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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인생
2015년 01월 30일 20시 32분  조회:1442  추천:1  작성자: 바위
세월이 조용히 흘러가면서 지난 세월의 흔적들이 기억속에서 종적을 감추기 시작하였으나 어쩐지 유아에서 아동에로의 과도시기에 겪었던 술로 인한 기억은 눈앞에 새록새록 자주 나타나군 한다. 신사답고 인맥이 좋아 여기저기에서 벌어진 술상을 자주 드나들던 아버지는 어쩐지 술상에만 앉으면 술의 노예가 되여 늘 만취상태에서 집에 돌아와서 주정을 부리군 히였다. 녹초가 된 심신으로 뜰안의 쓰레기통을 집안에 집어던지지를 않나 꼬부라진 알아듣지못할 말들을 수없이 중얼거리지를 않나 온밤 집안을 부산하게 만들기가 일수였다. 어린 우리형제는 찍소리도 못한채 이불속에 숨어서 언제 어떻게 잠들었는지 몰랐다. 이것이 바로 술이 나에게 남긴 첫 추억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로 인해 받은 신체적 심리적 고통은 나에게 술에 대한 긍정적인 해답을 거의 할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지어는 술을 만들어낸 사람이 왜서 이런 괴물을 만들어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나를 괴롭혔다.

누군가가 나보고 “정말 아까운 사람이다. 술만 잘하면 앞길이 창창할 사람인데” 하고 던진 말 한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너무도 술을 회피하고 늘어나지 않는 주량에 주변도 안타까운 마음인가 보다. 그러면서 술을 잘해야 사회생활을 잘할수 있고 사람들의 긍정을 받을수 있는 오늘의 현실에 안타까울뿐이다. 그런다고 술문화가 그 무슨 나 개인의 의사에 의해 변하는것도 아니고 남녀를 불문하고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술과 동반자가 되여 살아가면서 단순한 음주라는 사회적행동을 오늘의 문화적현상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수는 없지 않는가. 오늘따라 술이란 존재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새삼스레 점검하고 싶어졌다.

우리민족이 술에 집착하는 이유는 술에 능한 사람들이 남자답고 술에 약한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사회적인식과 생존압력이 가중되면서 고도의 긴장상태가 사람들에게 속심을 털어놓고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기회와 장소를 찾도록 하는것이 주된 원인이 아닌가 싶다. 수천년의 발전 과정에서 형성된 술문화는 인젠 우리민족의 생활의 일부분이 되여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새로운 의미와 함께 자리을 잡고 있다. 술자리는 인간관계의 교류를 펼치는 장소로 되여 각종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리성의 그늘에 가리워졌던 억압된 감정이 분출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민족은 체면, 눈치, 인사치레 등을 중시하는지라 술자리에서 서로 눈치를 보거나 남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강하게 의식하며 술자리 참석에의 강요와 술권유, 그리고 그러한 술자리 규칙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 생기는 손익 등에 비교적 민감하다. 때문에 술자리에서 개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주량에 맞게 술을 적당히 마시는데 어려움이 많고 술자리는 대부분 2,3차로 이어져 계속되는 술 권유에 취할 때까지 마시기도 한다. 자기만의 기분에 취하여 과음함과 아울러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왕따” 취급하듯 감정을 살려가며 분위기를 엉망으로까지 몰고 가면서 술에 집착한다.

술이 별로인 나도 어쩌다 이길수 없는 유혹에 술잔을 들고 보면 목구멍을 파고드는 매캐한 맛뒤에 피여나는 특이한 향기가 입안을 감돌며 감미로운 술의 진맛을 느낄때가 많다. 문학가들이 술을 즐긴 이유도 여기에 있는것이 아니였을까. 그들은 술을 통해 자유분방을 알았고 자연의 극치를 보아냈고 흔들리는 마음의 의미와 갈구를 깨닳았다. 고대시인 리백은 술애호가로서 음주후에 남긴 시구들이 후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술뒤에 진심을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 정인군자도 술뒤에는 위장을 벗을줄 알고 진정을 보여준다. 담이 작기로 콩알만 하던 사람도 음주뒤 담대해지면서 욱욱 룡을 쓸줄 알고 가슴깊이 숨어있던 하고싶던 말을 던진다. 아부에 미친 사람도 술기운을 빌어 상사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의리가 있네없네 너스레를 떨줄 안다. 이것이 술의 매력이 아닌가? 언젠가 나도 술에 맘껏 취해 하늘땅이 무서운줄도 모르는 슈퍼맨이 되여 보고 싶다. 몽롱한 의식으로 세상을 보고 싶고 전혀 다른 인생의 감각을 느끼고 싶고 만취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타인의 평가도 듣고 싶다. 진정 그런 날이 있을라나.

술을 마실때는 취해야 술의 매력을 진정 느낄수 있다는게 술군들의 공감이다. 건배의 의미는 취하려는 의미가 이미 담겨있고 오늘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의미와 취기속에서 나름대로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넓혀가려는 의미도 담겨있다. 취중의 몽롱함은 공동체를 찾아가는데 기여하는 바가 확실히 크다. 이렇게 술은 인간에게 떼어 놓을수 없는 반려자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때 술을 무시한다는것은 사회의 공동의식을 배척하는것이나 다름없으며 술은 인류에게 있어서 위대한 존재가 아닐수 없다. 거기에다 술은 한기를 없애고 소화를 돕고 안정과 진정역할을 하며 혈액순환을 돕고 부패를 방지한다고 하니 술이란 존재가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기회를 빌어 술에 집착하는 민족의 평균수명이 짧다는 엄연한 객관현실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평균 술소비량이 세계제일이라고 자랑하는 한국인과 중국조선족 그리고 높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로씨야인들의 평균수명이 모두 해당된 경제실력국가와 민족과 비해 볼때 많이 짧은걸로 집계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우연한 일로만 쉽게 지나치다가 회한의 심리적고통에 모댁일때에야 주해의 엄중성을 절감하며 상상못할 대가를 치른다.

술을 알맞게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되고 정신적으로 좋은 자극제가 되어 큰 효과를 나타내지만 지나치면 건강도 해치고 정신도 황폐해지고 가족까지 파멸로 이끈다. 술로 인해 생명을 잃고 건강을 잃고 가족을 잃은 가련한 사람들이 소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인정할것이다. 술소비는 응당 문화적소비로서 례의를 지키고 분위기를 띄우고 심경을 토로하고 정취를 만끽하는것이여야 한다. 인젠 축복의 장이 되고 건강의 활력소가 되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즐기는 건전한 술문화가 안착되도록 지혜를 모을때가 왔다고 보아진다. 단순한 개인의 음주애호의 범위를 벗어난 인격과 국격 그리고 민족의 영예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사회적현상으로의 건전한 술문화를 창도하는 계기가 조속히 마련되여야 한다.

어쩌다 방종하고 실수하는 술문화는 그것이 경험이 되겠지만 도를 넘어 지나치게 되면 죄가 되고 해가 되는것이다. 우리생활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며 부정부패의 수단으로 가정파탄과 건강을 해치는 도구로 까지 리용되는 술문화는 청산되고 멀리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는 술문화 에서의 진화를 가속화하여 술문화에 숨겨진 용속한 습속을 버리는데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 이 기회를 빌어 음주를 통한 심신건강과 사회적공동체를 진정으로 형성하는 그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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