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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인생 넉두리
2015년 01월 30일 20시 20분  조회:1972  추천:3  작성자: 바위
50대의 한해가 또 저물어 가고 60대로 향한 거리가 더욱 가까워진다. 오늘따라 새삼스레 거울에 비낀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 보며 감회에 빠져있다.

50대라면 백을 반으로 나눈 꽤나 많게 살아온 인생이다. 모택동이 30년세월을 손가락 튕기는 한순간이라더니 청춘과 랑만으로 넘쳤던 대학시절의 숨결이 아직도 들리고 있는데 인젠 50대라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 이팔청춘이라 남과 나이를 주고 받을때 언제나 40대 초반 아니면 중반으로 시치미도 뚝 따기도 하지만 거짓없이 얼굴 곳곳에 파고드는 세월의 흔적들은 갈수록 완연하다.

안위따위를 해봤자 인젠 쓸데 없다. 시야가 겹쳐지고 기억력이 쇠퇴되고 힘들게 머리속에 쌓아 놓았던것들도 언젠가 저절로 기억에서 사라지고 몸 여기저기서 켜지는 적신호들로 점점 지쳐가는것은 어쩔수 없다. 때때로 권태와 피로가 느껴질 때 책보기도 싫고 글쓰기도 싫고 일시적인 타락속에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과거의 가치관과 생활질서, 그리고 행위방식들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고민을 시작한다. 감성으로 대할수는 없고 리성으로, 문화적차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50대들 앞에 줄 서 있다.

50대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는 사람도 있고 게으름과 피로로 인해 타락의 시절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살아온 인생이 있어 남한테 뒤질세라 자신에게 채찍질하는것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언제나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고 정직한 삶을 추구하고 젊은이들이 하는 모든 일에 과감히 도전을 한다. 그러나 거센 파도에 밀리는 자연의 순리앞에서 우리는 유물론자일수밖에 없다. 이는 중년자체의 제한성과 현실을 초월하려는 무한성사이의 모순을 잘 보여주고 있다.

커피 한잔을 타고 베란다 창가에 다가서니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바깥세상이 한눈에 안겨든다. 사람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생존법을 익히고 행복을 찾아 동분서주다. 보일락 말락 잡힐듯 안잡힐듯 숨박꼭질만 반복되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행복을 찾아가는길이라 모두들 흔쾌히 받아들인다. 나도 그들속의 한 구성원이라 생각하니 세상이 정겹게 느껴진다.

교사직에 종사한지도 어느덧 30년세월이 흘렀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앞만 보고 달려갔지만 돌이킬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였을 때도 있었고 노력의 대가로 영예의 꽃다발속에 묻혀 순간의 기쁨을 전률처럼 느낄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길어지고 치른 대가가 커갈수록 포기하려 해도 인젠 힘들어진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갈수 밖에 없다. 최종결과가 어떻든 인젠 정말 중요하지 않다. 매일 보람을 느끼고 행복감이 든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블로그를 개설한지 시간이 꽤나 흘렀다. 오가는 사람이 많지도 적지도 않다. 시간이 가는대로 생각이 가는대로 적는 나만의 공간이다. 정보화시대라 블로그를 개설한 50대들도 많다. 50대들의 블로그를 살펴보면 꾸김새나 글들이 천차만별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어설픈 블로그들도 수두룩하다. 그래도 글마다에는 그들의 삶에 대한 애환과 태도가 담겨있다. 수작이든 졸작이든 모두가 인생기록이고 인생에 대한 터득이고 삶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인생기록과 함께 자신을 되돌아보는 그들이 자랑스럽다. 거리에 관계없이 블로그를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것도 블로그의 재미이다. 그래서 시대적 흐름에 자신의 몸을 싣고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고 올리는것이 아닐까.

50대는 인간교제가 가장 왕성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학에서 대학까지의 동창, 직장동료에 사회친구까지 하면 어마어마한 친구군체가 이루어진다. 민감한 부분은 그래도 이성교제이다. 오가는 말에서 서로를 알게 되고 거기서 흡인력이 생길때 친구가 되고 그 다음 손을 잡게 되고 좀 더 가까이 다가들면서 전률을 전달하게 되는것이다. 매 순간의 한계를 장악하기란 쉬운것은 아니다. 맘에 드는 이성을 마주하게 되면 눈을 크게 뜨고 슬금슬금 눈요기를 하는 것은 누구나 똑 같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한계가 있다는걸 누구나 명심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아직도 생일에 대한 개념이 뚜렷하지 않다. 자신이 태여난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요란스럽게 축하를 하는지 싶지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바쁘고 또 그 하루하루에 의미를 두는것이 더욱 보람있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생일은 효를 실천하는 선행으로 인지하고 꼭꼭 챙겨드리지만 다른 생일에는 모처럼 기억을 해서 문안과 축복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형들한테서 꾸중을 들은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생일을 쇠고 한살 먹고나면 인생이 일년 줄어드는것과 다름없는데 진짜 축하할 일인지 아직도 확답이 안 선다.

지나온 인생을 더듬어보면 인생은 자신과의 싸움이나 다름없다. 적을 이기는것은 하루 혹은 한 순간이면 충분할수 있어도 자신을 이기는것은 평생일수도 있다. 그 싸움이 지루하게 느껴질때 살아있는 매일매일을 생명의 마지막 하루라고 생각하면 더없이 소중한 인생이 될수 있다.

눈물로 어제날을 미워하고 한탄할바에는 땀으로 래일을 위해 오늘 억세게 일하는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남이 나를 긍정하지 않으면 스스로 인가하고 남이 나를 즐기지 않으면 스스로 즐기고 남이 나를 축복하지 않으면 스스로 축복하면 된다.

사람들의 의심과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고 타인들의 무지함으로 자신에게 아픔을 줄 필요는 더욱 없다. 내길을 내가 걸어가거늘 남들이 뭘 하든 무슨 상관이랴.

지난 수십년 세월, 어찌보면 생존의 기본을 위해 싸워온 힘든 인생이였으나 나름대로 삶의 의미를 터득하고 사계절의 향기를 골고루 맡으면서 살아온 보람도 있는 인생이다. 하기에 종종 지난 세월의 좋은 추억에 빠져보기도 하고 힘든 세월의 기억들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승화와 진화의 과정이 아니겠는가.

정상을 정복하는 휘황도 감동을 주지만 여유있는 마음의 자세로 주변의 경물에 빠져보는 하산 과정도 너무도 보람있다. 명예와 금전에만 얽매여 심신이 고달프던 지난 세월 비해 인젠 문화적, 사회적 의미가 더욱 부각될수 있는 새로운 인생을 살수 있다면 자신의 인생에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집나설 차비를 하는데 또 어머니의 잔소리가 들린다. 날씨가 추우니 옷을 많이 껴입고 나가란다. 인젠 할아버벌로 치닫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다루듯이 사랑의 잔소리에 신나 있다. 어머니에게는 우리가 나이에 관계없이 영원히 아이로 보이나 보다. 그래서 더욱 행복한 50대이다. 아이면 어떠랴 어머니가 있어서 너무도 행복한 인생인데. 부모님 살아생전 효도의 기회를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데.

길가에 나서니 몸부림치던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어느새 함박눈을 얼싸안고 련민에 빠져있다. 자연의 한 구성원이 되여 나도 눈송이를 한웅큼 손에 꼭 쥐고 김빠진 공마냥 축 처진 자신에게 잔소리을 늘여놓는다. 그래! 인생은 이제부터 또 새롭게 시작하는거다. 여유있는 삶의 자세로 새록이 움트는 봄날처럼 파아란 인생을, 작열하는 여름날의 해볕처럼 화끈한 인생을, 빠알갛게 젖어가는 가을단풍처럼 황홀한 인생을,  새하얀 겨울의 눈처럼 깨끗한 인생을 살아 가는거다. 자신만의 오색령롱한 인생에 종지부를 찍을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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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멋지네요...
날자:2015-01-31 14:49:37
멋지네요...좋은 글 많이 보고싶어요.
1   작성자 : 라주
날자:2015-01-30 22:35:41
생에대한 솔직한 느낌을 보여주어서 마음에 안기는 글이라고 봅니다. 50대에 들어서면 황황할때가 있는데 그로 해서 자칫하면 여생의 삶이 시들어 버릴수 있지요. 나이를 따지는것은 삶의 공작에 저애를 가져올수 있습니다. 선생은 지금의 년령을 단풍에 비기지 말아주십시요. 나이를 잊어야 삶이 뜻있게 진행됩니다. 좋은 글 많이 써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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