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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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食
2005년 05월 18일 00시 00분  조회:4519  추천:84  작성자: ysl
甘食

의, 식, 주,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다. 이 가운데서도 식이 가장 중요하다. 열대지방 같은데서야 배만 부르면 의, 주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줄로 안다. 그래서 조선식으로 식, 의, 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한 줄로 안다.

인간에게 있어서 배부르게 먹는 거, 이것이 원초적이고 일반적인 가장 소박하고도 절실한 욕구였다. 그래서 우리는 줄곧 多食을 해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배불리는 일이 쉽게 이루어지면서 多食에 식상해 지고 그것이 별 볼일 없는 일로 여겨졌다. 그래서 이제는 甘食이란다.

甘食, 달달한 음식. 그러니 잰내비(원숭이)들이 좋아하지 않는가. 아니,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음식이라니 맛 좋은 음식쯤으로 되겠지. 참, 멋진 말이다.
그럼 甘食풀이 한번 해보지.

小食이 甘食이라. 누구나 다 잘 아는 거. 배터지게 먹지 말라는 것이다. 過食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똥배 나온다는 말이 되겠다. 아니 똥배는 약과고 배터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옛날 정말 배터져 죽는 일이 비일비재 했단다. 먹을거리가 항상 부족할 때 기껏 배가 고파 있는데 생각 밖으로 공것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행운 차례졌다. 그래서 기를 쓰고 기껏 먹는다. 그리고는 정말 창자가 터지고 배가 터져 죽고 만다. 물론 배가 고파 죽는 줄은 알았지, 배가 불러 죽는 줄은 몰랐지. 사실 항상 먹을거리가 적을 때 인간은 過食하게 되어 먹었다. 過食을 해야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이 한번에 영양분을 습취할 수 있는 양은 제한되었음. 그리고 이미 상응한 영양분을 축적했을 때는 더 흡수하지 않는 법. 그래서 過食한 것들이 이른바 消食되어 영양분으로 전이되지 못하고 배속에 남아 있을 때 그것이 똥배로 된다. 요새 한자리 하고 잘 먹어대는 똥배어른들의 똥배는 거의 다 이래서 불어난 것이다. 참 보기 싫쟈? 아직도 못 먹어 겔겔 하는 사람이 많은데 제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그 무슨 모양이냐? 꼴볼견이지. 그래서 옛날 어른들 항상 過食不如不食이라 했지. 小食, 少食하라는 것이다. 똥배어른들, 진짜 어른들 말 항상 귀담아 들을지어.

그래서 자연히 素食이 甘食이라는 말이 성립될 줄로 안다. 素食라는 것이 별 것이 아니다. 바로 주로 육붙이를 먹는 葷食와의 반대의미. 사실 전통적으로 농경민족인 우리는 素食를 많이 해왔고 유목민족인 ‘양키’들은 葷食을 많이 해왔다. 땅 속에서 나는 穀物類에 蔬食이 우리를 키워왔고 땅위의 짐승들에게서 얻는 肉食이 ‘양키’들을 키워왔지 않은가? 素食과 葷食, 나름대로 일장일단이 있단다. 素食은 영양분이 적은 대신에 깔끔하여 피를 맑게 하고 葷食은 영양분이 많은 대신에 콜레스토롤이 많아 피를 걸죽하게 한단다. 그래서 素食을 주로 하는 우리 동양인은 몸집이 작은 대신에 비만증이나 뇌출혈 같은 증상이 적고 葷食을 주로 하는 ‘양키’들은 몸집이 큰 대신에 비만증이나 뇌출혈 같은 증상이 많다고 한다. 현재 미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의 하나가 비만증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러니 극단적인 素食 혹은 葷食은 금물이다. 그래도 中庸의 길이 합리. 素食, 葷食의 적당한 +가 이상적인 줄로 안다. 그런데 요새 육붙이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 葷食편향으로 나아가는 세월에는 素食이 甘食이고 건강에 좋다는 말이 그대로 통하는 줄로 안다. 이른바 녹색음식운운은 素食의 ‘별미’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미 열반한 한국의 유명한 성철 스님은 생쌀 몇 알에 솔잎 몇 가치를 常食하는 것으로 건강을 챙겼다 한다. 불교의 교리를 言敎身行한 전형적인 素食주의자. 성철 스님은 이른 훨씬 넘게 장수한 걸로 안다.

요새 참 살기 좋은 세상이 된 줄로 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그러면 됬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 밥맛이 떨어지고 뭐 별로 먹을 것이 없단다. 내내 上食만 하다보니 입이 고급이 되나서 그 꼬라지인 줄로 안다. 배부른 흥타령이지. 그럼 세상에서 무엇이 제일 맛있지? 수수께끼 하나. 골치 아프게 머리 쓰지 마. 좀 있다 알려 줄께. 그런데 나는 밥 맛 있어 죽겠다 말이요. 열 받지? 열 받지 마. 밥 맛 있는 비결 공짜로 알려 줄게. 말만 잘 들어, 이. 아주 간단해. 첫째 배굼기기. 그 다음 배가 고플 때 먹기. 이때는 아무거나 주어먹어도 다 맛있어. 지푸라기, 돌, 똥... 그것은 알아서 해. 그래서 배고플 때가 甘食이라는 말이야. 또 이 배고플 때 먹어야 進食한 것이 속에 뿌딛하게 남아 있지 않고 消食도 잘 된다 말이야. 그러니 끼에 따라 먹는 바보짓은 절대 하지 마. 스스로 코뚜레 꿰인 소가 되어 끌려 다니지 말라는 말이다. 바로 그 끼에 따라 먹으라는 엄마들의 노파심에 우리 식욕은 머저리 다 됬어. 망가졌다 말이야.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끼만 되면 괜히 배가 고픈 거 있지, 바로 그거 말이야. 나의 생물종은 내 식대로 움직이고 놀아야 되. 괜히 시간에 따라가고 끼에 따라갈 필요가 없는 거야. 내가 언제 고프면 언제 먹는 거야. 그래서 나는 학생들이 내 시간에 찔끔찔끔 무엇을 먹어도 나쁘게 안 봐. 食者 매개인의 大本이니깐. 무슨 시간에 맞추어, 끼에 맞추어 먹으라는 것은 8시간씩 일하고 놀고 쉬고 하는 식의 획일적인 논리야. 이런 획일적인 논리에 맞추다 보면 다채롭고 풍부하고 독특한 나는 마멸되고 변태가 오고 기형이 오는 것이야. 사실 사회라는 ‘괴물’이 우리에게 그렇게 요구하고 있는 거야. 그래야 사람들 몰고 다니기 좋지. 그런데 요즘은 포스트모더니즘시대라 일단은 나 하나부터 잘 챙겨야 되. 나 살고 남 챙겨줄 수 있는 것이 아니냐. 그래서 우리는 減食할 수도 있고 疏食할 수도 있고 零食할 수도 있고 귀찮으면 아예 禁食할 수도 있단 말이야. 여하튼 배가 고파 맛있게 甘食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땅! 나만의 맛있는 끼니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니 역시 잘 먹고 잘 살자는 노릇. 그럼 언제 배가 고프지? 그것은 자기 스스로 알아야 할 일. 自知之明이 세상에서 가장 총명하다 하지 않나 말이다. 알았지? 얘. 말 잘 들으니 보나스로 비결 하나 더 알려주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小食과 素食이야. 小食과 素食을 해 빨리 배를 꺼지게 하고 배가 꺼져 꼬르륵 할 때 또 小食과 素食을 하고. 이런 進食, 消食를 반복하는 가운데 식욕은 살아나고 몸은 건강해지고. 生命在於運動이 아닌가 말이네.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으면 천당입니다. 자 그럼 小食이 甘食이라, 素食이 甘食이라, 배고플 때가 甘食이라는 하느님만 믿읍시다. 자, 기도합시다.

200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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