다. 여러번의 시도와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담백한 식단과 적은 량의 식사,그리고 맞춤한 운동과 안정된 일상외에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 곧 답이고 뾰족한 신의 한 수 였다.

상식은 일반사람들이 보통 다 알고 있는 지식이나 일반적 견문이다.그러기에 어려운 일이 아니고 지극히 보편적인 것이다. 지력과 재력이 급상승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범사에 똑 부러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창한 진리보다는 의외로 심플하고 상식적인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

벌거벗은 황제의 새옷을 바라보면서 아이가 무심히 뱉은 한 마디에 어른들이   놀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벌거벗은 걸 벌거벗었다고 한 것 뿐인데 그게 진리이고 답이라니 어른들이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보아내지 못한 멋진 옷을 걸치고 있을 거라는 가상 답안을 합리화시키고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아이 교육을 놓고 봐도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을 떠날 수가 없다. 우리는 자녀와의 관계와 소통을 중요시한다. 헌데 청소년이 되면 방문을 닫아 거는 아이들이 늘어난다.반항하고 도발적이고,학업을 뒤전으로 하고 어른들 흉내를 내느라 가끔은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상담실을 찾을 경우, 역시 뾰족한 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자면 경청이 이루어져야 하고 공감과 인정이 뒤를 따라야 한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고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가 진심으로 힘을 실어주는 말을 건네줘야 한다. 아이가 자기의 생각을 말할 때는 몸을 낮춰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말의 흐름을 끊지 말고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어야 하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호불호를 분석해주어야 한다. 부모가 언제나 너의 편이고 도와줄 준비가 되여있으니 문제가 있으면 제일 빠른 시간에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문제를 들고  찾아왔을 때는 고맙다는 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또한 지극히 상식적인 소통의 방법이다. 아이와 소통을 하고 싶은데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찾는다면 아마도 우에서 말한 방법이 아닐가 생각해본다. 그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될 수 있지만 우의 소통법을 뺀다면 속이 없는 빈 깡통처럼 소리만 요란하고 내실은 없다. 소통법을 얼마나 인지하고 활용하느냐가 아이와의 소통의 장벽을 허무는 뾰족한 수가 될 것이다.
요즘 코로나로 온세계가 발목이 잡혔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어도 코로나 사태이래 똑 부러지는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방송에서는 마스크를 잘 끼고 사회적거리를 두며 손을 자주 씻으라고 한다. 자유를 지향한다는 명목하에 이를 무시하는 지역은 코로나 감염자수가 일파만파 겉잡을 수 없이 추가되고 있다. 반면에 이를 잘 지키는 지역은 서서히 병역사태가 수습되여 가고 있다.  사소하고 상식적인 생활습관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코로나를 이겨내는 뾰족한 수가 아닐가 생각해본다.

뾰족한 수라는 것도 지나서 보면 대개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것들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거창한 지혜가 필요하지 않다. 심플하고 상식적인 것들을 잘 지키기만 하면 걸림없이 순탄하게 살아갈 수 있다.누구나 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뾰족한 수를 잘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받은 제일 큰 축복이 아닐가 생각을 해본다.

연변문학 2020.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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