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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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성함 (외 6수)
2023년 08월 07일 12시 44분  조회:216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아버지-

시킨 듯 깝죽거리며

호칭 실타래를

풀어뜨리다

 

기다마케

되감아도

길 찾는 술래다

 

그렇게

 

아-름차도록

버-젓하도록

지-혜를 늘이려나

 

아버지가

나를 코 꿴

고삐로 하오동

아리랑 열두 고개를

넘노라니

 

아-름답게

버-거운

지-름길

 

말뚝으로 기다리다

기둥으로 만나다

 

아버지 묘역

아버지 동네!

 

 

릉소화의 집

 

생잎이 떡잎이도록

채 줏지 못했다

감아서야 담았으니

눈알은 방안이다.

 

 

산의 보모들

 

산이 산을 업으니

등짐이 멜짐을 이다

산을 산에 주었다고

잎주머니 뿌리 입을 먹다

 

산은 산만 보았을 때

갈 때가 올 때다.

 

 

정영수 뜰에

 

먼 세월을 막차로 놓쳐도

곁의 옷자락만은 잡은 채

노 젓던 강변의 산천어와

아리랑고개의 계곡 들어섰다

 

맨발이 빙하수를 마시고

포옹한 숲의 장딴지들이

탁족회를 열면

너울 쓴 구름과 가마 타던 정월

눈보라 궂은비로

세수하던 뒤안길 따라

올가미에 걸려들었다

 

무지개를 짓뭉갠 홍분 입맞춤

가슴을 얼룩진 코수염새우 쇼후즈 설렁탕

서로끼리 나누면 래일의 차표

잎이 꽃 속에 고속도로 달리고

뿌리가 줄기한테 헬기 몰고 와

우듬지 화라지에서

어제와 래일이 어깨 겯다

 

실망과 원망이

갈망과 희망의 오누이

분노와 분개가

분발과 분투의 쌍둥이

한줄 김밥처럼 나란히 손잡고

오작교를 넘어서니

 

뜰에는 아직도 정영수(精英树) 한그루

정미소를 지켜

사랑 겉곡식을

풋바심으로 방아 찧으란다

쿵더쿵-쿵쿵-쿵더쿵-칙칙폭폭···

 

껍질을 벗은 알몸들이

봉당에 허청에

원앙금침 펴고

동방화촉을 치르면

기장쌀이 팥꼬투리와 동거한다니

찰강냉이 록두와 석삼년 동침이란다

 

이제는 정원수로 맞벌이로

뒤란에조차 다락방을 짓는다

정영수 뜰에 앞뒤 구중궁궐에

하오동 평대문이 솟대를 높인다.

 

 

문턱을 넘다

 

꽃 폈다고 봄인 줄 알았는데

매화는 겨울에야 웃다

새 울면 생리별이 아니라

짝짓기 뒤풀이다

모르는족족 깨닫듯이

보이는 대로 비껴야리

향기도 눈물 밟고 걷거늘···

 

 

고향 어머니

 

꽃송일 잎이 받들었다

꽃과 잎을 뿌리가 이었다

그 꽃과 잎과 뿌리도

땅이 안았다

 

만삭이 된 채

동구 밖에서 날 기다리는

똬리의 동이 인

어머니

업고 선 지구가

무거워 떤다.

 

 

소리 속에서

 

무수한 소리들이

허공에 만났다

부딪치고 깨진다

더러는 우로 뛰고

일부는 추락한다

별로 돋은 건 청아한 옥음이고

떨어진건 꽃으로 다시 핀다

언제 보나 허무는

큰 소리만 칠 뿐

시나브로 종내는 사라지고 만다

보이는 숨결은

밤에도 소나무로 짙푸르다

나에게로 돌아온

소리의 날개에

나를 송두리째 태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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